## 【시간의 숲, 금지된 맹세】
**장르:** 타임슬립, 금지된 사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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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균열의 시작**
**SCENE 1**
[현대 서울, 밤. 번화한 도심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VISUAL:**
차가운 푸른빛의 스크린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알 수 없는 그래프와 숫자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키보드 타이핑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카메라, 지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는 ‘윤세나’의 얼굴로 줌인. 그녀의 눈은 피로에 잠겨 있지만, 어딘가 공허하다.)
**NARRATION (세나):**
나는 서울의 밤을 사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서울의 밤이 주는 ‘잊혀짐’을 사랑했다. 수많은 빛과 소음 속에 파묻혀, 나의 존재가 흐려지는 그 순간들을. 모두가 쫓아가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 끝없는 질주가, 과연 어디에 닿을 수 있을까.
**VISUAL:**
세나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간다.
(창밖, 끝없이 펼쳐진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반짝인다. 하지만 그 빛 속에는 따뜻함 대신 차가운 고독이 서려 있다.)
**세나:**
(나지막이)
…숨 막혀.
**VISUAL:**
세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갤러리에는 그녀가 얼마 전 다녀왔던 숲속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짙푸른 나무들, 이름 모를 야생화, 햇살이 쏟아지는 계곡물. 도시의 회색빛과는 전혀 다른, 생명력 넘치는 풍경들.
(사진 속, 한 장의 돌 사진에 시선이 멈춘다. 깊은 숲 속에 홀로 놓인, 기묘한 문양의 거대한 돌. 마치 누군가 조각한 듯한, 자연의 것 같지 않은 신비로운 돌이다.)
**NARRATION (세나):**
그 숲은, 유일하게 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매주 주말마다, 나는 미친 듯이 그 숲을 찾아 헤맸다. 도시의 모든 것을 지워버릴 수 있는, 태고의 적막이 살아 숨 쉬는 곳. 특히, 그 돌은… 나를 끊임없이 불렀다.
**SCENE 2**
[현대, 낮. 깊은 숲 속, 태고의 기운이 감도는 바위 지대.]
**VISUAL:**
세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숲길을 오른다. 그녀의 등에는 작은 배낭이 메어져 있다.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리지만, 그녀의 눈은 반짝인다.
(주변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울창한 덩굴 식물들이 바위를 뒤덮고 있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가득한 원시림.)
**VISUAL:**
세나가 마침내 거대한 바위 지대에 도달한다. 그 중앙에는 사진에서 본 그 신비로운 돌이 우뚝 서 있다. 돌의 표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고, 희미하게 푸른빛이 감돈다.
(세나는 조심스럽게 돌에 손을 뻗는다. 손가락이 돌의 차가운 표면에 닿는 순간, 돌에서 강렬한 푸른 섬광이 터져 나온다.)
**세나:**
(놀라서)
흐읍…!
**VISUAL:**
섬광은 순식간에 세나의 몸을 휘감는다. 숲 전체가 푸른빛으로 물들고, 나무들이 흔들리며 알 수 없는 고대의 속삭임이 울려 퍼진다. 세나의 몸이 허공으로 살짝 떠오르는 듯하다.
(카메라가 세나의 불안한 표정으로 줌인.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빛이 너무 강렬해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
**NARRATION (세나):**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미쳐 날뛰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몸이 마치 투명한 물속에 잠긴 것처럼 무중력 상태가 되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찢어지고 다시 맞춰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 돌이 나를 삼키는 걸까? 아니면… 나를 어디론가 보내는 걸까?
**SCENE 3**
[고대, 낮. 태고의 숲. 이끼 낀 거대한 고목들 사이.]
**VISUAL:**
강렬한 푸른 섬광이 사그라들고, 세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땅에 쓰러져 있다. 온몸의 감각이 마비된 듯, 머리가 울린다.
(카메라가 그녀의 주변 풍경을 천천히 훑는다. 방금 전 그녀가 있던 현대의 숲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나무들은 훨씬 더 거대하고, 이름 모를 식물들이 땅을 뒤덮고 있다. 공기마저도 짙고 신선하며, 마치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멀리서 기이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세나:**
(눈을 비비며)
…여긴…?
**VISUAL:**
세나는 조심스럽게 일어선다. 그녀의 현대적인 등산복과 운동화가 이 원시적인 풍경 속에서 이질적으로 튀어 보인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본다.
(숲의 한가운데, 기이하게 생긴 거대한 암석 기둥들이 하늘로 솟아 있다. 그 위에 푸른 이끼와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다. 마치 고대 신전의 흔적 같다.)
**세나:**
(내적 독백)
분명 내가 아는 숲이 아니야. 너무… 오래됐어. 공기마저도 달라. 마치… 시간이 멈춘 곳 같아.
**VISUAL:**
그녀의 눈이 한 곳에 멈춘다. 숲의 깊숙한 곳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흡사 거대한 파수꾼처럼 굳건히 서 있는 고목들 사이, 그 빛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카메라, 세나가 발소리를 죽이며 숲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모습을 따라간다.)
**SCENE 4**
[고대, 낮. 숲 속 깊은 연못가.]
**VISUAL:**
세나는 마침내 빛의 근원지에 도달한다. 숲의 한가운데 자리한,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연못이다. 연못의 물은 너무나도 맑아서 바닥의 조약돌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수면 위로는 이름 모를 연꽃들이 신비로운 빛을 내며 떠 있다.
(연못의 가장자리, 거대한 바위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는 숲의 색을 닮은 듯한 짙은 녹색의 옷을 입고 있으며, 길게 늘어뜨린 은빛 머리카락은 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린다. 그의 피부는 유백색이며, 숲의 신처럼 정교하게 조각된 얼굴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히, 그의 눈은 깊은 숲의 색을 담은 듯한 신비로운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다.)
**NARRATION (세나):**
세상의 모든 빛을 응축해 놓은 듯한 존재. 그를 보는 순간,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고결하고 신성한 아우라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마치 신화를 마주한 듯, 넋을 잃고 그를 바라봤다.
**VISUAL:**
남자는 연못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의 손짓에 따라 연못의 물결이 부드럽게 움직이고, 수면 위로 희미한 푸른빛의 문양이 떠오른다. 마치 물과 대화하는 듯한 모습이다.
**세나:**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감탄사)
…아름다워.
**VISUAL:**
세나의 작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남자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된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가 빠르게 세나를 향한다. 그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다. 경계와 놀라움이 뒤섞인 표정.)
**남자:**
(낮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목소리)
…누구냐.
**VISUAL:**
세나는 그의 눈을 마주한다. 그 압도적인 시선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그녀의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세나:**
(더듬거리며)
저는… 저는 윤세나라고 합니다. 저기… 저는 길을 잃어서…
**VISUAL:**
남자는 세나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녀의 현대적인 옷차림과 낯선 말씨에 그의 표정에는 미묘한 의문이 떠오른다.
**남자:**
‘윤세나’? ‘길을 잃었다’? 너의 옷은… 내가 아는 어떤 부족의 것도 아니다. 너의 말 또한… 낯설다. 숲의 기운이 너를 거부하는군. 이방인이여.
**세나:**
(당황하며)
이방인이라뇨? 저는 한국 사람이고… 서울에서 왔어요!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전까지는 분명 제가 알던 숲에 있었는데…
**VISUAL:**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의 키는 세나보다 훨씬 크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세나를 압도한다. 그는 천천히 세나에게 다가온다.
(카메라, 남자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그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고 소리가 없다.)
**남자:**
‘서울’? ‘한국’? 처음 듣는 이름이로군. 네게서… 과거의 흔적과 미래의 아우라가 동시에 느껴진다. 넌… 대체 무엇이냐?
**세나:**
(뒷걸음질 치며)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그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VISUAL:**
남자가 손을 뻗어 세나의 이마를 가볍게 스친다. 그의 손이 닿는 순간, 세나의 머릿속에 혼란스러운 이미지들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현대 서울의 풍경, 자동차 소리, 불빛, 그리고 그녀의 일상.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이 멈춘다.
(세나는 고통스러운 듯 이마를 부여잡고 주저앉는다. 남자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본다.)
**남자:**
…이것은… 보지 못했던 세계. 너는…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을 넘어온 존재로구나.
**VISUAL:**
세나는 간신히 고통을 진정시키고 남자를 올려다본다. 그의 초록색 눈에는 경계심 대신 깊은 호기심과 알 수 없는 연민이 서려 있다.
**세나:**
(숨을 헐떡이며)
당신은… 누군데요? 이 숲은 대체 어디고…?
**남자:**
(연못을 가리키며)
이곳은 ‘시간의 심장’이라 불리는 숲. 그리고 나는… 이 숲의 수호자, 아리온이다. 너는… 이 심장의 균열을 타고 온 이방인이로군.
**NARRATION (세나):**
아리온. 그의 이름이 입술에 맴돌았다. 시간의 수호자. 그의 존재 자체가 내가 알던 모든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였다. 내가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그의 존재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그때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저,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슬프고도 아름다웠다는 것만을.
**SCENE 5**
[고대, 밤. 숲 속 작은 동굴 안.]
**VISUAL:**
어둠이 내린 숲. 작은 동굴 안에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른다. 세나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옷은 흙투성이가 되어 있고, 표정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리온은 동굴 입구에 앉아 숲의 밤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그가 잡아온 듯한 작은 과일과 맑은 물이 담긴 잎이 놓여 있다.)
**아리온:**
(나직이)
먹어라. 숲이 너에게 준 선물이다.
**세나:**
(고개를 돌려 아리온을 본다)
…고마워요. 근데… 여기 정말 과거의 시간인가요? 제가 살던 곳에서 아주 먼 옛날?
**아리온:**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정확히는… 너의 시간과 다른 흐름을 가진 공간이지. 너희가 ‘과거’라 부르는 시간대와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곳의 숲은… 너의 시대의 숲과는 다른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VISUAL:**
세나는 조심스럽게 과일을 한 입 베어 문다.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세나:**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과일은 처음이에요! (작게 웃는다) 이 숲은 정말 신비롭네요. 당신도요.
**VISUAL:**
아리온이 세나를 돌아본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지만, 어딘가 부드러움이 스며들어 있다.
**아리온:**
너는… 위험한 곳에 왔다. 숲의 질서가 이방인의 존재를 오래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시간을 거스른 자는… 더욱이.
**세나:**
(불안해지며)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다시 돌아갈 수 있나요?
**아리온:**
(말없이 세나의 눈을 응시한다)
시간의 심장이 너를 불렀다면, 심장만이 너를 돌려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의지가 너에게 있는지, 나도 알 수 없다.
**NARRATION (세나):**
나는 그의 눈 속에서 거대한 슬픔을 보았다. 마치 오래도록 홀로 이 숲을 지켜온 자의 고독이 서려 있는 듯했다. 나를 위험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그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마치 나를 부르던 돌처럼.
**SCENE 6**
[고대, 낮. 숲 속, 작은 오솔길.]
**VISUAL:**
며칠 후, 세나는 아리온과 함께 숲을 걷고 있다. 세나의 옷차림은 여전히 현대적이지만, 그녀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인다.
(숲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희귀한 꽃들이 만발하고, 투명한 나비들이 날아다닌다. 세나는 마치 꿈속을 걷는 듯 설레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세나:**
(감탄하며)
이 꽃은 어떻게 이렇게 빛나죠? 밤에 보면 더 예쁠 것 같아요!
**아리온:**
(나뭇가지에 핀 푸른색 꽃을 가리키며)
‘별의 눈물’이라 불리는 꽃이다. 밤이 되면 숲의 정령들이 내려와 이 꽃의 빛을 마신다. 그래서 새벽이 되면 더욱 강렬하게 빛나지.
**VISUAL:**
아리온이 꽃에 손을 뻗어 가볍게 스친다. 꽃잎이 그의 손길에 따라 미세하게 떨리며 더 강한 빛을 뿜어낸다. 세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세나:**
당신은 정말… 이 숲과 하나가 된 것 같아요. 모든 생명이 당신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
**아리온:**
(세나를 돌아본다)
나는 숲의 일부로 태어나, 숲의 숨결로 살아간다. 숲은 나의 부모이자, 나의 친구이자, 나의 모든 것이다.
**VISUAL:**
세나는 아리온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녀가 살던 도시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순수하고 원초적인 생명력이다.
**세나:**
부러워요. 저도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아리온:**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세나를 응시한다)
너는 이곳에 속할 수 없다, 세나. 너의 심장에는 너의 시간이 새겨져 있고, 너의 영혼은 너의 세계를 기억한다.
**세나:**
(슬픈 표정으로)
하지만… 저는 그 세계가 싫었어요. 너무 지치고, 외로웠어요. 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평화가, 이 숲에 있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VISUAL:**
세나는 아리온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그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그녀의 눈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다.
**세나:**
당신을 만난 이후로, 저는 처음으로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요.
**VISUAL:**
아리온의 표정에 미세한 동요가 인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는 세나의 진심 어린 눈빛에 시선을 피하지 못한다.
(그때, 멀리서 알 수 없는 새소리가 불길하게 울려 퍼진다. 숲의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차가워진다. 나뭇잎들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땅에서 짙은 안개가 피어오른다.)
**아리온:**
(날카로운 시선으로 숲을 응시한다)
…숲이 경고하는군. 너와 나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세나:**
(불안한 표정으로 아리온의 팔을 잡는다)
무슨 뜻이에요?
**아리온:**
(세나의 손을 내려다본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손을 스치자마자, 그의 팔목을 감싸는 푸른색 문신이 희미하게 빛난다. 그 빛은 곧 세나의 손목에도 옮겨붙는 듯하다.)
우리의 만남은… 시간을 거스르는 행위이자, 숲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지된 약속이다. 이대로 함께하면… 모든 것이 변할 수 있어. 돌이킬 수 없게.
**NARRATION (세나):**
그의 말은 거대한 파도처럼 나를 덮쳐왔다. 시간을 거스르는 금지된 약속.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 누구보다 나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아름다운 숲에서,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는 그의 세계에서, 나는 그와 함께라면 그 어떤 운명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SCENE 7**
[고대, 밤. 시간의 심장 연못가.]
**VISUAL:**
시간이 흘러, 세나는 이 숲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아리온은 그녀에게 숲의 언어를 가르쳐주고, 숲의 지혜를 알려주었다. 세나 또한 아리온에게 그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며, 둘 사이에는 뗄 수 없는 깊은 유대가 형성되었다.
(세나와 아리온이 연못가에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 반짝인다. 연못의 물은 신비로운 빛을 내며 그들의 모습을 비춘다.)
**세나:**
(아리온의 어깨에 기대며)
제 세상의 밤하늘은 이렇게 선명하지 않아요. 도시의 불빛 때문에 별들이 희미하거든요.
**아리온:**
(세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너희의 세상은… 많은 빛을 만들어내는구나. 하지만 그 빛 때문에, 진정한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세나:**
(작게 웃으며)
그럴지도요. 여기서는 모든 것이 선명해요. 당신도, 이 숲도, 그리고 제 마음도.
**VISUAL:**
아리온이 세나를 끌어안는다. 그의 품은 숲처럼 단단하면서도 따뜻하다.
**아리온:**
세나… 너는 나의 숲에 내려온 한 줄기 빛이다. 너로 인해 나의 고독한 시간들이 빛으로 물들었어.
**세나:**
(고개를 들어 아리온의 눈을 마주본다)
당신은… 저의 전부가 되어버렸어요. 이제 당신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어요.
**VISUAL:**
아리온의 눈동자가 깊어진다. 그는 조심스럽게 세나의 얼굴을 감싸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 주변의 숲이 신비로운 푸른빛으로 반짝인다. 연못의 수면 위로 빛나는 문양들이 더욱 선명해지며, 마치 이들의 금지된 맹세를 축복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빛 속에는 어딘가 불안하고 불길한 기운이 섞여 있다.)
**NARRATION (세나):**
그 순간, 우리는 세상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했다. 나는 현대의 세나가 아니었고, 그는 고대의 아리온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서로를 갈망하는 두 영혼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 금지된 사랑이 가져올 파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숲이, 아니 어쩌면 시간 자체가, 우리의 맹세를 거부하고 있었다.
**SCENE 8**
[고대, 낮. 숲 속, 엘렌족의 은밀한 회의 장소.]
**VISUAL:**
울창한 숲 깊은 곳, 거대한 고목들 사이로 난 비밀스러운 공간에 엘렌족의 장로들이 모여 앉아 있다. 그들은 아리온과 비슷한 차림새를 하고 있지만, 얼굴에는 깊은 주름과 함께 엄숙함이 깃들어 있다.
(장로들의 시선은 비어 있는 아리온의 자리와,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신비로운 돌(세나가 타고 온 그 돌과 같은 종류)에 집중되어 있다.)
**엘렌족 장로 1:**
숲의 기운이 흔들리고 있다. ‘시간의 균열’을 통해 들어온 이방인의 기운이 너무 강해.
**엘렌족 장로 2:**
수호자 아리온이 그녀를 거두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심지어… 마음까지 나누었다 하니.
**엘렌족 장로 3:**
금지된 사랑이다. 그는 이 숲의 존재. 그녀는 다른 시간의 존재. 이들의 결합은 숲의 질서를 파괴하고, 시간을 뒤섞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이로 인해 끔찍한 대가를 치렀다.
**VISUAL:**
장로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가 손에 든 돌을 어루만진다. 돌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최고 장로:**
우리는 이 시간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아리온의 마음은 이해하나, 숲의 운명은 개인의 감정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숲이 고통받고 있다. 이대로 두면, 숲은 병들고… 결국 모든 시간이 뒤틀릴 것이다.
**VISUAL:**
장로들의 얼굴에 비장함이 스친다. 그들의 시선이 허공을 응시한다.
(카메라가 숲의 위로 올라가, 광활하고 신비로운 숲 전체를 비춘다. 그 숲의 어딘가에서, 세나와 아리온이 손을 잡고 걷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진다.)
**NARRATION (세나):**
우리의 사랑이 숲을 흔들고, 시간을 뒤틀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경고는 뼈아팠지만, 나는 이미 아리온을 떠날 수 없었다. 이 숲과 그가 나에게 준 삶의 의미는, 그 어떤 시간의 질서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숲이 우리 때문에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짓눌렀다. 우리는 과연, 이 금지된 운명을 거스를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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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흔들리는 세계**
**SCENE 9**
[고대, 밤. 숲 속, 아리온과 세나의 비밀 장소.]
**VISUAL:**
아리온과 세나가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다. 둘의 표정은 어둡다. 숲의 밤은 유난히 고요하고, 그 고요함 속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세나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하고, 아리온의 눈은 고뇌로 빛난다.)
**아리온:**
(나직이)
…장로들이 나를 찾았다. 숲의 기운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고… 너의 존재가 숲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세나:**
(울먹이며)
…제가… 제가 나쁜 사람인가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뿐인데…
**아리온:**
(세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아니, 세나. 너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존재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숲의 질서를 거스르고 있어.
**VISUAL:**
멀리서 숲의 나무들이 거세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땅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듯하다. 하늘의 별빛마저 흔들리는 듯 불안정하다.
**세나:**
(두려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숲이… 숲이 정말 화가 난 것 같아요.
**아리온:**
(세나를 단단히 끌어안는다)
나는 너를 잃을 수 없다. 하지만 숲을 파괴할 수도 없어. 이 숲은 나의 전부이자, 나의 책임이다.
**VISUAL:**
아리온의 품에 안겨 있던 세나의 손이, 그녀가 처음 이 숲에 올 때 만졌던 그 신비로운 돌 문양과 닮은, 아리온의 팔목에 새겨진 문신을 스친다. 그 순간, 문신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아리온의 눈이 놀라움과 함께 깊은 결심으로 번득인다.)
**아리온:**
(나지막이)
하나의 방법이 있어… 숲의 시간을 멈추고… 우리의 시간을 영원히 이을 방법이. 하지만… 그건…
**VISUAL:**
아리온의 눈빛이 마치 모든 것을 걸겠다는 듯 흔들린다. 세나는 그의 눈에서 읽을 수 없는 결연함을 발견한다.
(카메라가 그들의 모습을 비춘다. 뒤흔들리는 숲과 그 속에서 서로를 놓지 않으려는 두 존재. 그들의 사랑은 과연 이 금지된 운명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간을 창조할 수 있을까.)
**NARRATION (세나):**
그의 눈빛에서, 나는 마지막 희망과 동시에 거대한 절망을 보았다. 우리가 함께하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이 세계에서, 아리온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려는 것일까. 숲이 병들고, 시간이 뒤틀리는 이 재앙 속에서… 우리의 금지된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잃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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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 아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