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의 숲, 회색빛 콘크리트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나의 보금자리, 1204호는 한 점 불빛처럼 반짝였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선 현관은 늘 그랬듯 침묵으로 나를 맞이했다. 열두 시간의 고된 디자인 작업은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었고, 나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으로 향했다. 얼른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는 동안, 어딘가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쿵, 하고. 마치 건물의 뼈대가 뒤틀리는 듯한 소리. 이 오래된 아파트는 아니지만, 지은 지 꽤 된 건물이라 종종 이런 소음이 들리곤 했다. 옆집에서 가구를 옮기나? 아니면 위층에서 아이가 뛰는 소리일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였다. 거실 한복판, 테이블 위에 놓아둔 휴대폰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화면에는 아무런 알림도 없었다. 그냥… 꺼져 있던 화면이 켜졌다가 다시 꺼진 것뿐. 기분 탓인가. 분명 아까는 꺼져 있었는데. 혹시 모르니 충전기를 꽂아두고,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늘 밤은 푹 자고 싶었다.

하지만 잠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밤이었다. 째깍, 째깍. 그 규칙적인 소리 사이로 불규칙한 소음들이 파고들었다. 긁는 소리,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 벽 안에서 쥐라도 사나? 내 귀가 너무 예민해진 걸까? 피곤해서 환청이라도 들리는 걸까?

몇 번을 뒤척이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 목이 말랐다. 부엌으로 향하는 복도를 지나는 순간, 찬 공기가 발목을 감쌌다. 보일러를 켜놓아서 따뜻할 텐데, 왜 이렇게 으스스한 거지?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거실의 소파, 벽에 걸린 시계,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 모두 평범했다.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컵에 따랐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
쨍그랑!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유리잔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분명히 식탁 가장자리가 아니라 중앙에 두었던 잔인데. 손에 쥐고 있던 물병이 달그락거렸다.

“젠장…!”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손발이 저려왔다. 유리 파편을 치우기 위해 빗자루를 찾았다. 빗자루는 늘 현관 옆 벽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더듬어도 빗자루는 잡히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벽을 보았다. 빗자루는… 없었다.

내 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빗자루는 현관 옆이 아니라, 거실 한가운데, 아까 잔이 깨진 식탁 바로 옆에 삐딱하게 세워져 있었다. 나는 헛것을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잠결에 옮겨놓고 기억을 못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었다. 나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는 사람이었다.

공포가 심장 박동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다. 심장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빗자루를 들고 유리 파편을 쓸어 담았다. 조심스럽게 파편을 휴지통에 버리고,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두 눈을 감으면 식탁 위 잔이 떨어지는 순간의 섬뜩한 소리와 빗자루가 옮겨져 있던 기묘한 광경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였다.
침대 헤드 옆에 놓아둔 협탁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누르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모른 척했다. 착각일 거야, 착각일 거라고 애써 되뇌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내 머리맡에서 싸늘한 숨결이 느껴졌다.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피부를 스쳤다. 마치 누군가 내 귀 바로 옆에서 숨 쉬는 것처럼. 동시에 귓가에 낮고 거친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나가지 마…”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눈을 뜨면, 분명 뭔가가 나를 노려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확신했다. 지금 이 침실에, 나 말고 다른 존재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향해 경고했다.

‘나가지 마.’

이 방을, 이 아파트를 나가지 말라는 건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대로 이불 속에 파묻혀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를 더 깊은 공포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