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빌딩의 뼈대가 거대한 공동묘지처럼 솟아 있었다. 한때 번영했던 도시, ‘아크로폴리스’는 이제 제국군이 버린 폐기물이자, 우리 같은 하층민들의 불안한 은신처에 불과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녹슨 철근이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는 연의 심장을 죄는 듯했다.

“연, 위치 확인. 제국군 순찰대, 곧 도달한다. 절대 들키지 마라.”

통신기에선 백상 형님의 거친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 바닥에서 살아남은 자 특유의 끈질김이 배어 있었다. 연은 식은땀이 흐르는 손으로 조종간을 꽉 쥐었다. 그가 타고 있는 기체는 ‘강철 까마귀’라 불리는, 고철 더미에서 겨우 건져 올려 조립한 낡은 메카였다. 제국군의 ‘천둥마’ 같은 매끄럽고 강력한 기체에 비하면, 이건 그냥 깡통 로봇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깡통 로봇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 희망이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제국 놈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할 겁니다.”

연은 짧게 대답하며, ‘강철 까마귀’의 육중한 몸을 잔해 더미 속에 더 깊이 숨겼다. 메카의 광학 위장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시야가 흐린 이 폐허에서는 잠시나마 눈속임을 할 수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오늘 임무는 단순히 보급품을 훔치는 것이 아니었다. 제국군 순찰대의 움직임을 교란하고, 본대의 이목을 끄는 것. 이 지역에 숨겨진 보급 기지로 향하는 백상 형님과 동료들을 위한 미끼 역할이었다.

잠시 후,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폐허를 진동시켰다. 웅장한 금속의 마찰음이 귀청을 때렸다. 저 멀리, 네 대의 ‘천둥마’가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8미터에 달하는 검은색 기체는 태양 아래서 번쩍였다. 장갑 곳곳에 새겨진 제국의 문양은 그들의 오만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녀석들의 어깨에 달린 에너지 캐논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젠장, 저번보다 한 대 더 붙었잖아!”

연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당황했지만, 그는 숨을 고르고 집중했다. 제국군 놈들은 항상 우리 같은 하층민들을 파리 목숨처럼 여겼다. 설마 이 폐허에 반란군의 메카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들의 오만함이야말로 연이 노릴 수 있는 유일한 약점이었다.

‘천둥마’ 한 대가 멈춰 서더니, 주변을 스캔하는 듯 머리 부분의 센서를 움직였다. 연은 숨을 죽였다. ‘강철 까마귀’의 엔진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낡은 부품들이 신음하는 소리마저 들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젠장, 저놈들이 뭔가 눈치챈 건가?”

통신기로 백상 형님이 거칠게 중얼거렸다.

“아직 아닙니다. 저건 단순한 수색이에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형님.”

연은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었다. ‘천둥마’는 조금 더 주위를 살피는가 싶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연이 숨어 있는 잔해 더미 쪽이 아닌, 반대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이다!’

연은 놓치지 않았다. 광학 위장을 해제함과 동시에 ‘강철 까마귀’의 엔진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낡은 엔진이 굉음을 토해내며 붉은 불꽃을 뿜었다. 순식간에 그는 잔해 더미를 박차고 튀어 나갔다. 목표는 ‘천둥마’ 네 대 중 가장 뒤처진 한 대.

“이게 무슨… 감히 이딴 고철 덩어리가!”

제국군 조종사의 다급한 외침이 무전망을 탔다. 연은 그들의 경멸 섞인 목소리가 오히려 희열로 다가왔다. 그래, 우리는 너희에게 그저 고철 덩어리일 뿐이지. 하지만 이 고철 덩어리가 너희의 심장을 꿰뚫을 거다!

‘강철 까마귀’는 낡았지만, 연의 조종은 누구보다 민첩했다. 그는 폐허의 좁은 틈새와 무너진 건물 사이를 미끄러지듯 돌파했다. 제국군의 ‘천둥마’는 거대한 덩치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기동성이 떨어졌다. 바로 이것이 연이 노린 약점이었다.

“이 빌어먹을 벌레 같은 놈!”

선두에 있던 ‘천둥마’가 거대한 에너지 캐논을 발사했다. ‘쉬이이잉- 콰앙!’ 푸른색 에너지 빔이 ‘강철 까마귀’가 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연은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굴러 피했다. 그의 메카 왼쪽 어깨 부분의 장갑이 긁히며 불꽃이 튀었다.

“젠장, 녀석들이 화났다! 연, 조심해!”

백상 형님의 목소리에서 걱정이 묻어났다. 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 물러서면 안 된다.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죠, 형님!”

그는 답하며 ‘강철 까마귀’의 오른팔에 달린, 녹슨 체인 소드를 뽑아 들었다. 윙- 거친 톱니가 돌아가는 소리가 폐허를 울렸다. 그는 방향을 급선회하며 맨 뒤에 있던 ‘천둥마’의 다리 부분을 노렸다.

‘철컥! 꽈르릉!’

체인 소드가 ‘천둥마’의 거대한 다리 장갑에 부딪히며 스파크를 튀겼다. 제국군 기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연의 눈앞에 경고창이 번쩍였다. ‘장갑 관통 실패! 무기 과부하!’

“큭! 역시 쉽지 않군.”

연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체인 소드가 아닌, ‘강철 까마귀’의 어깨에 달린, 오래된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를 겨냥했다. 단 한 발, 우리가 가진 마지막 한 발이었다.

“저 고철 덩어리에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사격 준비!”

제국군 조종사 중 한 명이 외쳤다. 그들의 에너지 캐논이 다시 한번 충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늦었나!’

연은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그는 ‘강철 까마귀’의 모든 동력을 미사일 발사기에 집중했다. 붉은색 조준경이 ‘천둥마’의 무릎 관절을 정확히 조준했다.

‘발사!’

‘쉬이익- 콰앙!’

미사일이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천둥마’ 조종사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 미사일은 정확히 무릎 관절부를 강타했고,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폐허를 뒤흔들었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천둥마’의 한쪽 다리가 비틀거리며 무너져 내렸다. 거대한 기체가 균형을 잃고 기울어졌다. 다른 세 대의 ‘천둥마’ 조종사들은 혼란에 빠진 듯 우왕좌왕했다.

“젠장! 한 대가 쓰러졌다!”

“이런 비열한 공격이!”

연은 미소 지었다. 비열하다고? 너희가 빼앗아간 우리의 모든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연, 잘했어! 이제 도망쳐! 목표 달성이다!”

백상 형님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형님!”

연은 ‘강철 까마귀’의 손상된 다리로 다시 폐허 속으로 파고들었다. 뒤에서는 쓰러진 ‘천둥마’의 잔해를 둘러싼 제국군 메카들의 혼란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은 온통 연이 만들어낸 이 작은 소동에 집중되어 있었다. 본대가 무사히 보급 기지에 도달할 시간을 번 것이다.

‘강철 까마귀’의 엔진은 삐걱거렸고, 몸체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쪽 팔의 장갑은 완전히 너덜거렸다. 하지만 연의 심장은 뜨거웠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우리는 그저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그 벽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균열일지라도, 그것은 시작이었다.

폐허 너머의 지평선 위로, 검붉은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그 노을 속에서, 연은 언젠가 태양이 다시 뜨겁게 타오를 날을 꿈꿨다. 우리의 시대가 오리라. 이 낡은 고철 덩어리들이 세상을 뒤흔들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리라. 그의 눈빛은 굳건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