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잿빛 먼지가 부옇게 내려앉은 도시의 잔해는 비명처럼 침묵하고 있었다. 지혁은 너덜거리는 스카프를 코끝까지 끌어올렸지만, 역겨운 부패와 피비린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찢어진 옷자락처럼 앙상하게 남은 건물의 골조들, 그 사이로 스며드는 음울한 공기. 한때 사람들의 활기로 들끓었을 종로 시장은 이제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미라가 그림자처럼 앞장섰다. 낡은 활은 언제든 시위를 당길 준비가 되어 있었고, 날카로운 눈은 무너진 상점 간판에서부터 널브러진 잔해 더미까지, 모든 움직임을 예민하게 포착했다. “조용히.” 그녀의 입술이 소리 없는 속삭임을 만들었다. 텅 빈 공간은 너무나 고요해서, 낡은 시계추 소리마저 날카롭게 들릴 지경이었다.

소진은 녹슨 철 파이프를 꽉 쥐었다. 땀으로 축축한 손아귀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겁먹은 동시에 반항적인 그의 눈동자는 끊임없이 주변을 훑었다. “형, 아무것도 없어요. 너무… 너무 조용해요.”

지혁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너무 조용한 게 제일 위험한 법이다.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그는 뼈대만 남은 빵집을 가리켰다. “저 안에 있을 거야. 빵 부스러기라도 찾으면 살 수 있어.”

그들이 빵집에 가까워질수록, 안에서 낮은 짐승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굶주림의 소리, 그러나 인간의 것이 아닌.

“젠장!” 지혁이 소진을 뒤로 밀쳤다. 어둠 속에서 세 개의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썩은 살점, 핏발 선 흰 눈동자, 그리고 짐승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굶주린 신음. “세 마리! 준비해!”

미라는 이미 화살을 메기고 있었다. *스읏!* 활시위가 팽팽하게 울리고, 화살은 망설임 없이 첫 번째 감염자의 가슴에 박혔다. 놈은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듯 잠시 휘청였을 뿐이었다.

지혁이 묵직한 렌치를 휘둘렀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렌치가 감염자의 관자놀이에 꽂혔다. 검붉은 액체가 뿜어져 나오며 놈이 고꾸라졌다.

다른 두 마리는 훨씬 빨랐다. 한 놈이 소진에게 덤벼들었다. 소진은 비명을 지르며 파이프를 마구 휘둘렀지만, 놈의 어깨를 스칠 뿐이었다.

“소진!” 미라가 소리치며 두 번째 화살을 날렸다. 이번에는 놈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축축한 소리와 함께 놈은 발작하며 쓰러졌다.

하지만 세 번째 놈이 이미 지혁에게 달려들었다. 썩은 손톱이 살점을 찢으려 했다. 지혁은 몸을 비틀어 피하고, 렌치를 사정없이 위로 휘둘렀다. *콰직!*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놈은 경련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은 헐떡이며 서 있었다. 다시 찾아온 침묵은 이전보다 훨씬 무거웠다. 피 냄새와 부패의 악취가 섞여 코를 찔렀다.

소진은 무너진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또 얼마나 더 싸워야 해요?”

지혁은 렌치에 묻은 피를 찢어진 천 조각으로 닦아냈다. “싸워야지. 살려면.” 그는 화살통을 정리하는 미라를 힐끗 보았다.

“저것 봐.” 미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새로운 종류의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시장 저편의 넓은 돌길이었다. 평소에는 인적이 끊겼던 곳이었다.

행렬이 나타났다. 비틀거리는 시체들의 행렬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자들의 행렬. 제국군이었다. 희미한 빛 속에서도 그들의 잘 닦인 갑옷은 번쩍거렸고, 창끝은 차갑게 빛났다. 그들은 시장 쪽이 아니라, 구역 외곽의 거대한 성벽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쇠사슬에 묶인 인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평민들이었다. 뼈만 남은 몰골, 찢어진 옷, 절망으로 가득 찬 얼굴. 마치 가축처럼 내몰리고 있었다.

“또 무슨 짓이야….” 소진이 속삭였다. 그의 이전 공포는 어느새 끓어오르는 분노로 바뀌어 있었다.

지혁은 턱을 굳게 다문 채 그들을 지켜보았다. “보급 수레다.” 그는 병사들 뒤에서 느릿하게 따라오는 거대한 천막 수레들을 가리켰다. “분명 어딘가에서 식량을 약탈한 거겠지. 귀족들이 처먹을 거겠지.”

바로 그때, 쇠사슬에 묶인 평민 중 한 명이 비틀거렸다. 제국 병사 하나가 아무 말 없이 창자루 끝으로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남자는 움직이지 않고 쓰러졌다.

작은 그룹에서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것은 소진이었다.

“이 개자식들!” 그가 벌떡 일어서려 했지만, 지혁이 그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다시 주저앉혔다.

“가만히 있어! 죽고 싶어 환장했냐?!” 지혁이 으르렁거렸다.

소진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하지만… 저건 너무하잖아요! 저들은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저놈들은 우리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겨. 움직이면 죽음뿐이다!” 지혁의 목소리는 익숙한 무력감으로 갈라졌지만, 그의 눈에는 위험한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미라는 병사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평민이 쓰러진 바닥을 보고 있었다. 그의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조각이 떨어져 휘날리고 있었다.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그들은 주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묵묵히 나아갔다.

“기다려.” 미라가 잔해를 엄폐물 삼아 기어갔다. 그녀는 종이 조각을 낚아채듯 집어 들고는 빠르게 돌아왔다.

평소 침착하던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관자놀이의 핏줄이 울컥거렸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쳤다. 제국의 문장이 찍힌, 급하게 휘갈겨 쓴 듯한 공지문이었다.

지혁이 몸을 숙여 글자를 읽었다. “‘제국의… 식량 창고 보존령… 민간인의… 무단 접근 시… 즉결 처형….’” 그는 더듬거리며 읽어 내려갔고, 한 단어 한 단어가 그의 목소리를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소진이 그의 어깨 너머로 글씨를 보았다. “식량 창고는 텅텅 비었다고 했잖아요! 다 썩어간다고!”

“거짓말이었어.” 미라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저 수레에 실린 게… 그 창고에서 나온 거였어. 썩은 게 아니었던 거야. 우리를 속인 거야.”

그 말의 의미가 물리적인 충격처럼 그들을 덮쳤다. 평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며 감염자들과 맨손으로 싸우는 동안, 제국은 식량을 비축하고, 감히 부스러기라도 찾으려 했던 자들을 처형하며, 그들의 귀족들을 살찌우고 있었던 것이다.

지혁은 공지문에서 사라져가는 제국군 행렬로, 그리고 다시 피로 얼룩진 거리와 쓰러진 감염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늘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눈은 이제 맹렬하고 무시무시한 불꽃으로 타올랐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험했다. 질문이 아니라, 절대적인 결의를 담은 선언이었다. “저들은 우리를 먹잇감으로 봐. 감염자들이 우리 몸을 파먹든, 제국이 우리 영혼을 파먹든….”

그는 렌치를 꽉 쥐었다. 렌치의 머리 부분은 아직 검붉은 액체로 얼룩져 있었다. 그의 시선은 미라의 눈과, 이어서 소진의 눈과 마주쳤다.

“더 이상 숨을 곳은 없어.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어.”

소진은 창백했지만 결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두려움은 있었지만, 차갑게 타오르는 증오가 그 위를 덮고 있었다.

미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눈은 굳게 다져져 있었다. 그녀는 버려진 시장을, 그리고 제국군 행렬이 사라진 방향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소진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그의 시선은 흔들림 없었다.

지혁은 턱을 치켜들었다. 그의 시선은 멀리 떨어진, 압제자들의 상징인 제국 도시의 반짝이는 첨탑에 고정되어 있었다.

“싸워야지.” 그가 되풀이했지만, 이번에는 그 단어가 약속이자 선언이었다. “더 이상 도망치는 싸움이 아니라, 빼앗는 싸움을.”

차가운 바람이 폐허가 된 시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피와 부패의 냄새, 그리고 희미하고 절박한 희망의 냄새를 실은 채. 제국은 그들을 너무 멀리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제,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평민들은 반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