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길게 뻗은 회랑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낡은 벽돌 틈새로 스며든 지하수는 축축하고 불쾌한 냄새를 풍겼고, 천장에서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혁은 무언의 명령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뒤따르던 그림자 세 개가 일제히 멈춰섰다.

“저 앞이다.”

혁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거친 풍파를 겪은 듯한 그의 눈빛은 짙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낡은 가죽 갑옷 위에 걸친 두꺼운 외투를 여미며 벽에 바싹 몸을 붙였다.

새벽이 몸을 숙여 기어갔다. 희미한 룬 문자 몇 개가 새겨진 작은 램프를 바닥에 내려놓자, 주변이 은은한 빛으로 채워졌다. 그녀의 손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벽을 더듬었다. 손가락 끝에 닿은 미세한 진동, 공기의 흐름, 벽돌의 질감까지 모든 것을 읽어내는 듯했다.

“함정입니다, 대장님. 바닥에 압력판, 그리고 벽에 연동된 강철 화살 발사기. 총 세 개.”

새벽의 목소리는 언제나 침착했다. 그녀의 작은 체구와 달리, 던전 속에서 그녀의 감각은 거대한 제국의 감시망보다도 예리했다. 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십 분. 아니, 칠 분 남았습니다.”

가온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단단한 근육이 외투 아래로 꿈틀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전투의 흔적이 역력했다. 턱을 덮은 거친 수염 사이로 흉터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치고 들어가죠, 대장님. 어차피 이 더러운 쥐굴에서 조용히 숨어다닐 수는 없습니다.”

혁은 가온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피 냄새를 맡으면 맹수처럼 변하는 가온의 성격은 때로는 위험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든든했다.

“정문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새벽,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대장님.”

새벽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능숙한 손길로 함정의 압력판을 찾아냈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마법이 걸린 쇠 지렛대를 끼워 넣었다. ‘딸깍’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낡은 벽돌 벽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차가운 흙먼지와 함께 비좁은 통로가 드러났다. 공기 중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이쪽입니다. 환기구와 연결된 통로. 제국 놈들이 이런 곳까지 신경 쓸 리 없습니다.”

혁은 새벽의 판단에 신뢰를 보냈다. 그들의 목적은 제국의 심층 통신망 제어실이었다. 이곳은 제국군 전역에 걸친 정보 흐름을 통제하는 심장부나 다름없었다. 이곳을 마비시킨다면, 잠시나마 각지에서 고통받는 반란군들에게 숨통이 트일 터였다.

좁은 통로를 기어갔다. 가온의 거대한 체구는 통로를 거의 꽉 채웠고, 혁과 새벽은 그 뒤를 따랐다. 흙먼지가 코를 찔렀지만, 모두 침묵을 유지했다. 잠시 후, 통로 끝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대장님, 앞에 빛이… 그리고 소리도 들립니다.”

새벽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다. 통로의 끝은 제어실의 천장 환기구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 아래로, 제국 병사들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혁은 고개를 들어 작은 구멍을 통해 아래를 엿봤다. 거대한 홀 형태의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수정구와 복잡한 룬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제어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십 명의 제국 병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의 갑옷은 번쩍였고, 허리춤에는 마력 충전식 단총이 매달려 있었다.

“여섯 명. 그리고 안쪽에 최소 두 명 이상 더 있다.”

가온이 혁의 옆에서 속삭였다. 그의 눈빛은 이미 싸움에 불이 붙은 듯했다.

“정찰병 하나가 더 있다. 벽에 붙어있는 마력 감지기. 저건 마법사 아니면 처리 못 한다.”

새벽이 덧붙였다. 그녀의 시선은 홀의 구석에 있는 은색 원통형 기기를 향했다. 마법사 동료인 ‘이그니스’가 함께 왔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이번 임무는 은밀함을 최우선으로 해야 했기에 최소한의 인원만 동행했다.

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면 돌파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벌써 여러 동료들이 이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방법은 있다.”

혁이 낮게 읊조렸다. 그의 손이 허리춤의 단검으로 향했다. ‘척’ 하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날렵하게 뽑혔다.

“가온, 너는 내가 신호를 주면 저기 보이는 제일 큰 놈부터 처리해라. 소음은 최소한으로. 새벽, 너는 그때 맞춰 마력 감지기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마력 감지기를요? 제가요?”

새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주로 함정을 해체하고 잠긴 문을 여는 일에 능숙했지만, 마법 장비를 무력화하는 것은 이그니스의 영역이었다.

“가능하다. 저건 최신형이 아니다. 단순히 마력 흐름을 끊으면 된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가온이 소음을 만드는 즉시, 마력 감지기에 돌을 던져라.”

혁은 등 뒤에 메고 있던 자루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꺼내 새벽에게 건넸다.

“이걸로요?”

새벽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네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네 손이 아니다, 새벽. 네 눈과 귀, 그리고 생각이다.”

혁의 말에 새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이 곧 결연하게 바뀌었다. 혁은 다시 환기구를 통해 아래를 내려다봤다. 병사들은 여전히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혁은 허리춤의 단검을 꽉 쥐었다. 그의 눈은 이제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와 같았다. 그는 가장자리에서 최대한 조용히 환기구를 열었다. 낡은 금속이 ‘끼이익’ 하는 불쾌한 소리를 낼 뻔했지만, 혁이 능숙하게 소리를 죽였다.

그리고 혁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휙!’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혁의 단검이 아래로 낙하했다. 목표는 잡담을 나누던 병사 중 가장 체격이 크고 목소리가 컸던 놈이었다. 혁은 정확히 그 병사의 목덜미를 노렸다.

동시에, 혁이 착지하기 직전, 손목 스냅을 이용해 숨겨둔 작은 단도를 던졌다. 병사의 뒤에 있던 다른 병사의 머리를 향한 것이었다.

‘퍽!’

짧고 둔탁한 소리가 제어실을 울렸다. 첫 번째 병사가 혁의 단검에 목이 뚫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동시에 뒤이어 날아온 단도에 맞은 두 번째 병사도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쓰러졌다.

“지금이다!”

혁의 짧은 외침과 함께 가온이 환기구를 부수듯 튀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전투 망치가 들려 있었다. ‘콰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망치가 허공을 갈랐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병사 두 명이 동시에 터져나가듯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탁!’

바로 그때, 새벽이 던진 돌멩이가 마력 감지기에 정확히 부딪혔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마력 흐름이 일시적으로 교란되며 기기가 ‘지직’ 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곧 붉은 경고등이 깜빡이며 꺼져버렸다.

“침입자다! 반란군이다!”

남아있던 병사 중 하나가 뒤늦게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이 허리춤의 단총으로 향하는 순간, 혁의 그림자가 그의 눈앞에 드리워졌다. ‘쉬익’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혁의 발차기가 병사의 턱을 강타했다. 병사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제어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남아있던 병사들이 총을 뽑아 들었지만, 이미 혁과 가온은 그들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가온은 거대한 망치를 휘둘렀다. 그의 망치질 한 번에 제국 병사들의 갑옷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크와아앙!’ ‘우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난무했고, 병사들은 무력하게 나뒹굴었다. 그는 이미 전투에 완전히 몰입한 맹수였다. 그의 눈빛은 광기에 가까운 희열로 번뜩였다.

혁은 더욱 치밀했다. 그는 병사들의 진형을 흐트러뜨리며 급소를 노렸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춤을 추는 듯 유려했고, 단검은 번개처럼 번뜩이며 병사들의 목덜미와 심장을 파고들었다.

“지원 요청!”

안쪽에 있던 것으로 보이는 두 명의 병사가 뒤늦게 뛰쳐나왔다. 한 명은 마법사였다. 그의 손에서 푸른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가온! 마법사!”

혁의 외침에 가온은 망치를 휘둘러 가장 가까이에 있던 병사를 날려버린 후, 마법사를 향해 돌진했다. ‘쿵! 쿵!’ 그의 발걸음이 땅을 울렸다.

마법사는 당황한 듯 주문을 외우던 것을 멈추고 방어막을 올리려 했지만, 가온의 망치는 이미 그의 코앞에 다다라 있었다. ‘콰앙!’ 방어막은 채 형성되기도 전에 망치에 맞아 산산조각 났고, 마법사는 피와 함께 벽으로 튕겨 나갔다.

다른 한 병사는 혁에게 덤벼들었다. 그의 손에는 두 개의 단검이 들려 있었다. 숙련된 암살자나 다름없었다. ‘챙강! 챙강!’ 금속성 마찰음이 제어실을 가득 채웠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너무나 빨라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였다. 혁은 공격을 막아내며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쉬익!’

암살자의 단검이 혁의 뺨을 스쳤다. 혁은 아랑곳 않고 몸을 틀어 상대의 겨드랑이를 파고들었고, 그대로 단검을 찔러 넣었다. ‘욱!’ 암살자가 숨을 들이쉬며 경련하다 쓰러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 제어실에는 이제 혁과 가온, 새벽, 그리고 쓰러진 제국 병사들만이 남아있었다. 피 냄새와 화약 냄새가 뒤섞여 역한 악취를 풍겼다.

“대장님, 무사하십니까?”

가온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그의 얼굴과 갑옷에는 피가 튀어 있었다.

혁은 피 묻은 단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다. 새벽, 통신망을 마비시켜라.”

새벽은 망설임 없이 제어판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은 복잡한 룬 문자와 수정구를 해독하듯 훑어갔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제어판의 특정 스위치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삐비빅! 삐빅!’ 경고음이 울렸고, 홀의 조명이 깜빡였다.

“성공입니다, 대장님.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은 먹통이 될 겁니다. 이 시간 동안 북부 전선의 형님들이 숨통을 틀우실 수 있을 겁니다.”

새벽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공적은 작지만, 반란군 전체에게는 생명줄과 같았다.

“잘했다.”

혁은 제어판 중앙의 거대한 수정구를 바라봤다. 수정구는 마치 거대한 눈동자처럼 홀 전체를 감시하고 있는 듯했다. 혁은 문득, 수정구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붉은 빛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마력 흐름과는 다른, 불길하고 거대한 파동이었다.

그는 수정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징-‘ 하는 낮은 진동이 손끝을 통해 혁의 몸으로 전달됐다.

“이게… 뭐지?”

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직감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제국의 통신망 제어실이라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무언가 더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수정구 깊숙한 곳에서,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이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대장님, 무슨 문제라도?”

가온이 혁에게 다가왔다.

혁은 수정구에서 손을 떼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동자에 결연함과 함께 심각한 우려가 떠올랐다.

“이 통신망은… 단순한 통신망이 아니었어.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또 다른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거대한 힘이…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지하 깊은 곳에서 제국 전체를 움켜쥐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때였다. 홀 저편의 거대한 강철 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혁과 가온, 새벽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으로 향했다.

문 너머에는 수십 명의 제국 정예병들이 시뻘건 눈을 빛내며 서 있었다. 그들의 갑옷은 어둠 속에서도 위압적인 광택을 뿜어냈고, 손에 들린 마력 총검에서는 섬뜩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그들 사이로, 한 명의 고위 사령관이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차가운 강철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감히… 쥐새끼 같은 반란군 따위가 제국의 심장을 건드리려 하다니.”

사령관의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차갑고 무감각했다. 그의 손이 허공을 향해 들리자, 제어실 전체의 바닥에서 붉은 룬 문자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너희는 제국의 분노를 맛보게 될 것이다.”

혁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지만, 물러설 곳은 없었다. 그는 단검을 고쳐 잡으며 가온과 새벽을 돌아봤다.

“준비해라.” 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싸워야 할 때가 왔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