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망각의 심연에서 온 속삭임

끝도 없는 검은 심연. 쏟아지는 별빛조차 길을 잃고 흩어지는 곳, 그곳이 바로 탐사선 ‘아르카디아’ 호가 자리한 우주였다. 인류가 이름 붙인 성좌들도, 기록된 항로도 이미 수십 광년 전에 뒤로하고, 오직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캡틴, 슬립 모드 해제 5분 전입니다.”

나직한 여성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조종석에 앉아 있던 항해사 이서영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패널 위를 미끄러졌다. 옅은 푸른빛이 조종실 전체를 감쌌다가, 곧 정상 운행 모드의 은은한 백색광으로 바뀌었다.

“수고했어요, 서영 씨.”

함장 한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피로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를 응시하는 눈빛만큼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벌써 15년째 우주를 떠돌았다. 은하 변두리 행성에서 태어나, 푸른 지구의 존재를 동경했지만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채 끝없는 탐사 임무에 몸을 던졌다.

“김태수 엔지니어, 동력 계통 이상 없나?” 한지혁이 통신 채널을 열었다.

**[이상 없습니다, 캡틴. 엔진은 자장가 불러주는 것처럼 안정적이네요. 혹시 꿈나라 다녀오셨습니까?]**

투박한 김태수 엔지니어의 목소리에 이서영이 옅게 웃었다. 그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강철 같은 몸과 기계를 다루는 천재적인 손재주, 그리고 종종 튀어나오는 해학적인 농담까지.

“꿈이라… 꿈을 꿀 시간도 없었군. 박선우 박사는? 깨어 있습니까?” 한지혁이 물었다.

**[네, 캡틴. 항상 그랬듯 벌써 깨어나서 연구실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겠죠.]** 김태수가 툴툴거렸다.

과연 김태수의 말대로였다. 메인 모니터에 연결된 내부 카메라에는, 탐사 책임자 박선우가 잔뜩 흐트러진 머리로 화면 가득 복잡한 수식을 띄워놓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잡혔다. 그는 인류가 보낸 탐사선들이 마주했던 모든 미지의 존재들을 분석하고 기록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가끔 그의 광기 어린 눈빛은 한지혁마저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탐사에는 필수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모두 정상입니다. 항로 이탈 없이 예측 경로 진행 중입니다.” 이서영이 최종 보고했다.

한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그때였다. 메인 모니터에 떠 있던 수천 개의 작은 점들, 즉 우주의 먼지와 미립자들이 일순간 흔들렸다.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파동에 의해 일렁이는 물결처럼 보였다.

“캡틴, 센서 이상 감지!” 이서영의 목소리가 순간 날카로워졌다.

“무슨 일이지?” 한지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전방 3-5-2 섹터에서 미확인 에너지 신호 감지. 아주 미약합니다만, 이 공간에서 나올 수 없는 주파수입니다.” 이서영의 손가락이 빠르게 패널 위를 움직였다. “중력 렌즈 현상인가요? 아니면…”

메인 모니터에 점멸하는 경고창이 하나, 둘 늘어났다. 신호는 미약했지만, 그 존재감은 확고했다.

**[캡틴, 무슨 일입니까? 엔진에 부하가 걸린 건 아닌데, 갑자기 함선 전체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김태수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건… 이건 이성적인 물질의 흔적이 아니야!]** 박선우의 연구실에서도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지혁은 메인 모니터를 응시했다. 은하수조차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 그 너머에 뭔가 있었다. 이서영이 가리킨 3-5-2 섹터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르카디아 호의 최첨단 센서는 그곳에서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발신하는 신호를 포착하고 있었다.

“서영 씨, 신호 발신원 추적. 정확한 위치를 특정해.”

“예, 캡틴. 최대 출력으로 분석 중입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르카디아 호의 내부에는 점점 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함선 전체에 퍼지는 미세한 진동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가 숨 쉬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우주선 내부의 공기가 차갑게 식어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특정했습니다, 캡틴! 전방 3-5-2 섹터, 좌표 델타-6-제로-7 지점. 거리 약 200만 킬로미터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서영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미지도 잡히지 않습니다. 마치 투명한 존재 같아요.”

“투명하다고?” 한지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신호만 잡히고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아닙니다! 이미지 처리 중입니다만… 뭔가 이상합니다. 센서가 잡아내는 형상은 명확한데,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마치 시각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차단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내가 말하던 거야, 캡틴! 내가 계산한 물질 파동은… 상상력을 초월하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적 구조를 암시하고 있어! 인류의 물리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야!]** 박선우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외감과 함께 섬뜩한 흥분이 묻어 있었다.

“태수 씨, 비상 동력으로 전환 준비. 모든 시스템을 대기 상태로.” 한지혁이 명령했다.

**[예, 캡틴. 그런데 이거, 심상치 않은데요? 이 진동… 엔진 부조화랑은 전혀 다릅니다. 우리 함선 내부에서, 어떤… *소리*가 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리?”

**[네. 낮게, 아주 낮게 웅얼거리는 듯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인데, 계속되면 머리가 아파와요.]**

한지혁은 자신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막연한 불안감이 그의 척추를 타고 기어올랐다. 이서영은 여전히 패널을 조작하며 무언가를 분석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녀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캡틴, 확인됐습니다. 시각 필터 조정 완료.”

이서영의 손끝에서 마지막 명령이 입력되자, 메인 모니터의 텅 비었던 검은 공간에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아지랑이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 아지랑이는 명확한 형상으로 굳어졌다.

그것은… 거대한 덩어리였다.

별빛조차 흡수하는 듯한 칠흑 같은 색깔의 덩어리. 규칙적인 듯하면서도 불규칙한, 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비틀리고 왜곡되어 보였고, 마치 우리의 시선과 이성을 동시에 거부하는 듯했다. 표면에는 미끈한 금속 같은 질감과 동시에 오래된 암석의 거친 질감이 혼재되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이해할 수 없는 문양들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오래된 고서에 나오는 알 수 없는 기호들과 닮아 있었지만, 동시에 그런 기호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공물이었다. 하지만 어떤 존재가 만들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크기는 소행성만 했고, 그 거대한 몸체는 망망대해 같은 우주에 그저 홀로 떠 있었다. 존재 그 자체가 위협이었다.

“이게… 뭐야?” 이서영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말도 안 돼… 저런 형태는… 인류의 모든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완벽하게 비논리적이고, 비직관적이야!]** 박선우는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친 듯한 환희와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김태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거친 숨을 내쉬며 메인 모니터 속 존재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지혁은 거대한 물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저것은 단순한 인공물이 아니었다. 저것은 마치 거대한 **관(棺)** 같았다. 어떤 영원한 존재가, 영원한 밤의 심연 속에 잠들어 있는 듯한 끔찍한 기시감.

갑자기, 아르카디아 호의 전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함선 전체에 울리던 미세한 진동은 점차 커져갔고, 김태수가 말했던 낮게 웅얼거리는 소리는 이제 모든 승무원의 귀에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것은 단순히 소리가 아니었다. 마음을 파고들어 이성을 좀먹는 불쾌한 속삭임 같았다.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잠들지 않는 눈이… 깨어나리라…*

환청인가? 아니, 너무나도 선명했다.

메인 모니터 속의 거대한 관 같은 물체. 그 표면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들 중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붉은빛을 띠며 번쩍였다.

“캡틴… 저것은…” 이서영이 가리켰다. 그녀의 손은 얼어붙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아르카디아 호는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 우주선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비상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젠장! 무슨 일이야?” 한지혁이 소리쳤다.

**[갑자기 함선 보호막에 엄청난 압력이 감지됐습니다! 뭔가…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김태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검은 우주와, 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거대한 관, 그리고 그 관에서 새어 나오는 불쾌한 속삭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한지혁은 스크린에 희미하게 잡히는 관의 표면을 다시 보았다. 붉게 번쩍였던 문양이 이제는 옅은 잔광을 내뿜으며 어둠 속에 잠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그 문양의 한 부분이 아주 미세하게…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눈꺼풀처럼.
그리고 그 안에서, 형언할 수 없는 존재의 시선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곳은 미지의 심연, 영원한 밤의 끝자락. 그리고 그곳에서 인류는, 마침내, 잠들었던 고대의 공포와 조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