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닳은 ‘별똥별 호’의 조종석에 앉아 카이는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별똥별처럼 스쳐 지나가는 잔해들을 응시했다. ‘잃어버린 별자리’ 섹터. 이름만큼이나 잊혀진 과거의 잔해들이 우주를 부유하는 곳이었다. 한때 번성했던 문명의 무덤. 그리고 그 무덤을 뒤지는 건, 바로 그와 같은 고물 사냥꾼들의 몫이었다.
카이는 낡은 우주복 헬멧을 벗어 옆 좌석에 던져놓았다. 땀으로 축축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연료 탱크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낡아빠진 센서는 늘 말썽이었다. 일주일째 빈털터리 신세였다. “젠장, 크록. 오늘까지 아무것도 못 찾으면 진짜 우주 미아가 될 판이야.”
그의 낡은 AI, 크록이 무심한 기계음으로 대답했다. “계산 완료. 테라니스 행성의 궤도에 있는 세레스 소행성대에 마지막으로 보고된 고대 채굴 시설이 있습니다. 미약한 에너지 서명 감지. 성공률 2.3%.”
“2.3%? 그것도 희망이라고 말하는 거냐?” 카이는 혀를 찼다. 세레스는 이미 수백 번도 더 뒤져진 곳이었다. ‘심연의 눈물’이라 불리던 희귀 광물이 묻혀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2.3%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좋아, 크록. 방향 잡고 착륙 준비해.”
별똥별 호는 낡은 엔진을 으르렁거리며 세레스의 어두운 표면으로 강하했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전 버려진 채굴 시설의 입구가 거대한 상처처럼 행성의 표면에 벌어져 있었다. 카이는 중력 부츠를 신고 헬멧을 쓴 채, 낡은 탐사 장비를 챙겨 어둠 속으로 발을 디뎠다.
“크록, 내부 지도 불러와.”
“지도 불러오는 중… 심각한 오류 발생. 기존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는 구간 발견.”
“또야? 이 낡은 고철 덩어리.” 카이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번쩍였다. 기존 데이터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더 깊이 파고들 가치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폐쇄된 통로를 따라 걸었다. 먼지가 쌓인 잔해들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렸다. 산소 탱크의 공기가 폐 속으로 들이쉬어지는 소리만이 정적을 갈랐다.
한참을 헤매던 카이의 발이 삐끗했다. 그는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으며 넘어지지 않으려 애썼다. 그의 손전등 불빛이 벽의 갈라진 틈새를 비췄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폐쇄된 광산의 거친 암벽과는 전혀 다른, 매끄럽고 검은 재질의 벽. 그것은 흡사 우주선의 외벽 같기도 했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거대한 조각품 같기도 했다.
“크록, 이 벽 재질 분석해.”
“분석 불가. 기존 물질 데이터베이스와 불일치. 미확인 물질.”
카이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미확인 물질’이라니. 이건 대박일지도 모른다. 그는 망설임 없이 벽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섰다. 좁은 통로가 이어지더니, 이내 거대한 돔형의 공간으로 이어졌다.
공간의 중앙에는 거대한 검은색 수정이 마치 잠든 심장처럼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수정은 완벽한 다면체 형태로, 주변을 둘러싼 정교한 문양들은 어떤 알려진 문명과도 달랐다. 고대, 미지의, 그리고 압도적인 아름다움.
카이는 조심스럽게 수정에 다가갔다. 탐사 장비가 격렬하게 경고음을 울렸다. “경고! 미증유의 에너지 서명 감지! 접근 금지!”
“시끄러워, 크록. 내가 보잖아.” 카이는 경고음을 무시했다. 호기심이 그의 모든 두려움을 삼켰다. 그는 헬멧을 벗어 던지고 맨손으로 수정을 향해 뻗었다.
손끝이 수정에 닿는 순간, 차갑던 수정이 갑자기 심장이 뛰는 것처럼 격렬하게 진동했다. 거대한 에너지가 그의 몸을 휩쓸었다. 그의 뇌리에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오래된 별들의 탄생, 멸망,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힘의 흐름… 그것은 물질과 에너지, 생명과 죽음을 초월하는, 우주의 근원적인 언어 같았다.
카이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의 손에서 푸른빛이 일렁였다. 손바닥에 집중하자, 차가운 금속 벽이 순간적으로 녹아내리는 것을 보았다. 단순한 에너지 방출이 아니었다. 그의 의지에 따라 물질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믿을 수 없는 힘. 마법과도 같았다. 우주선 엔진도, 어떤 과학 기술로도 설명할 수 없는, 순수한 의지의 힘.
그때, 통신창에 렉스의 험악한 얼굴이 나타났다. “카이! 이 자식, 거기서 뭘 캐고 있는 거냐? 내 구역에 침범했겠다 이거지?”
렉스. 카이와 같은 고물 사냥꾼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비열하고 탐욕스러웠다. 그의 배, ‘하이에나 호’는 언제나 다른 사냥꾼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찌꺼기를 노리거나, 아예 뺏어버리기도 했다.
카이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겨우 추슬렀다. 그의 손바닥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시끄러워, 렉스. 여긴 아무것도 없어. 망가진 고물이나 잔뜩이라고.”
“거짓말 마라! 네 배에서 방금 이상한 에너지 파동이 감지됐어. 마치 소행성 하나를 박살낼 정도의 파동이었다고! 뭔가 좋은 걸 찾은 모양인데, 순순히 내놓는 게 좋을 거다. 아니면 네 낡아빠진 별똥별 호를 폐기물로 만들어주지.”
렉스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는 이미 하이에나 호를 출격시킨 모양이었다. “크록, 렉스 위치 파악해.”
“하이에나 호, 접근 중. 무기 시스템 가동 확인. 교전 준비 완료.”
카이는 당황했다. 이 힘을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렉스에게 이 ‘심장’을 넘겨줄 수는 없었다. 이것은 그가 여태껏 상상해온 모든 것 이상이었다.
“카이, 어서 도망쳐야 합니다! 별똥별 호의 방어막은 하이에나 호의 공격을 두 번도 버티지 못합니다!” 크록의 다급한 경고음이 울렸다.
밖에서는 이미 렉스의 하이에나 호에서 붉은 에너지 포화가 뿜어져 나와 별똥별 호의 방어막을 강타하고 있었다. 비명 같은 경고음이 조종석을 가득 채웠다. “젠장!”
카이는 조종간을 잡은 채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손에서 푸른빛이 다시 한번 일렁였다. ‘이제… 정말 이걸 써야 할 때인가.’ 그는 수정을 만지며 느꼈던 그 막대한 에너지를 떠올렸다. 그것은 마치 그의 심장 안에서 함께 뛰고 있는 듯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우주의 근원적인 흐름. 물질의 구성 요소. 에너지의 파동. 모든 것이 그의 의지 안에서 춤추는 듯했다. 그는 손을 뻗어 하이에나 호가 있는 방향으로 겨냥했다. 힘을 집중했다. 파괴가 아닌, 교란. 그는 우주의 흐름을 미묘하게 비틀었다.
렉스의 함선에서 갑자기 동력 이상 경고음이 울렸다. 함선 내부의 전등이 깜빡이고, 무기 시스템이 오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이 자식… 대체 뭘 한 거야?! 크록! 크록! 갑자기 왜 이래?! 시스템 마비!” 렉스의 당황한 목소리가 통신으로 흘러들어왔다.
“렉스, 다음엔 네 엔진을 통째로 뜯어버릴 수도 있어. 그러니까 적당히 해라.” 카이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에서 푸른빛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렉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분명 공포에 질린 것이 분명했다. 카이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얻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을 터였다.
카이는 하이에나 호의 엔진 시스템에 미약한 교란을 일으켜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한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는 별똥별 호를 몰고 세레스의 어두운 표면을 박차고 올랐다.
별똥별 호는 고요한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카이의 손바닥에서는 여전히 푸른빛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고물 사냥꾼이 아니었다. 그의 심장 속에는 고대 마법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일부가 되었고, 그의 존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광활한 우주를 올려다보며, 카이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미지의 힘이 그의 심장에 새겨진 지금, 그의 길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펼쳐질 참이었다. 잃어버린 별자리의 비밀은, 이제 그에게 새로운 우주를 열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