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의 장막이 완전히 드리워진 도시. 아까의 격전으로 아직 폐허가 된 건물 잔해들이 가로등 불빛에 섬뜩하게 비춰졌다. 세린은 망토 끝자락에 묻은 핏자국을 무심히 쓸어내렸다. 그녀의 손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마법석은, 마치 내면의 불안을 반영하듯 맥동하고 있었다.

“세린, 괜찮아? 표정이 안 좋은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지수의 목소리에 세린은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지수는 언제나처럼 명랑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지수. 그냥… 좀 피곤해서.”

세린은 애써 미소 지었지만, 입술 끝이 파르르 떨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피곤? 아니, 이건 피곤함이 아니었다. 죄책감과 혼란, 그리고… 갈망이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방금 전까지 무자비하게 베어냈던 어둠의 그림자들이 아른거렸다. 그들의 울부짖음은 마치 엘리아스의 낮은 신음 소리처럼 귓가에 달라붙었다. 그는… 어둠의 일족이었다. 인류의 적. 마법소녀들이 목숨 바쳐 막아내야 할 존재.

하지만 세린에게 엘리아스는 적이 아니었다. 밤의 장막 아래, 몰래 만났던 그 순간들. 얼음처럼 차가운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감쌀 때 느껴졌던 알 수 없는 온기.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눈동자 속에 비쳤던 외로움. 그리고… 그녀를 향한 간절함.

그 모든 것이 그녀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전 대원, 긴급 소집!”

정적을 깨고 단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마법 통신망을 통해 울려 퍼졌다. 세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또 다른 균열?

중앙 사령실. 단장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강철 같았다. 스크린에는 도시 외곽에 거대한 검은 균열이 번져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 안에서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규모의 ‘어둠의 일족’이 물밀듯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검고 흉측한 형상의 괴물들 사이로, 기묘하게 일그러진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그림자들도 보였다.

“녀석들… 드디어 전면전을 선포할 작정인가.” 단장의 목소리에 살기가 서렸다. “명심해라. 저들은 우리가 알던 그저 그런 야만적인 그림자들이 아니다. 고도의 지능을 지녔고, 우리에게 없는 힘을 지닌 존재들이다. 절대로, 절대로 방심하지 마라. 그리고… 단 한 마리도 살려 보내지 마라. 이 세상에 발붙일 자격이 없는 것들이다.”

세린의 마법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단장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을 꿰뚫었다. ‘이 세상에 발붙일 자격이 없는 것들.’ 그 말은 곧… 엘리아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때였다. 귓가에 마치 바람 소리처럼 스며드는 낮은 목소리.

*세린… 위험해. 제발… 오지 마.*

엘리아스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와 애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어디선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위험하다고? 아니, 그가 경고하고 있었다. 이 전장이 그에게도 위험하다는 건가? 아니면… 그녀에게?

세린은 고개를 들었다. 단장은 이미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명령이다. 3인 1조로 움직여라. 세린, 지수, 그리고 소율! 너희는 북동쪽 균열을 막아라!”

“…네!”

세린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마법석이 격렬하게 빛났다. 이건 임무였다. 마법소녀의 의무.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다른 목적을 품었다. 엘리아스, 그를 찾아야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전장 한복판. 격렬한 마법 공격과 어둠의 파동이 뒤섞여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세린은 필사적으로 싸우면서도, 엘리아스의 경고를 되뇌었다. 그는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적들을 꿰뚫는 일격, 그리고 순간적인 회피.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적의 공격을 피하며, 동시에 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미리 엘리아스와 약속했던 장소, 오래된 시계탑의 그림자 속으로.

“세린, 어디 가는 거야!?” 지수의 다급한 외침이 뒤따랐지만, 세린은 뒤돌아볼 수 없었다.

낡은 시계탑 아래, 부서진 돌기둥들 사이. 어둠 속에 기댄 채, 엘리아스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욱 창백했고, 그의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함께 간절함이 가득했다.

“엘리아스…!”

세린이 숨을 헐떡이며 그에게 다가서려 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 세린.” 그의 목소리는 찢어질 듯 아팠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너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 저 어둠의 일족들, 그들은… 네 동족이잖아!”

엘리아스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내 동족… 하지만 지금 그들은 조종당하고 있어. ‘그분’의 힘에 의해. 그분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존재야. 그리고… 널 노리고 있어. 마법소녀 중에서도 가장 강한 너를.”

“나를? 왜?” 세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네 안의… 잠재된 힘. 그걸 탐내고 있어. 그리고… 우리를 이용하고 있어. 두 종족 간의 전쟁을 부추겨서… 더 큰 힘을 얻으려 하고 있어.” 엘리아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절망이 깃들어 있었다. “이 모든 건… 그분의 계획이야. 우리 종족은 그저… 미끼일 뿐이야.”

그때였다. 시계탑 상층부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쉬이이익…!*

날카로운 마법의 화살이 엘리아스의 심장을 향해 맹렬히 날아들었다.

“엘리아스!”

세린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그의 앞을 막아섰다.

*콰아앙!*

방어막이 파괴되는 굉음과 함께 세린의 몸이 휘청거렸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망토가 찢어지고, 따뜻한 피가 옆구리에서 흘러내렸다.

시계탑 위, 어둠 속에 서 있는 실루엣.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익숙한 존재.

“단장…!” 세린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

단장은 차갑게 빛나는 눈동자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도 희미한 마법의 잔광이 감도는 활이 들려 있었다.

“결국… 이토록 추악한 방식으로 배신하는구나, 세린.” 단장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어둠의 일족을 감싸다니… 네가 대체 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네가 보고 있는 게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세린은 엘리아스를 보호하듯 그의 앞에 섰다. 흘러내리는 피를 애써 누르며.

“단장님, 오해예요! 엘리아스는… 그는 적이 아니에요! 이 모든 건 함정이에요!”

“함정? 네가 바로 그 함정에 빠진 거다, 어리석은 마법소녀.” 단장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이젠 네 차례다. 배신자에게는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

단장의 손에서 다시금 활이 당겨졌다. 이번에는 두 개의 화살, 강력한 마법력이 응축된 섬광이 세린과 엘리아스를 동시에 노렸다.

엘리아스는 세린의 손을 잡았다. 그의 눈동자는 절망과 함께 결연한 빛을 띠고 있었다.

“세린, 날 믿어. 도망쳐!”

그는 세린을 밀쳐내며, 스스로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몸을 던졌다.

*휘이이잉—!*

두 개의 마법 화살은 엘리아스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세린의 눈앞에서, 시간마저 멈춘 듯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갔다.

세린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마법석이 미친 듯이 발광하며, 온몸의 마력이 통제 불능 상태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엘리아스… 그가 죽는다면… 이 세상에,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순간, 세린의 몸에서 폭발적인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그녀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힘이 주변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엘리아스!!!”

그녀의 절규와 함께, 균열이 확장된 도시 위로 거대한 마법의 섬광이 터져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