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아르카디아 은하 마법 학원 : 심층의 비명

**제1화: 금지된 속삭임**

이안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천장에 매달린 홀로그램 성도를 올려다봤다. 수십 개의 은하가 푸른색, 붉은색, 보라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며 거대한 구 형태로 떠다니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압도적이었다. 아르카디아 은하 마법 학원의 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은하계 전체의 지식과 마법, 과학이 응축된 거대한 우주선 같았다.

“또 저기서 얼쩡거리네, 이안. 네 전공은 역학 마법이잖아.”

어딘가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얇은 은테 안경을 낀 셀레네가 최신 마법 공학 서적을 품에 안은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학원의 수재 중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였다.

“어어, 셀레네. 마침 잘 왔어.”

이안은 피식 웃으며 손에 들린 고서 한 권을 내밀었다. 정확히는 ‘고서처럼 보이는’ 데이터 슬레이트였다. 고대 은하 문명이 사용했던 유물이라고 학원 박물관에 전시되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낡고 바랬지만, 그 속엔 여전히 알 수 없는 정보가 가득했다.

“이게 뭔데. 또 도서관 금서 구역에서 뭘 주워왔어? 안 그래도 조교님한테 주의받았다고.”

셀레네는 한숨을 쉬며 그가 내민 슬레이트를 한 번 훑어봤다. 그녀의 섬세한 손가락이 슬레이트의 표면을 스치자, 푸른색 마력 잔류가 옅게 피어올랐다.

“단순한 마력이 아니야. 이 슬레이트… 뭔가 이상해.”

이안의 눈동자가 흥미로운 빛으로 번뜩였다. “그렇지?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어.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마치 오래된 지하 감옥에서 피어나는 냉기 같은 거 말이야.”

셀레네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하 감옥이라니. 네 환상벽은 여전하네. 하지만 이 에너지 서명… 우리가 배우는 마력과는 달라. 어떤 마도구를 스캔한 기록인가? 아니면 고대 유물의 설계도? 아무리 봐도 단순한 기록 장치는 아닌데.”

“바로 그거야. 난 이 슬레이트가 특정 구역의 ‘지도’ 같은 거라고 생각해. 아니면… 봉인된 무언가를 향한 열쇠나.” 이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의 눈은 이미 셀레네의 얼굴을 넘어, 슬레이트가 발산하는 미세한 진동을 좇고 있었다. 평소에는 감지하기 어려운, 아주 희미한 떨림. 마치 심해 속에서 울리는 고래의 노랫소리처럼, 멀고도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셀레네는 이안의 말을 무시하고 슬레이트를 좀 더 자세히 스캔했다. 그녀의 마법 지식이 응축된 마법진이 슬레이트 위를 덮고, 곧이어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이건… 고대 크로노스어? 아니, 더 오래된 언어인데? 학원에 이런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문자들은 뒤틀리고 일그러진 형태였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왠지 모르게 명확했다.

*‘…열지 마라… 심연이 너를 삼킬 것이다… 아르카디아의 심장… 균열…’.*

문장들이 완벽하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파편적인 단어들이 끔찍한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이안은 그 파편들을 조합하며 머릿속에 기괴한 그림을 그렸다. 심연, 균열, 그리고 학원의 심장…

“아르카디아의 심장이라면… 학원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마력 증폭 코어 말하는 거 아니야?” 이안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학원의 거대한 마력을 증폭하고 분배하는 핵심 시설. 학생들은 그곳을 ‘학원의 심장’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곳은 언제나 최고 등급의 출입 통제 구역이었다. 교수진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셀레네는 불안한 표정으로 슬레이트를 이안에게 돌려주었다. “이안, 이 이상은 안 돼. 이건 위험해. 학원 지하 코어는 건드려선 안 될 금지 구역이야. 괜히 헛소문만 퍼뜨리지 마.”

“헛소문? 이건 경고문이야, 셀레네.” 이안은 슬레이트를 단단히 쥐었다. “이 슬레이트는 학원 지하 코어의 특정 지점을 가리키고 있어. 그것도… 공식 지도에는 없는 은밀한 통로를.”

그는 슬레이트의 한 부분을 터치했다. 그러자 희미한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대도서관 벽 한쪽 구석에 위치한 낡은 보관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관함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낡은 금속 상자였지만, 이안의 ‘마력 감지’ 능력은 그 뒤편에서 미세하게 튀어 오르는 에너지 파동을 감지했다.

“저기에 뭔가 있어. 저 보관함 뒤에.”

셀레네는 떨리는 눈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이안, 제발… 멈춰. 괜한 일에 휘말리지 마.”

하지만 이안은 이미 그녀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 그의 심장은 미지의 스릴로 격렬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는 보관함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학원의 오랜 역사 속에 숨겨진 비밀이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이안은 홀로 움직였다. 학원 내 모든 마력 감지 센서와 인공지능 감시 시스템을 피해 은밀하게 움직이는 건 그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훨씬 예민한 마력 감지 능력과 그림자를 다루는 미약한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던 그는, 학원 곳곳의 사각지대와 센서 맹점을 귀신같이 찾아낼 수 있었다.

대도서관 구석에 위치한 낡은 보관함. 겉보기에는 단순히 버려진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곳처럼 보였지만, 이안이 슬레이트에서 얻은 정보와 자신의 마력 감지 능력을 동원하자, 그 뒤편에서 희미한 마력 보호막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학생들에게는 감지조차 불가능한 정교한 위장 마법이었다.

“역시….”

이안은 작은 그림자 단검을 소환해 마력 보호막을 조심스럽게 헤집었다. 단검이 보호막에 닿자마자, 옅은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손끝을 스쳤다. 곧이어, 보호막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보관함 뒤편의 벽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평범한 회색 벽이 아닌, 고대 크로노스어로 새겨진 복잡한 문양이 박힌 낡은 금속 문이 있었다.

문 중앙에는 손바닥 모양의 홈이 파여 있었다. 이안은 잠시 망설였다. 이 문을 여는 순간, 그는 학원의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호기심은 이미 두려움을 넘어섰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홈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 문양이 새겨진 홈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슬레이트에서 봤던 것과 같은 빛이었다. 문 전체가 희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이안의 심장은 거칠게 요동쳤다.

**— 콰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문이 옆으로 미끄러지며 열렸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빛이 아닌, 차갑고 습하며 끔찍한 어둠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치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비명소리가 압축되어 터져 나오는 듯한 기이한 진동이 이안의 귓가를 강타했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영혼까지 뒤흔드는 듯한 주파수였다.

이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문 너머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한 나선형 계단이었다. 닳고 닳은 검은 돌계단은 아래로, 아래로, 빛조차 삼켜버릴 듯한 심연으로 향하고 있었다. 계단 양옆에는 간격으로 서 있는 기둥들이 있었는데, 그 기둥들에는 알 수 없는 문양과 함께 기괴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듯했으나, 고통과 절규로 일그러진 형상들이었다.

계단 아래에서부터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마력과는 다른 것이었다. 차갑고, 습하고, 비릿한… 마치 죽은 별의 심장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은, 섬뜩한 에너지였다.

이안은 한 걸음 내디뎠다. 그의 그림자 마법이 발밑에 짙게 깔려 발소리를 지웠다. 한 발, 또 한 발. 계단을 내려갈수록 어둠은 더욱 짙어졌고, 싸늘한 기운은 살갗을 파고드는 듯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는 지점에서, 이안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었다. 거대한 통로가 나타난 것이다. 통로의 벽면은 온통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정체불명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암석 사이사이에는 푸른색의 광맥이 혈관처럼 얽혀 빛나고 있었다. 그 푸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맥박처럼 일정한 주기로 깜빡였다.

그 빛이 잠시 밝아지는 순간, 이안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통로의 끝, 푸른 광맥이 가장 밀집된 지점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은 마치 어떤 거대한 생명체가 비명을 지르며 찢어놓은 듯한 형상이었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이안이 지금까지 느껴본 어떤 마력보다도 강력하고, 광대하며, 그리고… 끔찍했다.

그리고 그 구멍 너머, 한순간 아주 희미하게 보인 것은…

거대한, 비늘 달린 촉수였다. 마치 별을 감싸 안을 만큼 거대한 괴물의 일부인 듯한 그것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듯했으나, 그 존재감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공기를 짓누르는 듯한 압도적인 존재감.

이안은 숨을 멈췄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슬레이트의 경고문이 뇌리에서 섬뜩하게 울렸다.

*‘…심연이 너를 삼킬 것이다… 균열…’.*

이것은 학원의 심장이 아니었다. 이것은… 학원 지하에 숨겨진, 살아있는 금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이안은 등 뒤에서 싸늘한 숨결을 느꼈다.

**— 쉭! —**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

이안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차가운 금속성의 무언가가 그의 목덜미를 스치며 지나갔다. 끔찍한 악취와 함께, 등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울렸다.

“찾아냈구나… 어리석은 아이여.”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차갑고 건조했지만, 그 속에 담긴 비릿한 비웃음은 이안의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어둠 속을 응시했다. 푸른 광맥의 희미한 빛이 스치는 찰나, 길고 얇은 그림자 형체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