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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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망각된 심연의 입구**

숨 막히는 정적만이 우리를 감쌌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틈새. 수만 년의 세월이 응집된 듯한 눅눅하고 텁텁한 공기가 폐부를 찔러왔다. 거대한 현무암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린 밧줄을 타고 우리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천천히 몸을 맡겼다.

“젠장, 이게 정말 고대 선인의 유적이라니. 그냥 거대한 동굴 같구만.”

류진이 투덜거렸다. 그의 음성은 어둠 속에서 울림을 타고 여러 번 되돌아왔다. 옆에서 그를 내려다보던 소요는 고개를 저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야, 류진. 이 유적은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문헌에 단편적으로만 기록된 ‘심연의 눈’이라 불리던 곳이니, 평범할 리가 없지.”

소요의 손에 들린 영기(靈器) 횃불이 희미하게 주변을 비췄다. 횃불의 푸른 빛은 밧줄을 묶어둔 닳고 닳은 쇠사슬을 따라 흔들렸다. 그 쇠사슬은 분명 인간의 기술로는 만들 수 없는 정교함과 견고함을 지니고 있었다. 옆에서 묵묵히 하강하던 무강은 아무 말 없이 아래를 응시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어둠 속으로 수백 장을 내려갔을까. 발이 닿는 곳은 축축한 바닥이 아닌, 매끈하게 다듬어진 거대한 석판이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착지했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좁은 공간. 영기 횃불이 비추는 곳마다 섬뜩한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건… 고대 천족의 문자?” 류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는 엉뚱한 면도 있지만, 타고난 천재적인 감각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다.

소요가 석벽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문자를 쓸어보았다. “그래, 맞아. 천족의 은둔 선인들이 사용하던 고문자. 이토록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니… 정말 놀라워.”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과 경외심으로 빛났다. 그녀는 고대 문헌과 유적에 통달한 학자형 수련자였다. 그녀의 지식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유적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 뭘 적어놓은 거지?” 류진이 물었다.

소요는 한참을 꼼꼼하게 문자를 해독했다. 이윽고 그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망각된 심연의 입구에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자들만이 진실을 엿볼 수 있으리라… 그림자가 춤추는 곳에서, 잃어버린 영혼의 길을 찾으라…’”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잘 모르겠어. ‘태고의 파편이…’ 이후는 마모가 심해서.”

“잃어버린 영혼의 길이라… 재밌네.” 류진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무강이 갑자기 손을 들어 우리를 제지했다.

“움직이지 마라.”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우리는 즉시 동작을 멈추고 그의 시선을 따랐다. 무강의 시선이 머문 곳은 우리가 착지했던 거대한 석판의 한가운데였다. 자세히 보니, 석판의 중앙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팔각형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가 하강하며 착지할 때, 무심코 그 위를 밟았던 것이다.

류진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함정인가?”

소요는 급히 자신의 지식을 되짚었다. “아마… 문인 것 같아. 이 문양은 고대 천족의 ‘영혼의 문’과 비슷해.”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팔각형 문양에서 푸른 빛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희미했던 빛은 순식간에 강렬해지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빛의 근원을 바라봤다. 푸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더니, 이내 거대한 벽의 한 부분이 서서히 밀려나는 것을 보았다. 굉음도, 마찰음도 없이, 너무나도 부드럽게.

벽이 완전히 열리자,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더욱 강렬한 푸른빛에 모두가 숨을 삼켰다. 안쪽은 끝없는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복도의 천장과 벽면에는 우리가 지금껏 보았던 상형문자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발광하는 문양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문양들은 일정한 패턴으로 반짝이며 마치 살아있는 별자리를 연상시켰다.

“이건… 진법(陣法)이야.” 소요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진법은 문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데…”

무강은 앞장서려던 류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무작정 들어가면 안 된다. 영력이 심상치 않다.”

과연 무강의 말대로였다. 복도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형언할 수 없는 영력의 흐름을 품고 있었다. 그 기운은 너무나 거대하고 오래되어, 마치 우주 그 자체의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류진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영력을 끌어모아 복도의 입구에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진법의 경계에 닿는 순간,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끝에서 푸른 불꽃이 튀었다. 류진은 깜짝 놀라 손을 거두었다.

“젠장, 이건 뭐지? 날카로운 칼날처럼 영력을 베어내는 느낌이었어!”

소요는 한 걸음 더 다가가 푸른 문양들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문양들의 배열과 의미를 파악하려 애썼다.

“보호 진법인 것 같아. 단순히 침입을 막는 것을 넘어, 외부의 영력을 흡수하거나 변형시키는 역할을 하는 듯해. 함부로 진입하면 심각한 영력 손실을 겪을 수도 있어.”

무강은 허리에 찬 묵직한 강철 검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럼 어떡하지?”

소요의 눈이 빛났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석벽의 고문자들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바닥에 손을 짚었다.

“‘태고의 파편이…’ 바로 이 문양을 말하는 거였어!”

그녀의 손이 닿은 곳은 석판 바닥에 희미하게 새겨진, 거대한 나뭇잎 모양의 문양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 나뭇잎 문양은 우리가 밟았던 팔각형 문양과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건… ‘생명의 수레바퀴’라 불리는 고대 천족의 봉인 해제 진법이야. 영혼의 문과 연결되어 이 유적의 진짜 봉인을 해제하는 열쇠 역할을 하는 거지.” 소요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류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간단해. 이 나뭇잎 문양에 각자의 영력을 주입해야 해. 그것도 아주 섬세하게, 조화롭게. 마치 세 개의 심장이 동시에 뛰는 것처럼.”

소요의 설명을 들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섬세하고 조화로운 영력 주입이라니. 강맹한 영력을 다루는 데는 익숙했지만, 이런 정교한 작업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세 명이 동시에.

“셋이서… 동시에… 좋아, 해보자.” 류진이 먼저 나섰다.

우리는 나뭇잎 문양의 세 개의 뾰족한 끝에 각각 손을 짚었다. 소요가 심호흡을 하며 준비 태세를 갖췄다.

“내 신호에 맞춰. 절대 서두르지 말고, 내 영력의 흐름에 맞춰줘. 마치 냇물이 모여 강을 이루듯이.”

우리는 동시에 눈을 감았다. 소요의 영력이 가장 먼저 부드럽게 나뭇잎 문양으로 흘러들어 갔다. 이어 류진의 활기찬 영력이 그 뒤를 따랐고, 마지막으로 무강의 묵직하고 강인한 영력이 합쳐졌다.

세 가지 다른 색깔의 영력이 나뭇잎 문양 안에서 뒤섞이며 오묘한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문양은 점점 더 밝게 빛나며 맥박처럼 뛰었다. 처음에는 미약했던 진동은 이내 강렬한 고동으로 변했고, 유적 전체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쿵! 쿵! 쿵!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을 뿜어내던 복도의 진법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진법의 푸른 빛이 점차 옅어지며, 그 빛줄기 사이로 희미하게 붉은색 기운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이건… 뭔가 잘못됐어!” 소요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붉은 기운은 순식간에 푸른 빛을 잠식하며 진법 전체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복도 안에서 불길하고 섬뜩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오랜 시간 봉인되어 있던 거대한 악의가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정해, 소요! 무슨 일이야?” 류진이 소리쳤다.

소요는 문양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경악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고문자를 잘못 해석했어… 생명의 수레바퀴는 동시에 작동하는 게 아니었어! 이건… 생명을 바쳐 봉인을 푸는 저주의 문양이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뭇잎 문양의 바닥에서 솟아오른 붉은 기운이 우리의 손을 타고 몸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영력이 강제로 빨려 나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크아악!” 류진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무강은 묵묵히 고통을 견디며 오히려 자신의 영력을 더욱 강하게 문양으로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것은 봉인을 해제하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핏빛으로 물든 복도에서 섬뜩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진동은 더욱 거세졌고, 우리는 거대한 어둠의 손아귀에 붙잡힌 듯 무력해졌다.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동시에, 우리의 의식 또한 희미해져 갔다.

바로 그때였다.

핏빛으로 변한 복도의 가장 안쪽 깊은 곳에서, 번쩍이는 한 줄기 금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핏빛 진법을 뚫고 우리의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그것은 작고 낡은 목각 인형이었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인형이었지만, 인형의 심장 자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은 모든 어둠을 삼킬 듯 강렬했다.

목각 인형이 우리 앞에 떨어지는 순간, 인형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 눈물은 바닥에 닿는 순간, 거대한 금빛 물결이 되어 우리를 감쌌다. 붉은 기운이 금빛 물결에 닿자마자, 마치 햇빛을 받은 안개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우리를 짓누르던 고통과 속박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우리는 눈앞의 광경에 경악했다.

목각 인형이 만들어낸 금빛 물결은 핏빛으로 변했던 복도의 진법을 서서히 원래의 푸른색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복도 가장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던 섬뜩한 기운 대신, 따뜻하고 온화한 기운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무강이 조용히 목각 인형을 주워 들었다. 인형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의 손안에서 따스한 온기를 뿜어냈다.

“이것은…” 소요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태고의 파편… 희생된 영혼의 흔적… 전설 속 ‘선인의 눈물’…!”

그녀의 시선은 목각 인형이 흘린 눈물의 자취를 따라, 다시금 푸른빛으로 물든 복도의 끝을 향했다. 그곳에는 이제 더 이상 불길한 기운 대신, 신비롭고 영롱한 푸른빛만이 가득했다. 마치 유적의 진짜 주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자, 이제 진짜 심연의 미궁으로 들어가 볼 시간인가 보군.” 류진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깊은 경외심이 서려 있었다.

우리는 망각된 유적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드디어 심연의 미궁 속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진정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