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잿빛 도시의 조각: 에피소드 1 - 낡은 그림자>

**장르:** 어반 판타지, 생존

**S #1**

**시간:** 이른 오후, 항상 흐린 하늘 아래
**장소:** 서울 도심 외곽, 폐허가 된 대형 마트 내부

[화면]
묵직한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이따금 가늘게 흩뿌리는 비가 차가운 공기를 더한다. 덩굴식물들이 뼈대만 남은 빌딩 외벽을 거미줄처럼 뒤덮고, 깨진 유리창 사이로 무성한 녹색 이파리들이 제멋대로 삐져나와 있다. 카메라는 한때 거대한 쇼핑 공간이었을 마트의 내부를 비춘다. 천장은 일부 붕괴되어 파편들이 바닥에 뒹굴고, 선반들은 뒤틀린 철골과 함께 쓰러져 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흙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느껴질 듯하다. 어둠이 짙게 깔린 내부로, 먼지 낀 희미한 햇살이 깨진 천장 틈새로 겨우 스며들어 춤춘다.

[음향]
잔뜩 부서진 유리 파편을 밟는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 바람이 빈 공간을 휘감고 도는 으스스한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인물 행동]
화면 중앙으로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온다. 낡고 헤진 카고 바지와 두꺼운 가죽 점퍼를 입었지만, 그의 몸은 단단하고 민첩해 보인다. 등에는 투박하게 개조된 배낭이 메어져 있고, 한 손에는 녹슨 철근을 쥔 채 주위를 경계한다. 그의 이름은 **이수현(20대 후반)**.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어떤 위협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끊임없이 주위를 살핀다. 그의 뒤를 따라 한 소녀가 들어선다. **김하윤(10대 후반)**. 수현과 비슷한 차림새지만 조금 더 가볍고 움직임이 재빠르다. 허리춤에는 작은 단검이, 등에는 수현보다 작은 배낭이 메어져 있다. 하윤은 가끔 멈춰서서 코를 킁킁거리거나 귀를 기울이는 등, 예민하게 주변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화]
하윤: (속삭이듯) 오빠, 여기 냄새가… 좀 이상해.
수현: (낮은 목소리로) 늘 그랬잖아. 정신 똑바로 차려. 어차피 남은 게 없을 거야.
하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예전에 ‘그 사건’ 터지기 전에 엄마가 여기 할인 많이 한다고 좋아했는데…
수현: (미간을 찌푸리며) 과거는 됐어. 앞이나 봐.

[화면]
수현이 손에 든 철근으로 바닥의 잔해들을 헤치며 걷는다. 그들의 발밑에는 부서진 진열대, 정체 모를 붉은 이끼, 그리고 썩어가는 상품들의 흔적이 뒤섞여 있다. 하윤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녀의 눈이 가느다래지더니, 이내 한 곳에 고정된다.

[음향]
하윤의 발소리가 멈추고, 잠시 정적. 먼지 날리는 소리.

[인물 행동]
하윤은 수현의 어깨를 붙잡고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수현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그들이 가리키는 곳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선반더미 뒤편, 어둠 속에 가려진 창고 입구였다.

[대화]
하윤: 저기… 안쪽에서, 뭔가… 살아있는 냄새가 나.
수현: (눈을 가늘게 뜨며) 착각일 수도 있어. 여기 남아있는 건 이제 썩은 것들뿐이야.
하윤: 아니야, 오빠. 이건 달라. 뭔가… 움직였어. 방금.

[화면]
수현은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지만, 하윤의 확신에 찬 표정에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철근을 더욱 단단히 쥐고 조심스럽게 창고 입구로 향한다. 하윤은 그의 뒤를 바싹 따른다. 좁고 어두운 통로 안으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흔들린다. 통로 벽에는 알 수 없는 붉은 문양들이 곰팡이처럼 피어 있고, 바닥에는 물기가 흥건하다.

[음향]
물 웅덩이를 밟는 ‘철퍽’ 소리. 낮게 울리는 하윤의 심장 소리 (강조).

[인물 행동]
수현이 창고 문을 조심스럽게 밀어 연다. 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간신히 열린다. 안은 예상보다 넓었고, 겹겹이 쌓인 박스들이 미로처럼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은 훼손되어 있었지만, 한쪽 구석에 쌓인 박스 더미는 비교적 온전해 보였다.

[화면]
카메라는 낡은 박스들 사이를 비춘다. 박스들 위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지만, 간간이 보이는 내용물은 식료품인 듯했다. 수현이 박스 하나를 집어 들어 날카로운 눈으로 유통기한을 확인한다. 그의 얼굴에 실망감이 스친다.

[음향]
찢어진 박스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수현의 낮은 한숨 소리.

[대화]
수현: 역시. 다 지났어.
하윤: (뒤편에서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아,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데? 어차피 이 세계에서 ‘유통기한’은 그냥 숫자놀음 아니야?

[인물 행동]
하윤이 말하며 다른 박스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오래된 통조림들이 꽤 많이 들어있었다. 통조림들은 녹슬어 있었지만, 부풀어 오른 것은 없어 보였다. 하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번진다.

[화면]
하윤이 통조림 하나를 들고 환하게 웃는다. 그 순간, 화면이 급격하게 흔들린다. 창고 깊은 곳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오고, 천장에서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음향]
**콰앙-!!** (거대한 충격음) 천장에서 떨어지는 파편 소리. 하윤의 짧은 비명.

[인물 행동]
수현이 본능적으로 하윤을 잡아끌어 뒤로 물러선다. 그의 눈은 이미 소리가 난 곳을 향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꿈틀거리는 실루엣이 드러난다.

[화면]
창고 저 안쪽, 쓰러진 선반들 사이에서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검은 액체 덩어리 같기도 하고, 무수히 많은 팔다리가 뒤엉킨 괴물 같기도 했다. 녀석의 몸체 곳곳에서는 붉고 섬뜩한 눈들이 번뜩이며 수현과 하윤을 노려본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린다. 일명, ‘침식체’.

[음향]
**크르르릉…** (낮게 울리는 괴물의 짐승 같은 울음소리) 불쾌하게 질척이는 액체 소리.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BGM.

[대화]
수현: (이를 악물고) 하윤, 도망쳐!

[인물 행동]
수현이 소리치며 철근을 양손으로 단단히 잡는다. 하윤은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곧 상황을 파악하고 배낭을 고쳐 멘다. 침식체는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처럼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다가온다.

[화면]
침식체가 꿈틀거리며 전진한다. 그 거대한 몸체가 지나간 자리에는 바닥의 붉은 이끼들이 더욱 진하게 물들거나, 검은 액체로 변해 녹아내리는 듯하다. 수현은 철근을 앞으로 내밀고 침식체와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하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결의가 동시에 비친다.

[음향]
점점 더 커지는 침식체의 질척이는 이동 소리. 수현의 거친 숨소리.

[인물 행동]
침식체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수현에게 달려든다. 그 거대한 몸체가 통로를 가득 채우자, 수현은 순식간에 몸을 날려 피한다. 철근이 허공을 가르며 허망하게 휘둘러진다. 침식체의 촉수 같은 팔다리 하나가 수현이 서 있던 벽을 강타하자, 벽이 무너지며 돌조각들이 튀어나온다.

[화면]
수현이 몸을 날려 피하는 슬로우 모션. 그의 옆으로 침식체의 촉수가 지나가며 벽을 부수는 장면. 파편들이 흩날린다. 수현의 눈동자에 섬광이 스치는 듯하다.

[음향]
**파스스-!** (수현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들리는 기묘한 소리) **쿠르릉!** (침식체의 분노한 울음소리)

[인물 행동]
수현은 쓰러진 박스들 뒤로 몸을 숨기며 간신히 자세를 잡는다. 그는 낡은 철근을 힘껏 고쳐 잡으며, 마치 무언가에 집중하는 듯 눈을 감았다 뜬다. 그의 손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화면]
수현의 손에서 흐릿한 푸른빛 에너지가 솟아나는 장면. 그의 주변에 흩어진 잔해들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듯하다. (이것이 그의 능력 ‘공간의 잔재’의 발동임을 암시) 침식체가 수현을 향해 다시 돌진한다.

[음향]
낮게 깔리는 웅웅거리는 소리. 집중하는 수현의 땀방울 떨어지는 소리.

[인물 행동]
침식체가 수현의 은신처로 다가오려는 순간, 수현이 손을 뻗어 바닥의 콘크리트 파편 하나를 조종한다. 파편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엄청난 속도로 침식체의 붉은 눈 중 하나를 향해 날아간다.

[화면]
콘크리트 파편이 마치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처럼 날아가 침식체의 눈에 박히는 장면. 붉은 눈이 터지면서 검은 액체가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침식체가 고통스러운 듯 뒤틀린다.

[음향]
**쉬이이익-!** (파편이 날아가는 소리) **퍼억!** (눈에 박히는 소리) **끼야아악-!** (침식체의 날카로운 비명)

[인물 행동]
침식체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주변의 박스들을 마구 휘둘러 부순다. 수현은 이 틈을 타 하윤에게 눈짓한다. 하윤은 이미 통조림 몇 개를 배낭에 챙겨 넣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빠르게 비상구 방향으로 내달린다.

[화면]
하윤이 가볍게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비상구로 달린다. 침식체는 아직 수현에게 집중되어 있다. 수현은 계속해서 파편들을 조종하여 침식체를 견제한다. 파편들이 침식체의 몸체를 스치고 지나가며 검은 액체를 흩뿌린다.

[음향]
**탁, 탁, 탁-!** (하윤의 가벼운 발소리) 파편들이 괴물에 부딪히는 소리.

[대화]
수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빨리 나가! 내가 뒤를 막을게!

[인물 행동]
수현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주변의 무너진 철골 구조물들을 조종한다. 녹슨 철골들이 굉음을 내며 움직이더니, 침식체의 앞길을 가로막는 벽을 형성한다. 침식체는 분노한 듯 철골들을 향해 몸을 던진다.

[화면]
철골들이 수현의 능력에 의해 억지로 일으켜 세워져 침식체를 가두는 장면. 침식체가 철골에 맹렬히 부딪히며 부수려 한다. 비상구 문이 열리고 하윤이 뛰쳐나가는 모습. 그녀는 나가면서 뒤를 돌아보며 수현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음향]
**끄아아앙-!** (철골에 부딪히는 침식체의 찢어지는 듯한 포효) **삐걱, 쾅-!** (비상구 문 닫히는 소리)

[인물 행동]
수현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 비틀거린다. 하지만 그의 눈은 아직 날카롭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비상구 문을 향해 전력으로 달린다. 침식체가 철골을 부수고 달려 나오기 직전, 수현은 간신히 비상구로 몸을 밀어 넣고 문을 걸어 잠근다.

[화면]
수현이 간신히 비상구 문을 닫고, 녹슨 빗장을 내리는 장면. 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침식체의 맹렬한 공격 소리에 문이 덜컹거린다. 수현은 벽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음향]
**쾅! 쾅! 쾅!** (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침식체의 공격 소리) 수현의 가쁘고 힘겨운 숨소리.

[인물 행동]
하윤이 수현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녀의 얼굴에는 안도와 함께 걱정이 섞여 있다.

[대화]
하윤: 오빠,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수현: (고개를 젓고는) 괜찮아… 무사히 빠져나왔어. 통조림은?
하윤: (배낭을 뒤적여 통조림 몇 개를 꺼내 보이며) 여기! 꽤 많이 건졌어!

[화면]
하윤이 꺼낸 통조림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잠시 반짝인다. 그 빛이 마치 작은 희망처럼 보인다. 수현은 통조림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들의 뒤로 비상구 문은 여전히 덜컹거리고 있지만, 이젠 그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듯하다.

[음향]
통조림 캔이 부딪히는 ‘딸그랑’ 소리. 문 건너편의 소음이 서서히 줄어든다. 바람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인물 행동]
두 사람은 비상구 계단을 천천히 내려간다. 지친 몸이지만, 그들의 발걸음에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내일을 향한 희미한 의지가 담겨 있다. 수현은 창밖으로 보이는 잿빛 도시 풍경을 잠시 바라본다. 여전히 모든 것이 폐허지만, 그 안에 피어나는 생존의 의지는 결코 꺼지지 않을 불꽃처럼 보인다.

[화면]
비상구 계단을 내려가는 수현과 하윤의 뒷모습. 창밖으로 보이는 황폐해진 도시의 전경. 무너진 빌딩들, 붉은 이끼로 뒤덮인 도로, 그리고 항상 흐린 회색 하늘. 그러나 그 모든 절망 속에서도, 두 사람의 어깨는 포기하지 않는 생존자의 고집을 드러내며 묵묵히 나아간다.

[음향]
잔잔하지만 희망을 품은 엔딩 음악이 깔린다.

[대화]
하윤: (작은 목소리로) 오늘 밤은… 좀 따뜻하게 잘 수 있겠지?
수현: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래. 아마도.

[화면]
카메라가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서서히 멀어지며, 잿빛 도시 전체를 비춘다.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이야기, 그 첫 장이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