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제1장: 잿빛 새벽**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축축한 냉기였다. 낡은 방수포 아래, 찢어진 침낭 속에서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한기. 천장을 대신하는 녹슨 함석 지붕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잿빛 여명은, 세상의 모든 색깔을 지워버린 듯 창백했다. 내가 숨 쉬고 있는 이곳이 폐허가 된 도시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풍겨오는 곰팡이와 쇠 녹 냄새가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머리맡에 놓아둔 캔 하나를 더듬더듬 찾아 손에 쥐었다. 껍데기만 남은 콘크리트 벽 너머, 저 멀리 보이는 스카이라인은 부서진 이빨처럼 들쭉날쭉했다. 한때는 화려했을 건물들의 뼈대만이 앙상하게 남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과거를 응시하고 있는 듯했다. 아, 과거라니. 그건 이제 내게도 희미한 꿈속의 풍경일 뿐이었다.

입안이 바싹 말라붙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캔을 따려 했지만, 손가락 끝이 꽁꽁 얼어버린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힘을 주자, ‘칙’ 하는 소리와 함께 캔이 열렸다. 눅눅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씹지도 않고 그대로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비릿하고 밍밍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감각. 굶주린 위장이 잠시 진정되는 것 같았지만,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물. 늘 그렇듯,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어제 아슬아슬하게 한 모금 남겨둔 페트병을 찾아 들었다. 꿀꺽, 한 모금. 아껴 마신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텅 빈 페트병을 찌그러트려 주머니에 넣었다.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이 폐허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몸을 일으키자 삭신이 쑤셨다. 며칠 전 삐끗한 발목은 여전히 시큰거렸다. 조심스럽게 방수포를 걷고 밖으로 나섰다. 싸늘한 공기가 폐부를 찌르고 들어왔다. 먼지 섞인 바람이 황량한 길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저 멀리, 한때 번화가였을 곳에서 무언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단순한 바람 소리일까, 아니면…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매일 아침마다 겪는 공포. 내가 혼자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언제든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분. 누군가 내 존재를 알게 된다면, 나의 작은 은신처가 드러난다면, 그건 곧 끝을 의미했다. 이곳은 생존을 위한 싸움터이자, 동시에 모두가 서로를 경계하는 고립된 지옥이었다.

벽에 기댄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잿빛 하늘은 여전히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해는 뜨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그저 하늘 한구석이 조금 더 밝아질 뿐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시간의 흐름은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해가 뜨고 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티느냐였다.

다시 한번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마저 멎은 듯 고요했다. 그 정적이 오히려 더 섬뜩했다. 저 너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망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

그래도 나가야 했다. 물을 찾아야 했고, 어쩌면 먹을 것을 찾을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이 작은 공간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녹슨 파이프를 더듬어 땅에 박혀 있던 쇠 막대를 뽑았다. 묵직하고 차가운 감촉이 손에 전해졌다. 어설픈 무기였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걸로 맹수를 쫓아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을 떨쳐버리며, 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었다.

오늘도, 살아남아야 했다. 그게 이 잿빛 세상에서 내가 가진 유일한 목표이자, 유일한 의미였다. 무너진 건물들의 그림자 속으로, 나는 망설이는 한 발을 내딛었다. 세상은 침묵했고,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나만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불안정하고, 불규칙하게 울리는 생명의 소리.

그리고 그때였다.
발밑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낡은 금속 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치고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고개를 숙이자, 잿빛 먼지 속에 파묻혀 있던 캔 쪼가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찌그러진 캔. 그런데 그 캔의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발로 툭 차고 지나간 것처럼.

내 심장이 발작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는 없었다. 나는 이곳을 수없이 드나들었고, 이 길목은 매번 확인하는 곳이었다.
누군가, 이곳에 왔었다.
나를 봤을까? 내가 숨어있는 곳을?

몸 안의 모든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소름. 쇠 막대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어디에 있지? 지금도 나를 보고 있을까?
정적은 더욱 깊어졌다. 숨 쉬는 소리마저 들릴까 두려워 숨을 멈췄다. 잿빛 세상은 나를 향해 침묵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들려왔다.
아주 희미하게, 저 멀리 폐건물 안쪽에서.
“끼이익… 끄으윽…”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기계가 녹슬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응시했다. 무너진 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곳.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들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무엇인가의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찾아 이곳까지 왔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 본능적인 공포가 솟구쳤다. 도망쳐야 했다.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보잘것없는 나의 은신처를 버리고,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했다.
그러나 발은 땅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나의 눈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덫에 걸린 동물이 된 것처럼, 나는 공포에 질린 채 그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저 그림자 속에 무엇이 숨어있는 걸까.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잿빛 새벽은, 이제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