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숨통을 조여오는 곳, 그곳은 비명의 메아리마저 집어삼키는 심연이었다. 한때는 찬란한 마법의 상징이자 지식의 요람이었던 ‘아르카눔 학술원’의 지하, 그 가장 깊은 곳. 우리의 발밑에서 울리는 축축한 돌바닥의 마찰음만이 이 끔찍한 정적을 깨뜨릴 뿐이었다.

“젠장, 아직도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는 겁니까?”

박준의 목소리는 희미한 마광석의 빛 아래서도 불안정하게 떨렸다. 평소 같으면 고고한 지식인의 아우라를 풍겼을 그였지만, 지금은 그저 겁에 질린 학생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의 등 뒤로, 짙은 금색의 긴 머리카락을 붉은색 끈으로 질끈 묶은 리세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마광석의 빛을 받아도 깊이를 알 수 없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수님들의 보고서엔 이 정도 깊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좌표가 틀어진 것 같아.”

나는 대답 대신 한숨을 쉬었다. 이 빌어먹을 탐사가 시작된 지 벌써 여섯 시간째였다. 겉으로는 단순한 ‘미확인 마력원 조사’ 명목이었지만, 속사정은 전혀 달랐다. 며칠 전 실종된 교환학생 ‘엘리엇’의 흔적을 찾기 위해, 우리는 교수들의 눈을 피해 이 지하 미궁으로 숨어들었다. 엘리엇은 금지된 마법 문서에 심취해 있었고, 그 문서는 언제나 이 아르카눔 지하의 ‘금기’를 언급하곤 했다.

공기는 축축하고 차가웠다. 마치 오랜 시간 썩어가는 무엇인가의 냄새와, 희미한 금속성 비린내가 섞인 듯한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밑의 돌바닥은 점차 불규칙해졌고, 벽면에서는 미끈거리는 이끼가 손바닥만큼씩 번져 있었다.

“저기… 선배. 이거, 아무리 봐도 단순한 지하수로 같지는 않습니다. 이 냄새, 꼭… 피냄새 같지 않습니까?” 박준이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마력의 흐름도 이상해.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던 안정적인 마나 흐름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건 마치, 살아있는 무엇인가가 마나를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야.”

나는 묵묵히 마광석을 든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희미한 빛이 닿는 곳,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대 아르카눔의 상형문자였다. 박준이 가까이 다가가 빛을 비췄다.

“이건… ‘삶을 주는 심장, 죽음을 부르는 뿌리’…?” 박준이 더듬더듬 문자를 해독했다. “그리고 여기… ‘오직 순수한 생명만이 제물이 될지니’… 젠장, 이게 무슨 말입니까!”

문장을 마치는 박준의 목소리에 공포가 섞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끈적한 살덩이가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듯한 소리. 이어서, 낮고 끈적한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인간의 목소리 같기도 했고, 짐승의 울음 같기도 한 기괴한 소리였다.

“…뭐지?” 리세라가 지팡이를 고쳐 잡으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작은 불꽃이 튀어 오르며 주변을 더 밝게 비추었다.

우리가 향한 곳은 거대한 철문이었다. 녹슬고 낡았지만, 그 거대한 크기만큼은 압도적이었다. 문 한가운데에는 큼지막한 자물쇠가 걸려 있었는데, 그 자물쇠는 단순한 쇠붙이가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동물의 뼈를 엮어 만든 듯한 기괴한 형상이었다. 그 뼈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이 깜빡였다.

“이런 종류의 마법 자물쇠는 처음 봐… 이건 일반적인 학술원에서 사용될 리가 없어.” 리세라가 중얼거렸다.

나는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미약한 빛을 발견했다. 망설일 틈도 없이 지팡이 끝을 문틈에 대고 ‘개방’ 주문을 속삭였다. 마법적인 저항이 느껴졌지만, 나의 마력이 충분히 강했는지, 뼈 자물쇠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산산조각 나 부서졌다.

끼이이익-!

오랜 세월 동안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 너머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빛이 아니었다. 끈적하고 역겨운 악취와 함께, 미약한 마법의 빛이 사방을 비추는 거대한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은 원형의 거대한 홀이었다. 홀의 중앙에는 수십 개의 굵은 마법 사슬이 천장에서부터 늘어져 있었다. 그 사슬들은 거대한 제단과 같은 구조물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제단 위에는 거대한 유리관이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 유리관 안에는…

“맙소사… 이건…” 박준이 토악질을 하며 주저앉았다.

유리관 안에는 거대한 존재가 담겨 있었다. 아니, 존재였다고 말해야 할까? 형태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팔과 다리가 뒤틀려 엉켜 있었고, 군데군데 튀어나온 얼굴들은 고통에 일그러진 채였다. 하지만 그 얼굴들은 놀랍게도… 인간의 것이었다. 분명히 엘리엇이 썼던 안경과 유사한 것이 그 끔찍한 육신 한가운데 박혀 있었다.

“엘리엇…?” 리세라의 목소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허공에 흩어졌다.

그리고 그때, 유리관 아래의 제단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제단 중앙에 놓인 거대한 마력석이 맥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맥동할 때마다 주변의 마나 흐름이 불안정하게 요동쳤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그 끔찍한 존재가 숨을 쉬기 시작하는 것처럼.

나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홀의 사방 벽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유리관들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작고 어린, 형태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끔찍한 생명체들이 가득했다. 어떤 것은 팔만 수십 개였고, 어떤 것은 머리만 가득했으며, 어떤 것은 단순한 살덩이에 눈만 박혀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마법 실험이 아니었다. 금지된 생명 연성, 혹은 생체 마법… 그 모든 금기를 뛰어넘는 끔찍한 일이었다. 마치 이 아르카눔 학술원의 지하 전체가, 거대한 생체 연구실이자,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같았다.

콰아앙-!

갑자기 거대한 진동이 홀 전체를 강타했다. 천장에서 돌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거대한 유리관 안의 존재가 꿈틀거렸다. 셀 수 없이 많은 팔다리가 유리관 벽을 긁어대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도망쳐야 해!” 리세라가 소리쳤다.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 지하는… 살아있는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유리관 바닥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붉은 마력석의 맥동은 점점 더 격렬해졌고, 홀 전체에 기괴한 울음소리가 가득 찼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금이 유리관을 가로질렀다. 끈적한 액체와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뒤틀린 팔다리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것은 단순히 유리를 깨고 나온 것이 아니었다. 유리관 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피부처럼 찢겨나가며, 그 안의 존재가 기지개를 켜듯 몸을 일으키는 듯 보였다.

우리가 서 있는 곳, 그 지하 깊은 곳의 진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르카눔 학술원은 지식의 상아탑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먹이 사슬의 가장 꼭대기에서, 가장 순수한 생명을 탐하는 끔찍한 존재를 키워내고 있었다.

그 존재가, 비로소 눈을 떴다.
그리고 수십 개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는 비명 같은 포효가, 우리의 영혼마저 찢어발기는 듯했다.

“…이런 젠장.”

내 입에서 나온 것은, 그저 절망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