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검은 돌멩이

이른 오후의 햇살이 ‘시간의 흔적’ 골동품 가게의 먼지 낀 유리창을 비집고 들어와, 공중에 부유하는 미세한 입자들을 찬란하게 수놓았다. 지후는 낡은 작업용 앞치마를 대충 동여매고 눅눅한 걸레를 든 채 진열장 사이를 터벅터벅 걸었다. 그의 일은 매일 똑같았다. 물건들을 닦고, 재배치하고, 가끔은 정체불명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는 것. 오늘따라 손님은 그림자도 비추지 않았다. 고요함 속에서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소리와 천장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물방울 소리만이 지루한 일상을 긁었다.

“이봐, 지후. 저 안쪽 창고 구석에 박스 몇 개 치워야 할 거야.”

뒤편에서 김영감의 텁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영감은 이 가게의 주인이자, 지후의 고단한 아르바이트 생활에 유일하게 말을 거는 사람이었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잔소리거나 지시였다.

“또요? 지난주에 다 치웠는데요.”

지후가 투덜거렸지만, 김영감은 이미 신문 속으로 고개를 박은 채였다. 지후는 한숨을 쉬며 랜턴을 챙겨들었다. 창고는 가게보다 훨씬 더 깊은 먼지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한 곳이었다. 빛 한 점 없는 곳, 발이 닿는 곳마다 미지의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랜턴 불빛이 닿는 곳마다 희한한 모양의 도자기, 빛바랜 액자, 이빨 빠진 목각 인형들이 기괴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창고 가장 안쪽, 거미줄이 자욱한 구석에 정말로 낡은 나무 상자 몇 개가 웅크리고 있었다. 상자는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듯했다. 뚜껑을 열자, 시큼하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쏟아져 나왔다. 깨진 조각상, 녹슨 철제 도구, 너덜너덜한 종이 뭉치들. 지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용물을 뒤적였다. 이걸 언제 다 분류한단 말인가.

손을 뻗어 제일 먼저 잡힌 건, 흙이 잔뜩 묻어 검게 변색된 조약돌 같은 물건이었다. 겉모습은 평범한 돌멩이와 다를 바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손에 쥐자마자 싸늘한 냉기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지후는 호기심에 돌멩이의 흙을 털어냈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매끄러운 표면의 검은 돌이었다. 크기는 어른 주먹만 했고, 아무런 장식도 무늬도 없었다. 그저 새까만, 흡사 심연을 품은 듯한 색깔의 돌덩이였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미묘하게 다른 감각이 지후의 손끝을 자극했다. 너무나 매끄러워서 도리어 칼날처럼 예리하게 느껴지는 그런 감각.

“이게 뭐야, 그냥 돌멩이잖아?”

지후는 중얼거렸다. 보물찾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고작 돌멩이라니. 그는 무심코 엄지손가락으로 돌멩이의 한 부분을 강하게 문질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순간이었다.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돌멩이의 검은 표면에 가느다란 균열이 생겼다. 지후는 깜짝 놀라 손을 놓을 뻔했지만, 돌멩이는 신기하게도 부서지지 않고 손바닥에 달라붙어 있었다. 균열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순식간에 돌멩이 전체로 퍼져나갔고, 이내 그 틈새로 눈부신 푸른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빛에 눈을 가늘게 뜬 지후의 망막에는, 푸른빛 속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낯선 형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고대의 문자들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상징들 같기도 했다. 동시에 차가웠던 돌멩이에서 믿을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쳐 올랐다. 손바닥이 화끈거렸다. 아니, 단순한 열기가 아니었다. 온몸의 신경망을 따라 흐르는, 전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거대한 에너지의 파동이었다.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리고, 머릿속은 알 수 없는 이미지와 소리로 가득 찼다.

마치 아주 오래된 기억들이 깨어나듯, 잊혔던 문들이 활짝 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으윽!”

지후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돌멩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돌멩이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부딪히며 ‘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쪽으로 갈라졌다. 푸른빛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는 이제 더 이상 검은 조약돌이 아니었다. 깨진 단면에서는 검은색이 아닌, 심연의 푸른색을 띠는 작은 수정 조각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정의 중심부에는, 마치 잠든 눈동자처럼 미세하게 빛나는 점이 박혀 있었다.

지후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손바닥에는 균열이 생겼던 자리 그대로 길고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깨진 돌멩이의 한 조각을 주워 들었다. 차가움과 뜨거움, 푸른빛과 알 수 없는 형상들, 그리고 온몸을 휘감았던 거대한 에너지. 꿈이었을까? 환각이었을까?

“…설마.”

그때였다. 창고 저편, 수십 년 동안 묵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고정되어 있던 녹슨 쇠붙이가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아주 미세하게 옆으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바람 탓인가 싶었지만, 창고 안은 지독하게 고요했다.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았다.

지후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은 쇠붙이의 움직임에서 깨진 돌멩이, 그리고 다시 자신의 손바닥으로 향했다. 붉게 달아오른 손바닥에서 아직도 미약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내가…… 뭘 한 거지?”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손에 든 검은 돌멩이 조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저 지루하고 반복되던 그의 일상에,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균열이 생겨난 순간이었다. 마치 세상의 굳건한 벽에 작지만 깊은 금이 간 것처럼. 그리고 그 틈새로, 아주 오래전부터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속삭이는 듯했다.

이것은 시작일까? 아니면 그저 하찮은 사고일 뿐일까? 지후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의 삶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이었다. 깨진 돌멩이 조각이 그의 손 안에서 어둠 속을 헤매던 희미한 등불처럼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