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혀진 심연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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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어둠 속으로**
**[장면 1]**
**[패널 1]**
**[어두운 동굴 내부, 눅눅한 공기가 가득하다. 강지혁(30대 후반)과 윤세아(30대 초반)가 머리 위 랜턴 불빛에 의지해 좁은 통로를 걷고 있다. 지혁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광기 어린 기대감이 서려 있고, 세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통로의 벽면은 젖어 있고, 드문드문 거친 암벽화의 흔적이 보인다.]**
**지혁:** (숨을 헐떡이며) 여기가… 우리가 찾던 그 문명이 남긴 마지막 숨결이야. 느껴져? 이 공기 속에 흐르는 압도적인 존재감…
**세아:** (싸늘하게) 느껴지는 건 습기와 곰팡이 냄새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지나친 흥분 상태요. 벌써 7시간째 쉬지 않고 이동 중이에요. 고고학이 아니라 극기훈련을 온 것 같습니다.
**[패널 2]**
**[지혁이 갑자기 멈춰 서서 랜턴을 한 곳에 비춘다. 희미하게 조각된 벽화의 일부가 드러난다. 거칠지만 분명한, 인간 형상의 그림들이 춤추듯 새겨져 있다.]**
**지혁:** 봐, 세아. 이 통로가 이어진다는 건,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는 증거야. 여긴… 아마도, 그들의 가장 성스러운 장소였을 거야. 아니면… 가장 금기시된 곳이었거나.
**[패널 3]**
**[세아의 시선이 벽화를 따라 이동한다. 춤추는 인간 형상들 뒤로, 기이하게 일그러진 얼굴들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다. 그 얼굴들은 슬퍼 보이기도,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혹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하다.]**
**세아:** (낮은 목소리로) 그림이… 이상하네요. 보통의 제의(祭儀) 벽화와는 달라요. 뭔가… 광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보입니다. 의식이 아니라, 흡사 고통스러운 행위 같아요.
**<지혁 독백>**
*그래, 바로 이거야. 이 미쳐버릴 것 같은 충동. 내가 옳았어. 모두가 비웃었던 내 가설이 틀리지 않았어.*
**[패널 4]**
**[지혁의 눈빛이 더욱 이글거린다. 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통로 끝의 무언가를 발견한 듯 빠르게 걸어간다.]**
**지혁:** 서둘러! 저기… 저 끝에 뭔가 있어! 폐쇄된 공간이야!
**세아:** (작게 한숨을 쉬며) 제발, 당신의 성급함이 또 다른 재앙을 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패널 5]**
**[지혁이 거대한 암벽 앞에 멈춰 선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거대한 바위들이 얽혀 입구를 막아둔 것처럼 보인다. 그 사이사이에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다.]**
**지혁:**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드디어… 드디어 찾았어. 막혀 있어. 하지만, 이 문자는… 분명 입구를 봉인해 둔 거야!
**[패널 6]**
**[세아가 다가가 랜턴으로 바위에 새겨진 문자를 비춘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진다. 평소 보던 고대 문자와는 다른, 이상한 곡선과 기호들이 뒤섞여 있다.]**
**세아:** (중얼거리듯) 으음… 이 문체는 처음 보는군요. 기존에 알려진 어떤 고대 문명과도 일치하지 않아요. 봉인…이라기보다는, 경고에 가깝네요.
**지혁:** 경고? 뭐라고 쓰여 있는데?
**세아:** 아직 정확히는… 해독이 필요하지만… 단어들이 불길해요. ‘망각’, ‘심연’, ‘침묵’… 그리고… ‘거울’이란 단어가 반복됩니다.
**<지혁 독백>**
*망각? 하, 기가 막히는군. 이 정도쯤은 되어야 미지의 문명이라 부를 수 있지.*
**[패널 7]**
**[지혁이 아무 망설임 없이 바위를 막고 있는 틈새로 손을 뻗어 밀어본다.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작은 틈이 생긴다. 그 틈새로 암흑보다 더 깊은 어둠이 비어져 나온다. 그리고 정체 모를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스친다.]**
**SFX: 즈으윽… (암석이 마찰하는 소리)**
**세아:** (놀라서) 잠깐만요! 무작정 열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지혁:** (피식 웃으며) 위험이 없으면 탐사가 아니지.
**[패널 8]**
**[지혁이 전력을 다해 바위를 밀어낸다. 굉음과 함께 좁은 통로가 열린다. 안쪽은 완전히 암흑이다. 랜턴 불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깊이를 암시한다. 그 틈새로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무언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혹은, 환청인가.]**
**SFX: 쿠구구궁! (바위가 구르는 소리)**
**SFX: 흐으으읍… (차고 건조한 바람 소리)**
**SFX: (아주 희미하게) …속삭임…**
**세아:** (몸을 움츠리며) …무슨 소리 안 들리세요?
**지혁:** (귀를 쫑긋 세우더니) …아니? 아무것도. 자, 들어가자! 역사적인 순간이야!
**[패널 9]**
**[지혁이 먼저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의 실루엣이 순식간에 어둠에 잠식된다. 세아는 한숨을 쉬며 랜턴을 고쳐 잡고 뒤따른다. 그녀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세아:** …제발 아무 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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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패널 10]**
**[어둠이 걷히고 거대한 원형 공간이 드러난다. 돔 형태의 천장은 아득히 높고, 사방의 벽면은 온통 기이한 색채의 벽화로 뒤덮여 있다.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석판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기묘한 형상의 검은 돌덩어리가 비스듬히 놓여 있다. 랜턴 불빛이 휘청이며 섬뜩한 그림자를 만든다.]**
**지혁:** (경외심 어린 탄성을 내뱉으며) 세상에… 믿을 수가 없어. 완벽해. 이 규모와… 보존 상태가…
**[패널 11]**
**[지혁이 석판 중앙의 검은 돌덩어리에 다가간다. 그것은 일반적인 암석과는 다르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응축된 어둠 그 자체가 응고된 것처럼 매끄럽고, 빛을 삼키는 듯한 검은색을 띠고 있다. 돌덩이 표면에는 역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지혁:** (손으로 돌덩이를 어루만지며) 이 재질… 전혀 느껴본 적이 없는 물질이야. 무엇보다… 이 문양! 벽화와 같은 문양인데, 훨씬 정교하고 생생해!
**[패널 12]**
**[세아는 돌덩이보다는 벽화에 집중한다. 그녀의 시선이 벽화의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바닥까지 천천히 훑는다. 벽화는 기괴한 형상들이 얽히고설킨 춤을 추는 듯한 모습에서 시작하여, 점차 고통과 광기로 물든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응시하는 거대한 눈동자들로 변해간다.]**
**세아:** (목소리에 힘이 풀린 듯) …이건… 역사가 아니에요. 신화도 아니고. 이건… 경고문이에요. 거대한 경고문. 이 장소는…
**[패널 13]**
**[벽화의 한 부분이 확대된다. 수십, 수백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 시선은 패널을 뚫고 보는 이의 심장까지 관통하는 듯하다.]**
**세아:** (주춤거리며) …봉인된 재앙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 눈동자들… 마치 이 장소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듯해요. 그리고… 그 시선이 가리키는 곳은…
**[패널 14]**
**[세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지혁이 서 있는, 중앙의 검은 돌덩이다.]**
**세아:** …당신이 만지고 있는 저 돌덩이. 저것이 핵심이에요. 이 벽화의 모든 서사가 저것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어요. ‘거울’이라는 단어와 ‘망각’이라는 단어가 겹쳐집니다.
**[패널 15]**
**[지혁은 세아의 말에는 아랑곳없이 돌덩이 표면의 문양을 연필로 종이에 베껴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고, 눈빛은 이미 돌덩이와 벽화에 완전히 사로잡힌 듯하다. 그는 세아의 경고를 듣지 못하는 것 같다.]**
**지혁:** (흥분해서 중얼거린다) 이 문양… 이 반복성… 뭔가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단순한 기록이 아니야. 이건… 이건 일종의 ‘장치’야!
**<세아 독백>**
*아니, 이건… ‘덫’이에요. 지혁 씨는 이미 함정에 걸려들고 있어.*
**[패널 16]**
**[세아는 벽화의 가장자리에 새겨진 작은 문장들을 집중해서 본다. 그녀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흔들린다. 문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세아:** (머리를 흔들며) 이상해… 이 문자들의 배열이… 언어라기보다는… 음계나, 진동 패턴에 가까워요. 어떤 소리를 유도하는 듯한…
**SFX: (아주 희미하게) …속삭임… (환청처럼 들릴락 말락)**
**세아:** (뒤를 돌아보며) …누구 있어요?
**[패널 17]**
**[텅 빈 공간. 랜턴 불빛이 흔들리며 벽화의 그림자들을 일렁이게 한다.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 세아는 목 뒤로 차가운 공포를 느끼며 몸을 떨지만, 지혁은 여전히 돌덩이에 몰두해 있다.]**
**지혁:** (종이에 연필을 긁는 소리) 거의 다 됐어. 이 문양만 해독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질 거야.
**[패널 18]**
**[세아가 다시 벽화로 시선을 돌린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벽화의 깊숙한 곳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듯한 작은 얼굴이 보인다. 그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고, 입술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듯하다. 그 형상이 세아의 눈동자에 투영되어 번져나간다.]**
**<세아 독백>**
*아니… 저건… 나를 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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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패널 19]**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지혁은 돌덩이 앞에서 노트와 연필을 든 채 거의 몸을 구부린 채 미친 듯이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머리카락은 땀으로 축축하고, 눈은 충혈되어 있다. 그의 주변으로 희미한 그림자들이 흔들리는 듯하다.]**
**지혁:** (거친 숨소리) 그래, 이거야… 이게 해답이야… 모든 역사가 여기 담겨 있어. 나는… 나는 이 모든 걸 밝혀낼 거야!
**<지혁 독백>**
*이번엔 실패하지 않아. 다시는 그 굴욕을 겪지 않을 거야. 그 빌어먹을 ‘환각’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던 그때와는 달라. 이번엔… 완벽해.*
**[패널 20]**
**[세아는 벽화에서 한 발짝 떨어져 앉아, 고대 문자가 새겨진 자신의 태블릿 PC를 노려보고 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끊임없이 고개를 젓는다. 태블릿 화면에는 복잡한 문자열이 번개처럼 지나가고 있다.]**
**세아:** (작게 신음하며) 불가능해… 이 문자들은… 어떤 논리적인 배열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마치… 마음을 휘젓는 소용돌이 같아. 이 해독 시스템이 오류를 뿜어내고 있어.
**[패널 21]**
**[세아의 귀에 아까보다 선명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마치 바로 귓가에서 말하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불길한 속삭임.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팔을 비빈다.]**
**SFX: 스으으… (귓가에 들리는 듯한 속삭임)**
**세아:** (지혁을 돌아보며) 지혁 씨! 정말 아무것도 안 들려요? 뭔가… 계속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패널 22]**
**[지혁은 세아의 부름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의 눈은 이미 벽화의 한 점에 고정되어 있다. 그는 마치 벽화 속 인물들과 대화라도 하는 듯, 혼자 중얼거리다가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은 기쁨보다는 불안에 가깝다.]**
**지혁:** (혼잣말처럼) 그래, 보이지? 네가 감춰왔던 모든 것… 내가 다 찾아낼 거야. 다시는 사라지지 않아.
**<세아 독백>**
*아니, 저건… 지혁 씨가 아니야.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아.*
**[패널 23]**
**[세아는 불안한 시선으로 지혁과 벽화를 번갈아 본다. 그녀는 다시 태블릿에 집중한다. 시스템의 오류 메시지 속에서, 한 문장이 반복적으로 깜빡인다. 그리고 그 문장이 세아의 뇌리에 박힌다.]**
**세아:** (태블릿 화면을 노려보며) …거울 속의 너 자신을 들여다보라… 모든 망각은… 새로운 형상이 된다…? 이게 무슨…
**[패널 24]**
**[세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지혁을 돌아본다. 지혁은 어느새 돌덩이에서 멀어져 벽화의 가장 깊숙한 곳, 수많은 눈동자들이 자신을 응시하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손이 벽화의 표면을 쓸어내린다. 그의 등 뒤로,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그림자 하나가 길게 늘어서 그를 삼키려는 듯 보인다.]**
**세아:** (다급하게) 지혁 씨! 멈춰요! 그 벽화는… 단순히 그림이 아니에요! 이건… 의식을 위한 설계도에요!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는!
**[패널 25]**
**[지혁이 세아의 외침에도 아랑곳없이 벽화의 특정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의 눈이 광기로 번뜩인다. 그곳에는 거대한 눈동자들 사이로, 이제는 선명하게, 지혁 자신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채 새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혁:** (환하게 웃으며, 하지만 그 웃음은 섬뜩하다) 찾았어! 드디어 찾았어! ‘나’… 내가 여기에 있었어!
**[패널 26]**
**[지혁이 벽화를 만지던 손을 놓는 순간, 그의 몸이 휘청거리며 쓰러진다. 그의 눈은 여전히 벽화를 응시하고 있고, 입가에는 기괴한 미소가 번져 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세아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지혁:** (속삭이듯, 하지만 분명하게) …드디어… 깨어났어…
**세아:** (얼어붙은 채) 지혁… 씨?
**[패널 27]**
**[쓰러진 지혁의 뒤로, 벽화의 수많은 눈동자들이 일제히 세아를 향한다. 벽화 속의 기괴한 형상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착각에 빠진다.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알아들을 수 없는 수많은 속삭임이 메아리친다. 세아는 패닉에 빠진 채 뒤로 주춤거린다.]**
**SFX: (수많은 목소리의 합창처럼) …속삭임… 속삭임… 속삭임…**
**세아:**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듯) 아니야…! 이건… 아니야!
**[패널 28]**
**[세아의 눈앞에 쓰러진 지혁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은 공허하지만,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 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 속에, 벽화의 수많은 눈동자들이 축소되어 반사되는 듯하다. 그 눈동자들이 모두 세아를 응시한다.]**
**[최종 패널]**
**[세아가 혼자 남겨진 거대한 원형 공간. 그녀의 랜턴 불빛이 흔들리며 벽화의 그림자들을 더욱 섬뜩하게 만든다. 수많은 눈동자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쓰러진 지혁은 마치 제단에 바쳐진 제물처럼 보인다. 공간 전체에 퍼져나가는 속삭임은 이제 단순한 환청이 아닌, 공간 자체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세아는 숨조차 쉬기 힘든 공포에 질려, 다음 행동을 할 수조차 없는 상태다.]**
**SFX: (공간 전체를 채우는 듯한 거대한 속삭임) …우리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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