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살점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끈적한 피가 마른 입술에 달라붙었다. 숨통을 조여오는 먼지 섞인 공기 속에서, 이현우는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 아래에 겨우 몸을 쑤셔 넣었다. 찢어진 팔뚝에서 울컥울컥 솟구치는 피가 바닥에 흥건히 고였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검붉은 얼룩이 시야를 가렸다.

밖에서는 놈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빗발처럼 쏟아졌다. 날카로운 손톱이 긁히는 소리,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좁은 은신처를 채웠다. 놈들의 불쾌한 체취가 금방이라도 이 현우의 폐부를 꿰뚫을 듯 덮쳐왔다. 살아있는 지옥. 이곳이 바로 그 지옥의 한복판이었다.

“젠장… 젠장!”

이현우는 이를 악물었다. 살아야 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죽는 건 너무 억울하고, 너무 분했다. 무엇보다, 아직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세상이 무너진 지 육 개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뜯어먹고, 도시는 비명과 핏물로 물들었다. 그런 아비규환 속에서도 이현우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살아남은 동료들과 함께 발버둥 쳤다. 그 중에서도 가장 믿었던 동료가 있었다.

강민준.

그때는 우리 모두가 한 줌의 희망에 매달려 있었다. 물과 식량을 찾아 폐허를 헤매고, 굶주린 짐승 떼 같은 놈들의 습격에 맞서 싸웠다. 민준은 언제나 침착하고 이성적이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번뜩이는 잔머리로 탈출구를 찾아냈고, 지친 동료들을 독려했다. 그는 현우에게 단순한 동료를 넘어선, 형제 같은 존재였다. 서로의 등을 맡기고 잠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현우야, 여기라면 좀 안전할 거야. 우리가 찾던 곳이 분명해.”

일주일 전, 무너진 지상에서 간신히 찾아낸 지하 벙커 입구에서 민준은 그렇게 말했다. 굳게 닫힌 강철문 너머에 희망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 곳에 가면 놈들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 약속은 거짓이었다.

벙커로 가는 길은 함정투성이였다. 어둡고 좁은 통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갔을 때였다. 희미한 불빛 너머에서 놈들의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적어도 스무 마리, 아니 그 이상이었다.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굶주린 시체 떼에 일행은 순식간에 포위됐다.

“민준아! 이쪽이야! 이 문만 열면 돼!”

이현우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눈앞에 보이는 비상구 문을 향해 달려가며, 뒤따라오는 민준을 돌아봤다. 민준은 이미 그의 뒤에 바싹 붙어 있었다. 현우가 문고리를 잡아 비틀려는 순간, 민준의 손이 현우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야! 뭐 하는… 으읍!”

날카로운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이현우의 뒤통수가 아찔해졌다. 무언가로 얻어맞은 듯, 눈앞이 새하얘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의 몸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쓰러지는 와중에도 현우는 본능적으로 민준을 돌아봤다.

민준은 싸늘한 눈으로 현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묵직한 쇠 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현우를 때린 게 분명했다. 민준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경멸과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열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미안하다, 현우야. 너라도 여기서 시간을 벌어줘야 우리가 살 수 있어.”

그 말과 함께 민준은 현우의 몸을 발로 걷어찼다. 이미 정신이 혼미한 현우의 몸은 놈들이 우글거리는 통로 한가운데로 굴러 떨어졌다. 놈들이 굶주린 눈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아악!”

날카로운 이빨이 살점을 파고드는 고통에 이현우는 비명을 질렀다. 놈들의 손톱이 그의 팔뚝을 찢었다. 그러나 더 아픈 것은, 심장을 찢는 듯한 배신감이었다. 믿었던 친구의 싸늘한 눈빛, 비열한 미소. 죽음보다 더 잔혹한 순간이었다.

민준은 현우가 놈들에게 덮쳐지는 것을 잠시 지켜보더니, 이내 비상구 문을 열고 사라졌다. 뒤이어 닫히는 육중한 문 소리가 현우의 귓가에 맴돌았다. 마치 그 소리가 그의 인생의 마지막 장을 닫는 종착역처럼 느껴졌다.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 수십 마리의 놈들에게 뜯어 먹히고, 이름 없는 시체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몸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지독한 분노가 그를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냈다. 놈들의 이빨에 뜯겨나가면서도, 그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피가 철철 흐르는 팔을 휘둘러 놈들을 쳐내고, 비상구 문이 닫히기 직전, 몸을 비틀어 놈들의 틈새를 비집고 겨우 탈출했다.

그 이후, 그는 홀로 이 지옥 같은 폐허를 헤매고 있었다. 찢어진 팔뚝의 상처는 곪아 터지기 직전이었고, 온몸은 탈진과 고통으로 신음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살아있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복수를 갈망하는 눈이었다.

이현우는 부서진 잔해 아래에서 기어 나왔다. 놈들의 움직임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그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그의 앞에는 여전히 놈들의 붉고 검은 군대가 우글거렸다. 하지만 이제 그의 눈은 더 이상 공포에 질려 있지 않았다.

“강민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피와 흙먼지로 뒤범벅된 얼굴은 처절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네 놈은 내 손으로, 반드시 죽인다.”

이현우는 쇠 파이프가 사라진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대신 잡힌 것은, 눅눅한 흙먼지가 잔뜩 묻은 녹슨 칼이었다. 부러진 칼날은 그의 손아귀에 딱 들어맞았다. 그는 칼을 쥐고 다시 일어섰다.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고,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놈들에게 뜯어 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강민준.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그의 심장은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뜨거워졌다. 복수. 오직 그 하나의 단어만이 그를 살아있게 했다.

그는 피 묻은 칼을 꽉 움켜쥐고, 놈들의 심장부를 향해 무모한 돌격을 시작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자의 광기 어린 눈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