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잿빛 모래바람이 지독한 황토색 먼지를 뿌렸다.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위로 태양은 피멍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폐허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거인의 시체 같았다. 이곳에서는 숨조차 사치였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쇳내 섞인 흙먼지가 폐부를 긁어댔지만, 김진은 익숙한 듯 둔감해져 있었다.

그의 분신이자 유일한 동반자인 구형 작업용 메카, ‘골리앗’이 삐걱거리는 금속음과 함께 느릿하게 전진했다. 원래는 폐허에서 쓸만한 자재를 회수하는 용도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그의 생존을 책임지는 유일한 갑옷이자 주택, 그리고 때로는 무덤이었다. 낡은 철골 프레임은 여기저기 덧댄 고철판으로 얼룩져 있었고, 기름때 묻은 조종석 안은 스크린의 희미한 불빛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젠장, 오늘도 비었다니.”

진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스캔 화면에 나타난 폐건물의 잔해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물 한 모금, 부서진 건전지 한 알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사흘간의 수색은 무의미했다. 식량은 바닥을 보였고, 골리앗의 에너지 셀도 절반 이하였다. 이대로라면 다음 탐색 지점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몰랐다.

골리앗의 육중한 발이 낡은 도로의 균열을 밟고 지나갈 때마다 둔탁한 진동이 조종석을 울렸다. 진은 닳아빠진 팔 조종간을 고쳐 잡았다. 수십 년 전, 대붕괴 이후 인류는 지하로 숨어들거나, 진처럼 지상에 남아 폐허를 헤매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지하 거주민들은 지상 생존자들을 ‘벌레’라 불렀고, 지상 생존자들은 그들을 ‘미치광이’라 칭했다. 어느 쪽이든, 진에게는 먼 세상 이야기였다. 그의 현실은 늘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버텨내는 것이었다.

“좌측 5도, 반응 감지.”

조종석의 스피커에서 무미건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진의 눈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스캔 화면의 점이 미약하게 깜빡였다.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변이체? 아니면 다른 생존자? 이런 황무지에서 움직이지 않는 반응은 대개 덫이거나, 이미 죽은 것이었다.

진은 골리앗의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를 경계했다. 낡은 스캐너는 정밀도가 떨어졌다.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제 눈과 귀, 그리고 수년간의 경험뿐이었다. 찢어진 방풍창 너머로 잿빛 모래바람이 시야를 가렸다. 침묵이 모래 먼지처럼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쉬이이익!

아무것도 없던 지평선 너머에서 회색빛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시속 백 킬로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속도. 기괴하게 뒤틀린 육체가 네 다리로 빠르게 기어왔다. 거대한 사마귀를 닮은 몸체는 녹슨 칼날처럼 빛나는 외골격으로 덮여 있었다. ‘재빠른 사냥꾼’이라 불리는 변이체였다. 녀석들은 폐허 속 숨어있는 생존자나, 고장 난 메카를 노리는 가장 성가신 포식자였다.

“제기랄, 이번엔 제대로 걸렸군!”

진은 본능적으로 조종간을 당겼다. 골리앗의 팔에 장착된 낡은 전기톱이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윙-하는 굉음이 황무지를 갈랐다. 재빠른 사냥꾼은 망설임 없이 골리앗을 향해 돌진했다. 녀석의 앞발이 낡은 철판을 향해 뻗어왔다. 그 날카로운 발톱은 웬만한 강철도 찢을 수 있었다.

콰앙!

진은 간발의 차로 골리앗의 팔을 들어 막았다. 날카로운 발톱이 긁고 지나간 자리에 깊은 흠집이 생겼다. 방어막 에너지가 빠르게 감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은 이를 악물었다. 한 번이라도 더 허용했다간 에너지 셀이 바닥날 터였다.

골리앗의 육중한 몸을 간신히 돌려 전기톱을 휘둘렀다. 녀석은 재빠르게 피했지만, 진은 예상했다는 듯 다음 움직임을 계산했다. 골리앗의 발로 땅을 세게 박차고 옆으로 한 발짝 물러서는 동시에 전기톱을 대각선으로 크게 휘둘렀다.

쉬이이익! 끼이이잉!

회전하는 칼날이 재빠른 사냥꾼의 앞다리를 스쳤다. 녀석의 외골격에서 끔찍한 마찰음이 터져 나오며 파편이 튀었다. 그러나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녀석은 더욱 격렬하게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진은 다시 방어했다. 콰앙, 콰앙! 연이은 공격이 골리앗의 팔을 강타했다. 조종석이 흔들리고 경고음이 울렸다.

“젠장, 이대로는 안 돼!”

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골리앗의 등에 매달린 녹슨 포대에서 탄환 한 발을 장전했다. 이 비상용 탄환은 아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조준경에 재빠른 사냥꾼의 움직임을 맞추기 위해 조심스럽게 팔을 움직였다. 녀석은 쉴 틈 없이 골리앗의 약점을 노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진은 잠시 호흡을 멈췄다. 그리고, 녀석이 다음 공격을 위해 잠시 멈칫하는 찰나.

콰앙!

낡은 포대가 불을 뿜었다. 육중한 철갑탄이 굉음과 함께 튀어나갔다. 재빠른 사냥꾼은 피할 틈도 없이 탄환에 정통으로 맞았다. 녀석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잠시 경련하던 몸뚱이는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진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스캔 화면에서 재빠른 사냥꾼의 반응이 사라졌다. 승리. 그러나 동시에 커다란 손실이었다. 비상용 탄환을 한 발 썼고, 골리앗의 방어막 에너지는 바닥을 보였다. 팔 부분의 장갑판은 완전히 뜯겨 나가 내부 전선이 노출되어 있었다.

“오늘도… 겨우 살아남았군.”

진은 텅 빈 물통을 만지작거렸다. 갈증이 목을 태웠지만, 물은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골리앗의 손상된 팔을 수리하는 동안, 오늘 저녁 폐허에서 찾아낸 변이체의 고기를 구워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비릿하고 질긴 맛, 그리고 알 수 없는 독성을 감수해야 했다.

창밖으로 붉은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진은 다시 조종간을 잡았다. 저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도시의 잔해들이 보였다. 그곳에 무엇이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식량, 어쩌면 더 큰 위험.

그러나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생존은 지독한 습관이었고, 삶은 멈추지 않는 전진이었다.

“가자, 골리앗.”

그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골리앗의 육중한 몸체가 다시 한번 삐걱거리며 황무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찢어진 장갑판 사이로 새어 나오는 스파크가 어둠 속에서 잠시 빛났다.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이 고철 거인과 함께 이 끝없는 황무지를 헤쳐 나가야 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