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챕터 1: 폐허 속의 갈증

회색빛 먼지가 후드득 떨어지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낡은 아파트 단지. 재현은 숨을 죽인 채, 깨진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존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며칠째 식량은 바닥났고, 물은 더 이상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목구멍은 사막처럼 메말랐고, 갈증은 뇌를 갉아먹는 듯한 고통으로 이어졌다.

“젠장…”

낮게 읊조렸다. 찢어진 소매로 이마를 훔쳤지만, 땀과 먼지가 뒤섞여 오히려 피부를 끈적하게 만들었다. 왼쪽 어깨에 난 상처는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옅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며칠 전, 버려진 상점가를 뒤지다 만난 그 ‘것’에게서 도망치다 입은 상처였다. 녀석들은 그림자처럼 움직였고, 소리 없이 다가와 생존자들의 영혼을 빨아먹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언제나 잔혹하고 끔찍했다.

재현의 눈은 집요하게 주변을 훑었다. 폐가 된 거리는 언제나 그랬듯 침묵에 잠겨 있었다. 가끔 멀리서 들려오는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리나, 바람이 찢어진 현수막을 흔드는 소리만이 이 세계가 완전히 죽어버린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위안보다는 불길한 예감에 가까웠다.

그의 손에 들린 녹슨 칼은 유일한 동반자이자,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었다. 낡았지만 날카롭게 갈린 칼날은 햇빛을 받아 섬뜩하게 번뜩였다. 그는 한때 군인이었다. 아니, 이런 끔찍한 세상이 오기 전에는 그랬다. 지금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벌레 한 마리에 불과했다.

폐건물을 빠져나와 삭막한 아스팔트 위로 발을 내디뎠다. 부서진 자동차 잔해들이 제멋대로 널려 있고, 이름 모를 잡초들이 그 틈새를 비집고 솟아올랐다. 이 도시는 이제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려 발버둥 치는 와중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들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었다.

재현의 목적지는 폐허가 된 도시의 북쪽 외곽에 위치한 오래된 소아 병원이었다. 며칠 전, 간신히 통신이 잡힌 낡은 라디오에서 희미하게 들린 정보 때문이었다. 그곳에 아직 오염되지 않은 우물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 그리고 몇 안 되는 약품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한 줄기 희망.

어둠이 내리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밤은 그들에게, 그리고 그 ‘것’들에게도 더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

두 시간쯤 걸었을까. 폐허가 된 주택가를 지나 텅 빈 대로를 가로지르자, 멀리서 거대한 회색빛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낡고 거대한 소아 병원이었다. 앙상한 뼈대만 남은 창문들은 텅 빈 눈동자처럼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고, 건물 외벽은 검은 곰팡이와 덩굴로 뒤덮여 있었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그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듯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갈증은 절정에 달했고, 어깨의 통증은 심장을 쑤시는 듯했다. 하지만 도착했다는 안도감보다 더 강하게 엄습하는 것은, 이곳에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이든, 살아있지 않은 존재든.

재현은 병원 정문으로 향하는 대신, 건물 뒤편의 주차장으로 우회했다. 정문은 아마도 다른 생존자들에 의해 약탈당했거나, 혹은 이미 그 ‘것’들에게 점령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뒤쪽은 비교적 인적이 드물었을 테니, 어쩌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차장은 폐차들로 가득했다. 먼지와 거미줄로 뒤덮인 차들은 녹슨 덩어리가 되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재현은 차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아갔다. 발소리 하나하나가 이 텅 빈 공간에 너무나 크게 울리는 듯했다.

끼이이익-

갑자기 뒤편에서 녹슨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재현의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망설임 없이 칼을 움켜쥐고 몸을 돌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낡은 트럭의 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였다. 혹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미 주차장 구석, 어둠이 짙게 깔린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희미한 형체가, 마치 그림자처럼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듯했다. 아이의 형상… 인형인가?

재현은 눈을 비볐다. 다시 봤을 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착각. 피로와 갈증이 불러온 환영일 뿐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심장은 쉬지 않고 쿵쾅거렸다.

건물 후문으로 보이는 낡은 철문 앞에 섰다. 자물쇠는 이미 부서져 있었고,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누군가 이미 다녀갔다는 증거였다. 혹은… 아직 안에 있다는 증거일지도.

재현은 폐활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심호흡했다. 곰팡이와 쇠 비린내, 그리고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의 손은 문고리를 잡고 주저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 모든 생존은 도박이 될 것이 분명했다.

“들어갈 수밖에 없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문을 천천히 밀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어둠 속에 잠긴 병원 내부는 더욱 차가웠고, 침묵은 이전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복도는 암흑 그 자체였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길고 좁은 통로. 휴대용 손전등을 꺼내 조심스럽게 불을 밝혔다. 낡은 벽에 걸린 그림 액자들이 빛에 반사되어 섬뜩하게 흔들리는 듯했다. 어린아이들이 그린 그림, 행복한 가족의 모습… 이 모든 것이 역겹도록 위선적으로 보였다.

발소리를 죽여 복도를 따라 걸었다. 바닥에는 부서진 유리 조각과 의료 기기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병원 냄새가 났지만, 그와 함께 무언가 다른 냄새, 금속성 비린내가 옅게 섞여 나는 듯했다.

계단으로 향하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우물이 있다면 지하일 확률이 높았다. 낡은 계단을 한 칸 한 칸 밟아 내려갔다. 계단은 어두웠고, 매번 발을 디딜 때마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지하로 내려서자, 공기가 더욱 차가워졌다. 습기와 어둠이 뒤섞여 압력을 가하는 듯했다. 그는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었다. 긴 복도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벽에는 간간이 의학 용어들이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쉬익, 쉬익…

누군가 숨을 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질척이는 것이 바닥을 기어가는 소리 같기도 했다.
재현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벽에 기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손에 땀이 흥건했다.
그것은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는 조금씩 이쪽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는 손전등을 끄고 숨을 죽였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쉬익, 흐읍… 흐읍…

마치 인간이 숨 쉬는 소리와 비슷했지만,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너무나 깊고, 너무나 느리고… 그리고 어딘가 축축한 느낌.

재현은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했다. 그것은 멈췄다. 바로 코앞에서 멈춘 듯한 느낌에 온몸의 피가 식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마치 눈앞에 그 ‘것’이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숨을 참았다. 1초, 2초, 3초… 영원 같은 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소리. 쉬이익… 흐읍… 이번에는 조금 더 멀어지는 듯했다.

그것은 이쪽으로 오다가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가버린 것 같았다.
재현은 한참을 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했을 때, 그는 조심스럽게 다시 손전등을 켰다.

복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다.*

그는 손전등 불빛을 우물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빠르게 움직였다. ‘물 저장소’, ‘정수 처리실’ 같은 문구를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낡은 철문 하나를 발견했다. 문에는 ‘비상 급수’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적혀 있었다.

문을 열자, 차가운 습기와 함께 신선한 물비린내가 풍겨왔다. 작은 방 안에는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 물탱크와 낡은 수동 펌프가 놓여 있었다.

“찾았다…”

재현은 거의 울부짖을 뻔했다. 온몸의 힘이 풀리는 듯했다. 그는 펌프 손잡이를 잡고 온 힘을 다해 위아래로 움직였다. 끼이이익, 끼이이익. 녹슨 소리와 함께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물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콸콸콸!

마침내, 투명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재현은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물을 받아 얼굴에 끼얹었다. 차가운 물이 온몸의 갈증을 씻어 내리는 듯했다. 몇 번이고 그렇게 마셨을까.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는 듯했다.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낡은 약품 보관함을 뒤졌다. 다행히 소독약과 거즈, 그리고 항생제가 몇 개 남아있었다. 빠르게 어깨의 상처를 소독하고 거즈를 붙였다. 욱신거리던 통증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

모든 것을 마쳤을 때, 문득 알 수 없는 한기가 등골을 타고 흘렀다.
재현은 고개를 돌렸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가 닫고 들어왔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문밖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도와줘… 배고파…”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너무나 쉰 목소리. 너무나 섬뜩한 목소리.
그는 얼어붙었다. 심장이 다시 미친 듯이 뛰었다.

그것은 아이가 아니었다. 절대 아이일 리 없었다.
재현은 본능적으로 칼을 움켜쥐었다. 망설일 틈도 없이 열린 문을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희미한 붉은 점이 깜빡였다. 마치 피처럼 붉은, 타오르는 눈동자.
그리고 그 뒤로, 길고 앙상한 그림자가 벽에 일렁였다.

“아가… 여기 있었구나…”

목소리는 더욱 가깝게, 더욱 끈적하게 들려왔다.
재현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몸이 굳어버렸다.

그것이 아이의 형상을 하고 있었던 것은, 단순히 환영이 아니었다.
놈들은 항상 가장 연약하고 무해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재현은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뒤돌아 도망쳤다.
놈의 끈적한 웃음소리가 그의 등 뒤를 쫓아왔다.
지하 복도는 더 이상 물을 찾으러 온 생존자의 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놈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다음 챕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