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 11시, 지우는 거실 소파에 몸을 푹 파묻었다. 늦은 퇴근 후의 피곤함이 어깨를 짓눌렀다. 텔레비전에서는 의미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지우의 눈은 이미 스르륵 감기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고요한 밤이었다. 밖은 도시의 불빛으로 번잡할 테지만, 이 14층 아파트는 마치 거대한 소음 차단막에 둘러싸인 듯 고요했다.

그때였다.
“쿵.”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에서 묵직한 소리가 났다. 지우는 눈을 번쩍 떴다. 피곤해서 헛들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책장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책들은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낡은 전공 서적부터 최신 베스트셀러까지.

“피곤했나 보네.”
지우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깨를 한번 돌리고는 소파로 돌아가려 했다.
“콰당!”
이번에는 훨씬 더 크고 명확한 소리였다. 그것도 바로 지우의 등 뒤, 주방에서. 심장이 쿵 떨어졌다. 지우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주방은 어두웠다. 거실의 스탠드 불빛이 겨우 그 가장자리를 비출 뿐이었다.

“누구… 없어요?”
목소리가 바싹 말랐다. 손을 뻗어 벽에 붙은 주방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환한 불빛 아래 드러난 주방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끔했다. 깨진 접시도, 엎질러진 물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식탁 위. 지우가 퇴근해서 대충 던져놓았던 휴대폰이 식탁 한가운데가 아닌, 식탁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건드린 것처럼.

“뭐지? 내가 이렇게 놨나?”
평소 정리 정돈에 강박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물건을 저렇게 위험하게 놓는 성격도 아니었다. 지우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액정은 멀쩡했다.

“착각이겠지. 너무 피곤해서 그래.”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파트가 낡아서 나는 소리일지도 몰랐다. 층간소음은 아니었다. 분명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게다가 저 휴대폰은.
찜찜한 기분을 애써 눌러 담고 지우는 침실로 향했다. 잠이 들면 다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밤, 지우는 잠들지 못했다.
벽을 긁는 듯한 소리.
“슥, 스스슥.”
마치 아주 작은 발톱이 벽지를 긁어내는 듯한 소리가 침대 머리맡에서 끊임없이 들려왔다. 불을 켜면 사라지고, 불을 끄면 다시 시작됐다. 창문도 닫혀 있었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이웃집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었다. 지우의 심장은 갈비뼈 안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

다음 날 아침, 지우는 수면 부족으로 퀭한 얼굴을 하고 출근했다. 회사에서도 자꾸만 어젯밤의 기괴한 소리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퇴근 후, 지우는 일부러 늦지 않고 일찍 집에 들어왔다. 불안감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싸늘한 공기가 지우를 감쌌다. 보일러는 분명 켜두었는데.

거실 불을 켜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벽 한가운데에 걸려 있던 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아침에는 분명 멀쩡히 걸려 있던 액자였다.
“이게… 무슨…”
지우는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이건 착각도, 피곤함도 아니었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이 공간에 침입한 것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달칵.”
안방 문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렸다. 마치 안에서 누군가 손잡이를 돌리는 것처럼. 지우는 숨을 멈췄다.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안방은 어두웠다. 거실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 시커먼 형체가 문틈으로 비집고 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누구… 누구세요?”
목소리가 떨렸다. 입안은 사막처럼 말라붙었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다만, 열린 문틈으로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속삭임이 들려왔다.
“…돌려줘…”
너무 작아서, 바람 소리인가 싶었지만, 너무나 또렷했다.
“…돌려줘… 내 것을…”

지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명백한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지우가 알고 있던 익숙한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아파트가, 이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공간이, 서서히,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낯선 영역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지우는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이 집을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몸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안방 문은 조금 더 열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뿌연 형체가 한 걸음, 아주 느리게, 거실 쪽으로 발을 내딛는 것 같았다.

“안 돼…”
지우의 입에서 겨우 한마디가 새어 나왔다.
그 순간, 거실의 모든 불빛이 일제히 꺼졌다.
세상은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지우의 눈앞에는 오직, 더욱 선명해진 안방의 어둠과 그 안에서 번뜩이는 두 개의 붉은 섬광만이 남았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차가운 손길이 지우의 발목을 휘감았다.
“잡았다…”
속삭임이 귓가에 와서 박혔다.
온몸의 감각이 얼어붙었다. 지우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구멍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익숙했던 아파트가, 이제는 모든 탈출구를 삼킨 거대한 미로가 되어 그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