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강철 증기의 서막**
[SCENE START]
**#1. 광활한 하늘. 거대한 증기선들이 뭉게뭉게 연기를 뿜으며 공중을 가른다. 그 아래로는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도시, ‘기계궁(機械宮)’. 놋쇠와 강철로 지어진 마천루들이 하늘을 찌르고, 도시 전체를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움직이는 듯하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희뿌연 증기가 안개처럼 도시를 감싸고, 금속성 마찰음과 증기 압축 소리가 합쳐져 웅장한 교향곡을 이룬다.**
**#2. 기계궁의 중심부, 가장 거대한 건축물인 ‘강철 비무장(鐵比武場)’이 위용을 자랑한다. 원형의 거대한 아레나 위로 수많은 톱니바퀴 장식들이 태양 빛을 받아 번쩍이고, 중앙에는 거대한 증기 압력탑이 솟아 있다. 아래로는 수많은 인파가 물결치듯 비무장을 향해 모여들고 있다.**
**#3. 강철 비무장으로 향하는 인파 속, 한 청년이 홀린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낡았지만 깨끗한 도복 차림에, 허리춤에는 다 닳은 목검이 매달려 있다. 그의 눈은 호기심과 경외심으로 가득하다. 그의 이름은 ‘진(辰)’.**
**진**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이것이, 바깥 세상인가. 사부님 말씀대로… 숨 막힐 듯하구나.
**#4. 진의 눈에 비친 것은, 거대한 톱니바퀴가 달린 외골격 갑옷을 입고 위풍당당하게 거리를 걷는 무사들, 증기 기관으로 움직이는 인력거, 하늘을 날아다니는 개인 비행체들이다. 그의 시선은 특히, 손목에서 증기를 뿜어내며 벽돌을 부수는 무인에게 머문다. 놀라움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5. 진, 인파에 밀려 왁자지껄한 노점상 거리로 들어선다. 달콤한 증기빵 냄새와 기름진 기계 부품 냄새가 뒤섞여 코를 자극한다. 한 노점상이 펄펄 끓는 증기로 찐 만두를 팔고 있다.**
**노점상 주인 (중년의 통통한 남자)**
어이, 총각! 기계만두 맛보고 가! 기계궁 최고의 별미라네!
**진**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노점상 주인**
허허, 촌뜨기인가? 쯧쯧. 요즘은 다들 대협이 되겠다고 기계궁으로 몰려든단 말이지.
**#6. 진, 노점상 앞을 지나치며 웅성거리는 무리에게 귀를 기울인다.**
**행인 1 (험상궂은 인상)**
이번 천하제일 무도회, 소문 들었어? 우승자에게 ‘운명의 증기핵’을 다룰 권능이 주어진다던데.
**행인 2 (겁먹은 목소리)**
운명의 증기핵… 그게 폭주하면, 이 강철 증기의 천하가 전부 멸망한다며?
**행인 3 (흥분한 목소리)**
맞아! 그래서 백운 대사형께서 직접 무도회를 여신 거라잖아! 폭주를 막고, 새로운 천하의 수호자를 찾기 위해서!
**진**
(눈을 크게 뜨며)
운명의 증기핵… 천하의 멸망…?
**#7. 진의 얼굴에 심각한 기색이 스친다. 그는 사부님으로부터 ‘천하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일’ 때문에 무도회에 참가하라는 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거창한 일인 줄은 몰랐다.**
**진**
(주먹을 꽉 쥐며)
…꼭, 우승해야만 해.
**(Scene 2: 강철 비무장 앞, 참가자들)**
**#8. 강철 비무장 입구. 수많은 무인들이 등록을 위해 줄을 서 있다. 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한쪽에서는 거대한 강철 장갑을 낀 거한이 으르렁거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날렵한 복면의 여인이 소리 없이 서 있다. 모두들 기세가 등등하다.**
**#9. 진, 줄 끝에 서서 앞 사람들을 살핀다. 그의 눈에 특히 띄는 한 사내. 온몸에 놋쇠와 강철로 된 부품들이 박힌 갑옷을 입고 있다. 팔다리에는 증기가 새어 나오는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고, 얼굴은 무표정하다. 그의 이름은 ‘철혈군(鐵血君)’.**
**철혈군**
(줄 선 참가자들을 훑어보며)
…흥. 이 정도로는… 부족해.
**#10. 철혈군의 옆을 지나치던 한 참가자가 그를 스쳐 지나간다. 철혈군의 어깨에 달린 톱니바퀴 장식이 ‘쉬익’ 소리를 내며 회전하더니, 불꽃을 튀긴다. 지나치던 참가자는 ‘크윽!’ 하며 쓰러진다. 그의 팔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다.**
**쓰러진 참가자**
뭐… 뭐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철혈군**
(무심한 목소리로)
내 ‘강철 증기 갑(鐵蒸氣甲)’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경지를 지녔다. 무도회장 안에서만 그대의 운을 시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1. 진, 그 광경을 보고 미간을 찌푸린다. 저것이 바로 ‘기계 무림’의 힘인가. 직접적인 공격 없이도 상대를 제압하다니.**
**진**
(속으로)
사부님께서는… 순수한 무예의 정수를 잃지 말라 하셨는데. 저런 힘에 맞설 수 있을까?
**#12. 드디어 진의 차례. 등록대에 앉은 접수원이 그의 신분증(얇은 금속판)을 확인한다.**
**접수원 (무뚝뚝한 목소리)**
이름, 진. 소속, 없음. 흐음. 정말 아무런 문파에도 속하지 않았나?
**진**
네. 작은 산골에서 수련했습니다.
**접수원**
(고개를 갸웃하며)
좋아. 참가 등록 완료. 이 번호표를 가지고, 곧 개막식이 시작될 비무장으로 이동하게. 규율은 비무장에서 공표될 것이다.
**진**
감사합니다.
**(Scene 3: 비무장 개막식)**
**#13. 강철 비무장 내부.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펼쳐져 있다. 관중석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고, 수많은 깃발과 증기등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경기장 중앙에는 거대한 증기 압력탑이 솟아 있는데, 그 꼭대기에는 정교한 시계 태엽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다.**
**#14. 참가자들은 경기장 중앙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 도열해 있다. 진은 그들 중 하나로 서서, 거대한 경기장과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에 압도당한다.**
**#15. 압력탑 꼭대기의 시계 태엽이 ‘징-‘ 소리를 내며 울린다. 동시에, 탑의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던 증기가 일순간 멈춘다. 모든 소음이 멎고, 고요가 찾아온다.**
**#16. 압력탑 꼭대기, 한 노인이 나타난다. 백발에 희고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낡은 도포를 입었지만 그의 눈빛은 강철처럼 형형하다. 그의 이름은 ‘백운 대사(白雲大師)’. 강철 증기 무림의 최고 어른이자, 이번 무도회의 주최자이다.**
**백운 대사**
(웅장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비무장 전체에 울려 퍼진다)
천하의 무인들이여! 드디어, 이 자리에서 ‘천하제일 증기 무도회(天下第一蒸氣武道會)’의 막이 오를지니!
**#17. 관중들의 함성이 폭발한다. 참가자들의 눈빛 또한 각오로 불타오른다. 진 역시 주먹을 꽉 쥔다.**
**백운 대사**
알다시피, 이 강철 증기의 천하는 지금, 거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운명의 증기핵’은 그 거대한 힘만큼이나 불안정하며, 언젠가 폭주하여 모든 것을 파멸시킬 것이다!
**#18. 백운 대사의 말에 비무장 전체에 긴장감이 감돈다.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온다.**
**백운 대사**
오직 가장 강하고, 가장 지혜로운 자만이 ‘운명의 증기핵’을 제어하고, 이 천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 중, 승자는 천하의 수호자로 인정받아, 증기핵을 다스릴 ‘권능’을 얻게 될 것이다!
**#19. 백운 대사가 손을 들자, 압력탑의 복잡한 시계 태엽 장치들이 일제히 ‘칙, 칙, 틱!’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앙의 커다란 톱니바퀴가 서서히 회전하며, 경기장 바닥에서 다섯 개의 거대한 원형 격투장이 솟아오른다.**
**백운 대사**
규율은 간명하다! 오직 강자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패배는 곧 탈락! 자비는 없다! 지금부터, ‘천하제일 증기 무도회’의 첫 관문이 열릴 것이다!
**#20. 참가자들 사이에서 전율이 인다. 진은 고개를 들고, 솟아오른 격투장 중 하나를 응시한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린다. 사부님의 가르침과, 천하의 명운. 모든 것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21. 격투장 중 하나에 진의 번호표와 같은 숫자가 거대한 증기 스크린에 번쩍인다.**
**백운 대사**
첫 번째 대결! 동쪽 비무장! ‘진(辰)’ 대 ‘강철비(鋼鐵臂)’! 입장하라!
**#22. 진의 눈이 번뜩인다. 드디어 시작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뒤로, 철혈군이 무심한 듯 진을 한번 쳐다본다. 냉기가 서린 눈빛이다.**
[SCEN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