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에피소드 제목: 균열**

**1. 씬: 김준호의 낡은 자취방 내부 – 저녁**

**배경:** 낡고 좁은 자취방. 벽지 곳곳은 습기에 젖어 색이 바랬고, 갈라진 틈 사이로 한기가 스민다. 책상 위에는 전공 서적과 컵라면 용기가 어지럽게 놓여있다. 창문 너머로 회색빛 하늘과 아파트 단지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방 한구석엔 이삿짐 상자 몇 개가 쌓여있다.

**김준호 (20대 초반, 깡마른 체격, 피곤에 절은 눈빛)**
(낡은 스마트폰 화면을 무심하게 넘기며)
“…또 철거 연기? 언제쯤 나가라는 건데…”
*(한숨을 내쉰다. 삭막한 방 안을 둘러본다.)*
어차피 곧 사라질 건물인데… 굳이 보수공사를 할 이유도 없지.

**지문:** 낡은 벽에서 미미한 곰팡이 냄새가 올라온다. 창밖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힘없이 날아간다.

**김준호**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 창밖을 물끄러미 본다.)
대학 입학한다고 겨우 구한 곳인데… 이마저도 사라지네.
*(작게 중얼거린다.)*
뭐, 덕분에 이 낡은 건물 구석구석을 탐험할 시간은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안 그래?

**지문:** 그의 눈이 번뜩인다. 벽에 걸린 낡은 달력에 붉은색으로 동그라미 쳐진 ‘철거 예정일’이 보인다.

**김준호**
(외투를 걸치며)
마지막 기회잖아. 어쩌면… 뭔가 흥미로운 걸 찾을 수도 있고.

**2. 씬: 낡은 아파트 건물 지하 복도 – 밤**

**배경:** 어둡고 습한 지하 복도.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뚝, 뚝 떨어진다. 낡은 형광등은 깜빡이며 불안한 빛을 낸다. 복도 양쪽으로 먼지 쌓인 창고 문들이 늘어서 있다. 어딘가에서 쥐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공기 중에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흙냄새가 섞여있다.

**김준호**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와… 여기 진짜 사람 발길 끊긴 지가 언제더라.
*(음산한 기운에 몸을 살짝 떤다.)*
솔직히… 좀 으스스하긴 하다.

**지문:** 그의 손전등 불빛이 복도 끝에 있는 녹슨 철문을 비춘다. 다른 문들과 달리 자물쇠도 걸려있지 않고, 문틈으로 희미한 냉기가 새어 나오는 듯하다.

**김준호**
(문 앞에 멈춰 선다.)
여긴… 뭐지? 다른 창고들하고는 좀 다른데.
*(문고리를 잡는다. 차갑고 거칠다.)*
끼이이익-
*(낡은 문이 천천히 열린다. 안쪽은 완전히 암흑이다.)*

**3. 씬: 숨겨진 지하 공간 내부 – 밤**

**배경:** 철문 너머의 공간. 일반적인 창고라기보다는 작은 방에 가깝다. 사방이 흙벽으로 되어 있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잔뜩 엉켜있다. 공기는 복도보다 훨씬 무겁고 습하다. 방 한가운데에는 흙먼지에 뒤덮인 낡은 나무 상자 몇 개가 놓여있다.

**김준호**
(손전등으로 내부를 비춘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어?
*(방 한구석, 다른 상자들보다 훨씬 오래되어 보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돌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또 뭐야?

**지문:** 김준호는 낡은 상자들을 헤치고 조심스럽게 돌덩이 앞으로 다가간다. 돌덩이는 마치 일부러 숨겨놓은 것처럼, 다른 잡동사니들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김준호**
(돌덩이를 손전등으로 비춘다.)
돌… 같긴 한데… 색깔이 완전 새까맣네. 마치 빛을 다 흡수하는 것 같아.
*(돌덩이는 크기가 작지 않다. 마치 깎아놓은 듯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표면에는 이상한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다. 문양들은 기하학적이면서도 생물체를 연상시킨다.)*
이런 문양… 처음 보는데. 고대 문자 같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문양을 따라 쓸어본다. 돌은 놀랍도록 차갑다. 그리고 문양을 따라가는 순간, 아주 미미한 진동이 느껴진다.)*
흐음?

**지문:** 준호의 손끝이 특정 문양에 닿자, 돌덩이 전체에서 희미한 검붉은 빛이 일렁인다. 빛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돌덩이 표면의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김준호**
(깜짝 놀라 손을 뗀다.)
방금… 뭐였지?

**지문:** 호기심과 알 수 없는 끌림에 다시 손을 뻗어 돌덩이를 만진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진동이 느껴진다. 준호의 손이 돌에 완전히 닿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어둠 속에서 오직 돌덩이만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4. 씬: 김준호의 내면/환영 – 순간적이지만 강렬함**

**배경:** 모든 것이 뒤틀리고 일그러진 공간. 빛도 어둠도 아닌, 형언할 수 없는 색채들이 난무한다.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다. 거대한 촉수들이 별들을 휘감고, 알 수 없는 형상의 존재들이 심연 속에서 유영한다. 공간과 시간이 의미를 잃는다.

**지문:**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의식에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감각의 폭격에 가깝다.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오래된 존재들의 속삭임이 준호의 정신을 잠식하려 한다.

**알 수 없는 목소리들 (웅웅거리는 속삭임, 중첩되고 불협화음)**
*…어둠… 균열… 열릴지어다…*
*…깊은 곳에서… 기다리노라…*
*…눈을 떠라… 진실을 보라…*
*…모든 것은 거짓…*

**김준호**
(비명을 지르려는 듯 입을 벌리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눈동자는 공포로 확장된다. 몸이 경련한다.)
으으… 으윽…!

**지문:** 이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다. 시각, 청각, 촉각을 넘어선 혼란스러운 정보들이 폭풍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그의 뇌가 그 모든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5. 씬: 숨겨진 지하 공간 내부 – 다시 현재**

**배경:** 다시 어둡고 습한 지하 공간.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지만, 공기 중에는 뭔가 낯선 기운이 감돌고 있다. 준호는 돌덩이 앞에서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김준호**
(떨리는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어본다.)
하… 하아… 방금… 뭐였지? 내가… 뭘 본 거지?

**지문:** 그의 눈이 돌덩이를 향한다. 돌덩이는 이제 아무런 빛도 내지 않고, 여전히 차갑고 검은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준호는 안다. 방금 자신이 겪은 일이 환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김준호**
(머리가 지끈거린다. 귓가에 아까 들었던 속삭임의 잔상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어둠… 균열…
*(준호의 눈이 갑자기 번쩍 뜨인다. 그의 시야가 달라졌다.)*

**배경:** 낡은 흙벽에 금이 간 곳들이 보인다. 이전에는 그저 오래된 벽이라고 생각했던 곳들이다. 하지만 이제 준호의 눈에는 그 균열들 사이로 미묘하게 일렁이는 푸른빛이 보인다. 마치 벽 너머에, 전혀 다른 공간이 숨겨져 있다는 듯이.

**김준호**
(떨리는 목소리로)
이건… 뭐야…?
*(손을 뻗어 벽의 균열을 만진다. 손끝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아주 미미하게… 속삭임이 다시 들려온다. 아까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알 수 없는 목소리들 (희미한 속삭임)**
*…보이는가… 진실이…*
*…시작되었으니…*

**김준호**
(공포와 혼란, 그리고 알 수 없는 전율이 뒤섞인 표정으로)
내가… 대체… 뭘 건드린 거지…?

**지문:** 그의 눈은 벽의 균열 너머, 어둠 속에 숨겨진 미지의 공간을 응시한다. 그의 어깨 위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묵직하게 내려앉은 듯하다. 낡은 지하 공간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우주의 심연으로 이어지는 작은 입구 같았다.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