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망각된 시간의 파편

**제1화: 오래된 먼지 속에서 깨어난 균열**

“아, 진짜. 누가 이걸 언제 마지막으로 만진 거야?”

지훈은 코를 찌르는 곰팡이와 눅눅한 먼지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학교 도서관 지하에 있는,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고문서 보관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졸업 필수 학점 채우려고 억지로 신청한 ‘도서관 자료 정리 자원봉사’는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불쾌한 작업이었다. 특히 이 지하실은 마치 시간 자체가 멈춘 듯한 느낌을 줬다. 오래된 나무 서가들은 삐걱거렸고, 곰팡이 슬어 검게 변한 종이 뭉치들이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휴, 이것도 폐기해야 할 것 같은데.”

두꺼운 먼지를 털어내며 낡은 양피지 뭉치를 들어 올리던 지훈의 손이 멈칫했다. 그가 잡고 있던 양피지 뭉치 뒤쪽, 서가 벽에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다른 서가들과는 다르게, 나무 결이 미묘하게 비틀려 있었고, 틈새마다 먼지가 끼어 있지 않았다. 마치 누가 고의로 가려놓은 듯한 흔적이었다.

호기심에 지훈은 손으로 그 부분을 쓸어봤다. 끈적이는 먼지 대신 매끄럽고 단단한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직감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지하 보관실은 언제나 완벽한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지훈은 팔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퇴근 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았다. “이 정도 호기심은 괜찮겠지.” 그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힘을 주어 서가의 한 부분을 밀어냈다. ‘끼이익-‘ 하는 끔찍한 마찰음과 함께, 나무판이 안쪽으로 기울어지며 숨겨진 공간을 드러냈다.

어두운 틈새 너머로 보이는 것은 예상했던 오래된 책이나 문서가 아니었다. 낡았지만 단단해 보이는 나무 상자 하나가 조용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크기는 대략 그의 팔뚝만 했고, 겉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복잡한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었다. 마치 수백 년간 아무도 손대지 않은 듯, 두꺼운 거미줄이 상자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꺼냈다. 손에 닿는 순간, 차갑고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상자를 살폈다. 뚜껑을 여는 방식은 일반적인 경첩이 아니었다. 상자 정중앙에 자리한, 기묘하게 뒤틀린 나뭇가지 형상의 잠금장치만이 눈에 띄었다.

“이건… 대체 뭐야?”

그는 잠금장치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조각된 나뭇가지 형상의 끝에 아주 작은 홈이 있었다. 마치 그 홈에 어떤 특정 모양의 열쇠가 들어가야 할 것만 같았다. 지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톱으로 홈을 눌러봤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포기하려던 찰나, 문득 상자 옆면에 조각된 작은 돌기를 발견했다. 나뭇가지 잠금장치와 비슷한 모양의 돌기였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돌기를 눌렀다. ‘딸깍’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 형상의 잠금장치가 스르륵 풀렸다. 지훈은 숨을 삼켰다.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자,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다름 아닌 심해처럼 깊고 검은 색깔의 돌이었다.

그 돌은 흡사 잘 닦인 흑요석 같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돌과는 달랐다. 표면에는 상자 겉면에 새겨진 문양과 똑같은 기이한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글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돌에서는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다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온 존재 같았다.

지훈은 홀린 듯 그 돌을 집어 들었다. 손에 닿는 순간,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듯한 강렬한 한기에 그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동시에, 돌에 새겨진 글자들이 눈앞에서 선명한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은빛은 순식간에 그의 눈동자를 집어삼키는 듯한 섬광으로 변했다.

‘콰앙-!’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지훈의 시야가 새하얗게 변했다. 온몸의 세포가 조각조각 분해되었다가 다시 재조립되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휩쓸었다. 그의 몸은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솜털처럼 무력했다.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고, 세상의 모든 빛과 소리가 하나의 거대한 혼돈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 초였는지, 아니면 몇 세기였는지 알 수 없었다. 고통이 잦아들고, 섬광이 걷히자, 지훈은 눈을 천천히 떴다.

“…여기는… 어디지?”

그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방금 전까지 그가 서 있던 퀴퀴한 고문서 보관실과는 전혀 달랐다.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 있었고, 잎사귀들은 짙은 초록빛을 넘어 신비로운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나무줄기 곳곳에서는 은은한 빛을 내는 이끼들이 마치 별처럼 박혀 있었고, 발아래 땅은 부드럽고 촉촉한 흙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덩굴식물들로 뒤덮여 있었다. 공기는 놀랍도록 청정하고 상쾌했다. 그러나 동시에,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지의 바람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묘한 낯섦과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은 돌을 내려다봤다. 돌은 더 이상 빛을 내지 않았다. 그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이게… 꿈인가?”

지훈은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몸은 여전히 멍한 기운에 휩싸여 있었지만, 움직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아득히 먼 곳, 울창한 숲 너머로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바위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인위적이고 웅장했다. 거대한 돌들이 정교하게 쌓여 올려진, 그 어떤 문명에서도 기록된 적 없는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흡사 태초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듯, 시간의 풍파를 온몸으로 맞은 흔적이 역력했지만, 그 위용만은 전혀 바래지 않은 채로 숲의 심장부를 꿰뚫고 서 있었다.

그 순간, 지훈의 등골에 차가운 전율이 흘렀다. 그 거대한 건축물에서 미묘한, 그러나 강력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손에 든 검은 돌에서 느껴졌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알 수 없는 힘이었다.

“말도 안 돼…”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자신이 더 이상 익숙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바스락-‘

나뭇가지 밟히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지훈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빽빽한 숲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너머에서 번뜩이는, 짐승의 것 같은 붉은 눈 두 개가 섬뜩하게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 거기 누구야?!”

지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대답 대신, 숲 속에서 낮고 굵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마치 그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고대 언어의 일부분처럼 들렸다.

_제갈… 지훈…_

그 목소리는 숲 전체를 뒤흔드는 듯 울려 퍼졌다. 지훈은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지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시대에 떨어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검은 돌의 힘이 그를 데려온 곳은 대체 어디인가? 그리고 저 어둠 속의 존재는 무엇인가?

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지만, 살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외침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그는 손에 쥔 검은 돌을 꽉 움켜쥐었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 될지, 아니면 더 큰 절망의 시작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