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재난 이후, 층간소음
**장르:**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미스터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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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벽 너머의 발자국]**
**#1. 폐허가 된 도시의 스카이라인**
**[장면 묘사]**
잿빛 먼지가 가득한 하늘 아래, 기형적으로 솟아오른 콘크리트 빌딩들이 침묵 속에 잠겨 있다. 고층 아파트 건물들은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부서져나가 마치 거대한 이빨 빠진 괴물들처럼 보인다. 그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훑고 지나가며, 폐허의 쓸쓸함을 더욱 강조한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붉은 빛이 도시의 상처들을 길게 드리운다.
**[내레이션 – 지훈]**
세상이 무너진 지 정확히 473일째. 나는 이 빌딩 숲의 한 조각, 13층짜리 아파트의 702호에서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고 말하는 게 과연 옳은 표현일까. 그저 ‘버티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2. 702호 아파트 내부 – 어둑한 거실**
**[장면 묘사]**
아파트 702호의 거실. 유리창은 깨진 채 판자로 대충 막아 놓았고, 틈새로 들어오는 해질녘 빛이 방안을 어둑하게 비춘다. 낡은 소파 위에는 먼지 쌓인 담요가 덮여 있고, 탁자 위에는 다 쓴 통조림 캔 몇 개와 녹슨 나이프가 놓여 있다. 방 한가운데에는 숯불을 피웠던 흔적이 역력한 작은 양동이가 보인다.
주인공 ‘지훈'(30대 초반)이 낡은 라디오를 귀에 대고 조심스럽게 다이얼을 돌리고 있다. 그의 얼굴은 피곤하고 초췌하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살아있다. 귓가에 들리는 것은 오직 잡음뿐.
**[지훈 – 독백]**
또 아무것도 없군. 벌써 몇 달째야. 전파가 죽었든, 사람이 죽었든, 둘 중 하나겠지. 아니면 둘 다거나.
**[장면 묘사]**
지훈이 라디오를 내려놓고 거실 한쪽 벽에 걸린 찢어진 달력을 본다. X자로 표시된 날짜들이 빼곡하다. 그는 낡은 침낭을 펴고 그 안에 몸을 웅크린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도시는 완벽한 침묵 속으로 가라앉는다.
**#3. 밤 – 침묵을 깨는 소리**
**[장면 묘사]**
완전히 어두워진 아파트 내부. 지훈은 침낭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바깥의 고요함이 너무나 깊어,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지경이다.
그때, 아주 희미하게, 마치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한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그저 아파트 건물이 노후되어 나는 소리려니 한다.
**[지훈 – 독백]**
(눈을 살짝 찌푸리며) 젠장, 또 시작인가. 밤만 되면 온 건물에서 소리가 나.
**[장면 묘사]**
소리는 잠시 멎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들린다. 이번에는 좀 더 분명하다.
‘쿵… 쿵… 쿵…’
마치 무언가 무거운 것이 바닥을 짚고 걷는 듯한 소리. 발자국 소리처럼 규칙적이다.
**[지훈 – 독백]**
(몸을 일으켜 앉으며) 설마… 쥐새끼는 아닐 텐데. 덩치가 저렇게 큰 쥐가 있을 리가.
**[장면 묘사]**
지훈이 침낭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인다. 소리는 확실히 위층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702호 위층은 802호. 802호는 오래전에 폐쇄된 곳이었다. 그는 아파트 입주민 대표회장이었던 노인을 통해 모든 윗집의 상황을 대강 알고 있었다. 폐허가 되기 전부터 802호는 빈집이었다.
**[지훈 – 독백]**
802호… 거긴 아무도 없었는데. 아니, 있을 리가 없어.
**#4. 의심과 확인**
**[장면 묘사]**
지훈이 침대 옆에 두었던 낡은 손전등을 든다. 어둠 속에서 손전등 불빛이 길게 뻗어나간다. 그는 숨을 죽인 채 복도로 향한다. 복도에는 낡은 그림 액자 하나가 비스듬히 걸려 있다.
발자국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온다. ‘쿵… 쿵… 쿵… 멈칫… 다시 쿵…’ 마치 누군가 아파트 내부를 돌아다니는 듯한 패턴이다.
**[지훈 – 독백]**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누가… 누가 살아있는 건가? 하지만… 어떻게?
**[장면 묘사]**
지훈이 부엌으로 향한다. 부엌 찬장 위에 있던 통조림 캔 몇 개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는 분명히 통조림을 찬장에 넣어두었다.
**[지훈 – 혼잣말]**
…내가 떨궜나? 아니, 내가 찬장을 열지도 않았는데.
**[장면 묘사]**
손전등을 바닥에 떨어진 캔에 비춰본다. 캔 주변으로 미세한 먼지들이 흩뿌려져 있다. 마치 캔이 저절로 튀어나온 것처럼.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위층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지고 빨라지는 것 같다.
**[지훈 – 혼잣말]**
망할…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 건가. 고립된 지 너무 오래돼서 미쳐가는 거야.
**#5.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장면 묘사]**
지훈이 다시 침실로 돌아가려는 순간, 거실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화들짝 놀라 손전등을 거실 쪽으로 비춘다. 거실 한가운데에 놓여 있던 탁자가 옆으로 넘어져 있고, 그 위에 있던 나이프가 바닥에 뒹굴고 있다.
**[지훈 – 혼잣말]**
뭐… 뭐야?!
**[장면 묘사]**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마치 누군가 바로 뒤에 서 있는 것처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복도 끝에 걸려 있던 찢어진 그림 액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그 안의 낡은 풍경화가 처참하게 찢긴다.
**[지훈]**
(목소리가 떨린다) 누구야! 거기 누구 있어?!
**[장면 묘사]**
아무 대답도 없다. 그러나 침묵은 오히려 더 큰 공포를 불러온다.
벽 너머에서 들려오던 발자국 소리는 이제 그의 바로 위, 802호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소리는 점점 격렬해지고, 마치 윗집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우드득! 쿵! 쾅!’ 하는 소음이 지훈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내레이션 – 지훈]**
지붕이 무너지는 건가? 아니, 그건… 이건 다른 소리야. 누군가 의도적으로 집을 부수는 소리. 격렬하게, 악의를 담아서.
**[장면 묘사]**
거실의 낡은 TV가 갑자기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켜진다. 화면은 온통 백색 잡음으로 가득하지만, 희미하게 사람의 형상이 깜빡이는 것 같다. 마치 눈앞에 유령이 서 있는 것처럼.
그때, 텔레비전의 스피커에서 노이즈를 뚫고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짧고 날카로운, 마치 어린아이의 비명 같은 소리.
**[지훈]**
(뒷걸음질 치며) 비… 비명? 이럴 리가 없어.
**[장면 묘사]**
지훈의 눈앞에서 거실의 낡은 문이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린다. 문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마치 어린아이의 손자국 같은 것이 문틀에 새겨져 있는 것이 보인다.
**[내레이션 – 지훈]**
내가 미쳐가는 걸까. 아니, 이건 환각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야.
세상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장면 묘사]**
지훈은 공포에 질린 채 땀범벅이 된 얼굴로 문과 TV를 번갈아 본다. 그의 눈은 동공이 풀려 있고, 숨은 가쁘게 몰아쉬고 있다.
그리고, 텅 빈 문틈 사이로, 마치 그림자처럼, 아주 희미한 사람의 형체가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지훈 – 혼잣말, 거의 울음소리에 가깝다]**
젠… 젠장… 대체… 뭐가…
**#6. 에필로그 – 창문 밖, 또 다른 그림자**
**[장면 묘사]**
702호 아파트의 창문 밖, 폐허가 된 도시의 밤하늘이 보인다.
어둠 속, 멀리 떨어진 다른 아파트 건물들의 깨진 창문들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다른 불빛들이 깜빡이는 것이 보인다. 마치 그의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지켜보는 눈처럼.
그 불빛들 중 하나가 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한 번 더 깜빡인다.
**[내레이션 – 지훈]**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이 도시의 폐허 속에 숨어 있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벽 너머의 존재는… 내가 살아남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장면 묘사]**
702호 내부, 지훈이 공포에 질린 채 주저앉아 있다. 텔레비전 화면은 다시 백색 잡음으로 돌아왔고, 문은 반쯤 열린 채 멈춰 있다. 모든 소음이 멎었다.
그러나 공포는 멎지 않았다.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