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숨 막히는 어둠이 강태인의 모든 감각을 짓눌렀다. 손에 든 마력등은 희미한 빛줄기를 뿜어냈지만, 그것은 거대한 지하 공간의 장막을 걷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퀴퀴하고 습한 공기 속에서 고대 주술의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학교 도서관의 낡은 기록에서 읽었던 ‘심연의 복도’가 이곳이었을까.

그는 심호흡을 했다. “젠장, 내가 미쳤지.”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제국의 최고 엘리트 마법학교, 아르카나 학원의 지하 깊숙한 곳. 학생이라면 누구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금기의 영역. 그는 호기심과 불길한 예감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 학원장 라미레스가 늘 강조했던 ‘선한 마법의 수호’라는 구호가 이곳에서는 공허한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복도는 점점 더 비좁아지고 천장은 낮아졌다.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석재가 아니라, 거칠게 파헤쳐진 암반 그대로였다. 드문드문 박혀 있는 오래된 마력석들은 죽어버린 빛을 잃은 채, 으스스한 장식처럼 박혀 있었다. 발아래서는 축축한 흙이 짓이겨지는 소리가 났다. 간혹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가 정적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태인은 온몸의 마력이 빨려나가는 듯한 기묘한 피로감을 느꼈다. 어둠이 단순히 빛의 부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때, 저 멀리서 아주 희미한,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붉은 빛이 깜빡였다.

“뭐지?”

태인은 마력등을 더 높이 들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빛은 일정하게 깜빡이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리듬으로 명멸했다. 그 빛에 가까워질수록, 공기 중의 비린내는 더욱 강렬해졌다. 단순한 피 냄새가 아니었다. 썩어가는 살점의 역한 악취와, 생명력이 기묘하게 변질된 듯한 불쾌한 향이 뒤섞여 있었다.

마침내, 복도는 끝이 났다.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예상치 못한 거대한 공간이었다. 거대한 동공(洞空). 천장은 너무 높아 마력등의 빛으로는 끝까지 닿지 않았다. 사방은 기괴한 형상의 종유석과 석순으로 가득했고, 그 사이를 비집고 이상한 버섯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붉은 빛을 내뿜는 무언가가 있었다.

태인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제단이었다.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른 검은 돌기둥들이 얽히고설켜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을 이루고 있었다. 그 위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음각되어 있었고, 그 문자들 사이에서 아까 보았던 붉은 빛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빛이 아니라, 마치 어둠을 삼키는 붉은 그림자 같았다.

그리고 제단 한가운데, 그 붉은 기운 속에서.

“아…”

태인은 저절로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 제단 위에는 고정된 형태를 알 수 없는 끈적한 검붉은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고동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심장처럼 불규칙하게 수축하고 팽창하며,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덩어리에서는 얇은 촉수 같은 것들이 뻗어 나와 제단 전체를 휘감고 있었고, 촉수 끝에서는 옅은 푸른색 액체가 점액처럼 흘러내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덩수리 곳곳에서 희미하게 인간의 형상을 띈 그림자들이 비쳐 보이는 것이었다. 얼굴, 팔, 다리… 불분명하지만 분명히 인간의 것이었다. 그것들은 덩어리 안에서 고통스럽게 꿈틀거리는 듯했다. 마치 수많은 인간이 한데 엉겨 붙어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가 된 것처럼.

이것이, 아르카나 학원 지하에 숨겨진 금기인가.

그때였다. 웅장한 동공의 한쪽 벽면에서 ‘딸깍’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태인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마력등 불빛이 닿는 곳에, 암반 속에 감춰진 듯한 작은 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익숙한 학원 복도의 불빛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누, 누구야?”

태인은 반사적으로 마력등을 껐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들키면 안 된다. 이곳에 발을 들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는 것을.

문은 완전히 열렸다. 그 안에서 어둠을 뚫고 한 남자의 형체가 걸어 나왔다. 길게 늘어진 검은 로브, 그리고 그 밑으로 보이는 흰 머리카락. 그는 천천히 제단 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은은한 빛을 내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의 얼굴이 마력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 드러나는 순간, 태인의 눈은 경악으로 크게 뜨였다. 흰 수염과 자애로운 눈빛. 언제나 학생들에게 ‘선한 마법의 길’을 설파하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라미레스… 학원장님?!”

태인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오려던 찰나, 그의 발밑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가 굴러가며 ‘톡’ 하고 소리를 냈다.

로브를 입은 학원장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그의 고개가 아주 천천히, 태인이 숨어있는 방향으로 돌아왔다. 빛을 잃은 듯 흐릿한 그의 눈이, 어둠 속에 숨은 태인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차가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제단 위 거대한 덩어리가 불규칙하게 고동치며 더욱 강렬한 붉은 빛을 뿜어냈다. 마치 학원장의 등장에 맞춰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태인의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대로 들키면 끝이다. 아니, 어쩌면 들킨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의 눈에 비친 학원장의 얼굴에는, 평소의 자애로움 대신, 섬뜩하리만치 무표정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무표정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광기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태인은 놓치지 않았다.

“누구냐.”

라미레스 학원장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마치 얼음장 같은 서늘함이 태인의 심장을 꿰뚫었다. 태인은 몸을 웅크렸다. 들키면 안 된다. 절대.

그의 눈에, 학원장의 손에 들린 지팡이 끝이 번쩍였다. 마법진이 형성되는 찰나의 순간, 태인의 직감은 비명을 질렀다.

*여기서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