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삼켜버렸다. 차가운 늪처럼, 심연의 바닥처럼, 그렇게 카인의 온몸을 집어삼켰다.
격렬한 고통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치고 올라왔다. 뼈마디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쿵 울렸고, 피는 얼어붙는 동시에 뜨거운 용암처럼 타올랐다. 온몸의 신경이 불꽃처럼 튀어 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것을 반복했다.
“크악…!”
카인은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손끝에서부터 어깨, 그리고 심장까지, 검은 기운이 핏줄을 따라 흐르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 살아있는 것처럼 맥동하고, 카인의 안에서 뿌리를 내리려 발버둥 쳤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잠식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듯한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날, 카인이 우연히 무너진 고대 유적의 지하 심층부에서 발견한 것은 잊혀진 예언서나 보물이 아니었다. 낡은 돌문 너머,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오직 홀로 빛을 잃은 채 서 있던 검은 오벨리스크. 그 표면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에 손을 댔을 때,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마치 잠들어 있던 거대한 짐승의 심장을 직접 만진 것처럼, 오벨리스크는 카인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그의 존재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힘이었다. 태고적부터 잠들어 있던, 세계의 근원과 맞닿아 있는 듯한 아득한 힘. 동시에 파멸을 속삭이는, 지독하게 저주스러운 힘이었다.
“거부해…!”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카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또 다른, 낯선 존재의 외침이었다.
카인은 이를 악물었다. 온몸의 근육이 뒤틀리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시야가 검붉은 빛으로 일렁였다.
어둠이 카인의 시야를 완전히 뒤덮자, 환상이 펼쳐졌다.
붉고 거대한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그 눈은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아득한 깊이를 담고 있었다. 눈동자 속에는 수없이 많은 세계가 불타오르고, 무너지고, 또다시 창조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검은 비가 내리고, 대지가 갈라지며, 그림자 같은 존재들이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토해내는 광경이 그의 정신을 좀먹었다.
“이것이… 세계의… 진실….”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카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것은 차갑고, 동시에 섬뜩한 매혹을 담고 있었다.
환상 속에서, 카인은 자신이 오벨리스크와 하나가 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몸이 검은 돌이 되어가고, 핏줄 대신 어둠의 문양이 새겨졌다. 그리고 그 문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았다. 빛은 존재할 수 없었다. 오직 어둠만이, 영원한 밤만이 펼쳐져 있었다.
“싫어…!”
카인은 필사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의 의지가 굴복하기를 거부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던 희미한 인간성이 발버둥 쳤다. 그 순수한 거부감에, 카인의 안에서 맥동하던 검은 힘이 잠시 움찔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작은 벌레의 저항에 잠시 놀란 것처럼.
그 순간, 찰나의 틈이 생겼다.
카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 오벨리스크에 닿아있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따랐다. 검은 문양이 새겨진 살점이 뜯겨 나갔다. 끔찍한 비명이 그의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
콰아앙!
카인의 손이 오벨리스크에서 떨어져 나간 순간, 검은 힘이 폭주했다.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하 유적의 낡은 천장이 거대한 포효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돌과 흙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카인은 충격파에 휩쓸려 몇 미터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거대한 돌덩이들이 그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젠장…!”
눈을 가늘게 뜬 카인의 시야에, 무너져 내리는 천장 사이로 섬광처럼 번뜩이는 검은 빛이 잡혔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마치 그 빛이 자신에게 속한 것처럼.
순간,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방패처럼 그의 위를 덮고 있던 돌덩이들을 산산조각 냈다. 돌조각들이 먼지와 함께 흩어졌고, 카인은 간신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카인의 손끝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방금 그 힘은, 분명 그 오벨리스크에서 나온 것이었다. 완전히 뿌리치지 못했던 것인가? 아니면, 이미 그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인가?
몸속에서 다시금 검은 맥동이 느껴졌다. 아까보다는 미약했지만,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의 의지를 기다리는 듯했다.
카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힘은 분명 자신을 좀먹는 저주와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방금 자신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도 그 힘이었다.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카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벨리스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 표면의 문양들은 더욱 깊고 검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카인의 피를 빨아먹고 깨어난 뱀처럼.
그리고, 오벨리스크의 기단부에서 검은 균열이 섬뜩하게 벌어져 있었다. 균열 너머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흡사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듯한 구멍이었다.
그 구멍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수많은 원혼들의 속삭임 같았다.
“어어… 이게 대체… 뭐야…?”
카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기운이 구멍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은 이 유적 전체를 감싸고 있던 고요함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거대한 존재가 깨어나는 듯한, 아득한 절망의 기운이었다.
그때였다.
구멍 너머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낮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마침내 눈을 뜬 듯한 소리였다.
소리는 점점 커졌고, 어둠 속의 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것은 마치 맹수의 눈동자처럼, 기이하고 섬뜩한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카인의 머릿속에서 또다시 그 목소리가 울렸다.
*도망쳐. 어서… 도망쳐!*
이번에는 훨씬 더 절박하고, 필사적인 외침이었다.
카인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 보랏빛 눈동자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그것은 존재 자체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 순간, 카인은 자신이 오벨리스크의 힘을 건드렸을 때 느꼈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진짜 재앙은 지금부터 시작될 참이었다.
어둠 속의 보랏빛 눈동자가 느리게 움직였다. 마치 먹잇감을 탐색하듯이. 그리고 그 시선이 정확히 카인에게 향했다.
순간, 카인의 등골을 얼어붙게 만드는 날카로운 비명이 지하 유적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비명이 아니었다. 세계의 모든 고통과 절망을 담은 듯한, 영혼을 찢는 듯한 절규였다.
보랏빛 눈동자가 있던 구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형체가 없으면서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카인의 몸이 굳었다. 도망치려 했지만, 발이 땅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가 그의 모든 세포를 마비시켰다.
그때, 그의 손끝에서 다시금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이번에는 훨씬 더 강력하고, 훨씬 더 분명하게.
*선택해라. 인간. 저항할 것인가, 아니면… 복종할 것인가.*
카인의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이번에는 절규가 아닌, 명령이었다. 그의 몸 안에서 꿈틀대는 검은 힘이 그의 손아귀에서 불꽃처럼 타올랐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저 거대한 어둠 앞에서, 카인은 스스로가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안에서 깨어난 이 ‘어둠의 맥동’이 자신에게 생존의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보았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보랏빛 눈동자를 노려보며, 떨리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젠장…!”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절규에 가까운 포효였다. 카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안개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마치 어둠을 품은 심연처럼 짙고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저항이었다.
동시에, 거대한 어둠에게 내딛는 한 걸음이었다.
카인은 알았다. 자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이제부터 그의 삶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었다.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그림자가 구멍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수백 개의 팔과 수천 개의 눈을 가진, 이형의 괴물이었다. 세계의 붕괴를 형상화한 듯한 존재였다.
카인은 떨리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은 거대한 그림자를 향해 맹렬하게 뻗어 나갔다.
지하 유적은 다시금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진동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