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화: 이상한 아침의 시작

김수아는 아침 햇살이 눈꺼풀을 간지럽히는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밖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이 그림자놀이하듯 춤을 추고 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도시의 아침, 귓가에는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과 가끔씩 섞이는 새소리만이 흐릿하게 들려왔다. 익숙한 풍경만큼이나 익숙한 자신의 방 천장을 올려다보며 수아는 기지개를 켰다. 벌써 몇 년째 이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이지만, 이 평온함이 때로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폭신한 슬리퍼를 신었다. 어젯밤 퇴근 후 급하게 벗어 던진 재킷이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다. ‘아, 오늘 세탁해야 하는데.’ 작게 중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은 늘 간단했다. 토스터에 식빵 두 조각을 넣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찬장에서 머그컵을 꺼내고, 선반에 놓인 커피 원두 봉투를 열었다. 고소한 커피 향이 금세 주방을 가득 채웠다.

물을 붓고, 토스터가 ‘딸깍’ 소리를 내며 빵을 뱉어냈다. 이제 완벽한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다. 갓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수아는 쟁반에 음식을 담아 거실 테이블로 향했다. 막 자리에 앉아 토스트 한 조각을 집으려는 순간이었다.

“어…?”

눈을 비볐다. 분명 쟁반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토스트가, 왜 하필 가장자리가 뾰족한 삼각형 모양으로 반듯하게 잘려 있는 걸까? 방금 막 토스터에서 나온 빵이었다. 심지어 칼도 사용하지 않았다. 수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자신이 잠결에 그랬나? 하지만 어젯밤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던 기억밖에 없었다. 게다가 토스트를 자르는 건 언제나 잼을 바른 후에 하는 일이었다.

“음, 착각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잘린 토스트 조각을 입에 넣었다. 바삭한 식감은 여전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거실 창문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꽤 부나?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았다. 나뭇가지가 살랑이는 것 외에는 특별히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 같지도 않았다. 심지어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상하네.’

그때였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리모컨이 스르륵 미끄러지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수아는 깜짝 놀라 커피를 든 손을 멈췄다. 방금 전까지 리모컨은 테이블 한가운데에 안정적으로 놓여있었다. 테이블을 발로 건드린 것도 아니고, 바람이 불어 떨어질 높이도 아니었다.

“이게 무슨…”

그제야 수아의 얼굴에 미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리모컨을 주워 들려 몸을 숙였을 때,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마치 누군가 바로 뒤에서 숨을 쉬는 듯한 섬뜩한 느낌. 수아는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텅 비어있는 거실. 아무도 없었다.

“아침부터 왜 이러지… 잠이 덜 깼나?”

스스로에게 변명하듯 중얼거렸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괜히 으스스한 느낌에 아침 드라마를 틀었다. 시끌벅적한 배경음악과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연기가 텅 빈 공간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듯했다. 덩달아 긴장했던 어깨의 힘도 스르륵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때,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말도 안 돼!” 하고 소리치는 순간, 거실 천장에 달린 조명이 ‘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깜빡였다. 딱 한 번, 섬광처럼 밝아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수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마치 누군가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감탄사라도 내뱉은 것처럼.

“농담이지…?”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분명히 혼자 사는 집이었다. 이 시간에 집에 올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었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수아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주변을 둘러봤다. 침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방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욕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조차 없었다. 이 작은 아파트에 숨을 공간이라곤 없었다.

그때, 주방에서 ‘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아는 화들짝 놀라며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식기 건조대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컵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컵은 마치 공중에 떠올랐다가 떨어진 것처럼, 싱크대 근처에서 깨져 있었다.

“아악!”

수아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 이건 착각도, 우연도, 바람 탓도 아니었다. 명백히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벌이는 짓이었다.

깨진 컵 조각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조각들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잔상이 언뜻 스쳤다. 마치 투명한 손이 컵을 밀어 떨어뜨린 것처럼.

수아는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의 평범하기 그지없던 아침이, 순식간에 난해하고 기괴한 미스터리로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내 집에… 손님이 왔나?”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오직, 싸늘하게 가라앉은 정적만이 그녀를 둘러쌀 뿐이었다. 그리고 수아는 깨달았다. 이 평범한 아파트는, 이제 더 이상 자신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