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엽 서재의 밀실 살인
**로그라인:** 증기 도시 크로노스, 온갖 태엽 장치와 증기 기관으로 봉인된 서재에서 천재 발명가 베라트 남작이 살해당한다. 외부와의 접촉은 완전히 차단된 완벽한 밀실. 아무도 풀 수 없을 것 같은 이 미궁 같은 사건에, 젊은 천재 탐정 카엘렌이 뛰어든다. 그의 푸른 증기안경 너머로, 진실을 향한 기계적인 섬광이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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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밤.
증기 도시 ‘크로노스’ – 베라트 남작 저택 외경.
[화면 설명]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증기 도시 ‘크로노스’의 거대한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수백, 수천 개의 톱니바퀴와 황동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거대한 기계 괴수처럼 솟아 있다. 도시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가스등 불빛에 반사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멀리서는 증기 기관차의 기적 소리가 낮게, 웅장하게 울린다.
화면은 서서히 한 고급 저택으로 줌인한다. 저택은 뾰족한 지붕과 촘촘한 기계 장식들로 뒤덮여 마치 하나의 거대한 시계탑처럼 보인다. 굴뚝에서는 옅은 증기가 피어오르고, 창문 너머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저택 입구 앞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경비병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그들의 옆으로는 육중한 황동 장갑차량들이 정차해 있다. 공포와 불안, 그리고 긴박함이 뒤섞인 분위기.
[음악] 낮고 웅장하며 신비로운 스팀펑크풍 오케스트라 음악.
SCENE 2.
밤.
베라트 남작 저택 – 응접실.
[화면 설명]
호화롭게 장식된 응접실. 벽난로 위로 정교한 태엽 시계들이 끊임없이 째깍거리고, 천장에는 거대한 황동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가죽 소파와 무거운 벨벳 커튼이 고급스러움을 더하지만, 현재는 사건의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다.
볼코프 경감이 심각한 얼굴로 담배 파이프를 빨고 있다. 그의 굵직한 수염과 우직한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다. 그의 옆에는 몇몇 경찰관들이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탁자 위에는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것으로 보이는 몇몇 증거물들이 놓여 있다. (깨진 태엽 장치 파편, 정체불명의 나사, 희미한 기름 얼룩이 묻은 헝겛 조각 등)
[볼코프 경감]
(파이프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깊은 한숨을 쉬며) 제기랄… 이런 사건은 처음이야. 밀실 살인이라니… 그것도 베라트 남작의 서재에서!
[경찰관 1]
(긴장한 목소리로, 경감에게 서류를 내밀며) 경감님, 서재 문은 안에서 태엽 장치로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저희가 진입하기 위해 기계 전문가를 동원해 겨우 해체해야 했습니다. 창문 역시 특수 합금으로 봉인되어 있었고, 그 위에 기계식 셔터까지 내려져 있었죠. 환기구는 사람 한 명 들어갈 틈도 없었습니다. 모든 잠금장치는 내부에서 작동된 상태였습니다.
[볼코프 경감]
(파이프에서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답답한 듯 벽난로를 응시한다) 범인이 유령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남작은… 등에 태엽 단검이 박힌 채 발견됐지.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고.
[경찰관 2]
(보고서를 읽듯) 피해자의 사인은 태엽 단검에 의한 출혈 과다입니다. 사망 시각은 어젯밤 10시에서 11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볼코프 경감]
그 시각에 남작 저택에 출입한 사람은? 혹은 그 주변에 있었던 사람은?
[경찰관 1]
(보고서를 훑으며) 남작의 집사, 마스터 토머스. 그는 남작에게 야식을 가져다준 후 서재 밖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돌아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더 길게, 복잡하게 울렸다고 합니다. 다른 하인들은 모두 지정된 시간에 각자의 숙소에 있었고, 외부인 출입 기록은 없습니다.
[볼코프 경감]
(미간을 찌푸리며, 파이프를 탁자에 내려놓는다) 흠… 결국 우리 능력 밖의 일이라는 건가. 망할…
[음악] 긴장감 고조.
SCENE 3.
밤.
베라트 남작 저택 – 입구.
[화면 설명]
저택 입구에 한 명의 젊은 남자가 도착한다. 은빛 머리카락, 푸른색 증기안경을 살짝 치켜올린 그의 이름은 카엘렌. 고급스러운 가죽 코트와 황동 장식이 어우러진 조끼를 입고 있다. 그의 손목에는 휴대용 압력 게이지와 소형 나침반이 달린 특수 장갑이 채워져 있다. 그는 주변의 복잡한 기계들을 무심한 듯 스쳐 지나가지만, 그의 푸른 눈동자는 끊임없이 주변을 스캔하는 듯, 미세한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움직인다.
[카엘렌]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볼코프 경감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락받고 바로 왔습니다.
[볼코프 경감]
(카엘렌을 발견하고,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오, 카엘렌! 자네가 와주다니 천만다행일세! 이 미치광이 같은 사건, 자네라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어서 이쪽으로. 내가 자네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모를 걸세.
[음악] 희망과 지성의 분위기로 전환.
SCENE 4.
밤.
베라트 남작 저택 – 서재 앞 복도.
[화면 설명]
카엘렌과 볼코프 경감이 서재 앞 복도에 도착한다. 복도 벽에는 정교한 태엽 장식들이 움직이고,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다. 서재 문은 육중한 강철과 황동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수많은 톱니바퀴와 잠금장치가 얽혀 있어 마치 거대한 금고 문을 연상시킨다. 문틈으로는 미세한 증기조차 새어 나오지 않을 것처럼 완벽하게 봉인되어 있다. 경찰들이 문 앞에서 감식 작업을 마친 듯 물러나 있다. 문 주변에는 해체 과정에서 생긴 작은 흠집들이 남아 있다.
[카엘렌]
(증기안경을 살짝 내리며, 문의 잠금장치들을 응시한다) 이 문… 베라트 남작이 직접 설계한 것이겠죠?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군요.
[볼코프 경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남작의 기계 공학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니까. 그는 자신의 서재를 크로노스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로 만들었다네.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해. 우리가 들어갈 때도 거의 통째로 부숴야 할 지경이었네. 자네가 오지 않았다면 이 문 앞에서 하루 종일 고민했을 걸세.
[카엘렌]
(문의 잠금장치들을 유심히 살핀다. 그의 눈동자에 미세한 기계 톱니바퀴 같은 섬광이 번뜩인다) 흥미롭군요. 잠금장치들의 배치와 해체 과정에서 기록된 압력 게이지의 잔류 압력을 보아하니… 내부에 있는 누군가가 완벽하게 잠그지 않았다면 이토록 견고하게 봉인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외부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볼코프 경감]
(고민하듯) 결국 남작이 스스로 잠그고 죽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자살이 아니라는 건 명백해! 등에 칼이 박혔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카엘렌]
(문을 만지며, 그의 특수 장갑의 압력 게이지가 미세하게 움직인다. 낮은 증기압 변화가 감지된다) 서재 안으로 들어가 보시죠. 진실은 항상 가장 복잡한 장치 속에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음악] 긴장감 유지.
SCENE 5.
밤.
베라트 남작 저택 – 서재 내부.
[화면 설명]
서재 내부는 온갖 기묘하고 아름다운 태엽 장치와 증기식 자동 기계들로 가득 차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책장, 천장에 매달린 복잡한 움직이는 천체 모형, 책상 위에는 정교한 부품들이 널려 있고, 벽 한편에는 실물 크기의 황동 자동 인형(오토마톤)들이 서 있다. 그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정지된 상태로 존재한다. 방 전체에서 미세한 기계음과 증기압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 신비로우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방 중앙의 거대한 오크 책상 위에는 베라트 남작의 시신이 엎드려 있다. 그의 등에는 정교하게 세공된 태엽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다. 단검의 손잡이 부분에는 작은 톱니바퀴 문양이 새겨져 있고, 칼날에서는 아직 미세한 증기가 새어 나오는 듯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시신 주변에는 피가 흥건하고, 책상 위에는 여러 개의 태엽 부품들과 망가진 작은 증기 시계가 흩어져 있다.
창문은 두꺼운 특수 합금 유리로 봉인되어 있고, 그 위를 덮은 황동 셔터는 완벽하게 닫혀 있다. 카엘렌은 조용히 방을 둘러본다. 그의 시선은 시신, 단검, 그리고 방 안의 모든 기계 장치들을 날카롭게 훑는다. 볼코프 경감과 경찰관들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서며, 한숨을 내쉬는 이도 있다.
[볼코프 경감]
(시신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 비극일세… 위대한 발명가가 이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카엘렌]
(말없이 방을 한 바퀴 돈다. 그의 손가락은 책상 위 부품, 벽의 자동 인형, 심지어 천장의 천체 모형까지 스쳐 지나간다. 그의 증기안경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스캔하는 것처럼 번뜩인다) 완벽한 밀실. 그리고 완벽하게 증발한 범인… 아니, 그렇게 보일 뿐이죠. 진실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합니다.
[경찰관 1]
(조심스럽게) 서재 내부에서는 외부 침입의 흔적도, 용의자가 숨을 만한 공간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잠금장치는 안에서 작동되었고, 외부에서 조작된 흔적도 없습니다. 이 정도면 미스터리를 넘어선 기적입니다.
[카엘렌]
(남작의 시신에 가까이 다가간다. 단검에 박힌 채 굳어버린 남작의 손가락을 유심히 살핀다. 그의 손에는 미세한 기름때와 함께 옅은 톱니바퀴 자국이 남아 있다.) 남작은 죽기 직전까지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었던 것 같군요. 손바닥에 희미한 기름때 자국과 함께 톱니바퀴 자국이 선명합니다.
[볼코프 경감]
(시신을 내려다본다) 톱니바퀴 자국이라니… 뭘 만지다가 죽었다는 건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계를 만지고 있었다는 말인가?
[카엘렌]
(주변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핀다. 그의 시선이 벽 한편에 서 있는 실물 크기의 자동 인형들에 멈춘다) 저 자동 인형들은… 어떤 기능을 하죠? 남작의 취미 생활용이라는 정보 외에, 특이사항은 없습니까?
[경찰관 2]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남작의 취미 생활용입니다. 특정 시간에 맞춰 움직이거나, 간단한 음성 명령에 반응하여 차를 따르거나, 서류를 전달하는 등… 주로 시중을 드는 용도죠. 살인을 할 만한 기능은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모든 자동 인형들의 프로그램을 검토했습니다. 살인 기능이라니… 경감님도 아시겠지만, 오토마톤은 단순한 기계일 뿐입니다.
[카엘렌]
(한 자동 인형의 팔을 만져본다. 팔 관절의 태엽 장치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모든… 프로그램이요? 남작의 서재에 있는 모든 기계 장치들의 프로그램을 전부 다 검토하셨습니까? 이 서재에는 단순히 오토마톤 외에도 수많은 장치들이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경찰관 2]
(약간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다) 아… 그건… 시간 관계상 주요 자동 인형들만 우선적으로… 그 외의 태엽 시계나 천체 모형 같은 것들은 살인과 무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카엘렌]
(빙긋 웃는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진실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기계적인 미소에 가깝다) 그렇겠죠. 이 서재의 모든 기계는 남작의 손길을 거쳤으니, 하나하나가 또 다른 작품이었을 겁니다. 볼코프 경감님, 이 단검… 남작의 소장품 중 하나입니까? 칼날에 새겨진 문양을 보아하니 평범한 물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볼코프 경감]
그렇다네. 매우 희귀한 물건이라고 들었네. 19세기 초 태엽 공학의 정수라고 불리던… 특별 주문 제작품이라고 했지. 남작이 아끼던 물건이었네.
[카엘렌]
(단검을 바라보며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단검 손잡이의 톱니바퀴 문양을 응시한다) 칼날에서 피어오르는 미세한 증기… 칼날 끝에 남은 특수한 광택제 자국… 그리고 남작의 손에 남은 톱니바퀴 자국.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진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음악] 미스터리가 심화되는 음악.
SCENE 6.
밤.
베라트 남작 저택 – 서재 내부. (수십 분 후)
[화면 설명]
카엘렌은 서재를 쉬지 않고 움직이며 증거를 수집한다. 그는 휴대용 압력 게이지로 바닥의 미세한 압력 변화를 측정하고, 소형 나침반으로 방 안의 자기장 흐름을 확인한다. 그의 눈은 벽면의 톱니바퀴 장식 하나하나, 책상 서랍 안의 작은 나사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는 특히 서재 문 근처의 벽면과 창문 근처의 틈새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잘 짜인 태엽 인형처럼 정교하고 효율적이다.
그가 한쪽 벽에 숨겨진 듯한 작은 황동 패널을 발견한다. 패널은 다른 벽 장식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패널에는 복잡한 태엽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 카엘렌은 자신의 특수 장갑에서 얇은 기계 도구를 꺼내 능숙하게 잠금장치를 해제한다.
[카엘렌]
(황동 패널을 열며, 볼코프 경감에게 손짓한다) 경감님, 이 패널은 처음 보시는군요. 역시 남작다운 은밀한 장치입니다.
[볼코프 경감]
(다가오며, 놀란 표정) 이런 게 있었나? 남작이 워낙 비밀스러운 것을 좋아해서… 저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은 없었네. 이 서재의 모든 장치가 비밀투성이군.
[카엘렌]
(패널 안의 복잡한 기계 장치들을 살핀다. 손가락으로 가느다란 와이어를 당겨본다. 와이어는 미세한 증기 압력을 조절하는 밸브에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서재 문 잠금장치의 보조 동력원과 연결된 회로입니다. 그리고 저 와이어는… 서재 밖으로 연결되어 있었군요. 정확히는 복도 끝의 작은 환기구 내부로 이어져 있습니다.
[경찰관 1]
(놀라며) 밖에서 문을 잠글 수 있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안에서 걸린 태엽 잠금장치는 해체 불가능한 구조였는데…
[카엘렌]
(고개를 젓는다) 밖에서 완전히 잠글 수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문이 닫힌 후, 일정 시간 뒤에 내부 잠금장치가 작동되도록 하는 지연 장치는 조작할 수 있었겠죠. 남작은 자신의 서재 보안에 너무나도 자신만만했기에, 급하게 서재를 나설 때를 대비해 이런 보조 장치를 만들어 두었을 겁니다. 서재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작동되는 지연 장치를 통해, 몇 분 후 외부에서 비밀 코드(혹은 특정 주파수의 증기압)를 보내 내부 잠금장치를 완전히 걸 수 있도록. 일종의 원격 잠금 시스템인 셈입니다.
[볼코프 경감]
(눈을 크게 뜨며, 깨달음을 얻은 표정) 그렇다면 범인은 남작을 살해한 뒤, 서둘러 밖으로 나가 남작이 만들어 둔 지연 장치를 이용해 밀실을 만든 것인가? 그럴듯한 이야기군!
[카엘렌]
(바닥에 엎드려 무언가를 찾는다. 작은 크기의, 먼지가 쌓인 듯한 태엽 조각 하나를 발견한다. 그의 얼굴에는 확신이 번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범인은 어떻게 서재 안에서 칼을 꽂아 넣었을까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남작의 손에 남은 톱니바퀴 자국… 그건 자신이 직접 만진 흔적이었습니다. 이 모든 조각이 하나의 거대한 태엽 장치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음악] 미스터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분위기.
SCENE 7.
밤.
베라트 남작 저택 – 서재 내부. (수십 분 후 – 카엘렌의 최종 추리)
[화면 설명]
카엘렌은 이제 모든 조각을 맞춘 듯, 차분하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방 중앙에 선다. 볼코프 경감과 경찰관들은 그의 말에 집중한다. 그는 벽 한편에 서 있는 실물 크기의 황동 자동 인형들을 가리킨다. 방 안의 기계음은 카엘렌의 목소리를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카엘렌]
자,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이 사건은 완벽한 밀실 살인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남작 자신의 습관과 그가 창조한 기계들이 만들어낸, 지극히 인간적인 비극입니다. 이 모든 비극의 중심에는 남작의 천재성과 인간의 탐욕이 뒤섞여 있습니다.
[볼코프 경감]
(숨을 죽이며, 침을 꿀꺽 삼킨다) 말해보게, 카엘렌! 모든 진실을 밝혀주게!
[카엘렌]
범인은 남작의 집사, 마스터 토머스입니다.
[경찰관 1]
(놀라며, 흥분한 목소리로) 마스터 토머스라고요? 그는 남작에게 야식을 가져다주고 돌아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남작을 죽일 만한 살해 동기가 없습니다! 그는 남작에게 충성심이 높은 인물이었습니다!
[카엘렌]
(고개를 젓는다) 동기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관계가 있을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그가 남작의 습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남작은 서재를 떠나거나, 누군가를 들일 때 서재 문을 완전히 봉인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항상 자신의 옆에 있는 기계 장치를 만지작거리는 습관이 있었죠. 특히 어떤 중요한 작업을 할 때면 더욱이요.
[카엘렌]
(남작의 시신 옆, 망가진 증기 시계를 집어 든다. 시계의 태엽 장치 일부가 파손되어 있다) 남작은 살해 직전, 이 증기 시계를 고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에는 이 시계의 톱니바퀴 자국과 함께, 희미한 기름때와 특수 광택제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광택제는 바로… 저 단검에 발라져 있던 것과 동일한 성분입니다.
[볼코프 경감]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쥔다) 하지만… 남작은 칼에 찔려 죽었네. 자신이 만진 시계가 그를 죽였다는 건가? 말도 안 돼! 자네의 추리가 너무 비약적이야!
[카엘렌]
(차분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설명한다) 마스터 토머스는 남작에게 야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는 남작이 즐겨 사용하던 이 태엽 단검에 미리 약물을 발라두었던 겁니다. (단검 손잡이의 톱니바퀴를 가리키며) 이 단검은 일반적인 단검이 아닙니다. 이 단검은 특정 압력을 받거나, 특정 주파수의 증기압에 노출되면 칼날이 튀어나오도록 설계된, 남작 특유의 ‘자동 발사’ 태엽 단검입니다. 남작은 이 단검을 자신의 가장 자랑스러운 기계 예술품 중 하나로 여겼을 겁니다.
[카엘렌]
토머스는 이 단검을 남작이 자주 앉는 의자 팔걸이나 책상 특정 부분에 은밀히 부착해 두었습니다. 단검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톱니바퀴 부분에 약물을 발라두었죠. 그리고 남작이 시계를 고치다 말고, 무심코 그 단검을 건드리게 될 것을 예상한 겁니다. 남작은 시계를 고치면서 손에 기름때를 묻혔고, 그 손으로 단검 손잡이의 톱니바퀴를 만졌을 겁니다. 그때, 단검에 미리 발라둔 약물이 피부에 스며들며 신경을 마비시켰고, 남작이 무심코 가한 압력이나, 그가 평소 사용하던 기계에서 나오는 특정 주파수의 미세한 증기압이 단검의 자동 발사 장치를 작동시킨 겁니다!
[볼코프 경감]
(경악하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설마… 남작이 스스로 단검을 작동시켜… 자신의 등에 꽂았다는 말인가?! 이런 잔인하고 치밀한 수법이라니!
[카엘렌]
(고개를 끄덕인다) 정확히는, 범인이 설정해둔 상황 속에서 남작이 스스로 단검의 방아쇠를 당긴 겁니다. 약물로 인해 팔다리가 마비되고 의식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지탱하려 뒤로 기대거나, 혹은 테이블에 박힌 단검을 뽑으려 했을 때… 그 압력에 의해 단검은 남작의 등에 깊숙이 박힌 겁니다. 시신이 엎드려 발견된 것은, 단검이 등에 박힌 후 쓰러지며 테이블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망가진 시계는 남작이 마지막 순간까지 만지고 있던 물건이자, 그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파손된 것입니다.
[카엘렌]
그리고… 밀실 트릭. 마스터 토머스는 남작을 살해하는 과정을 지켜본 후, 서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황동 패널을 다시 가리키며) 그 후, 남작이 서재를 나설 때 사용하던 지연 잠금장치를 외부에서 조작한 겁니다. 그는 남작이 서재 문을 닫으면 몇 분 후 자동으로 잠기는 시스템을 악용하여, 자신이 나간 후에 문이 완벽하게 잠기도록 만들었습니다. 그가 진술한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더 길게, 복잡하게 울렸다”는 말은, 남작의 죽음으로 인해 서재 내부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작동하며 발생한 소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거짓 진술인 동시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강화하려는 의도였던 겁니다. 완벽한 밀실을 연출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였죠.
[볼코프 경감]
(입을 다물지 못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말도 안 돼… 그런 치밀한 계획이라니… 그렇다면 동기는? 도대체 왜, 남작에게 충성을 다하던 그가 이런 짓을…
[카엘렌]
(냉철한 눈빛으로 토머스의 진술서를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서류를 꿰뚫는 듯하다) 토머스는 남작의 조카입니다. 그는 남작의 유산을 노리고 있었지만, 남작이 자신의 재산을 대부분 기계 공학 발전을 위한 연구소에 기증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토머스에게는 남작의 연구 노트와 설계도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을 훔치려던 토머스가 남작에게 발각되자, 남작을 살해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남작이 시계를 고치고 있을 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단검을 설치하고, 약물을 바른 겁니다. 모든 것이 계획적이었습니다.
[경찰관 1]
(경악과 함께, 뒤늦게 수긍하는 표정) 하지만… 시신 옆에 흩어진 태엽 부품들과 망가진 증기 시계는? 그것들이 범인의 흔적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카엘렌]
그것들은 남작이 죽기 직전까지 고치고 있던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토머스가 급하게 단검을 설치하며 혹은 단검이 작동된 후에 남작이 몸부림치며 부딪혀서, 일부러 현장을 더 복잡하게 만들려고 흐트러뜨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토머스에게 살인과 밀실을 만들 충분한 시간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남작의 모든 것이 하나의 기회였던 셈입니다.
[음악] 미스터리가 풀리는 웅장한 클라이맥스 음악.
SCENE 8.
밤.
베라트 남작 저택 – 응접실.
[화면 설명]
마스터 토머스가 경찰들에게 체포되어 끌려가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모든 것이 들통났다는 절망감과 분노, 그리고 체념이 뒤섞여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카엘렌을 노려보지만, 카엘렌은 그의 시선을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냉철하고 흔들림이 없다. 볼코프 경감은 묵묵히 그 과정을 지켜본다.
[마스터 토머스]
(분노에 찬 목소리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도 안 돼… 그딴 추리로… 어떻게…!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카엘렌]
(차분하게)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이 그 기계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감춰질 뿐이죠. 당신은 남작의 천재성을 이용하려 했지만, 결국 그 천재성이 당신의 계획을 무너뜨렸습니다. 모든 기계 장치는 자신의 주인을 기억합니다.
[음악] 장엄하고 만족스러운 결말 음악.
SCENE 9.
밤.
증기 도시 ‘크로노스’ – 도시 외경.
[화면 설명]
다시 한번 증기 도시 ‘크로노스’의 야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톱니바퀴와 증기 파이프들이 밤하늘 아래 빛나고, 거대한 기계 장치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도시의 생명을 유지한다. 도시의 복잡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카엘렌은 저택을 나서며, 그의 푸른 증기안경을 다시 살짝 고쳐 쓴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세한 기계적인 미소만이 감돈다. 또 다른 미스터리를 찾아, 어둠 속으로, 증기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 그의 손목시계형 압력 게이지가 미세하게 움직이며, 새로운 모험을 예고하는 듯하다.
[음악]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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