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우주선 ‘아틀라스’호의 함교는 푸른빛으로 고요히 잠겨 있었다. 밖은 망망한 어둠, 별들이 점처럼 박힌 영원한 심연. 인류의 탐사선을 태우고 4년째 항해 중인 ‘아틀라스’호는 이제껏 그 누구도 닿지 못했던 심우주의 변방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함교의 긴장감은 일상적인 지루함에 희석되어 있었지만, 미지의 영역이 주는 묘한 경외감은 언제나 공기 중에 맴돌았다.

“함장님, 별다른 특이사항 없습니다. 모든 시스템 정상 작동 중입니다.”
선임 항해사 김유진이 정례 보고를 마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루한 항해 기간만큼이나 단조로웠다.

함장 카이 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항해의 피로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지만, 깊은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게 살아있었다. 그는 주 모니터에 비치는 은하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아름다운 광경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때였다.
“함장님, 장거리 스캐너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수석 과학자 서지영 박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평소의 차분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듯했으나, 그 속에 섞인 미세한 흥분이 감지되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홀로그램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카이 함장은 몸을 돌려 지영에게 다가섰다.
“미확인 물질입니까?”

“네, 함장님. 정확히 말하면… 그 무엇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금속도, 암석도, 에너지체도 아닙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어떤 물질의 구성 요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빠른 속도로 콘솔 위를 움직였다.

홀로그램 스크린에 붉은색 점이 깜빡였다. ‘아틀라스’호로부터 약 0.5광년 떨어진 지점이었다. 일반적인 별의 잔해나 소행성이라면 벌써 분석이 끝났을 것이다.

“형태는요?”
카이 함장이 물었다.

“불규칙합니다. 아니, 불규칙한데… 동시에 완벽합니다. 마치 정교하게 깎인 예술품 같기도 하고, 무작위로 튀어나온 암석 같기도 합니다. 주변 공간의 빛을 흡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각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지영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섞였다.

“흡수?” 기관장 강민준이 투박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블랙홀이라도 되는 건가?”
민준은 거친 외모와 달리 섬세한 감각을 가진 베테랑 엔지니어였다. 그의 경계심은 함교 전체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블랙홀은 아닙니다. 중력 파동도 미약하고, 특이점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지영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이 물체 주변으로 아주 미약한 에너지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 에너지가 마치… 시공간을 교란시키는 것 같습니다.”

카이 함장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시공간 교란이라니?”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센서가 불안정합니다. 마치 물결이 이는 것처럼 데이터가 순간적으로 왜곡되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처음입니다.” 지영이 망설이며 말했다. “마치 주변의 시간이 아주 짧은 간격으로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처럼….”

“거참, 재밌군.” 카이 함장이 짧게 읊조렸다. 그는 긴 항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흥미를 느꼈다. “진로를 변경한다. 속도를 0.1 광속으로 낮추고, 목표 지점으로 접근한다. 모든 관측 장비를 최대로 가동하고, 비상 프로토콜을 준비해라.”

“네, 함장님!” 유진이 빠르게 응답하며 키보드를 조작했다.
함교를 감싸던 고요함은 사라지고, 미지의 물체에서 비롯된 긴장감과 기대감이 차올랐다.

몇 시간 후, ‘아틀라스’호는 문제의 물체로부터 약 1만 킬로미터 상공에 도달했다. 주 모니터에는 이제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물체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맙소사….”
강민준의 입에서 넋 나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의 거친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니터를 응시했다.

그것은 검은색이었다. 완벽하게, 심연처럼 깊은 검은색. 하지만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었다. 주위의 모든 빛을 삼키는 듯한, 광학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색이었다.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그림자가 없었고,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러웠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반사되는 빛은 없었다.

형태는 더욱 기이했다. 육면체도 구도 아니었다. 어떤 기하학적인 도형으로도 정의할 수 없었다. 얼핏 보면 불규칙한 다면체 같았으나, 자세히 보면 모든 면과 모서리가 완벽한 비례로 이어져 있었다. 마치 수학적인 모순을 시각화한 듯한 존재였다. 크기는 대략 중형 아파트 건물 정도였다.

“함장님, 스캔 결과가… 말이 안 됩니다.” 지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재질은 분석 불가. 어떤 원소도 검출되지 않습니다. 밀도는… 추정 불가. 광선을 쏘면 흡수되고, 전파는 굴절되며 사라집니다. 존재 자체가 물리 법칙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생체 반응은요?” 카이 함장이 침착하게 물었다.

“전혀 없습니다. 무생물체입니다.” 지영이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함장님, 시공간 교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물체 주변 100킬로미터 반경에서 시간의 흐름이 불규칙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시계가 계속해서 오작동하고 있습니다!”

함교의 보조 모니터에 표시된 시간들이 제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시계는 0.1초씩 건너뛰고, 어떤 시계는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유진은 당황한 듯 자신의 팔목 시계를 내려다봤다. 바늘이 틱, 틱, 틱, 틱, 그리고 틱… 틱! 한 번에 두 칸을 움직였다.

“함장님, 충격파 감지! 물체에서 강한 에너지 파동이 방출되고 있습니다!” 민준이 소리쳤다.

검은 물체 주변의 공간이 일렁였다. 마치 물속에 돌을 던진 것처럼, 허공에 파문이 일었다. 그 파문은 급속도로 확장되어 ‘아틀라스’호까지 집어삼켰다.

“시스템 오류! 주 전원 불안정! 보조 동력으로 전환 중!” 유진이 다급하게 외쳤다.

선체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승무원들이 몸의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지영의 콘솔에서 격렬한 경고음이 울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데이터를 읽으려 애썼다.

“함장님! 에너지 파동이… 파동이 시간을 역행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장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섬광이 ‘아틀라스’호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함교의 모든 빛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카이 함장은 거대한 중력에 짓눌리는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몸이 사정없이 비틀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치 수많은 시간의 파편들이 자신을 통과해 지나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모든 것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겼다. 그리고 곧, 모든 감각이 정지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함교는 여전히 푸른빛으로 고요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카이 함장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옆에서 지영이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함장님…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카이 함장은 주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검은 물체는 여전히 그곳에 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함장님! 우리의 항해 일지가…! 4년 3개월 17일에서… 멈춰있습니다!” 유진이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카이 함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콘솔에 표시된 함내 시계는 여전히 멈춰 있었다. 멈춰있는 시간, 그리고 그 안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검은 물체.

“민준, 함선 외부 상태 보고.” 카이 함장은 침착하려 애쓰며 명령했다.

민준은 더듬거리며 콘솔을 조작했다. 그리고 이내 질린 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함장님… 외부 센서가….”
민준의 눈이 모니터에 고정되었다. 그곳에 표시된 것은, 방금 전 자신들이 보고 있던 우주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낯선 성운과 별들의 배열이었다.

“함장님… 우리는… 다른 곳에 와 있습니다.” 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이 함장은 검은 물체를 다시 바라보았다. 섬광이 터지기 직전, 그가 느꼈던 알 수 없는 시간의 소용돌이…

“아니.” 카이 함장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칼날 같았다. “우리가 다른 곳에 온 것이 아니라….”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가… 다른 시간으로 온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