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유리창 너머의 속삭임

늘푸른 게스트하우스, 오늘만큼은 그 이름이 무색했다. 언제나 햇살이 가득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던 응접실은 차가운 침묵에 잠겨 있었고, 평소 활기 넘치던 매니저 서아름 씨의 얼굴에는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마른 입술을 연신 깨물며 애써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아름 씨, 괜찮으세요? 좀 앉으시죠.”

담당 형사인 오 형사가 조심스럽게 권했지만, 아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시선은 굳게 닫힌 채 경찰 테이프가 둘러진 한선우 씨의 서재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녀는 그 문을 두드리며 오늘의 조식 메뉴를 여쭤보고 있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끔찍한 악몽이 되어버렸다.

“선우 씨…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낮은 흐느낌이 아름의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온화한 미소로 늘푸른 게스트하우스를 지켜왔던 주인, 한선우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새벽 녘이었다. 아름이 아침 조식 준비를 위해 그를 깨우러 서재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고, 불안감에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 순간,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경찰의 초기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선우 씨는 가슴에 단 한 번의 깊은 상처를 입고 사망했으며, 서재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창문 또한 안에서 굳게 걸쇠가 걸려 있었고, 어떤 강제 침입의 흔적도 없었다. 완벽한 밀실 살인.

그때, 응접실 한쪽 구석,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던 한 남자가 들고 있던 책을 조용히 덮었다. 언제나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를 풍기는 강지우 씨였다. 그는 늘푸른 게스트하우스의 단골 중의 단골로, 공식적으로는 투숙객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아름의 정신적 지주이자, 이따금씩 기묘한 사건들을 해결하곤 하는 ‘탐정’이었다.

“오 형사님, 혹시 차 한 잔 드시겠어요?”

지우의 나른한 목소리가 적막을 깼다. 오 형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지우 씨의 엉뚱함은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었다.

“강지우 씨, 지금 차 마실 기분은 아닙니다만….”

“아름 씨가 직접 볶은 원두로 내린 따뜻한 차는 긴장된 신경을 풀어주죠. 그리고… 어쩌면 차 한 잔이 실마리를 찾아줄 수도 있습니다.”

지우의 말에 아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차 한 잔이 대체 무슨 실마리를?

지우는 고요히 일어서서 아름에게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름 씨, 평소처럼 차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한선우 씨의 서재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로요.”

아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제야 서재 안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차 한 잔을 떠올렸다. 반쯤 마시다 남은 따뜻한 차.

잠시 후, 오 형사와 지우, 그리고 아름은 게스트하우스 한쪽에 마련된 작은 다실에 마주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방금 아름이 정성껏 내린 따뜻한 차 두 잔이 놓여 있었다. 오 형사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음, 향이 좋네요. 그런데 강지우 씨, 이게 무슨….”

“선우 씨가 늘 즐겨 마시던 차입니다. 서재에 있던 것도 이 차였죠.”

지우는 차가 담긴 찻잔을 천천히 돌려가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차의 색깔과 잔에 맺힌 수증기를 응시하는 듯했다.

“서재 문은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고, 창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밀실. 오 형사님도 그렇게 판단하셨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흉기인 편지 칼은 시신 옆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깨끗하게 닦여 있었습니다. 범인이 내부에서 범행 후, 흉기를 들고 사라질 수 없는 상황이죠.” 오 형사가 답했다.

“정말 완벽한 밀실입니다. 자살의 가능성은요?”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혈흔이 거의 튀지 않았습니다. 자살이라면 다소 부자연스럽죠. 게다가 선우 씨는 누구에게도 원한을 살 만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자살할 만한 이유도 찾기 어렵고요.”

“그렇군요.” 지우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오 형사님, 선우 씨의 서재 안에는 차가 딱 한 잔만 있었습니까?”

오 형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책상 위에 놓인 찻잔 하나. 이상한 점이라도?”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아름 씨, 서재 창문은 평소에 어떻게 잠겨 있었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름은 눈을 깜빡였다. “음… 늘 안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죠. 서재가 1층이라 방범에 신경을 많이 쓰셨거든요. 저희 게스트하우스는 창문마다 잠금장치가 튼튼해서….”

“그렇군요. 그럼 범인은 대체 어떻게 그 밀실을 만들어냈을까요?”

지우는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나른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퍼즐 조각을 꿰뚫어 보는 듯한 예리함이 번득이고 있었다.

“범인은 처음부터 서재 안에 있었습니다. 혹은, 서재 창문을 통해 들어갔죠. 하지만 창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오 형사는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들어갔다는 것은 확실하죠. 그럼 어떻게 나갔을까요?” 지우가 나직이 물었다.

오 형사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지우는 미소를 지었다.

“밀실의 트릭은 대개 범인의 의도적인 교란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일수록, 그 안에 숨겨진 속임수는 더욱 교묘한 법이죠. 선우 씨는 언제나 정확하고 깔끔한 분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차를 마시다 만 잔을 책상에 그대로 두셨고, 편지 칼은 피 한 방울 없이 깨끗했죠.”

“그게 무슨….”

“서재 안에서 범인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범인은 이미 그곳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은 닫혀 있었습니다. 안에서 잠긴 채로.” 지우는 잠시 말을 끊었다. “오 형사님, 서재 창문 밖을 자세히 보셨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화단이 있었고, 발자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름 씨,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창문이 항상 깨끗하게 닦여 있었죠?”

“네! 제가 매주 직접 닦았어요. 먼지 하나 없이요.”

“그렇다면, 아주 작은 실 한 올도 창문틀에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창틀의 고정용 나사나 걸쇠 주변도 마찬가지겠죠.”

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문을 향해 걸어갔다. 경찰 테이프를 잠시 걷어낸 그는 문에 귀를 대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선우 씨는 차를 마시다 급작스러운 방문을 받았을 겁니다. 그리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죠. 범인은 그 순간 선우 씨를 덮쳤을 겁니다. 정확히 가슴을 찔러서,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게요.”

“하지만 왜 밀실이 되었느냐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오 형사가 말했다.

“범인은 살해 후, 서재 문을 안에서 잠그고 나왔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아니, 그 반대일 겁니다.” 지우의 눈이 반짝였다. “범인은 서재 문을 밖에서 잠그고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안에서 잠긴 것처럼 위장한 거죠.”

아름과 오 형사는 동시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됩니다. 문 안쪽에는 열쇠가 꽂혀 있었고, 창문도 안에서 걸쇠가 걸려 있었는데요!” 오 형사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정확히는 ‘열쇠가 꽂혀 있는 것처럼 보였고’, ‘걸쇠가 걸려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겠죠.”

지우는 차가 담긴 잔을 다시 들었다. “선우 씨는 이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범인은 미리 창문을 통해 서재 안으로 침입해 있었습니다. 아니, 침입이라기보다는… 창문 잠금장치를 미리 해제해 놓았을 겁니다. 완벽하게 닫히고 걸쇠가 걸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부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말이죠.”

“설마… 창문 밖에서 조작할 수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오 형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아주 가느다란 낚싯줄 같은 것으로 창문 걸쇠를 조작했을 겁니다. 창문을 미세하게 열고 침입한 후, 선우 씨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창문을 통해 나갔죠. 나가면서, 창문 안쪽의 걸쇠를 낚싯줄로 다시 걸었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안에서 잠겨 있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열쇠는요? 문 안쪽에 열쇠가 꽂혀 있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지우는 싱긋 미소 지었다. “열쇠는… 선우 씨의 마지막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아니면, 범인의 계획적인 배치였거나요. 범인은 문틈을 통해 열쇠를 안으로 밀어 넣었을 겁니다. 또는… 선우 씨가 죽어가면서,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문 안쪽의 열쇠를 잠그는 시늉을 했거나요.”

그의 시선은 다시 찻잔으로 향했다.
“선우 씨가 마시던 차는 분명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살해 당하고 시간이 한참 흘렀을 때 발견된 그 차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죠. 서재 안의 공기는 다소 텁텁했고요. 살해 직후, 범인은 모든 것을 밀실처럼 꾸미고 유유히 빠져나간 겁니다. 그리고 창문 밖에서 그 얇은 줄을 이용해 걸쇠를 걸고 흔적을 지웠겠죠. 창틀에 묻었을지도 모를 아주 미세한 지문이나 흔적을 지우는 것도 가능했을 겁니다.”

“그럼 흉기는요? 깨끗하게 닦인 채 시신 옆에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범인의 치명적인 착각입니다. 그 칼은… 애초에 흉기가 아니었을 겁니다. 진짜 흉기는 범인이 가지고 나갔을 테죠. 그 편지 칼은, 선우 씨가 늘 쓰던 물건 중 하나였을 뿐이고, 범인이 시신 옆에 놓아둔 것일 뿐입니다.”

지우는 고요히 차를 마셨다. 차가운 듯 따뜻한 찻잔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밀실은 완벽했습니다.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어색했습니다. 선우 씨는 언제나 조심성 많은 분이셨으니까요. 그렇게 허술하게 문단속을 할 리 없다는 걸, 저는 이 차를 마시며 깨달았습니다. 차갑게 식은 차 한 잔과, 유리창 너머의 아주 작은 속삭임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아름은 충격에 휩싸인 채 지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선명하게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오 형사의 얼굴에는 경악과 함께 확신이 스치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현장 재조사를 지시해야겠다고 중얼거렸다.

늘푸른 게스트하우스의 평화는 산산조각 났지만, 그 고요한 비명 속에서 강지우의 날카로운 추리는 진실의 한 줄기 빛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 빛이 가리키는 범인의 정체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 잔혹한 밀실 살인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