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127화: 침묵의 흔적

황량한 먼지가 바람과 함께 춤추는 폐허지구 7. 한때 번화했던 도심의 잔해는 이제 거대한 회색 뼈대처럼 앙상하게 서 있었다. 녹슨 철골과 깨진 유리 파편들이 어지럽게 널린 길을, 카이는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아갔다. 그의 강화된 환경 보호복은 여기저기 찢어지고 덧대어져 있었고, 허리춤에 찬 플라즈마 나이프의 손잡이는 닳고 닳아 맨들거렸다.

머리 위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에 깜빡이는 배터리 경고등은 카이의 신경을 더욱 긁어댔다. 개인 보호막과 산소 공급 시스템의 잔여 전력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표식. 이대로 가다간 그의 유일한 안식처인 이동식 은신처는 물론, 그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보호복조차 무용지물이 될 터였다. 그는 오늘, 반드시 고밀도 에너지 셀을 찾아야 했다.

낡은 탐사기가 잡아낸 미약한 신호는 이 거대한 쇼핑몰의 잔해에서 시작되었다. 한때 명품 부티크들이 즐비했을 공간은 이제 무너진 천장과 깨진 기둥, 그리고 정체 모를 유기체들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는 시간, 폐허에서의 밤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서둘러야 했다.

“젠장, 또 거미줄인가.”

낮은 욕설이 카이의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탐사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하는 통로는 끈적하고 질긴 거미줄로 겹겹이 막혀 있었다. 단순한 거미줄이 아니었다. 광물 거미, 그 끔찍한 이름처럼 강철보다 질기고 티타늄처럼 단단한 이들의 거미줄은 거의 투명에 가까워 어두운 곳에서는 식별조차 어려웠다. 한 번 걸렸다 하면 몸이 찢겨나갈 지경이었다.

카이는 주머니에서 작은 열 감지 고글을 꺼내 착용했다. 푸른색 필터 너머로, 공기 중 미세하게 떠다니는 먼지와 습기, 그리고 거미줄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광물 거미들의 희미한 열 감지가 드러났다. 그물망처럼 얽힌 거미줄은 마치 살아있는 미로 같았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소리마저 통제하며, 그는 소음 흡수 부츠에 힘을 주어 발걸음을 옮겼다.

*쉬익… 쉬익…*

발아래 깨진 콘크리트 조각이 미세하게 마찰하는 소리,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는 먼지 알갱이가 철골에 부딪히는 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마치 유령처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그의 눈은 한순간도 고글의 푸른 화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공간.

마침내, 거미줄 미로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는 탐사기가 가리키는 고밀도 에너지 셀이 놓여 있었다. 은색 빛을 반사하는 육각형의 셀은 그의 눈에는 보석보다 더 값진 구원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거미줄 한가운데, 여러 마리의 광물 거미가 잠들어 있는 둥지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거대한 몸집의 거미들은 제각각의 자세로 몸을 웅크린 채 미동도 없었지만, 그들을 둘러싼 거미줄은 미세한 진동에도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였다.

카이는 숨을 멈췄다.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태양이 완전히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면, 폐허는 사냥꾼들의 영역이 된다. 그리고 광물 거미는 밤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는 플라즈마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날카로운 플라즈마 칼날이 낮은 소리로 윙윙거렸다. 이 칼날만이 거미줄을 일격에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천천히, 정말이지 움직이지 않는 듯한 속도로, 그는 몸을 숙여 에너지 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은색 표면에 닿기까지, 마치 영겁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았다. 땀방울이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려 눈썹을 간지럽혔지만, 눈을 깜빡일 여유조차 없었다.

*크으윽…*

손끝이 셀에 닿기 직전, 그의 발아래에서 작고 낡은 금속 조각 하나가 뒤늦게 미끄러지며 미세한 긁힘 소리를 냈다. 아주 작고, 미미한 소리였지만, 이 죽은 듯 고요한 공간에서는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쉬이이익!*

가장 가까이 잠들어 있던 광물 거미의 여러 개의 눈이 번쩍 뜨였다. 푸른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섬뜩한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카이를 향했다. 놈의 등에서 돋아난 톱니 같은 다리들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망설일 틈도 없이, 카이는 재빠르게 손을 뻗어 에너지 셀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잠에서 깨어난 거미의 입에서 거친 포효가 터져 나왔다.

“젠장!”

카이는 셀을 잡자마자 몸을 뒤로 날리며 플라즈마 나이프를 휘둘렀다. 푸른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거미줄 한 가닥을 잘라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다른 거미들도 동시다발적으로 깨어나며 둥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질기고 끈적한 거미줄이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며 카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크윽!”

그는 날아오는 거미줄을 피하며 몸을 비틀었다. 몇 가닥은 그의 보호복에 들러붙어 움직임을 제한했다. 플라즈마 나이프로 급하게 거미줄을 끊어내며 카이는 탈출구였던 미로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뒤에서는 광물 거미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뒤따랐고, 놈들이 뿜어내는 부식성 액체가 그의 등 뒤에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를 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그의 심장은 마치 엔진처럼 격렬하게 뛰었다. 간신히 거미줄 미로를 벗어나 쇼핑몰 입구에 다다랐을 때, 카이는 더 이상 달릴 힘이 없는 듯 몸을 기둥에 기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는 간신히 얻어낸 에너지 셀을 꽉 쥐었다. 이젠 밤이 오기 전에 은신처로 돌아가야 했다.

고개를 들어 황혼이 깔린 폐허를 바라봤다. 붉은 노을이 회색빛 도시를 집어삼키는 장관. 그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

그때, 저 멀리, 폐허의 경계선에 서 있는 한 그림자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석양을 등진 채 서 있는 그 그림자는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매서운 바람에 휘날리는 코트 자락, 그리고 어깨에 멘 묵직한 장비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살짝 기울여 마치 카이의 존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듯이 그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또 다른 생존자인가. 아니면, 이 폐허의 진정한 사냥꾼인가. 카이의 심장이 다시 한 번 격렬하게 요동쳤다.

밤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