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제 1장: 심연의 부름

‘해밀’.

대한국 우주선 ‘해밀’은 인류의 지도를 벗어난 심우주, 아무것도 없는 진공의 바다를 유영하고 있었다. 창백한 은하의 먼지가 흩뿌려진 것 같은 망원경 영상만이 드넓은 우주에서 배가 홀로 떠다니고 있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육안으로는, 오직 절대적인 어둠과, 저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이름 없는 별들만이 존재했다. 이곳은 인류의 문명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 시간마저 의미를 잃어버린 심연의 끝자락이었다.

선장 박서준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조용히 함교를 둘러보았다. 조종석의 이지아 항해사는 묵묵히 항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고, 최우석 기관장은 엔진실의 루틴 점검을 마치고 잠시 휴식 중인 듯 보였다. 가장 어린 과학장교 김민준만이 한쪽 모니터에 얼굴을 파묻은 채 끊임없이 숫자들이 춤추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김 장교,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나?” 박서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이 드넓은 우주에서 십 년 넘게 떠돌며 단련된 목소리였다.

김민준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음… 별다른 건 없습니다, 선장님. 코스모스 쿼크 플럭스 변동이 미미하게 감지되긴 하지만, 이건 이 구역의 일반적인 현상이라…”

“말 그대로 잡음이라는 거지.” 이지아가 턱을 괴고 퉁명스럽게 덧붙였다. 그녀는 심우주 탐사 내내 무언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건 끝없는 공허와 반복되는 루틴뿐이었다.

민준은 작게 투덜거렸다. “그래도 모르는 일이죠. 작은 잡음 하나가 나중에 거대한 발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박서준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 열정, 오래 가기를 바란다. 오늘은 딱히 기대할 건 없어 보이니, 다들 휴식 준비하도록. 다음 관측 지점까지는 42시간 남았다.”

“네, 선장님.”

“알겠습니다.”

이지아는 하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준은 여전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에게 우주는 아직 읽어야 할 무한한 책과 같았다.

그리고 42시간 후, 민준의 작은 잡음은 더 이상 잡음이 아니게 되었다.

“선장님! 선장님! 이상 신호 감지! 이건… 잡음이 아닙니다!”

잠에서 막 깨어난 박서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민준의 목소리에 무언가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다. 서둘러 함교로 향하자, 이지아가 이미 메인 스크린 앞에 서서 경악한 표정으로 데이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박서준이 물었다.

민준은 얼굴에 피가 몰린 채 흥분해서 외쳤다. “코스모스 쿼크 플럭스 변동이… 특정 지점에서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에요! 게다가, 이 에너지 패턴은… 기존의 어떤 알려진 물질에서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지아가 옆에서 거들었다. “에너지 수치도 비정상적입니다, 선장님. 작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자기장 교란보다 훨씬 더 강력해요. 문제는, 시각적으로는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메인 스린은 희미한 별빛으로 가득했다. 민준이 가리키는 지점은 그저 검은 공간일 뿐이었다.

“이지아 항해사, 그 지점으로 최대 출력 항행. 속도는 광속의 0.05배로 유지하고, 충돌 회피 알고리즘 활성화해.” 박서준은 당황한 기색 없이 침착하게 명령했다. “최우석 기관장에게는 최고 수준의 엔진 출력 대기를 지시하고.”

“예, 선장님!”

해밀이 방향을 틀자, 함선 전체가 미미하게 흔들렸다. 시계가 째깍거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어둠 속으로, 미지의 심연 속으로 파고드는 배는 마치 거대한 심장의 박동처럼 느껴졌다.

두 시간. 세 시간. 일곱 시간.

민준의 모니터에서 에너지 신호는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공포와 기대가 뒤섞인 침묵이 함교를 지배했다.

“선장님…” 이지아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정면 12시 방향, 거리가 500만 킬로미터로 좁혀졌습니다. 아직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레이더에는 무언가가 거대한 질량으로 잡히고 있습니다.”

“500만 킬로미터에서 시각적 감지가 안 된다고?” 박서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말도 안 돼. 아무리 배경이 어두워도 그 정도 거리에선 뭔가 보여야 해.”

“자신 없습니다만…” 민준이 중얼거렸다. “이건… 빛을 흡수하는 물질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우리의 시각 스펙트럼 바깥에 있는 물질이거나.”

“전방 스캔, 모든 스펙트럼으로 확장. 확대율 최대.” 박서준이 지시했다.

스크린이 깜빡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모두의 숨이 멎었다.

어둠 속에서, 그것은 마치 거대한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육면체. 완벽하게 정교한 육면체였다. 그 어떤 모서리도 흐트러짐 없이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러웠다. 그러나 빛을 반사하는 대신, 마치 심연 그 자체인 양 모든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것은 별빛을 삼키는 존재였다. 압도적인 검은색이 스크린 전체를 장악했고, 그 가장자리에서만 간신히 우주의 희미한 빛이 왜곡되어 보였다.

“말도 안 돼…” 이지아가 넋 나간 듯 중얼거렸다. “저게 뭐야… 저런 건… 존재할 수 없어.”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 민준의 목소리에는 경외심과 함께 섬뜩함이 배어 있었다. “인위적인 구조물입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박서준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수십 년간 우주를 떠돌며 수많은 천체를 보아왔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완벽한 비정형, 절대적인 이질감.

“크기는?”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민준이 당황한 목소리로 답했다. “센서가 계속 오류를 냅니다. 하지만 보이는 크기로만 추정하면… 최소한 우리의 ‘해밀’보다 수천 배는 더 거대합니다.”

수천 배. 해밀의 크기가 대한민국의 도시 하나만 했으니, 그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한 거대한 규모였다.

“이게 바로… 민준 장교가 말했던 잡음의 실체인가.” 박서준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는 의자에 몸을 일으켜 스크린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검은 육면체는 움직임 없이 그곳에 존재했다. 마치 우주의 시작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선장님, 지금부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지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명백한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박서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시선은 검은 육면체의 한 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 인류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 우리 눈앞에 있다. 우리는 이곳까지 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그의 목소리는 결단에 차 있었다. “이 이상 가까이 가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어.”

“탐사선 발사 준비.”

민준과 이지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탐사선을… 저기로 보낸다고요?” 이지아가 반문했다. “위험합니다, 선장님! 저것의 정체도 모르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알고 있다.” 박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린 탐험가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다. 저 육면체가 우리를 이곳까지 부른 것이든, 혹은 단순히 우연히 발견된 것이든,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근접 탐사를 시작한다. 모든 승무원은 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하고, 최우석 기관장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언제든 최대 추력으로 회피 기동이 가능하도록 엔진을 준비시켜라.”

박서준은 다시 검은 육면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거대한 검은 표면의 중앙에서, 아주 미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이는 것을 그는 보았다. 마치 어둠 속에 숨겨진 눈동자가 열리는 것처럼.

“저게… 뭐지?” 민준이 경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해밀은 거대한 검은 육면체를 향해 조심스럽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역사가, 그리고 미지의 우주가 그들 앞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