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첫 번째 장: 붉은 그림자

벨라트 제국의 변방, 메마른 잿빛 평원에 자리한 작은 마을은 언제나 굶주렸다. 대지 위를 흐르는 강물조차 제국의 병사들이 건설한 거대한 수로에 가로막혀 마을의 밭까지 닿지 못했고, 하늘은 늘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가끔 저 멀리 제국의 수도에서 쏘아 올린 듯한 마법의 빛줄기가 밤하늘을 가르는 것을 제외하면, 이 곳의 삶은 그저 바싹 말라가는 풀잎처럼 시들고 있었다.

아리는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삽을 쥐고 굳은 땅을 파고 있었다. 흙먼지가 목구멍을 칼칼하게 만들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녀의 등 뒤에는 이제 겨우 열 살이 된 여동생, 미나가 바싹 마른 손으로 작은 돌멩이를 골라내고 있었다. 병약한 미나에게 이 일은 버거웠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 척박한 땅에서 캐낸 광물 찌꺼기들 사이에 섞인 ‘별의 조각’을 모아야만 최소한의 식량을 구할 수 있었다.

“언니, 이거… 맞아요?” 미나가 검은 흙덩이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푸른 조각 하나를 내밀었다. 별의 조각은 빛에 따라 색이 변했지만, 그 미약한 빛은 늘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웠다.

아리는 미나의 손을 감싸 쥐었다. “응, 미나 잘했어. 오늘 수확이 좋네.” 거짓말이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니 어쩌면 더 적은 양이었다. 그러나 미나의 표정에서 잠시 스치는 희망을 지워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때였다. 찌르르하고 매미 우는 소리마저 삼켜버릴 듯한 굉음이 서쪽 하늘에서 들려왔다. 아리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제국의 비행선이었다. 수도와 멀리 떨어진 이 작은 마을에 비행선이 온다는 것은, 늘 불길한 소식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일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그림자가 잿빛 평원을 뒤덮으며 다가왔다. 이윽고 비행선이 마을 한가운데에 착륙하자, 그 육중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굉음이 마을 전체를 집어삼킬 듯했다.

검은 제복에 은빛 갑옷을 두른 제국 병사들이 우르르 비행선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늘 그랬듯이 거만하고 잔혹했다. 선두에 선 지휘관은 마른 몸집에 칼날 같은 눈을 가진 사내였다. 그의 왼쪽 뺨에는 흉터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너희 이주민들은 들으라!” 지휘관의 목소리가 마법으로 증폭되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벨라트 제국의 법은 너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내일 해가 뜨기 전까지, 지난달에 보고된 별의 조각 생산량을 세 배로 늘려 제출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전부 제국의 노역장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스쳤다. 세 배? 불가능했다. 이 메마른 땅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지, 지휘관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마을의 어르신 중 한 분인, 백발의 할아버지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섰다. “지금도 캐낼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세 배라니요! 저희는….”

할아버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휘관의 손에서 붉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섬광은 할아버지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했고, 할아버지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땅바닥에 붉은 피가 스며들자,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아리는 미나의 작은 몸을 뒤로 숨기며 이를 악물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삶을 짓밟고, 우리의 목소리를 억눌렀다.

“누구 또 이견이 있는 자가 있나?” 지휘관의 차가운 목소리가 공포에 질린 마을에 울려 퍼졌다. 병사들은 창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아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떨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의 눈은 죽은 눈이었다. 제국에 대한 분노와 체념이 뒤섞인, 그런 눈이었다. 그러나 아리의 눈은 달랐다. 그녀의 심장 속에서 붉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때, 미나가 몸을 휘청이더니 아리의 옆구리에 기댔다. 미나는 열에 들뜬 듯 이마가 뜨거웠다. 아침부터 기침을 했지만, 이대로라면 더 위험했다. 이 별의 조각을 팔아 약초라도 사 와야 하는데, 세 배를 바치면… 남는 것이 없을 터였다. 미나는 죽을 것이다.

아리의 눈에 피눈물이 고이는 듯했다.

“왜… 왜 맨날 이렇게…!” 아리의 목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그녀는 가까스로 참아냈다. 대신, 그녀의 눈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지휘관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좋아. 별의 조각을 압수하고, 몇몇은 끌고 가서 본보기를 보여주도록 해라!”

병사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비명과 절규가 난무했다. 어미를 잃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찢어질 듯 들려왔다. 아리는 미나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미나는 공포에 질려 아리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 순간, 아리의 손바닥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리며, 몸 안의 모든 피가 역류하는 듯한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마치 무언가가,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미세한, 그러나 거대한 떨림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의 시야 끝에, 병사들이 미나가 애써 모았던 작은 별의 조각 봉투를 발로 짓밟고 있었다. 푸른 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흙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안 돼…!” 아리의 입에서 무의식적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이 일순간 정지하는 듯했다. 병사들의 움직임도, 마을 사람들의 절규도,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던 열기가 더욱 강렬해졌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희미한 빛이 잿빛 하늘을 향해, 마치 심장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감각과 함께 솟구쳐 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 빛은 이내 사그라졌다.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병사들이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끌고 가고, 마을 곳곳에서 절망적인 신음소리가 이어졌다. 지휘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비행선에 오르며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내일 해 질 녘까지, 부족하면 너희 전부가 죽을 줄 알아라!”

비행선은 다시 굉음을 내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이내 잿빛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것은 폐허가 된 마을과 절망에 잠긴 사람들, 그리고 땅바닥에 흥건한 붉은 피였다.

아리는 여전히 미나를 안고 있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아까의 뜨거운 열기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이자, 다짐이었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타오르던 작은 불꽃은 이제 차가운 쇠붙이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심장을 짓누르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제국의 붉은 그림자가 드리운 이 땅에서,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자신을 움직이게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막연한 힘의 감각은 그녀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강력한 맹세로 바뀌어버렸다.

이 밤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아리의 눈빛은 차가운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