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창밖은 비가 아니라, 마치 어둠 자체가 흘러내리는 듯했다. 낡고 해진 커튼 틈새로 겨우 스며드는 가로등 불빛은 습기를 머금은 공기 속에서 맥없이 흩어졌다. 지우는 싸늘한 방 한가운데 놓인 닳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온몸을 감싼 얇은 가디건은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했다.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는 통에, 그 박동 소리가 귓가를 넘어 세상 전체를 울리는 것만 같았다.

‘오늘도… 올까.’

지난번 그의 방문 이후, 밤은 이전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림자는 더욱 깊이를 알 수 없게 변했고, 희미한 속삭임이 이따금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게 다 착각이고 환청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차가운 공기 속을 떠도는 묘한 비린 향은 언제나 그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존재해서는 안 될, 지우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금기의 존재를.

시간은 흐르는 듯 멈춘 듯, 찰나와 영겁 사이를 오갔다. 지우는 이제 초조함을 넘어선 체념 같은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가 오지 않아도 이상할 것 없고, 그가 나타나도 더는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그저 이 불안한 기다림이 끝나기를 바랄 뿐.

그때였다.

방 한쪽 구석, 가장 짙은 어둠이 엉겨 붙은 곳에서 희미한 왜곡이 일었다. 공기가 일렁이고, 정적을 깨고 지직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마치 오래된 필름이 타들어가는 듯한 소리.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손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왜곡된 그림자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핏기 없는 얼굴, 밤하늘을 닮은 검은 눈동자, 흑요석처럼 날카로운 턱선. 달빛조차 들지 않는 이 방을, 그의 존재만으로 채우는 것 같은 압도적인 아름다움.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동시에 오싹한 이질감을 동반했다. 그의 어깨에 얹힌 낡은 코트는 마치 그림자 그 자체를 엮어 만든 것 같았고, 그의 발걸음은 바닥에 닿는 대신 공기 위를 미끄러지는 듯했다.

카엘.

지우의 입술 사이로 그의 이름이 겨우 새어 나왔다.

“늦었잖아요.”

지우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속에는 애써 숨긴 원망과 갈망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카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카엘의 검은 눈동자가 지우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 시선은 별빛처럼 차갑고, 동시에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

“길이 평탄치 않았다. 그들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어.”

카엘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오래된 비단이 스치는 소리 같기도, 지하 깊은 곳에서 울리는 메아리 같기도 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의 공기는 더욱 차갑게 내려앉았다. 지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들의 그림자. 카엘의 종족, 혹은 그들을 추적하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말이라는 걸 지우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당신과 만나는 게.”

지우는 고통스럽게 속삭였다. 이제는 숨길 수도 없는 진심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밤마다 꿈속에 나타나던 기이한 그림자, 그리고 현실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의 모습.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은 지우를 서서히 그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이제, 후회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감정이 되어버렸다.

카엘은 지우의 앞에 섰다. 그와 지우 사이의 거리는 숨소리마저 공유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서늘한 공기가 지우의 피부를 스쳤다.

“너의 심장이, 너무 시끄럽게 울린다.”

그의 손이 조용히 뻗어져 나왔다. 손가락 끝은 창백할 정도로 희고, 손등에는 푸른 핏줄이 얼음조각처럼 도드라져 있었다. 망설임 끝에, 카엘의 손이 지우의 뺨에 닿았다.

순간, 지우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차가움을 느꼈다. 심장이 쿵, 하고 크게 울리며 멎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것은 공포이자 황홀경이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과는 다른, 완벽한 이질감 속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감정.

“당신 때문이잖아요.”

지우는 숨죽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길이 이마를 타고 내려와 턱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지우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아니면 차라리 사라지기를. 상반된 두 가지 소원이 마음속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끌림은 위험하다. 인간과 그림자는 섞일 수 없어.”

카엘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숨결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말은 분명하게 지우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알아요… 그래도, 놓을 수 없어요.”

지우는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카엘의 손은 지우의 손보다 훨씬 크고 차가웠다. 마치 죽은 자의 손을 잡은 듯한 감각. 그러나 지우는 그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쥐었다. 이 금지된 접촉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였다.

쿵-!

낡은 아파트 건물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낮고 둔탁한 소리가 지하 어딘가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지우의 몸이 움찔 떨렸다. 창밖의 빗소리가 갑자기 거세진 듯했다. 아니, 빗소리가 아니었다. 비바람 속에 섞여 들어오는,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카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눈동자 속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그는 천천히 지우에게서 손을 떼어냈다. 그가 손을 떼자마자, 지우는 순간적인 허탈감과 함께 방금 전의 극심한 냉기가 다시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네 냄새를 맡았다.”

카엘의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부드러움을 담고 있지 않았다. 차갑고 단호했다.

쿵-! 쿵-!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낡은 건물의 벽을 긁어내며 다가오는 듯한 소리였다. 지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발악했다.

“누가요? 카엘, 누가 오는 거예요?”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지우는 카엘의 소매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이미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카엘은 이미 그림자 속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더는 안 된다. 이곳에 있어선 위험해.”

그의 모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밤의 안개 속으로 녹아드는 것처럼, 그의 형체가 점점 흐려졌다.

“카엘! 가지 마요! 혼자 두지 마요!”

지우는 소리쳤다. 절망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가 사라지면, 자신은 이 알 수 없는 공포 속에서 홀로 남겨질 것이다.

카엘의 모습은 이제 거의 사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그의 눈동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개의 차가운 별.

“다음 달 보름밤… 그 전에, 방법을 찾아낼게.”

그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귓가를 스쳤다. 마치 오래된 예언처럼, 알 수 없는 무게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완전히 사라졌다.

방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 하지만 이전의 정적과는 달랐다. 이제는 숨 막히는 침묵. 텅 빈 공간을 가득 채운 차가운 공기 속에서, 지우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고통스러운 사실을 깨달았다.

쿵-! 쿵-! 쿵-!

이번에는 훨씬 가까웠다. 바로 아래층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 이 건물은 오래전에 버려진 채 방치된 곳이었다. 지우는 이곳에 홀로 살고 있었고, 텅 빈 다른 층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릴 리 없었다.

문득, 지우는 벽에 걸린 낡은 거울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거울 속에는 공포에 질린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그리고 그 모습 뒤편, 방 한쪽 구석의 어둠 속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희미하고 일렁이는, 인간의 형상과는 다른 끔찍한 윤곽. 거울 속의 그 그림자는, 지우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붉게 빛나는 두 개의 점이, 마치 불꽃처럼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것을 지우는 똑똑히 보았다.

그것은 카엘이 경고했던 ‘그들의 그림자’였다. 그리고 지금, 그 그림자는 이 방 안까지 들어와 있었다.

지우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차가운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입술 사이에서는 단 한마디의 비명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거울 속 그림자의 붉은 눈이, 섬뜩하게도, 천천히 깜빡였다.
그리고 이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방 안에는 이제 지우 혼자만 남아 있었다.
아니, 정말 혼자였을까?
지우는 거울 속에서, 방금 전 그림자가 서 있던 곳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난 검은 얼룩을 발견했다.
점점 더, 번져가는.
어둠이 집어삼키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