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우주선 ‘아스가르드’의 함교는 희미한 비상등 아래 섬뜩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보통이라면 활기 넘치는 항성간 노선 관제음과 승무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 찼을 공간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정적에 짓눌려 있었다.

“사건 발생 시각은 대략 0300시, 함내 시간으로 추정됩니다. 사망자는 은하 광물 연합의 수장, 카엘렌 제독입니다.”

함장 에리나 발렌티나가 굳은 얼굴로 브리핑했다. 그녀의 옆에는 단단한 근육질의 보안국장 자르곤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함교 정중앙 홀로그램 스크린에 띄워진 범죄 현장 영상에 고정되어 있었다.

영상 속에는 호화로운 제독의 개인 스위트룸 ‘젠디아’가 보였다. 최고급 비단 카펫 위에 엎어진 카엘렌 제독의 시신. 등에는 길고 날카로운 크리스탈 단검이 박혀 있었다.

“보안 시스템 기록에 따르면, 제독의 스위트룸은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문은 제독 본인의 생체 인식으로만 잠기도록 설정되어 있었고, 모든 로그에는 외부인 출입 기록이 없습니다. 완벽한 밀실입니다.” 자르곤 국장이 으르렁거렸다.

그때, 함교의 문이 스르륵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섰다. 덥수룩한 갈색 머리칼은 어느새 손으로 몇 번 쓸어 올린 듯 제멋대로 뻗어 있었고, 구겨진 감청색 점프슈트 차림은 방금 잠에서 깬 듯 흐트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눈만은 예리하고 날카로운 빛을 띠고 있었다. 은하계 최고의 명탐정, 류진이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망원경으로 메시아 성운의 초신성을 관측하던 중이었습니다.” 류진이 하품을 꾹 참으며 말했다.

에리나 함장은 그에게 짧게 경례하며 브리핑을 요약했다. “류 탐정님, 보시다시피… 밀실 살인입니다. 어떤 외부 침입도 없었습니다. 모든 기록이 그렇습니다.”

류진은 홀로그램 영상을 잠시 응시했다. 제독의 스위트룸은 함선 내에서도 가장 보안이 삼엄한 곳이었다. 사방이 강화 합금으로 된 벽, 외부 충격과 EMP에 대비한 이중 차폐막,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봉쇄된 출입 시스템.

“흠, 밀실이라… 고전적인 퍼즐이군요.” 류진이 턱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좋습니다, 현장으로 안내해주시죠.”

***

‘젠디아’ 스위트룸 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류진은 안으로 들어서기 전, 에리나 함장과 자르곤 국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두 분은 절대 안으로 들어오지 마십시오. 제가 들어간 후에는 다시 문을 닫아주십시오. 그리고 제 지시가 있기 전까지 그 어떤 사람도 이 문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십시오.”

에리나와 자르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함장이 명령에 따라 스위트룸의 문을 닫자, 류진은 홀로 방 안에 남게 되었다. 방 안은 희미한 전등 불빛 아래 고요했다. 공기 중에는 미세한 혈향과 함께 미묘한 철 냄새가 섞여 있었다.

류진은 천천히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최고급 젠 행성의 카펫, 벽에 걸린 은하계 거장 화가들의 홀로그램 그림들, 창밖으로 펼쳐진 아득한 별들의 바다. 그리고 방 중앙에 엎드린 카엘렌 제독의 시신.

그는 제독의 시신에 다가갔다. 등에는 섬광처럼 빛나는 크리스탈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단검의 손잡이는 정교한 은하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류진은 손끝으로 그것을 조심스럽게 쓸어보았다.

“이 단검… 카엘렌 제독의 소장품 중 하나였죠?” 류진이 문 너머의 에리나 함장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공식적인 무기는 아니지만, 제독이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예술품이자 호신용 무기였습니다.” 에리나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신의 옆에는 고급 알데바란 위스키 잔이 놓여 있었고, 잔 속에는 아직 위스키가 절반가량 남아 있었다. 위스키 잔 옆에는 개인 데이터 패드가 켜져 있었다. 마지막 열람 기록은 은하 광물 연합의 비밀 프로젝트 ‘오리온’에 대한 자료였다.

그는 데이터 패드를 만져보려다 멈칫했다. 대신, 그는 시선으로 방의 모든 것을 스캔하듯 훑었다. 완벽하게 밀봉된 듯 보이는 창문, 환기구, 그리고 닫힌 문.

“밀실이라면, 외부 침입은 없었다는 뜻이죠. 즉, 범인은 이 방 안에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죽기 전까지 제독과 함께 있었거나, 아니면… 제가 지금 이 방에 있는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이 방에서 나가지 못했겠죠.”

자르곤 국장이 통신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든 센서와 열 감지기가 방 안의 생명체를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흠, 그렇군요.” 류진은 피식 웃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은 부드러운 빛을 내뿜는 발광 패널로 덮여 있었다. “이 방의 공기… 미묘하게 다릅니다.”

류진은 점프슈트 주머니에서 작은 기계 하나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이 장치는 마치 고대 장식품처럼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장치를 켜고 천천히 방 안을 걸었다. 장치에서 희미한 녹색 빛이 깜빡였다.

그는 문에 가장 가까운 벽으로 다가갔다. 벽은 매끄러운 은색 합금으로 되어 있었고, 그 위에 홀로그램 그림이 투사되고 있었다. 그는 장치를 벽에 대고 훑었다. 기계는 녹색 빛을 유지하다가, 벽의 특정 지점에 닿자 갑자기 붉은색으로 변하며 ‘삐빅-‘ 하는 경고음을 냈다.

“이런.” 류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벽에 손을 댔다. 육안으로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손끝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희미한 냄새. 오존 향과 함께, 아주 희박한… ‘금속’의 비린내.

류진은 장치를 다시 한번 벽에 가져다 댔다. 붉은 빛은 벽의 약 1제곱미터 면적에서만 감지되었다.

“에리나 함장님, 자르곤 국장님.” 류진이 통신기로 말했다. “이 스위트룸은 원래 비상시를 대비한 탈출 포트가 내부에 통합되어 있지 않습니까?”

에리나 함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독의 비상용이었고, 통상적으로는 외부에서 접근하거나 발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발사 기록도, 포트의 부재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벽 뒤에 바로 그 탈출 포트가 자리 잡고 있겠군요.” 류진이 경고음이 울리는 벽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이 부근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중력장 왜곡과 은빛 잔여물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공간 전환’ 흔적입니다.”

자르곤 국장이 불신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공간 전환?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이 함선 ‘아스가르드’는 최첨단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빛과 중력을 왜곡시켜 함선 자체를 시각적으로 은폐하고 센서망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기술이죠.” 류진이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함선 전체에 적용되는 대규모 기술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기술의 소형화된 개인용 모듈이 있다면 어떨까요?”

류진은 벽에서 손을 떼고 몸을 돌려 시신을 다시 한번 보았다.

“카엘렌 제독은 극도로 신중하고 편집증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스위트룸을 완벽한 밀실로 만드는 것에 집착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외부에서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죠. 하지만, 제독이 믿었던 사람이 있다면? 혹은 그 사람과 중요한 거래를 하던 중이라면?”

“범인은 제독을 만났고, 거래가 틀어졌든, 아니면 애초에 살인을 계획했든, 제독을 살해했습니다.” 류진이 단검에 박힌 시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후, 자신은 밀실 안에 갇히게 되었죠. 하지만 범인은 미리 준비해둔 ‘개인용 공간 전환 모듈’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경고음이 울렸던 벽으로 다시 시선을 주었다. “이 벽은 내부 탈출 포트가 감추어진 곳입니다. 그리고 그 포트는 발사되지 않았죠. 왜일까요? 범인은 탈출 포트 자체를 이용한 게 아닙니다. 이 벽을 구성하는 특수 합금 구조를 활용한 겁니다. 소형 공간 전환 모듈은 물질을 ‘통과’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잠시 동안 아주 좁은 영역의 공간-시간 자체를 뒤틀어 물질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기술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나갈 때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죠.”

“그렇다면 범인은 그저 벽을 통과해 나갔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그 벽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요?” 에리나 함장이 경악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확합니다. 극히 짧은 순간, 이 벽의 일부는 그 어떤 방해물도 없는 ‘공간의 틈새’가 되었을 겁니다. 범인은 그 틈을 통해 나갔고, 모듈의 에너지가 고갈되자 틈새는 다시 메워졌죠. 이 기계가 감지한 중력장 왜곡과 은빛 잔여물은, 그 ‘틈새’가 사라지기 직전 남긴 극미량의 흔적입니다.” 류진은 자신의 장치를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범인은 아마 이 함선의 스텔스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거나, 그런 기술을 복제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자일 겁니다. 혹은, 카엘렌 제독의 이중생활과 관련된 인물일 수도 있겠군요.”

류진은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것으로 밀실의 트릭은 풀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범인이 아직 이 ‘아스가르드’ 안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시작하면 되겠군요.”

그의 말을 끝으로, 류진은 문을 열라는 듯 손짓했다. 함교에서는 에리나 함장의 다급한 지시가 내려졌다.

“자르곤 국장, 즉시 함선 내 모든 보안 기록과 승객 명단, 승무원 이력서를 재검토하십시오! 특히 스텔스 기술과 관련된 인물들을 최우선으로!”

문이 열리고, 류진은 방을 나섰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퍼즐의 첫 조각은 맞춰졌다. 이제 남은 건,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일이었다. 범인은 분명 이 함선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류진은 그를 찾아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