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어둠이 영원히 군림하는 듯한 도시, 아스갈론 제국의 심장부에 박힌 녹슨 못 같은 곳. 잿빛 구역의 하늘은 언제나 희뿌연 연기와 썩은 내로 가득했다. 햇빛은 감히 이곳까지 내려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달빛마저도 제국 첨탑의 기괴한 그림자에 가려 맥없이 부서졌다. 카인은 익숙하게 폐건물 잔해를 헤치며 오늘 건질 만한 쇠붙이나 천 조각을 찾았다. 손에 익은 갈고리와 주머니는 언제나 허기진 배를 채우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빌어먹을, 오늘도 개밥만도 못한 날이군.”

카인은 묵직한 발걸음으로 부서진 벽돌 위를 걸었다. 삐걱거리는 나무판자를 밟을 때마다 구역질 나는 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곳에서 삶은 그저 매일 반복되는 고통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제국은 드넓은 대륙을 집어삼켰고, 그 거대한 몸뚱이 아래 깔린 평민들은 먼지보다 못한 존재였다.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고통받아야 하는가. 그 질문은 카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짓궂은 벌레처럼 들러붙어 끝없이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잿빛 구역을 뒤흔드는 불길한 징소리가 울렸다. 멀리서부터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금속성의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인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제국 집행관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차가운 기계에 가까웠다. 번들거리는 검은색 갑옷, 빛 한 점 없는 투구 아래 감춰진 얼굴. 그들이 행진할 때마다 땅이 울리고, 사람들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제국의 칙령이다! 모든 비천한 자들은 들으라!”

무전기로 증폭된,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가 구역 전체를 짓눌렀다.

“북방의 ‘그늘진 갱도’에서 제물 확보가 시급하다! 오늘부터 열다섯에서 스물다섯 사이의 건장한 남녀 열 명을 징발한다!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반역으로 간주하여 즉시 처단한다!”

그늘진 갱도. 그 이름은 잿빛 구역 주민들에게 죽음과 동의어였다. 갱도 깊은 곳에는 오래된 금지된 지식이 잠들어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제국은 그곳에서 얻은 힘으로 이 거대한 압제적인 통치를 이어간다고들 했다. 하지만 얻어지는 것은 힘만이 아니었다. 갱도에 끌려간 이들은 모두 미쳐버리거나, 형언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해버린 채 돌아오지 못했다. 혹은, 아예 돌아오지 못했다.

카인의 시야에 한 장면이 들어왔다. 젊은 여인이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제국 집행관들이 그녀의 남편을 끌고 가려 했다. 남편은 뼈밖에 남지 않은 몸으로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건장한 집행관들의 힘 앞에서는 나뭇가지처럼 부러질 지경이었다. 여인은 발버둥 치며 울부짖었지만, 집행관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들의 검은 갑옷은 감정의 장벽이었다.

“안 돼! 제발! 우리 아기를 두고 가지 마세요! 흑흑…”

여인의 목소리는 이내 거친 발길질 소리와 함께 끊겼다. 남편은 사슬에 묶여 다른 몇몇 남자들과 함께 끌려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이미 삶의 빛이 꺼져 있었다. 카인의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속에 끓어오르는 분노가 마치 용암처럼 뜨겁게 치솟았다.

“젠장… 저 빌어먹을 개자식들…!”

“카인.”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카인의 귓가에 속삭였다. 뒤를 돌아보니 엘리나가 서 있었다. 그녀는 얼굴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 노인이었지만, 그 눈빛은 언제나 맑고 깊었다. 잿빛 구역의 주민들이 ‘지혜로운 할멈’이라 부르는 그녀는 폐허 속에서도 늘 한 줄기 빛처럼 차분했다.

“진정하렴. 분노는 독이다. 놈들이 원하는 건 바로 우리 안의 이 분노를 먹이 삼아 파멸시키는 거야.”

“그럼 가만히 있으란 말입니까? 저들이 사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데?” 카인은 목소리를 낮췄지만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엘리나는 카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 아니란다. 허나, 무의미한 저항은 무의미한 죽음만을 부를 뿐이야. 저들은 지금 그저 작은 불씨를 찾고 있을 뿐이지. 네가 그 불쏘시개가 되어서는 안 돼.”

“그럼 우리는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 언제까지 이 썩어빠진 제국에 끌려다니면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냐고요!”

카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안에는 절망과 함께 깊은 회의감이 서려 있었다.

엘리나는 조용히 카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이상한 온기가 느껴졌다. “때가 오고 있단다. 녀석들의 탐욕은 끝이 없고, 그 끝없는 탐욕은 결국 자신들을 갉아먹을 것이야. 역사는 늘 그래왔지.”

“탐욕… 그게 대체 언제 끝난다고요? 저들은 어둠의 심장에서 힘을 길어 올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꺾을 수 없어요!”

카인은 고개를 들어 잿빛 구역의 하늘 너머, 멀리 보이는 제국의 심장부인 ‘영원의 첨탑’을 바라봤다. 끝없이 솟아오른 기괴한 형상의 첨탑은 마치 살아있는 괴물의 척추 같았다. 밤이 되면 그 첨탑 꼭대기에서 섬뜩한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 빛은 사람들의 꿈속까지 파고들어 알 수 없는 공포를 심었다. 어둠의 심장, 태고의 존재… 그런 것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인간의 반란은 그저 허무한 몸부림에 불과할 터였다.

엘리나 역시 첨탑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한없이 깊었지만, 절망보다는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그들의 힘은 진실에서 오는 것이 아니란다, 카인. 그것은 기만과 공포, 그리고 망각에서 오는 것이지. 하지만 오래된 지식은 사라지지 않아. 녀석들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역사의 밑바닥에는 항상 진실의 조각들이 남아있지. 그리고 그 조각들을 모을 수 있는 자들이 있다면… 새로운 시작이 있을 수 있을 거야.”

엘리나는 카인의 손에 낡은 천 조각을 쥐여주었다. 카인은 펼쳐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언제나처럼, 해독할 수 없는 고대 문자로 가득 찬 찢어진 두루마리 조각이 들어있을 터였다. 엘리나는 늘 그런 것들을 찾고, 모으고,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오늘 밤, ‘별 없는 어둠’에서 사람들이 모일 거야. 너도 와야 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엘리나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카인은 묵묵히 그녀가 쥐여준 천 조각을 주머니에 넣었다. 어둠의 심장, 영원의 첨탑, 그리고 그 그림자 아래서 허덕이는 사람들. 카인의 마음속에서 뭔가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분노와 절망이 마침내 한 방향으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희뿌연 하늘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첨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여전히 섬뜩하게 깜빡였다. 카인의 눈빛은 이제 더 이상 절망에 물들지 않았다. 그 안에는 차가운 결의와 함께, 어떤 맹세가 서려 있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별 없는 어둠에서, 그들은 새로운 빛을 찾아야 했다. 비록 그 빛이 또 다른 심연을 향한 문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