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철골이 뒤틀린 채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회색빛 먼지가 바람에 섞여 폐허가 된 도시를 부유했다. 강진우는 낡은 방독면 아래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손에 쥐인 자동소총은 마치 몸의 일부처럼 익숙했다. 녹슨 철근과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가 발아래서 삐걱거렸지만, 그는 귀를 쫑긋 세우고 주변의 미세한 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지난 몇 년간, 이런 환경에서 한순간의 방심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오늘은 운이 좋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 나빴을지도 모른다. 보통 이런 날은 굶주림만 더해질 뿐이었다. 폐기된 고층 빌딩의 붕괴된 지하층. 원래는 데이터 서버실이었던 곳으로 기억한다. 살아남은 기록 속에서 가끔 귀한 생존 물품이나 정보가 발견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만큼 위험했다. 돌연변이들이 서식하기 좋은 어둡고 습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정말 아무것도 없잖아.”

진우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깨진 모니터 조각들과 뒤엉킨 케이블, 그리고 검게 그을린 벽뿐이었다. 손전등 빛이 어둠을 가르며 움직였다. 좁은 통로를 따라 한참을 헤매던 그의 시야에 균열이 간 콘크리트 벽 너머로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인공적인 빛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미약하고, 너무나도 푸른 빛이었다.

“이게 뭐지?”

진우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벽의 균열은 예상보다 깊었다. 손전등으로 비추자 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어깨에 메고 있던 묵직한 배낭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소총을 바닥에 놓은 뒤, 한 손으로는 벽을 짚고 다른 손으로는 갈라진 틈 사이로 손을 넣어 더듬었다. 손끝에 차가운 금속 같은 감촉이 닿았다. 그것은 매끄러웠지만, 동시에 무언가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듯 거칠었다.

그리고 손끝에 닿는 순간, 차가운 감촉 사이로 희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즉시 물러났을 것이다. 미지의 위험을 경계하는 것이 생존자의 본능이니까. 하지만 이 진동은 어딘가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너무나도 오래된 속삭임 같았다.

진우는 균열을 조금 더 벌리려 애썼다. 낡은 콘크리트는 그의 노력에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마침내 틈이 넓어지고, 그 안쪽이 드러났다.

그것은 거대한 금속 문이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녹슬고 부식된 와중에도, 이 문만은 마치 어제 설치된 것처럼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짙은 푸른색을 띠는 금속 표면에는 정교하고 기하학적인 문양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고, 그 문양의 선을 따라 희미한 푸른빛이 맥박처럼 깜빡였다. 그리고 문 한가운데, 그의 손이 닿았던 바로 그 지점에, 마치 거대한 보석처럼 박혀 있는 수정 구슬이 빛나고 있었다.

그 수정은 단순한 구슬이 아니었다. 안쪽에서부터 푸른빛이 일렁이며, 마치 살아있는 은하수가 구슬 안에 갇힌 듯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너무나 완벽하고,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멸망한 세상의 그 어떤 기술로도 만들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물건이었다.

그가 수정에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스스슥.*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진우는 재빨리 몸을 굳혔다. 익숙한 소리였다. 거미처럼 기어 다니는, 하지만 몸은 인간보다 훨씬 크고 비대하게 부푼 녀석들. ‘지하 거주자’라고 불리는 돌연변이들이다. 그들은 빛을 싫어하고, 소리에 극도로 민감했다. 자신의 호흡조차도 녀석들에게는 초대장이 될 수 있었다.

진우는 손을 뻗는 것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손전등 불빛은 이미 꺼져 있었다. 무의식중에 꺼버린 모양이다. 희미한 푸른빛만이 유일한 광원이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마치 무거운 몸뚱이가 축축한 바닥을 기어오는 듯한 불쾌한 마찰음이었다.

“젠장…”

진우는 소총을 다시 집어 들었다. 장전된 탄환의 묵직한 감촉이 손에 전해졌다. 하지만 상대는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지하 거주자들은 엄청난 힘과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방독면 아래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좁은 공간에서 그 녀석과 맞닥뜨리는 것은 지옥이었다.

*콰직!*

갑작스러운 충격에 진우는 휘청였다. 시커먼 형체가 그림자처럼 벽에서 튀어나와 그를 덮쳤다. 거대한 앞발이 그의 어깨를 강타했고, 진우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방독면 너머로 녀석의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썩은 살과 곰팡이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녀석의 입은 마치 해파리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었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번뜩였다.

“크윽!”

진우는 소총 개머리판으로 녀석의 머리를 후려쳤다. 녀석은 잠시 휘청였지만, 곧이어 그의 팔을 덮쳐 물려고 했다. 진우는 필사적으로 팔을 뺐다. 바닥에 넘어진 채 몸을 뒤척이며 소총을 녀석에게 겨눴다. 하지만 녀석의 움직임은 너무 빨랐고, 좁은 공간은 그에게 불리했다.

총성을 울리면 더 많은 녀석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죽어라!”

진우는 방아쇠를 당겼다. 요란한 총성과 함께 탄환이 녀석의 몸에 박혔다.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지만, 상처 입은 몸으로 다시 달려들었다. 진우는 계속해서 발포했다. 녀석의 끈질긴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세 발, 네 발… 마침내 녀석은 움찔거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완전히 죽은 것 같지는 않았다. 녀석의 몸에서는 역겨운 액체가 뿜어져 나왔고,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진우는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비틀거리는 몸으로 일어섰다. 소총을 다시 겨누고 확인 사살을 하려던 그때였다.

*윙-!*

등 뒤의 푸른 수정이 갑자기 강렬하게 빛을 발했다.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춤을 추듯 일렁였다. 그리고 동시에 진우의 몸에 뜨거운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격렬하게 뛰었고,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환각에 휩싸였다.

이게 뭐지?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었다. 방금 쓰러졌던 지하 거주자가 다시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녀석의 눈은 이미 분노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진우는 본능적으로 소총을 휘둘렀다. 하지만 녀석은 그의 공격을 피하고는 더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진우는 피할 수 없다고 직감했다. 이대로라면 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에 목덜미가 찢겨 나갈 터였다.

그 절박한 순간, 그의 몸 안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폭발했다.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다. 녀석의 거대한 그림자가 그를 덮치기 직전, 진우의 눈앞에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정지한 듯 느껴졌다. 녀석의 벌어진 입, 뻗어오는 앞발, 심지어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겨운 침방울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진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몸이 움직였다. 녀석의 앞발을 쳐내고, 마치 춤을 추듯 유연하게 녀석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소총의 개머리판이 녀석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콰아앙!*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음이 울렸다. 지하 거주자는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녀석의 머리는 찌그러졌고, 몸은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죽은 것이다. 일격에.

진우는 얼어붙은 채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불과 몇 초 전의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시간은 다시 정상 속도로 흘러갔다. 그의 심장이 여전히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온몸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지만,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희열과 혼란이 뒤섞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등 뒤의 푸른 수정 문을 바라봤다. 수정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방금 경험했던 그 힘은, 분명 저 수정에서부터 흘러나온 것이었다.

“이게…대체…”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다. 멸망한 세상의 폐허 속에서, 그는 우연히 고대의 잊혀진 마법의 문을 건드린 것이었다. 그것은 생존의 마지막 열쇠일까, 아니면 더 거대한 파멸의 시작일까? 진우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손에 쥐어진 소총이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졌다는 것만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여러 개의 발소리.

지하 거주자들이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