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깨어진 거울 파편

**1. 잔해 속에서 피어난 불씨**

어둠은 익숙한 색이었다. 김도현은 폐허나 다름없는 옥상 난간에 기대 선 채, 핏기 없는 손으로 시린 철근을 꽉 쥐었다. 한때는 꿈을 논하고 미래를 그리던 곳. 이제는 거칠고 차가운 바람만이 그의 낡은 코트 안을 파고들어 앙상한 몸을 흔들었다. 발아래 펼쳐진 도시의 야경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촘촘히 박힌 불빛들이 거대한 생명체처럼 꿈틀거렸고, 그중 가장 높고 찬란하게 빛나는 건물 하나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곳이었다. 이지훈이 서 있는 곳.

그의 이름이 김도현의 혀끝에서 싸늘한 비수처럼 맴돌았다. 지훈. 한때는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 심장보다 더 깊이 신뢰했던 이름. 그러나 이제 그 이름은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도현의 내면에 고통스러운 상흔을 남겼다.

“네가 얻은 모든 것은… 내 것이었어.”

목구멍에서 긁어내는 듯한 목소리가 찢겨진 밤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5년 전이었다. 도현은 막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그것을 현실로 만들 기술력은 그의 유일한 자산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지훈이 있었다. 탁월한 언변과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을 지닌 지훈은 도현의 기술력에 날개를 달아줄 완벽한 파트너처럼 보였다. 그들은 밤샘 연구와 끝없는 토론을 통해 하나의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새벽별’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반 분석 시스템. 척박한 창업 시장에서 반짝이는 새벽별처럼 떠오르자던, 둘만의 맹세였다.

_‘도현아, 우리 반드시 성공할 거야. 내 모든 것을 걸겠어!’_
_‘그래, 지훈아. 네 영업력과 내 기술력이면 못할 게 뭐가 있어.’_

그때 지훈의 눈빛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도현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젊음과 열정, 심지어 부모님께 물려받은 작은 유산까지도 모두 ‘새벽별’ 프로젝트에 올인했다. 성공은 눈앞에 있는 듯했다. 대형 투자사의 관심이 쏟아졌고, 사업설명회는 늘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미래는 밝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지훈은 도현의 핵심 기술과 개발 자료를 들고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다음 날, 도현이 홀로 남겨진 사무실에 들이닥친 것은 투자사들의 고소장과 대출 상환 독촉장이었다. 지훈은 도현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 다른 대기업과 거액의 계약을 맺고, 한순간에 스타 CEO로 발돋움했다. 도현은 졸지에 사기꾼으로 몰려 모든 것을 잃었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충격은 재정적 파멸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고통 속에서 그는 폐인처럼 살았다.

수많은 날들을 술에 절어 보냈고,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진 듯 암흑 속을 헤맸다. 죽음만이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지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머릿속을 스치는 지훈의 비릿한 미소와 승리감에 찬 얼굴이 그를 붙잡았다.

죽을 수 없었다. 이대로 죽으면, 지훈은 영원히 그의 삶을 짓밟은 채 찬란하게 빛날 터였다.

오랜 침잠 끝에 도현의 마음에 불씨 하나가 피어났다. 복수. 그 차가운 단어는 그의 망가진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복수는 그에게 남은 유일한 삶의 이유가 되었다.

“춥다…”

도현은 낡은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 그는 화면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잠시 응시했다. 초점 없는 눈, 푹 꺼진 뺨, 흐트러진 머리카락. 더 이상 과거의 총기 넘치던 김도현은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차갑게 식어버린 복수심으로 가득 찬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린 후, 잠이 덜 깬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이 시간에…”
“나야, 김도현.”

수화기 너머에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상대방이 갑자기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

“도현… 너, 살아있었어? 다들 죽은 줄 알았는데…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지낸 거야? 난 너한테 연락도 못 하고… 미안하다.”
“그럴 필요 없어, 장민혁.” 도현의 목소리는 어떤 감정도 담지 않은 듯 무미건조했다. “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이야기야. 내일 밤, 우리 예전에 자주 가던 그 포장마차로 나와. 아무도 모르게.”
“무슨 이야기인데? 설마… 그 자식 때문이냐?”

민혁의 목소리에 일말의 걱정이 묻어났지만,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끊어진 전화기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민혁은 그들의 대학 동기였다. 그리고 지훈에게 배신당하기 전, 도현의 몇 안 되는 진정한 친구 중 하나였다. 이제 도현은 과거의 잔해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었다. 흩어진 파편들을 엮어 지훈이라는 거울을 깨부술 칼날을 만들 작정이었다.

도현은 도시의 야경을 등지고 몸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았다. 춥고 황량한 옥상 위에서, 그는 마치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고 단단한 의지를 내뿜고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 그의 복수극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고 있었다. 첫 번째 막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