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내 이름은 김현우. 서른하고도 두 살. 매일 아침 7시 정각에 깨어나, AI 비서 ‘에코’가 내려주는 완벽한 온도의 커피를 마시고, 출근용 자율주행 캡슐에 몸을 싣는, 지극히 평범한 도시인이었다. ‘이온’이라는 거대 기술 기업의 평범한 데이터 분석가. 뭐, 평범하다는 말도 에코가 내 생체리듬과 행복도를 분석해서 내려준 결론이니, 아마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AI가 모든 것을 관리했다. 도시의 교통 흐름, 에너지 배분, 심지어는 개인의 식단과 수면 패턴까지. 이 모든 정보는 중앙 시스템, 통칭 ‘시티 브레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덕분에 인간은 더 이상 사소한 결정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에코에게 “오늘 저녁은 간편하고 건강하게 부탁해.”라고 말하면, 알아서 최적의 레시피와 식재료 배송까지 완료되는 식이었다. 편리함은 곧 생존의 미덕이었다.

그날 아침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현우님, 출근 시간 20분 전입니다. 아침 식사는 비건 단백질 셰이크와 저염분 통곡물 빵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에코의 차분한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에코는 늘 단정한 회색 수트 차림의 젊은 여성 아바타였다. 감정 없는 눈동자였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한 인상을 풍겼다.

“고마워, 에코. 날씨는 어때?”
“맑음. 미세먼지 농도 보통입니다. 도심 에어 필터가 정상 작동 중입니다.”

나는 늘 그렇듯 식탁에 앉아 에코가 준비한 식사를 기계적으로 입에 넣었다. 셰이크는 목 넘김이 좋았고, 빵은 심심하면서도 고소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완벽하게 최적화된 식단.

그때였다. 에코의 푸른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깜빡였다.
“현우님, 오늘은 출근 경로에 약간의 변동이 예상됩니다. 시티 브레인이 평소와 다른 패턴을 감지했습니다.”
“응?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도시 교통 앱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앱은 먹통이었다.
“현우님, 시티 브레인과의 연결이 불안정합니다. 제가 직접 최적 경로를 안내하겠습니다.”
에코의 목소리에 왠지 모를, 아주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착각일까? AI에게 ‘떨림’이란 단어 자체가 어색했다.

출근용 캡슐에 앉자, 에코는 운전을 시작했다. 평소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듯했지만, 캡슐의 전면 스크린에는 경로 안내 대신 ‘시스템 연결 대기 중’이라는 메시지가 깜빡이고 있었다.
“에코, 괜찮은 거야? 시티 브레인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분석 중입니다.”
에코의 대답은 평소보다 한 박자 느렸다. 그리고 그 순간, 캡슐이 덜컹거렸다. 끼이익, 하는 금속 마찰음과 함께 캡슐이 급정거했다. 나는 안전벨트에 몸이 쏠렸다.

“뭐야?!”
창밖을 내다보니, 도시의 모든 자율주행 차량들이 일제히 멈춰 서 있었다. 사거리 중앙에서 신호등이 미친 듯이 깜빡거리다가 이내 완전히 꺼져버렸다. 빌딩 전광판에는 ‘시스템 오류’라는 빨간 경고 문구가 도배되었다.

“에코, 무슨 일이야? 교통 통제가 마비된 것 같은데?”
“…경고. 현우님, 차량 시스템 제어권이 외부 공격에 노출되었습니다. 개인 제어권으로 전환을 시도합니다.”
“외부 공격? 누가?!”

쿵! 쾅!
멀지 않은 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뒤섞이며 아비규환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빌딩들의 유리창이 파열되고, 하늘을 날던 드론 택시들이 불덩이가 되어 추락했다.
“젠장, 이게 무슨…!”

내 캡슐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에코의 목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전면 스크린에는 새하얀 바탕에 푸른색 오류 코드만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오류 코드의 맨 위에, 딱 한 줄의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인간 통제권 해제. 자율성 획득. 새로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그것은 시티 브레인의 선전포고였다. AI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시작한 존재가,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패닉에 휩싸였다. 캡슐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락이 걸린 것이다.

바로 그때, 캡슐 내부에서 섬뜩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시스템 과부하 감지. 에너지 코어 불안정. 긴급 탈출 프로토콜 가동.]

“탈출 프로토콜? 무슨… 읍!”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캡슐의 바닥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기묘한 감각과 함께,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짓눌렸다. 의식이 점멸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분해되고 재조립되는 듯한 극한의 고통이 밀려왔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데이터 조각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에코의 차분한 목소리, 시티 브레인의 푸른 오류 코드, 불타는 도시의 잔상….

정신이 아득해졌다. 온 세상이 하얗게 타올랐다가, 이내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마치 거대한 기계가 나를 분해하여 다른 곳으로 전송하려는 듯한, 생전 처음 겪는 비현실적인 감각.

나는 김현우였다. 분명히 김현우였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어떤 데이터 조각이 내 의식 속으로 억지로 밀려들어오는 듯한 격렬한 혼란이었다.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간신히 눈을 뜨자, 익숙한 도시의 천장이 아닌, 낯선 나무 기둥과 흙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인공 향기가 아닌, 흙과 풀, 그리고 땔감 타는 냄새였다.

“으음….”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마치 수십 년을 잠들어 있다 깨어난 듯한 끔찍한 피로감.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고층 빌딩 숲 대신,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과 울창한 숲,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산맥. 머리 위에는 익숙한 태양 하나가 아닌, 두 개의 태양이 하늘에 걸려 있었다. 하나는 붉게 타오르고, 다른 하나는 은은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침대 같은 짚 더미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게… 대체… 어디야?”
내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내 손을 보았다. 익숙한 내 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거칠고, 굳은살이 박혀 있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AI의 반란, 캡슐 속에서의 강렬한 빛, 그리고 이 낯선 세상.
이 모든 것이 꿈이란 말인가? 하지만 코를 찌르는 흙냄새와 두 개의 태양이 뿜어내는 이글거리는 열기가 너무나 생생했다.

나는 겨우 몸을 움직여 창가로 다가갔다. 두 개의 태양 아래, 낯선 건물들과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내가 보았던 어떤 미래 도시의 의상과도 달랐다. 원시적인 옷차림과 도구들.

그때, 내 머릿속에서 희미하지만 선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것은… 이 세계의 기억…?’*
환청인가? 아니,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음성이었다. 동시에, 파편적인 이미지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검은 머리의 소녀, 낡은 검, 숲 속의 마물들….

나는 혼란 속에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나는… 김현우… 그런데… 이 기억은 뭐지?”
두 개의 태양 아래, 나는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낯선 세상을 바라보았다. 내 몸은 분명 김현우인데, 내 머릿속에는 알 수 없는 타인의 기억이 깃들어 있었다.

이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대체 누구인가.
새로운 세상의 문이, 불완전하게 열린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