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저무는 낙원>

**장르:** 오컬트 호러, 다크 판타지
**대상:** 성인 독자 (웹툰/애니메이션 시청자)
**핵심 줄거리:** 부패한 거대 제국의 어둠에 맞서는 평민들의 처절한 반란.

**프롤로그: 검은 진흙골의 저녁**

[장면 시작]

**내레이션 (아린의 목소리, 차분하지만 어딘가 씁쓸하다):**
나는 아린이다. 헤일롬 제국의 백성 중 하나이자, 이름 없는 진흙골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 중 하나. 우리는 제국의 가장 낮은 곳에, 가장 깊은 그림자에 산다. 제국은 우리에게 ‘축복받은 땅’이라 말하지만, 우리가 아는 건 오직 차가운 진흙과 썩어가는 꿈뿐이다.

**[SCENE 01]**
**배경:** 해 질 녘, 제국령 7구역 빈민촌 ‘검은 진흙골’
**시각:** 노을이 붉게 물들지만, 그 빛조차 이곳에 닿으면 탁한 잿빛으로 변하는 시간.

**[CUT]**
**(화면: 낡고 허름한 목조 가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좁고 진흙투성이인 골목길에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하늘로는 낡은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뿌옇게 번진다. 아이들은 닳고 해진 옷을 입고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조각들로 조용히 놀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생기 대신 잿빛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CUT]**
**(화면: 멀리, 빈민촌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웅장한 제국의 건축물이 보인다. 뾰족한 첨탑이 하늘을 찌르고, 그 끝에서 섬뜩하리만치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인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아린 (17세, 깡마른 체구에 흙먼지 묻은 옷을 입었지만, 눈빛은 형형하게 살아있다. 어딘가 초조한 얼굴로 빠르게 걷는다. 손에는 오늘 하루 벌어온 작은 빵 조각과 풀뿌리 몇 개가 들려 있다.)**
(속삭임)
좀 더, 좀 더 서둘러야 해.

**[CUT]**
**(화면: 아린이 허리 숙여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오두막의 낡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오두막 안은 어둡고 습하다. 한기가 감돈다.)**

**아린:**
리아? 언니 왔다!

**[CUT]**
**(화면: 방 안쪽, 낡은 짚단 위로 작은 몸이 웅크려 있다. 아린의 여동생, 리아(7세). 평소엔 명랑하고 작은 웃음이 끊이지 않던 아이였지만, 지금은 얼굴에 잿빛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피부는 종잇장처럼 얇아지고, 입술은 바싹 말라있다. 특히 팔 한쪽에는 검붉은 반점이 점점 번지고 있다. 그것은 ‘쇠락의 저주’라 불리는, 진흙골을 휩쓰는 지독한 병의 흔적이었다.)**

**아린:**
(놀라서 다가간다. 목소리가 떨린다.)
리아… 괜찮아? 열은… 열은 좀 내렸니?

**리아:**
(작게 신음한다. 눈을 간신히 뜬다. 초점 없는 눈동자가 아린을 향한다.)
언니… 추워…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

**아린:**
(리아의 손을 잡는다. 차갑고 축축하다. 마치 죽어가는 나뭇가지 같다.)
아니야, 괜찮아. 언니가 불 피워줄게. 따뜻하게 해줄게.

**[CUT]**
**(화면: 아린이 황급히 작은 화덕에 마른 나뭇가지와 쓰레기 조각들을 집어넣고 불을 피운다. 불꽃이 약하게 타오르지만, 훈훈한 온기를 내기엔 역부족이다.)**

**내레이션 (아린):**
쇠락의 저주. 제국이 ‘변방의 질병’이라 부르며 무시했던 병. 하지만 이곳 진흙골에선 이미 수많은 아이의 숨통을 조였다. 피부는 검게 썩어 들어가고, 내장은 돌처럼 굳고, 정신은 혼미해진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산 채로 무너져내리는 병.

**[CUT]**
**(화면: 아린이 겨우 얻어온 빵 조각을 뜯어 리아의 입에 대어준다. 리아는 씹지 못하고 고개를 젓는다.)**

**리아:**
(작게 헐떡인다)
목이… 목이 너무 말라…

**아린:**
(리아의 작은 머리칼을 쓸어 넘겨준다. 손끝에 잡히는 머리카락이 힘없이 빠져나온다.)
알았어, 언니가 물 길어올게. 조금만 기다려.

**[CUT]**
**(화면: 아린이 물통을 들고 오두막을 나선다. 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제국의 첨탑 끝에서 푸른빛이 더욱 선명하게 깜빡인다. 마치 진흙골의 모든 고통을 비웃듯이.)**

**[CUT]**
**(화면: 공동 우물가. 어둠 속에서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다.)**

**여인 1 (리아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 아이를 안고 있다.):**
(울먹이며)
내 아들도… 내 아들도 쇠락의 저주에 걸렸어. 점점… 점점 말라가고 있어.

**노인 (수염이 덥수룩하다):**
제국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그들은 이곳에 관심을 두지 않아!

**남자 1:**
젠장! 이 빌어먹을 제국 같으니! 그들은 우리의 피와 땀만 앗아갈 뿐이야!

**[CUT]**
**(화면: 갑자기, 골목 저편에서 둔탁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금속성의 갑옷 부딪히는 소리도. 사람들은 일제히 얼어붙는다.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그쪽을 바라본다.)**

**아린:**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직감적으로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제국군… 설마…

**[CUT]**
**(화면: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온다. 제국 기사단 소속의 ‘정화병’들이다. 검은 갑옷으로 전신을 감싸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그들의 말에 달린 깃발에는 붉은 눈 모양의 제국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빈민촌 입구를 봉쇄한다.)**

**정화병 대장 (묵직하고 기계적인 음성):**
헤일롬 제국의 명이다. 7구역 빈민촌 내 쇠락의 저주 감염자들을 격리한다. 모든 감염자는 즉시 보고하고, 정화 조치에 협조하라. 불응 시, 제국의 법에 따라 엄히 처벌할 것이다.

**[CUT]**
**(화면: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스친다. ‘정화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건 병든 자들을 제국 어딘가의 어두운 시설로 끌고 가,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 소문으로는 실험 대상이 되거나, 더욱 끔찍한 제국의 어둠에 바쳐진다고 했다.)**

**여인 1:**
(소리친다)
안 돼! 내 아들은 안 돼! 저들은… 저들은 우리 아이들을 죽일 거야!

**정화병:**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 여인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의 손에서 검은 아우라가 피어난다. 여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는다.)
거역은 곧 죽음이다.

**[CUT]**
**(화면: 정화병들이 오두막 문을 걷어차고 들어가 아이들을 끌어낸다. 몇몇 저항하는 어른들은 망설임 없이 검은 기운이 깃든 칼날로 제압당한다.)**

**아린:**
(숨을 헐떡이며 얼어붙는다. 리아가 있는 오두막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저들이 곧 리아를 찾아낼 것이라는 공포에 몸이 마비된다.)
리아… 안 돼…

**[CUT]**
**(화면: 한 정화병이 아린의 오두막을 향해 다가간다. 그들의 발소리가 아린의 심장을 짓누른다.)**

**카이 (30대 후반, 낡았지만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남자. 한때 제국의 학자였으나 지금은 유랑자처럼 보인다. 그의 눈은 피로하지만 지혜롭다. 갑자기 아린의 어깨를 낚아챈다.)**
(낮고 거친 목소리)
아무것도 하지 마라! 너마저 잡히면 끝이야!

**아린:**
(카이에게 뿌리치려 하지만, 그의 힘이 강하다.)
리아가… 리아가 안에 있어요! 끌려가면… 끌려가면 죽어요!

**카이:**
(아린의 입을 틀어막고 그림자 속으로 끌고 간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무모한 용기는 오직 죽음만 부를 뿐.

**[CUT]**
**(화면: 아린은 카이에게 이끌려 어두운 골목으로 숨어든다. 숨소리마저 죽이며, 리아가 있는 오두막을 바라본다.)**

**[CUT]**
**(화면: 정화병이 아린의 오두막 문을 걷어찬다. 안에서 리아의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정화병이 작은 리아의 몸을 거친 손으로 움켜쥐고 오두막 밖으로 끌고 나온다.)**

**리아:**
(작게 흐느낀다.)
언니… 언니…

**아린:**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카이의 손이 입을 틀어막고 있다.)
(억눌린 비명) 으읍… 으읍…!

**내레이션 (아린):**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삶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리아가, 어둠 속으로 끌려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내 심장은 차가운 진흙처럼 굳어버렸다.

**[CUT]**
**(화면: 정화병들이 쇠락의 저주에 걸린 아이들을 거대한 수송 마차에 싣는다. 마차는 검은 천으로 덮여 있고, 그 안에서는 희미한 신음소리들이 새어 나온다. 마차 위로 푸른빛이 감도는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진다.)**

**정화병 대장:**
보고한다. 7구역의 정화 작업 완료. 총 12명 이송 시작. 목적지는 ‘성역’으로.

**[CUT]**
**(화면: 마차가 덜컹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마차의 바퀴 자국 위로 검은 진흙이 흥건하다.)**

**아린:**
(카이의 손을 뿌리치고 털썩 주저앉는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사라진 마차를 향해 손을 뻗는다.)
리아… 리아아아!

**카이:**
(아린 옆에 쭈그리고 앉아, 지친 얼굴로 한숨을 쉰다.)
이게… 이 제국의 진짜 얼굴이다. 아름다운 이름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아린:**
(카이를 올려다본다. 눈빛에 절망과 함께, 어떤 날카로운 것이 깃들기 시작한다.)
…성역? 성역이 어딘데요? 그곳에 가면 리아를 만날 수 있어요?

**카이:**
(쓴웃음을 짓는다.)
성역… 제국이 그들의 추악한 비밀을 감추는 장소다. 그곳은… 감염자들을 위한 병원이 아니야. ‘어둠의 심장’이 잠들어 있는 곳. 그리고 제국이 그 심장을 먹여 살리는 곳이지.

**아린:**
어둠의… 심장? 그게 뭔데요?

**카이:**
(하늘의 첨탑을 가리킨다. 첨탑 끝의 푸른빛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저 빌어먹을 첨탑이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곳. 제국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 그리고 너희 여동생 같은 아이들의 생명을 집어삼키는 저주받은 존재.

**[CUT]**
**(화면: 아린의 눈빛이 흔들린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공포가 뒤섞인다. 그녀는 리아가 끌려간 방향을 응시한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마차가 남긴 진흙 자국은 마치 거대한 괴물의 발자국 같았다.)**

**내레이션 (아린):**
그날 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제국이, 단순히 우리를 억압하는 것을 넘어 우리 자신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라는 것을. 이 세상의 추악한 진실이 리아의 사라진 뒷모습처럼 내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SCENE END]**

**[SCENE 02]**
**제목:** 핏빛 제국의 심장
**배경:** 며칠 후, 검은 진흙골 외곽의 폐허가 된 시장.

**[CUT]**
**(화면: 며칠 밤낮으로 아린은 리아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카이에게 들은 ‘성역’이라는 곳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녀의 얼굴은 더욱 야위었고, 눈빛은 깊은 고통으로 가득했지만, 동시에 결의가 서려 있었다.)**

**아린:**
(폐허가 된 건물 잔해를 뒤지고 있다. 낡은 책 조각이나 지도 조각 같은 것을 찾으려는 듯.)
성역… 어둠의 심장…

**[CUT]**
**(화면: 아린은 낡은 종이 뭉치를 발견한다. 흙먼지를 털어내자 희미하게 글씨와 그림이 나타난다. 제국의 문장이 그려진 낡은 문서 조각이다.)**

**아린:**
(종이를 펼쳐본다. 그림 속에는 거대한 첨탑과 복잡하게 얽힌 문양들, 그리고 그 중심에 거대한 심장 모양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심장 주변으로는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그 기운이 얇은 실처럼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다. 문서의 일부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어로 쓰여 있고, 다른 부분은 제국어로 ‘생명력 추출’, ‘저주’, ‘봉헌’ 등의 단어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건… 설마…

**[CUT]**
**(화면: 그림 속 ‘심장’에서 뻗어나간 검은 기운의 실들이 제국의 지도를 관통하며, 특히 빈민촌 구역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그 실들 끝에는 작은 점들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의 형상이다.)**

**내레이션 (아린):**
그 순간, 나는 그림 속 심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제국은 우리에게서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우리가 겪던 고통, 쇠락의 저주, 그 모든 것이 제국이라는 거대한 기생충의 먹이였다는 것을.

**[CUT]**
**(화면: 아린의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아린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한 사내, **렌 (18세)**이 서 있다. 날렵하고 다부진 체구, 짐승 같은 눈빛을 가졌다. 손에는 날카로운 사냥칼이 들려 있다.)**

**렌:**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린을 노려본다.)
…누구냐. 이곳은 사냥꾼의 구역이다. 감히 도적질을 하려는 거냐?

**아린:**
(당황한다. 손에 든 문서를 황급히 등 뒤로 숨긴다.)
아니… 아니에요. 저는… 저는 그저 제 동생을 찾고 있어요. 리아가… 쇠락의 저주에 걸려 제국군에게 끌려갔어요.

**렌:**
(리아라는 말에 미묘하게 눈썹을 움직인다. 그의 눈빛에서 순간적으로 슬픔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간다.)
…흥. 어리석은 여자. 제국군에게 끌려갔으면 끝난 거다. 그곳에서 돌아온 자는 아무도 없어.

**아린:**
(렌의 말에 비수가 꽂히는 듯 아프다.)
하지만… 전 포기할 수 없어요. 카이라는 분이… 리아가 끌려간 곳이 ‘성역’이고, 그곳에 ‘어둠의 심장’이 있다고 했어요. 제국이 아이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그 심장을 먹여 살린다고…

**렌:**
(아린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는다. 천천히 아린에게 다가온다. 아린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다.)
그걸… 그 노인네가 너에게 말해줬다고? 너… 그 노인네와 무슨 관계냐?

**아린:**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친다.)
저는… 그저 길에서 잠시 만났을 뿐이에요. 그분이 제 동생이 있는 곳을 알려줬어요.

**렌:**
(아린이 숨긴 문서를 낚아채듯 가져간다. 문서를 확인하더니 그의 얼굴에 분노와 체념이 교차한다.)
이건… 이걸 어디서 찾았지?

**아린:**
(눈물이 글썽인다.)
이곳 폐허에서요…

**렌:**
(문서를 찢으려다 멈칫한다. 그림 속 ‘어둠의 심장’과 뻗어 나가는 검은 실을 응시한다.)
젠장… 젠장할 제국!

**아린:**
(렌의 격앙된 반응에 의아함을 느낀다.)
저… 혹시 렌님도… 쇠락의 저주 때문에…

**렌:**
(고개를 홱 돌려 아린을 노려본다.)
내 여동생도 끌려갔다. 3년 전에. 그 빌어먹을 정화병들에게. 너 같은 멍청이처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나는 그저… 숨어 살 뿐이야.

**내레이션 (아린):**
렌의 눈빛에서, 나는 나와 같은 절망을 보았다. 그리고 그 절망이 만들어낸 깊은 분노와 무력감도.

**아린:**
(렌에게 다가가 그의 손목을 잡는다. 렌은 놀라서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아린의 눈빛에 멈칫한다.)
숨어만 살 수는 없어요. 우리 동생들이… 우리 모두가 제국이라는 괴물의 먹이가 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렌:**
(아린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선다.)
뭘 어쩌겠다는 거냐? 제국의 힘을 몰라? 그 빌어먹을 ‘정화병’들을 봤으면서도? 놈들은 단순한 병사가 아니야. 어둠의 힘을 다루는 괴물들이다.

**아린:**
(렌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녀의 작은 몸에서 알 수 없는 강단이 뿜어져 나온다.)
혼자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면? 카이님도 분명…

**[CUT]**
**(화면: 그 순간, 폐허 건물 뒤편에서 그림자 하나가 미끄러지듯 나타난다. 카이였다. 그는 아린과 렌을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카이:**
(차분한 목소리)
결국 만나는군. 제국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남은 두 생존자여.

**렌:**
(카이를 보고 경계하며 칼을 고쳐 잡는다.)
노인네. 왜 또 이 여자애에게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지?

**카이:**
(렌의 날카로운 반응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알아야만 했다. 너도 그렇지 않았더냐? 잃은 자들은 더 이상 숨어있을 수 없지.

**아린:**
카이님! 저, 이 문서에서 제국이 우리에게서 생명력을 빨아들여 어둠의 심장을 먹여 살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리아는… 리아는 그곳에서…

**카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다. ‘성역’은 제국의 심장부에 있는 거대한 지하 시설이다. 그곳에서 대재상 이그나스는… 놈은 ‘어둠의 심장’을 각성시키려 하고 있어.

**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점점 표정이 굳어간다.)
각성? 그게 뭔데?

**카이:**
(어두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는 듯하다.)
어둠의 심장은 고대부터 잠들어 있던 존재다. 모든 생명의 에너지를 탐하는 기생체이지. 제국은 오래전부터 이 존재와 계약을 맺고 그 힘을 빌려왔다. 하지만 심장이 완전히 각성하면… 이 세상 모든 생명은 놈의 먹이가 될 것이다. 쇠락의 저주? 그건 시작에 불과해.

**아린:**
그럼… 리아도…!

**카이:**
(아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제국이 원하는 건 완전히 말라붙은 시체가 아니야. 심장을 각성시키기 위한 ‘촉매’가 필요하지. 너희 동생들은 아직…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렌:**
(칼을 내려놓는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우리 셋이서 뭘 할 수 있단 말이야?

**카이:**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에는 어딘가 광기 어린 희망이 서려 있다.)
제국은 그들의 힘이 영원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모든 제국은 반드시 균열을 가진다. 그리고 그 균열을 이용해, 우리는 그 심장을 꿰뚫어야 한다.

**아린:**
(결연한 눈빛으로 카이와 렌을 번갈아 본다.)
리…. 리아를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거예요.

**렌:**
(길게 숨을 내쉰다. 그의 눈빛에도 희미하게 불꽃이 피어오른다.)
3년 전, 내 여동생이 끌려갔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못 했어. 이번엔… 이번엔 달라야 해.

**카이:**
좋다. 제국의 심장으로 가는 길은 어둡고 피로 얼룩질 것이다. 하지만 빛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칼날은 어둠을 가르고, 우리의 분노는 제국의 첨탑을 무너뜨릴 것이다.

**[CUT]**
**(화면: 세 사람은 어둠이 깔린 빈민촌의 폐허 속에서 마주 보고 선다. 아린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렌은 칼을 단단히 잡는다. 카이는 그들을 지켜보며 깊은 그림자 속에 선다. 멀리, 제국의 첨탑 끝에서 푸른빛이 여전히 섬뜩하게 깜빡인다. 하지만 이제 그 빛은 공포의 상징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무너뜨려야 할 목표였다.)**

**내레이션 (아린):**
그날 밤, 검은 진흙골의 폐허 속에서, 아주 작은 반란의 불꽃이 피어났다. 그것은 절망의 끝에서 피어난 희미한 빛이었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괴물에게 맞서는, 작고 약한 평민들의 처절한 투쟁의 서막이었다. 우리는 아직 알지 못했다. 우리가 마주할 어둠이 얼마나 깊고 잔혹할지.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우리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SCENE END]**

**[SCENE 03]**
**제목:** 지하 미궁의 그림자
**배경:** 며칠 후, 제국 수도 외곽의 거대한 지하수로.

**[CUT]**
**(화면: 세 사람은 제국 수도 외곽의 거대한 지하수로에 숨어들어 있다. 어둡고 축축한 공간,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알 수 없는 금속성 악취가 섞여 코를 찌른다.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이 미궁처럼 얽혀 있다.)**

**카이:**
(지도가 그려진 낡은 양피지를 펼쳐 들고, 손전등 같은 장치로 어두운 벽을 비춘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성역은 제국의 수도 지하 깊숙한 곳에 건설되어 있다.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된 폐쇄 구역이지. 이 지하수로가 유일한 침입 경로가 될 수 있다.

**렌:**
(사냥칼을 뽑아들고 주변을 경계한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예리하게 빛난다.)
냄새가 좋지 않아. 보통 수로의 냄새가 아니야.

**아린:**
(두려움에 몸을 살짝 떤다. 하지만 리아를 생각하며 용기를 낸다.)
여기… 뭔가 다른 게 있어요.

**[CUT]**
**(화면: 아린의 말대로, 수로의 벽면에는 알 수 없는 검붉은 자국들이 얼룩져 있다. 마치 핏자국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섬뜩한 문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벽의 일부는 이상하게 젖어 있고, 만져보면 끈적거린다.)**

**카이:**
(벽에 손을 대고 냄새를 맡는다. 얼굴이 굳어진다.)
이건… 피와 섞인 마법의 잔해다. 제국은 이곳을 통해 성역의 부산물을 배출하고 있었군.

**[CUT]**
**(화면: 그때, 수로 저편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흐느끼는 듯하면서도, 뼈가 삐걱거리는 듯한 소리. 이어서 철컥거리는 금속음도.)**

**렌:**
(낮게 으르렁거린다.)
젠장, 뭐가 오는군.

**카이:**
(급히 손전등을 끈다.)
몸을 숨겨! 제국 지하 시설의 파수꾼일 가능성이 높다.

**[CUT]**
**(화면: 세 사람은 황급히 수로 벽면의 낡은 파이프 뒤로 몸을 숨긴다.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CUT]**
**(화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곳곳이 기괴하게 뒤틀린 존재들이었다. 낡은 제국군 갑옷을 입고 있지만, 팔다리는 비정상적으로 길고 앙상했으며, 머리에는 기형적인 뿔이 돋아나 있었다. 눈은 푸른빛으로 섬뜩하게 빛나고, 입에서는 끔찍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들의 손에는 부식된 철퇴나 검이 들려 있었다. 마치 쇠락의 저주에 걸린 이들을 강제로 개조한 듯한 모습이었다.)**

**아린:**
(두려움에 입을 틀어막는다. 너무나 끔찍한 모습에 토악질이 올라올 것 같다.)
저… 저게 뭐야…

**렌:**
(이를 악문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함께 혐오감이 서려 있다.)
제국의 ‘괴수병’이다. 생명력을 끝까지 빨아먹은 희생자들을, 어둠의 심장의 힘으로 다시 움직이게 하는… 저주받은 인형들.

**[CUT]**
**(화면: 괴수병들은 수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그들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럽고 삐걱거린다. 그들의 눈은 마치 먹이를 찾는 짐승처럼 어둠 속을 탐색한다.)**

**카이:**
(낮게 속삭인다.)
들키지 마라. 놈들은 시각보다는 어둠의 기운에 더 민감하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빛을 피해야 해.

**[CUT]**
**(화면: 괴수병 하나가 세 사람이 숨어있는 파이프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 푸른 눈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난다. 아린은 숨소리마저 멈춘다. 렌은 손에 쥔 칼을 꽉 쥔다. 카이는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한다.)**

**내레이션 (아린):**
심장이 쿵쾅거렸다. 저 끔찍한 괴물들이 혹시 리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이 제국의 끝없는 잔혹함에 절망하고 분노했다.

**[CUT]**
**(화면: 다행히 괴수병은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이내 방향을 돌려 수로 안쪽으로 사라진다. 그들의 끔찍한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카이:**
(안도의 한숨을 쉰다.)
휴… 무사히 넘어갔군. 자, 서둘러야 한다. 놈들이 다시 오기 전에.

**[CUT]**
**(화면: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파이프 뒤에서 나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수로는 점점 더 깊고 복잡해진다. 거대한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어디선가 기계음과 알 수 없는 주술적인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아린:**
(벽에 그려진 붉은 문양들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만질수록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 문양들… 이건 대체 뭐죠?

**카이:**
(문양을 살피더니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어둠의 심장의 힘을 제어하고, 생명력을 흡수하는 고대 주술 문양이다. 제국은 이 모든 수로를 거대한 제단으로 만들고 있어.

**[CUT]**
**(화면: 수로의 끝에 거대한 철문이 나타난다. 문은 검고 육중하며, 표면에는 섬뜩한 붉은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다. 문틈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렌:**
(문을 확인하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젠장, 굳게 잠겨 있어.

**카이:**
(문에 손을 대고 문양을 살핀다.)
이 문은 단순한 자물쇠로 잠긴 것이 아니다. 어둠의 심장의 기운으로 봉인되어 있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열 수 없어.

**아린:**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카이:**
(지도를 다시 펼쳐 든다.)
이 봉인을 풀려면, 이 주변에 있는 세 개의 ‘피의 제단’을 찾아 활성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해. 그 제단들은 강력한 어둠의 기운으로 보호받고 있을 것이다.

**[CUT]**
**(화면: 아린은 철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푸른빛을 바라본다. 그 빛 너머에 리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눈빛에 다시금 결의가 불타오른다.)**

**내레이션 (아린):**
지하 미궁의 어둠은 끝없이 이어졌다. 매 순간 공포와 마주해야 했고, 제국의 추악한 진실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절망의 끈을 놓지 않고, 우리는 작은 빛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리아를 위해, 그리고 이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해.

**[SCENE END]**

**[SCENE 04]**
**제목:** 피의 제단, 각성하는 저주
**배경:** 지하수로 내, 첫 번째 ‘피의 제단’

**[CUT]**
**(화면: 세 사람은 카이가 가리킨 지도를 따라 첫 번째 피의 제단에 도착한다. 제단은 수로와 연결된 작은 동굴 안에 위치해 있다. 바닥에는 검붉은 액체가 고여 있고, 중앙에는 사람의 심장처럼 생긴 거대한 돌덩이가 놓여 있다. 돌덩이에는 수많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들에서 희미하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린:**
(제단을 보고 역한 냄새에 코를 막는다.)
저게… 피의 제단이에요?

**카이:**
(굳은 얼굴로 제단을 살핀다.)
그렇다. 이 제단은 과거 제국이 어둠의 심장을 깨우기 위해 사용했던 제물 의식의 흔적이지. 저 구멍들은… 생명력이 빨려 나간 자들의 영혼이 갇혀 있던 자리다.

**[CUT]**
**(화면: 그때, 제단 주위에 있던 검은 연기가 짙어지더니, 스르륵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다. 연기 속에서 창백하고 앙상한 팔들이 뻗어 나오고, 일그러진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들은 괴수병처럼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연기처럼 흐릿한 유령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원한과 고통으로 가득했다.)**

**렌:**
(칼을 뽑아들고 자세를 잡는다.)
젠장, 이건 또 뭐야?

**카이:**
(낮게 으르렁거린다.)
죽은 자들의 원혼… 이 제단에 갇혀 제국을 지키는 척하는, 어둠의 심장의 하수인들이다.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CUT]**
**(화면: 유령들이 세 사람을 향해 서서히 다가온다. 그들의 몸에서 차가운 한기가 뿜어져 나와 주위 공기를 얼어붙게 만든다. 그들의 손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시퍼렇게 변하며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듯한 환영이 보인다.)**

**아린:**
(몸이 굳어진다. 그녀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제단 중앙의 돌 심장을 응시한다. 그 안에서 리아의 희미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리아…

**카이:**
(아린의 팔을 붙잡는다.)
정신 차려라, 아린! 놈들의 환영에 사로잡히지 마!

**[CUT]**
**(화면: 렌은 무모하게 유령들을 향해 달려든다. 그의 칼날이 유령의 몸을 통과하지만, 유령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렌의 몸을 통과해 지나간다. 렌은 한기가 느껴지는 통증에 비틀거린다.)**

**렌:**
(이를 악문다.)
빌어먹을!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야!

**카이:**
(제단 주위를 살핀다. 벽면의 주술 문양들을 급히 해독하려는 듯 눈을 바삐 움직인다.)
이 봉인을 풀려면, 제단에 깃든 어둠의 기운을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것이 아닌, 생명력을 ‘방출’하여 봉인을 깨트려야 해!

**아린:**
생명력을… 방출한다구요?

**카이:**
(아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너는 특별한 감응력을 가지고 있다, 아린. 어둠의 기운에 강하게 반응하는 힘이지. 이 제단에 갇힌 희생자들의 원한에 공명하여, 그들의 힘을 역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CUT]**
**(화면: 유령들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아린은 두려움에 몸을 떨지만, 카이의 말과 리아의 환영에 결심을 굳힌다. 그녀는 제단 중앙의 돌 심장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렌:**
(아린을 가로막으려 하지만, 카이가 제지한다.)
위험해! 이 여자애를 뭘 시키려는 거야!

**카이:**
(렌에게 싸늘하게 말한다.)
대안이 있다면 말해보아라!

**[CUT]**
**(화면: 아린은 제단 중앙의 돌 심장 앞에 선다. 그녀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그녀의 주변으로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둠의 기운과는 다른, 맑고 순수한 빛이었다.)**

**내레이션 (아린):**
나는 리아를 떠올렸다. 진흙골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들. 제국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모든 것들을.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분노이자, 슬픔이자, 그리고 결코 꺾이지 않는 희망이었다.

**[CUT]**
**(화면: 아린이 돌 심장에 손을 얹는다. 그녀의 손에서 푸른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와 돌 심장을 감싼다. 돌 심장에 새겨진 문양들이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제단 주위를 떠돌던 유령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난다.)**

**카이:**
(놀란 눈으로 아린을 바라본다.)
대단해… 이렇게 강할 줄이야…

**[CUT]**
**(화면: 아린의 푸른빛은 점점 더 강렬해진다. 돌 심장에 박혀 있던 검은 연기들이 푸른빛에 휩싸여 사라지기 시작한다. 유령들은 더욱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서서히 흩어져 사라진다.)**

**[CUT]**
**(화면: 잠시 후, 제단은 푸른빛으로 완전히 뒤덮인다. 돌 심장에서는 더 이상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 대신 맑고 투명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주위를 감돌던 역한 냄새도 사라지고, 대신 희미한 꽃향기 같은 것이 감돈다. 세 사람이 서 있던 동굴의 공기가 정화된 듯, 맑고 깨끗해진다.)**

**아린:**
(눈을 뜬다. 그녀의 눈빛은 더욱 맑고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린다.)
하아… 하아…

**렌:**
(놀란 얼굴로 아린을 부축한다.)
괜찮아? 네가… 대체 뭘 한 거야?

**카이:**
(아린의 어깨를 잡는다.)
성공했다, 아린! 네가 제단에 갇힌 영혼들의 원한을 풀어주고, 그 봉인을 깨트린 것이다!

**[CUT]**
**(화면: 그 순간, 멀리서 거대한 철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웅장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문틈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이 더욱 강하게 빛난다.)**

**내레이션 (아린):**
하나의 제단을 활성화시켰을 뿐인데, 제국의 심장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하지만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했다. 리아는 괜찮을까? 어둠의 심장은 대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지만, 동시에 희망도 자라났다.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SCENE END]**

**[SCENE 05]**
**제목:** 대재상 이그나스, 그리고 어둠의 심장
**배경:** 성역 내부, ‘어둠의 심장’ 제단.

**[CUT]**
**(화면: 철문을 통과하자 거대한 지하 공간이 펼쳐진다. 수백 개의 기둥이 늘어선 거대한 홀, 그 중심에는 웅장한 제단이 솟아 있다. 제단 위에는 거대한 심장 모양의 결정체가 붉은빛을 내뿜으며 고동치고 있다. 그 심장 주변으로는 수많은 작은 유리관들이 연결되어 있고, 유리관 안에는 쇠락의 저주에 걸린 아이들이 잠들어 있다. 리아도 그 안에 있었다. 아이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생명의 기운이 유리관을 따라 심장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아린:**
(그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지르려다 가까스로 막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리아… 리아아아!

**렌:**
(이를 갈며 칼을 든 손에 힘을 준다. 분노에 찬 그의 눈이 붉게 물든다.)
저 빌어먹을…

**카이:**
(입술을 깨문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스쳐 지나간다.)
어둠의 심장… 제국의 진짜 얼굴이다.

**[CUT]**
**(화면: 제단 앞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등을 돌리고 서 있다. 그의 로브 자락에는 제국의 문양이 새겨져 있지만, 그 문양은 기묘하게 뒤틀려 마치 살아있는 촉수처럼 꿈틀거린다. 그는 바로 대재상 이그나스였다. 그의 주변에는 검은 아우라가 피어오르고, 기이한 주술 문양들이 공중에 떠다니며 불길하게 빛난다.)**

**대재상 이그나스 (중후하고 차가운 목소리, 마치 돌처럼 감정이 없다):**
감히… 이곳까지 침범하다니. 미천한 것들이.

**[CUT]**
**(화면: 이그나스가 천천히 몸을 돌린다. 그의 얼굴은 병적으로 창백하고, 눈은 깊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마에는 기묘한 문신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어둠의 심장의 축소판 같았다.)**

**이그나스:**
너희 같은 벌레들이 감히 제국의 신성한 의식을 방해하려 하다니. 무지함은 곧 죄악이다.

**카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이그나스! 네놈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이는지 알고나 있나! 이 아이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저 괴물을 각성시키려 하다니!

**이그나스:**
(경멸하듯 웃는다.)
괴물?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제국의 영원한 번영을 위한 ‘축복’이다. 고통받는 자들의 희생이야말로 진정한 미덕. 그들의 생명력은 이 위대한 심장의 양분이 되고, 심장은 우리 제국에 끝없는 힘을 선사할 것이다.

**아린:**
(비틀거리며 이그나스에게 다가간다.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당신은… 당신은 괴물이야! 리아를… 내 동생을 돌려줘!

**이그나스:**
(아린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의 손끝에서 검은 번개가 뿜어져 나온다.)
미물은 미물답게 짓밟혀야지.

**[CUT]**
**(화면: 검은 번개가 아린을 향해 날아간다. 렌이 몸을 날려 아린을 밀쳐내고, 번개는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 기둥을 부숴버린다.)**

**렌:**
(아린을 보며 소리친다.)
정신 차려! 저놈은 사람이 아니야!

**[CUT]**
**(화면: 이그나스의 주변에서 검은 촉수 같은 그림자들이 솟아오른다. 촉수들은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그들을 향해 달려든다.)**

**카이:**
(방어 자세를 취한다.)
놈은 어둠의 심장의 힘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CUT]**
**(화면: 렌은 날렵하게 촉수들을 피하며 이그나스를 향해 달려든다. 그의 사냥칼이 검은 촉수를 베지만, 촉수는 잠시 흐트러질 뿐 이내 다시 형체를 되찾는다.)**

**렌:**
(이를 악문다.)
빌어먹을! 끝이 없어!

**[CUT]**
**(화면: 아린은 필사적으로 리아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검은 촉수들이 그녀의 길을 가로막는다. 그녀는 절규한다.)**

**아린:**
(소리친다.)
이그나스! 당신은… 당신은 우리 모두의 원한을 짊어지게 될 거야!

**이그나스:**
(비웃는다.)
원한? 그깟 미물의 감정 따위가 이 위대한 힘을 막을 수 있을 줄 아느냐? 어둠의 심장은 곧 각성할 것이고, 너희 같은 불순물은 모두 놈의 먹이가 될 것이다!

**[CUT]**
**(화면: 이그나스가 손을 높이 치켜들자, 어둠의 심장이 더욱 격렬하게 고동치기 시작한다. 유리관 속 아이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기운이 급격하게 심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리아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진다.)**

**아린:**
(주저앉아 오열한다.)
안 돼… 리아… 안 돼!

**[CUT]**
**(화면: 그때, 아린의 몸에서 다시금 희미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의 빛이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리아의 유리관을 향한다.)**

**내레이션 (아린):**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절망 속에서도, 나는 내 동생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이 제국의 어둠에 맞서, 우리의 작은 빛을 던질 것이다.

**[SCENE END]**

**에필로그: 흔들리는 심장**

**[CUT]**
**(화면: 아린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리아의 유리관에 닿는다. 순간, 리아의 유리관이 푸른빛으로 물들더니, 어둠의 심장과 연결된 생명력 흡수 파이프가 쩌적,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그나스:**
(경악한다.)
무엇이냐! 감히 나의 의식을 방해하려 하다니!

**[CUT]**
**(화면: 이그나스가 더욱 강력한 검은 번개를 아린에게 날리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렌이 온몸을 던져 이그나스의 옆구리를 칼로 긋는다. 이그나스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선다.)**

**렌:**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어서… 어서 해…

**[CUT]**
**(화면: 카이가 이그나스의 주술 진영을 향해 손에 든 고대 유물을 던진다. 유물이 진영에 닿자, 빛을 내며 폭발한다. 이그나스의 주술이 잠시 흐트러진다.)**

**카이:**
(소리친다.)
아린! 지금이야! 어둠의 심장의 힘을 역전시켜라!

**[CUT]**
**(화면: 아린은 모든 힘을 끌어모아 푸른빛을 리아의 유리관에 쏟아붓는다. 리아의 유리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점점 더 강해지더니, 어둠의 심장과 연결된 모든 파이프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어둠의 심장이 고동치는 것을 멈추고, 붉은빛이 희미해진다.)**

**이그나스:**
(절규한다.)
안 돼! 나의 심장이! 나의 영원한 제국이!

**[CUT]**
**(화면: 어둠의 심장은 고동을 멈추고, 결정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균열 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유리관 속 아이들의 몸에서 흡수되던 생명력이 다시금 그들의 몸으로 되돌아오는 듯한 환영이 보인다.)**

**[CUT]**
**(화면: 홀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천장에서 돌멩이들이 떨어져 내린다. 성역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카이:**
(아린을 부축하며 소리친다.)
서둘러야 한다! 이곳이 무너진다!

**[CUT]**
**(화면: 아린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리아의 유리관을 깨트린다. 리아의 작은 몸이 아린의 품으로 쓰러진다. 리아의 얼굴에는 쇠락의 저주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생명의 온기가 다시 돌아온 듯하다.)**

**아린:**
(리아를 품에 안고 오열한다.)
리아… 리아…!

**[CUT]**
**(화면: 세 사람은 무너지는 성역을 뒤로하고 탈출한다. 이그나스는 무너지는 제단 앞에서 자신의 심장에 손을 얹고 절규한다. 그의 몸도 어둠의 심장과 함께 부서져가는 듯하다.)**

**[CUT]**
**(화면: 어둠의 심장이 완전히 파괴되며 거대한 폭발음을 낸다. 제국 수도 위로 검은 기운이 솟구쳐 오르다, 이내 푸른빛에 휩싸여 사라진다. 제국의 첨탑 끝에서 깜빡이던 푸른빛도 완전히 꺼진다.)**

**[CUT]**
**(화면: 아린, 렌, 카이가 지하수로를 통해 가까스로 탈출한다. 그들은 지쳐 쓰러지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희미한 희망이 엿보인다. 아린은 품에 안긴 리아의 따뜻한 체온을 느낀다.)**

**내레이션 (아린):**
제국이라는 거대한 괴물의 심장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었다. 어둠의 심장이 부서지면서 제국은 균열을 맞이할 것이고, 우리는 그 균열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리아와, 그리고 이 제국의 모든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