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에피소드 제목: 균열의 시작**

**등장인물:**

* **유진 (Yujin):** 20대 후반. 깔끔한 외모와는 달리 어딘가 지쳐 보이고, 늘 불안한 기운을 감추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운명을 지닌 듯하다.

**(장면 1: 아파트 현관)**

**[화면 전환: 밤. 도시의 불빛이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의 외경. 불특정 아파트의 창문들이 점점이 박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패널 1]**
어둡고 긴 복도 끝. ‘1207호’라는 표식이 박힌 문이 조용히 안으로 열린다. 유진이 지친 표정으로 가방을 고쳐 메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선다. 넥타이는 살짝 풀어져 있고, 정장 재킷은 한쪽 어깨에 걸쳐져 있다. 피로가 역력한 그의 얼굴 위로, 도시의 냉랭한 불빛이 반사되어 스쳐 지나간다.

**유진 (독백,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
“…오늘도 겨우 버텼네.”

**[패널 2]**
유진이 굽 높은 구두를 벗어 신발장 앞에 가지런히 놓는다. 신발장 위, 작고 낡은 화분에 심긴 이름 모를 푸른 식물이 시들어가고 있다. 유진의 눈길이 잠시 그곳에 머무른다. 그의 굳은 표정 아래, 한숨이 스며든다.

**[패널 3]**
현관문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조용히 닫힌다. 문이 닫히는 순간, 아파트 전체가 정지한 것처럼 고요해진다. 방금까지 희미하게 들리던 도시의 소음조차 문 밖으로 밀려난 듯하다. 침묵이 유난히 깊고 무겁게 내려앉는다.

**(장면 2: 거실)**

**[화면 전환: 어두운 거실. 창문 밖으로 희미한 도시의 야경이 얼음처럼 박혀 있다.]**

**[패널 4]**
유진이 거실로 들어선다. 가방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헤친다. 푹 패인 눈으로 창밖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마치 껍데기만 남은 듯 공허하다.

**[패널 5]**
주방 쪽에서 ‘달그락’ 하는 아주 작은 소리가 들린다. 금속과 유리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 유진의 고개가 소리 쪽으로 천천히, 마치 삐걱이는 기계처럼 돌아간다. 그의 눈에 미세한 경계심이 스친다.

**유진 (속으로):**
‘피곤해서 헛것이 들리나.’

**[패널 6]**
주방 식탁 위. 방금 전까지 똑바로 서 있던 유리컵 하나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밀린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옆으로 ‘스르륵’ 미끄러진다. 유진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똑똑히 본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섬뜩한 감각.

**유진:**
“…뭐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패널 7]**
유진이 식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유리컵은 이제 완전히 멈춰서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진이 컵을 손으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힌다.

**유진 (속으로):**
‘바닥이 기울었나? 아니, 이 빌딩은 그럴 리 없어. 구조적인 문제일 리가.’
‘아니야,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 거야. 잠이 부족해서….’

**(장면 3: 서재/작업실)**

**[화면 전환: 작고 깔끔한 서재. 책장 가득 책이 꽂혀 있고, 한쪽 벽에는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 희미한 스탠드 불빛이 방을 비춘다.]**

**[패널 8]**
유진이 서재로 들어와 노트북을 켠다. 화면이 환하게 빛을 발한다. 그는 왠지 모르게 초조한 표정으로 과거의 일기장 파일들을 뒤적인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불안하게 맴돈다.

**[패널 9]**
책장 한가운데, 유진이 아끼는 고서적 한 권이 꽂혀 있다. (책등에 잊힌 고대 문명이 새겨진 듯한 고풍스러운 문양이 새겨져 있다.) 갑자기 책이 ‘덜그럭’ 하고 흔들린다. 옆에 꽂힌 다른 책들을 건드려 미세한 마찰음을 낸다.

**[패널 10]**
유진의 시선이 날카롭게 책장으로 향한다. 책이 흔들리는 것은 멈췄지만, 이번엔 책장 상단에 놓여있던 작은 목각 인형이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진다. 인형은 책장과 바닥 사이를 몇 번 튀어 오른다.

**유진:**
“…!”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린다)

**[패널 11]**
유진이 재빨리 일어나 인형이 떨어진 곳으로 간다. 인형은 부서지기는커녕 멀쩡하다. 하지만 유진의 얼굴에는 미약한 공포가 번진다.
그는 주변을 미친 듯이 두리번거린다. 아무것도 없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다.

**유진 (속으로):**
‘이건… 피곤해서 생긴 환각이 아니야. 분명히…!’

**(장면 4: 침실)**

**[화면 전환: 어둠이 깔린 침실. 침대 위에 유진이 눕는다. 침묵 속에서 그의 거친 숨소리만 들린다.]**

**[패널 12]**
유진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한다.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린다. 방금 전 일들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재생된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긴다. 마치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려는 듯이.

**[패널 13]**
갑자기 방 안의 스탠드 불빛이 ‘찌이이익’ 하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불안하게 깜빡이기 시작한다. 이내 완전히 꺼졌다, 다시 켜지기를 불규칙하게 반복한다. 어둠이 방을 삼켰다 놓았다 한다.

**유진:**
“흐읍…!” (작은 비명에 가까운 숨소리)

**[패널 14]**
천장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춤을 추듯 기괴하게 흔들린다. 그 그림자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사람의 형상이 일렁이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형태를 알아볼 틈도 없이 금세 사라진다. 유진은 숨을 멈춘다.

**[패널 15]**
침대 옆 협탁에 놓여있던 작은 수정구슬이 (유진이 어릴 적부터 간직했던, 투명하고 영롱한 구슬) 갑자기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침대 시트에 박힌다.

**유진:**
“악!” (진심 어린 비명)

**[패널 16]**
유진이 몸을 벌떡 일으킨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방 안 공기가 갑자기 영하의 냉기로 가득 찬다.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폐가 얼어붙는 듯 힘들어진다. 그의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온다.

**유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부릅뜨고):**
“누구… 누구야…!”

**(장면 5: 거실 재진입)**

**[화면 전환: 어둠 속 거실. 창밖 도시의 불빛이 더욱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패널 17]**
유진이 침실을 뛰쳐나와 거실로 향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미친 듯이 둘러본다. 그의 심장은 북처럼 울린다.
그 순간, 거실의 큰 통유리 창문이 ‘쾅!’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흔들린다. 마치 외부에서 강력한 충격이 가해진 것처럼, 유리창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패널 18]**
창밖 도시의 야경이 순간 일그러진다. 마치 잔잔한 물결이 이는 것처럼, 풍경이 심하게 뒤틀리고 왜곡된다. 그리고 아주 짧은 찰나, 왜곡된 풍경 사이로,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거대한 고대 문명의 유적과 기이한 문자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고대의 힘이 현대 도시의 외피를 찢고 드러나는 듯하다.

**유진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한 표정):**
“이건… 대체…!”

**[패널 19]**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창밖 풍경은 다시 평범한 도시의 야경이다. 하지만 유진은 방금 본 것을 분명히 기억한다. 가슴 속에서 섬뜩한 확신이 차오른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

**유진 (속으로, 공포와 함께 어떤 기시감이 스쳐 지나간다):**
‘환각이 아니었어… 저건… 내가 기억하는… 어둠 속의…!’

**[패널 20]**
거실 한가운데 놓인 작은 탁자 위, 방금 전 유진이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던 가방이 허공으로 ‘쑤욱’ 하고 떠오른다. 가방은 흔들림 없이 공중에 떠 있다가, 이내 맹렬한 속도로 유진을 향해 날아온다! 거대한 발사체가 된 듯한 속도감.

**[패널 21]**
**SOUND EFFECT: 콰아아앙!!!**
유진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그의 손바닥에서, 무의식중에, 푸른빛이 섬광처럼 터져 나온다. 그 푸른빛은 순식간에 눈앞의 가방에 부딪혀 폭발하듯 흩어진다. 가방은 그 푸른빛에 맞자 마치 얇은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벽에 깊숙이 박힌다. 벽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다.

**[패널 22]**
유진은 자신의 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손바닥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푸른 잔광이 남아있다.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
그의 얼굴에는 공포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억눌렸던 어떤 기억의 파편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미묘한 감정이 떠오른다. 혼란과 함께, 아득한 깨달음의 빛이 스며든다.

**유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결국… 시작된 거야…” (목소리는 절망감과 체념, 그리고 이해로 뒤섞여 있다.)

**[패널 23]**
아파트 전체가 다시 고요해진다. 하지만 이전의 고요함과는 다르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소름 끼치는 침묵이다. 공기 중에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패널 24]**
유진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의 눈은 창밖의 도시 야경을 넘어,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하다. 마치 그의 눈이 더 이상 이 현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차원의 심연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그의 어깨 너머로, 희미한 푸른빛이 다시금 감돌기 시작한다. 마치 그의 몸 자체가 그 빛의 근원인 듯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