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정적만이 지배하는 심해처럼, 아크레우스 마법학원 지하 심층 연구 구역은 소리의 존재를 잊은 지 오래인 듯했다. 이안은 낡은 환기 덕트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숨을 죽였다. 그의 등 뒤로, 촘촘한 마법 보호막과 디지털 암호로 봉인된 육중한 강철 문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깜빡였다. ‘진입 성공. 제1 보안 게이트 해제.’ 이안의 시야에 직접 투사되는 증강현실(AR) 인터페이스에 푸른 글자가 떠올랐다. 이마에 심어진 뉴럴칩이 직접 해킹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었다.

“젠장, 간담이 서늘하네.”

낮게 중얼거린 이안은 몸을 움직여 덕트 덮개를 열었다. 차가운 금속성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습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는 조용히 발을 내딛었다. 낡은 복도. 오래된 건물이라면 으레 그렇듯 곳곳에 박힌 습기 자국과 어두운 그림자가 전부였지만, 이곳은 달랐다. 텅 빈 공간을 가득 채운 침묵이 오히려 찢어지는 비명처럼 느껴졌다. 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고대 마법 문양은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균열 사이로 전선 다발과 뒤엉켜 있었다. 마법과 기술, 그 기묘하고도 불길한 융합.

그의 어깨에 매달린 소형 드론 ‘스펙터’가 ‘쉬이잉’ 하는 작은 기계음과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다. 스펙터의 카메라가 어둠 속을 스캔하며 이안의 AR 인터페이스에 지도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했다. 낡은 지도와 스펙터가 그려내는 실시간 지도를 대조하며, 이안은 오래된 기록에서 본 ‘아르카나 코어’의 위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게 대체… 진짜 존재하는 곳이었나.”

학원 도서관 최하층, 폐기될 예정이었던 고문서 더미에서 발견한 낡은 도면. 그 도면에 그려져 있던 알 수 없는 문양과 ‘아르카나 코어’라는 낙서가 이안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금서들의 파편 속에서 그는 어딘가 음침한 그림자를 발견했고, 그 그림자가 지금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복도 끝, 또 다른 강철 문이 나타났다. 이번엔 디지털 암호 대신 복잡한 마법 봉인이 문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룬 문자가 빛을 잃은 채 새겨져 있었지만, 문 한가운데 박힌 고대 유물 같은 수정 구슬은 여전히 섬뜩한 자색으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좀 다르군.”

이안은 가방에서 마력 증폭기를 꺼냈다. 증폭기에 연결된 케이블을 수정 구슬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대자, ‘찌지직’ 하는 정전기 소리와 함께 수정 구슬의 자색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의 뉴럴칩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안은 고대 마법 문양을 해독하는 주문을 읊조렸다. 그의 손에서 푸른빛의 마력이 뿜어져 나와 봉인에 스며들었다. 고대 룬 문자들이 흔들리더니, 하나둘씩 깨지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마지막 룬 문자가 사라지자, 육중한 강철 문이 ‘쉬이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느릿하게 열렸다.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이안의 얼굴을 때렸다. 동시에,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섬뜩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비위가 상하는 냄새였다.

“윽….”

이안은 팔로 코를 막았다. 문 안쪽은 복도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었다. 원형의 거대한 방. 중앙에는 정체 모를 액체가 담긴 거대한 원통형 용기가 솟아 있었다. 용기는 어른 키의 몇 배는 족히 되어 보였고, 투명한 벽 너머로 끈적한 암적색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그 액체 속에서 어둠보다 더 짙은 형체들이 느릿하게 꿈틀거렸다.

“젠장, 이게 뭐야….”

이안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용기 주변에는 수많은 전선 다발과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파이프들은 천장까지 이어져 학원 전체로 퍼져 나가는 듯했다. 용기 옆에는 낡은 제어판이 있었다. 제어판의 패널은 군데군데 부식되어 있었지만, 전원은 여전히 들어오고 있었다.

이안은 망설였다. 그의 본능이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호기심은 그 본능을 압도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제어판으로 다가섰다. 제어판 옆에 박힌 작은 단말기. 누군가 급하게 뽑아버린 듯한 USB 포트가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안은 자신의 휴대용 데이터 셔틀을 포트에 꽂았다.

‘정보 로드 중… 오류 발생.’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이안은 해킹 알고리즘을 가동했다. 낡은 시스템은 이안의 해킹을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데이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암호화된 파일들이 순식간에 그의 AR 인터페이스로 흘러들어왔다. 그는 가장 최근에 생성된 로그 파일을 열었다.

* **[20XX년 X월 X일] – 실험체-엡실론 활성화. 마력 동조율 97.2%. 학원 내 마력 증폭률 0.5% 상승 확인.**
* **[20XX년 X월 X일] – 실험체-제타 불안정. 마력 역류 현상 발생. 통제 불가. 폐기 처분.**
* **[20XX년 X월 X일] – 새로운 실험체-이오타 투입. 마력 친화도 분석 중. 공급원 확보 완료.**

‘실험체’? ‘폐기 처분’? ‘공급원’?

이안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화면에 흐릿한 영상 파일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연구원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지만,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선명하게 보였다. 작고, 창백한 팔. 그것은… 아기의 팔이었다. 그 팔에는 수십 가닥의 가느다란 마력 주입관이 박혀 있었다.

‘끼이이이익… 끼야아아아아악!’

용기 속에서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영상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똑같은 소리였다. 이안은 고개를 들었다. 암적색 액체 속에서 꿈틀거리던 형체들 중 하나가 투명한 용기 벽에 바싹 달라붙었다. 희미하게 드러난 형체는… 웅크린 인간의 모습이었다. 아니, 인간이었던 것의 모습이었다. 여러 개의 마법 주입관이 그들의 몸에 꽂혀 있었고, 피부는 액체에 불어 터진 듯 창백했으며, 눈은 검은 구멍처럼 텅 비어 있었다.

이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들은 마력의 ‘공급원’이자 ‘실험체’였던 것이다. 학원 최상층에 위치한, 찬란한 마법의 정수를 배우는 엘리트 학생들이 누리는 경이로운 마법 능력의 이면에… 이 끔찍한 금기가 숨겨져 있었다.

‘쿠우우웅!’

강력한 진동이 바닥을 흔들었다. 용기 속의 암적색 액체가 격렬하게 출렁였다. 용기 벽에 달라붙어 있던 형체가 필사적으로 투명한 벽을 두드렸다.

“살려… 줘….”

아니, 정확히는 ‘살려달라’는 단어가 그의 뉴럴칩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고통스럽게 새겨졌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염원이었다. 이안의 손에 들린 데이터 셔틀이 ‘지지직’거리며 과부하 경고를 울렸다. 단말기의 화면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안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아르카나 코어’라는 글자로 가득 찼다. 마법의 근원, 학원의 심장. 그것은 피와 고통, 그리고 끔찍한 희생으로 이루어진 금기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이건… 아니야….”

그때였다. 닫혀 있던 강철 문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느릿하지만 규칙적인, 차가운 금속음이 뒤섞인 발소리. 그리고 이안의 AR 인터페이스에 섬광처럼 붉은 경고 메시지가 떴다.

‘침입자 감지. 보안 프로토콜-오메가 가동.’

이안은 본능적으로 데이터 셔틀을 뽑아 들고 몸을 돌렸다. 강철 문 너머의 복도에는 이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붉은 눈이 이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끔찍한 진실을 지키는 존재들이었다.

이안은 달아나야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암적색 용기 속, 고통받는 존재들에게 묶여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 없는 구멍은… 마치 도움을 간청하는 듯했다. 이안은 도망칠 수 있을까? 아니, 이 진실을 외면하고 도망칠 수 있을까?

문 밖의 그림자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