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아르카나 마법 학원, 본관 7층 임시 대피소.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 겨우 마나 램프 몇 개가 희미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밖에서는 으르렁거리는 소리, 벽을 긁는 끔찍한 마찰음, 그리고 이따금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벌써 닷새째야….”

유진이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에 들린 마나 램프가 미세하게 떨렸다. 창밖은 이미 죽음의 세상이었다. 푸른 결계가 학원 전체를 감싸고 있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버텨줄지는 아무도 몰랐다. 매시간 결계의 진동이 강해지고 있었다.

강민은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머릿속은 온통 혼돈과 공포로 가득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이곳은 빛나는 마법과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로 북적이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고결한 학원이었다. 이제는… 그저 거대한 무덤일 뿐이었다.

“식량도 거의 바닥났어. 물도 이젠 아껴 마셔야 한대.” 유진의 목소리가 한숨처럼 스러졌다.
강민은 눈을 떴다. 피곤한 눈동자가 천장을 응시했다. “교수님들은 대체 뭘 하고 계신 거지?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만 하고… 매일 지하로만 내려가시고.”

유진의 눈빛에 묘한 불안감이 스쳤다. “지하… 저곳 말이지?”
그녀는 학원 본관 아래를 가리키듯 손가락으로 바닥을 짚었다. “나는 왠지 저 지하가 더 무서워.”

강민은 코웃음을 쳤다. “무섭다니? 무슨 소리야. 마나 원천실과 비축 창고가 있는 곳이잖아. 우리 학원의 심장 같은 곳.”
“아니, 그 밑에 말이야.” 유진은 목소리를 낮췄다. “선배들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학원 지하 깊숙한 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선 안 되는 곳이 있대. 교수님들도 쉬쉬하는, 오래된 금기가 봉인된 실험실 같은 곳이라고….”

강민은 유진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괴담이라니.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는 믿지 마. 지금은 우리가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할 때야.”

하지만 유진의 말은 강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외부의 포효는 더욱 커져갔다. 결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쾅! 하는 둔탁한 소리에 모두가 움찔했다.

다음 날 아침, 모두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결계 담당 마법사 세 명이 사라졌습니다!”
한 학생이 울먹이며 달려와 소리쳤다.

강민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결계 담당 마법사라면… 유진의 친구, 준혁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라지다니? 어디로!”
알베르트 교수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도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듯 보였지만, 그의 낯빛은 이미 흙빛이었다.

“마나 공급실 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수군거림이 퍼져나갔다. 이 넓은 학원 내부에서, 그것도 결계가 지켜주는 본관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유진이 강민의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준혁이는… 준혁이는 어떡해!”
강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라진 게 한두 명이 아니었다. 지난 며칠간, 알게 모르게 학원 내부에서 몇몇 학생들과 조교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다들 좀비 떼에 의해 학원 밖으로 나갔다거나, 숨어버렸다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말은 달랐다.

결계는 점점 더 위태로워졌다. 벽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외부의 끔찍한 존재들이 드리운 그림자가 유리창 너머로 아른거렸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알베르트 교수님이 마침내 결단을 내린 듯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에는 절박함과 함께 체념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최후의 수단이다. 마나 공급을 안정화할 유일한 방법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원천’을 복구하는 것뿐이다.”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교수에게 집중됐다. 원천? 그게 뭔데?
“교수님! 그곳은… 금지된 곳 아닙니까?”
뒤에서 한 중년의 마법사 교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알베르트 교수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리오 교수. 학원 전체의 존폐가 달린 문제야.”

알베르트 교수는 학생들 중 가장 유능한 마법사 몇 명을 지목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강민과 유진의 이름도 불렸다.
“강민, 유진! 너희는 비록 상위권은 아니지만, 뛰어난 재능과 기지를 가지고 있지. 나와 함께 지하로 내려간다.”

강민은 망설였다. 유진의 괴담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준혁을 찾고 싶다는 생각과, 이 학원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움직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도 강민의 손을 잡으며 결의에 찬 눈빛을 보냈다.

지하로 향하는 낡은 마법 엘리베이터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느리게 움직였다.
철컥, 철컥. 쇠사슬이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냄새가 좋지 않았다. 퀴퀴한 먼지 냄새, 곰팡이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비린 향.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어두운 복도였다. 마나 램프의 희미한 빛이 닿지 않는 저 너머는 완벽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복도 양옆으로는 낡은 철문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문들 위에는 오래된 마법 문양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어떤 문양들은 희미하게 빛나며 마치 안에 갇힌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했다.

“절대 한눈팔지 마라.”
알베르트 교수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그리고 무엇을 보든, 묻지 마라. 이곳은 너희가 감당할 수 없는 비밀들을 품고 있다.”

강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유진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점점 더 깊이 내려갈수록 복도는 기묘한 소리로 가득 찼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알 수 없는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마치 바람이 새는 듯한 신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착각일까?

강민은 본능적으로 복도 끝에 시선을 주었다.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색 마법진이 벽에 그려져 있었고, 그 주위에는 봉인된 듯한 거대한 석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저거….”
유진이 강민의 팔을 붙잡으며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공포로 떨리고 있었다.
“저거… 금지된 암흑 마법진 아니야? 전설에서나 나오던… 생명 에너지를 강탈하는….”

알베르트 교수가 유진을 날카롭게 돌아보았다. “닥쳐라, 유진! 쓸데없는 소리는 금물이다!”
그의 눈빛은 경고를 넘어선, 위협적인 것이었다.

일행은 붉은 마법진과 석관들을 지나쳐 더욱 깊은 곳으로 향했다. 악취가 점점 더 강해졌다. 비린 향과 함께 역겨운 썩은 냄새, 그리고 알 수 없는 화학 약품 냄새가 뒤섞여 숨통을 조여왔다. 공기 중에는 미약하지만 분명한, 불쾌한 마나 에너지장이 느껴졌다.

마침내, 거대한 철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문 위에는 수십 개의 강력한 봉인 마법진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알베르트 교수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봉인 마법진 중 하나가 파르르 떨리며 문이 조금 열렸다.

끼이이익-!

귀를 찢는 듯한 쇳소리와 함께 안에서 뿜어져 나온 악취는 상상을 초월했다. 모두가 입을 틀어막았다.
안은 거대한 공간이었다. 학원의 마나를 공급한다는 ‘원천’실은, 사실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실험실 중앙에는 사람 키만 한 거대한 수정 구슬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검붉은 액체가 출렁이고 있었고, 액체 속에서는 불완전한 형태의 ‘무언가’들이 희미하게 빛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흡사 탯줄이 달린 태아 같기도 했고, 끔찍하게 뒤틀린 육편 같기도 했다.

바닥에는 복잡하게 얽힌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그 주위에는 빈 철제 침대와 구속구, 그리고… 마르지 않은 듯 선명한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강민의 시선이 바닥에 멈췄다. 흙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 학원 엠블럼이 새겨진, 망가진 마법 펜던트였다.
준혁의 펜던트였다.

그 순간, 실험실 안쪽 깊숙한 곳에서 쇠사슬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좀비의 것과는 달랐다. 더 뒤틀리고, 원시적이며, 고통으로 가득 찬 절규였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지옥이 토해내는 듯한 소리였다.

알베르트 교수가 황급히 학생들을 뒤로 밀며 마법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의 얼굴은 공포와 체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안 돼! 아직… 아직 봉인이 완전하지 않아!”

쾅! 콰과광!

철컥! 거대한 철문이 안쪽에서부터 휘어지며 박살 났다. 뜯겨 나간 문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균열 너머로, 끔찍한 형상이 드러났다.

검붉은 피부.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사지. 인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길쭉한 발톱. 그리고… 얼굴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여러 개의 충혈된 눈들이 번뜩였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괴물이 거대한 육체를 끌고 봉인된 실험실 문을 부수고 나왔다. 온몸에서 검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쇠사슬이 끊어진 채 너덜거렸다. 괴물이 한 발자국 내딛자, 바닥의 마법진이 깨지고 강한 마나 역류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악!”
그것은 절규였다. 분노와 고통이 뒤섞인 비명.

“이게… 도대체 뭐야?!”

강민의 비명과 함께 시야가 암전되었다. 괴물의 여러 눈들이 그를 향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학원 지하에 숨겨진 금기는,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생명체였고, 그것은 이제 봉인에서 풀려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