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잿빛 낙원 (Ash-Colored Paradise)

**로그라인:** 멸망한 도시, 희망마저 바스러진 세상에서 한 소녀가 차가운 고독과 뜨거운 생존 본능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맨다. 과거의 그림자에 갇히지 않고, 오직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씬 1**

* **장소:** 폐허가 된 서울의 상업 지구. 무너진 빌딩 숲, 뒤틀린 간판, 여기저기 널브러진 자동차 잔해들. 잿빛 먼지가 가라앉은 을씨년스러운 풍경.
* **시간:** 황혼녘. 붉은 노을이 회색빛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드리워져 있다.
* **내용:**
* **[화면 전환: 와이드 샷]**
*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뼈대만 남은 콘크리트 빌딩들이 거대한 상처처럼 하늘을 찌르고, 그 사이로 얽히고설킨 철근들이 과거의 영광을 비웃는 듯하다. 붉은 노을이 회색빛 구름 사이로 스며들어, 피처럼 번지는 색채가 도시 전체를 감싼다.
* 카메라는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온다. 낡은 상점가의 골목길. 깨진 유리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져 노을빛을 받아 섬뜩하게 반짝인다. 찢어진 현수막 조각들이 바람에 힘없이 나부낀다.
* **[클로즈업: 움직이는 발]**
* 닳았지만 단단해 보이는, 투박한 가죽 워커 부츠가 깨진 보도블록과 유리 파편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다. ‘자그락, 쨍강!’ 금속과 유리 조각이 밟히는 소리가 고요한 골목에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발소리는 경계심을 담고 있다.
* **[전신 샷: 지아]**
* 낡은 가죽 재킷과 여러 겹의 옷을 껴입은 소녀, 지아(17세)가 화면 중앙으로 걸어 들어온다. 체구는 왜소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에서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등에 매고 있는 낡은 배낭은 그녀의 몸집보다 훨씬 커 보이며, 온갖 잡동사니들이 비어져 나올 듯 위태롭다. 한 손에는 금속 파이프와 철조망을 엮어 만든 투박한 몽둥이를 들고 있다. 몽둥이 끝에는 녹슨 칼날 조각이 덧대어져 있다.
* 지아의 얼굴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고, 머리카락은 길고 헝클어져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또렷하다. 피로와 함께 스며든 경계심이 검은 동공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돌리며 주변을 살핀다. 망가진 상점의 간판들, 길가에 버려진 찢어진 아이들의 인형… 모든 것이 과거의 흔적을 말해주지만,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풍경일 뿐이다.
* **[사운드]**
* 차갑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
* 아주 멀리서, 도시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갈라진 짐승 울음소리 (혹은 변이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
* 지아가 밟는 파편들의 ‘자그락’, ‘바스락’ 소리.
* **[지아의 시점]**
* 어느 상점의 깨진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 흙먼지로 뒤덮인 얼굴, 퀭한 눈, 굳게 다문 입술. 마치 유령처럼 창백하고 메말라 보인다.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그 모습을 응시한다. 찰나의 순간, 잊고 있던 과거의 파편들이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걷는다.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다. 그런 것은 이미 사치가 된 지 오래다.
* **[롱 샷: 지아]**
* 지아가 무너진 건물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더욱 깊숙한, 도시의 심장부로 들어간다. 그녀의 움직임은 빠르고 민첩하며, 고양이처럼 가볍다. 그녀의 몸놀림은 끊임없이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는 듯하다.
* **[클로즈업: 지아의 손]**
* 녹슨 철문을 조심스럽게 잡고, 온몸의 체중을 실어 연다. ‘끼이이익- 끄으윽-‘ 문이 열리는 끔찍한 쇳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주변의 정적을 깨뜨린다.
* **[내부 샷: 폐기된 대형 마트]**
* 어두컴컴한 마트 내부. 선반들은 텅 비어 있고, 상품들은 바닥에 뒹굴며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썩어가는 음식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이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찌르는 듯하다.
* 천장의 붕괴된 틈새와 깨진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희미한 황혼빛이 공기 중의 먼지 입자들을 춤추게 한다. 마치 죽은 도시의 영혼들이 떠다니는 것 같다.
* **[지아의 움직임]**
* 지아는 몽둥이를 바짝 움켜쥐고 천천히 발을 옮긴다. 그녀의 시선은 쉴 새 없이 어두운 구석들과 천장, 그리고 선반 아래를 훑는다. 이곳은 변이체들의 안식처가 되기에도 좋은 곳이다.
* “여기쯤이었는데…”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다.)
* 그녀는 부서진 카트를 발로 밀어내며 통로를 확보한다. ‘텅-!’ 하는 소리가 적막을 가른다.
* **[클로즈업: 지아의 눈]**
* 무언가에 집중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 그녀는 마트 구석의 붕괴된 약국 코너 쪽으로 향한다. 주변의 다른 구역은 이미 여러 번 털린 듯하지만, 약국 코너는 잔해에 깔려 접근이 어려웠던 곳이다.
* **[사운드]**
* 멀리서 들리던 짐승 울음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진 듯한 착각. 소름 끼치는 예감.
* 지아가 숨 쉬는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불안감이 공기를 가득 채운다.

**지아:** (독백, 숨을 고르며)
젠장… 이제는 마트도 깨끗한 곳이 없어. 전부 털리고… 썩어 문드러지고…
(주변을 둘러보며, 굳은 결심을 한 듯)
하지만… 여기라면 뭔가 있을 거야. 분명히… 그 약들이. 엄마가… 아니, 전에 찾았던 그 진통제들이.

* **[지아의 손]**
* 무너진 선반 잔해를 온몸으로 밀어낸다.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난다. 기침이 터져 나오지만, 억지로 참는다.
* **[발견]**
* 선반 뒤편, 어두운 구석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금속 상자를 발견한다. 지아의 눈에 순간적인 희망의 빛이 스친다. 상자는 먼지에 뒤덮여 있지만, 형태는 온전해 보인다.
* 그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 순간…

* **[사운드]**
* **콰아앙-!** (갑작스럽고 끔찍한 굉음!)
*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붕괴되는 소리. 마트 전체가 흔들리며 천장에서 먼지와 잔해가 쏟아져 내린다.
* **그르르르르- 크아악-!** 변이체의 끔찍한 울음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온다! 마치 지옥에서 튀어나온 악마의 절규 같다.

* **[클로즈업: 지아의 얼굴]**
* 경악과 동시에 본능적인 공포가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 공포는 찰나일 뿐, 재빨리 눈빛은 싸움에 대한 결의로 바뀐다. 그녀는 민첩하게 몸을 돌린다.
* **[풀 샷: 지아와 변이체]**
* 지아의 뒤쪽, 무너진 선반 더미 사이에서 기괴한 형태의 변이체(이하 ‘그것’)가 튀어나온다.
* 이 ‘그것’은 일반적인 변이체와는 달리, 몸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고 피부는 잿빛으로 변색되어 있다. 마치 온몸의 장기가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듯, 부패한 살덩어리가 불규칙하게 솟아있다. 팔다리는 길고 가늘게 늘어나 있으며, 손끝에는 날카로운 검은 발톱이 돋아나 있다. 썩어 문드러진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악취가 풍기는 듯하다. 눈은 완전히 흰색으로 뒤덮여 있어 섬뜩함을 더한다.
* ‘그것’은 지아를 향해 맹렬히,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다.

* **[액션 시퀀스]**
* 지아는 몸을 날려 ‘그것’의 첫 번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그녀의 움직임은 아슬아슬하지만 정확하고 효율적이다.
* ‘그것’이 휘두른 발톱이 선반을 강타하며 ‘챙강! 끼이이익-‘ 금속이 찢어지는 끔찍한 소리가 난다. 잔해가 쏟아진다.
* 지아는 허리에 찬 작은 생존용 칼을 재빨리 뽑아 ‘그것’의 늘어진 다리를 노리지만, ‘그것’은 놀라운 속도로 몸을 비틀어 피한다. 그 몸놀림은 기형적인 외모와는 상반된다.
* 지아는 몽둥이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휘둘러 ‘그것’의 머리를 강타한다. ‘퍽-! 으드득-!’ 끔찍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지만, ‘그것’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잠시 휘청거릴 뿐, 더욱 격렬하게 달려든다.
* 지아는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린다. 하지만 좁은 마트 통로에서 물러설 곳은 한정적이다.
* **[사운드]**
* ‘그것’의 끔찍하고 기괴한 울음소리, 날카로운 발톱이 바닥을 긁는 소리, 지아의 거친 숨소리, 몽둥이와 ‘그것’의 몸이 충돌하는 ‘퍽!’ 하는 소리,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
* **[지아의 대사]**
* “젠장… 이런 괴물이 왜 여기 있어?!” (숨을 헐떡이며,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 **[변이체의 공격]**
* ‘그것’이 다시 한번 맹렬하게 달려든다. 이번에는 더욱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 지아는 약국 코너의 무너진 선반 기둥 뒤로 몸을 숨긴다.
* ‘그것’이 선반 기둥을 긁으며 지나간다. ‘끼이이익- 쿠구궁-‘ 소리와 함께 기둥에 깊은 상처가 남고, 선반 일부가 또다시 무너져 내린다.
* **[지아의 생각]**
* ‘저건… 보통 변이체가 아니야. 저 속도와 힘은… 미쳤어. 정면으로는 안 돼.’
* 그녀의 시선은 무너진 약품 상자들 사이로 흩뿌려진 유리병들로 향한다. 특히, 깨지지 않고 남아있는 에탄올 소독제 병과 휘발유통이 눈에 들어온다.
* ‘그래, 폭발성… 이용해야 해!’
* **[지아의 움직임]**
* 지아는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에탄올 병과 낡은 라이터 (혹은 휘발유가 든 작은 병)를 집어든다. 그녀의 손은 떨리지만, 망설임은 없다.
* ‘그것’이 지아를 찾아 선반을 넘어오려는 순간, 지아는 에탄올 병을 ‘그것’의 몸에 전력으로 던져 깨트린다. 유리 파편과 함께 에탄올이 ‘그것’의 몸에 뿌려진다.
* 그리고는 지체 없이, 불꽃이 거의 꺼져가는 낡은 라이터를 ‘그것’을 향해 던진다!

* **[사운드]**
* **쉬이이이익-!** (에탄올 병이 깨지며 액체가 튀는 소리)
* **파앗-!** (라이터 불꽃이 에탄올에 닿으며 거대한 화염이 일어나는 소리)
* **크아아아악-!!!** (‘그것’의 절규,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끔찍한 비명)
* **[화면 효과]**
* 맹렬한 불길이 ‘그것’의 몸을 순식간에 휘감는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마트 바닥을 뒹굴고 몸부림친다.
* 검은 연기가 마트 내부를 빠르게 채우고, 살 타는 끔찍한 냄새가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듯하다. ‘그것’의 기형적인 몸이 불길 속에서 일그러지며 더욱 끔찍한 형상으로 변해간다.
* **[지아의 모습]**
* 지아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불타는 ‘그것’을 응시한다. 얼굴에는 연기 그을음이 묻어있고, 땀과 먼지가 뒤섞여 흐르고 있다.
* 그녀의 눈빛에는 공포와 함께,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지독한 피로감이 교차한다. 그녀는 그저 살기 위해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 **[클로즈업: 지아의 손]**
* 아까 발견했던 작은 금속 상자를 집어든다. 흙먼지로 뒤덮인 상자 안에는 몇 개의 약병이 조심스럽게 놓여있다. 그녀가 찾던 ‘강력 진통제’와 ‘광범위 항생제’가 보인다. 약병을 집어 드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 **[지아의 대사]**
* “하아… 하아… 겨우… 겨우 이거 하나 때문에…” (씁쓸하게 웃는다. 허탈함과 안도감이 섞인 웃음이다.)
* 그녀는 약병들을 조심스럽게 배낭 깊숙한 곳에 넣는다. 이것은 그녀의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 **[지아의 시점: 마트 출구]**
* 불길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고, 마트 내부는 더욱 어두워졌다. ‘그것’의 불타는 시체는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멀리서 또 다른 변이체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불에 타는 냄새와 소리는 틀림없이 다른 ‘그것들’을 유인할 것이다.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다.
* **[지아의 움직임]**
* 지아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몽둥이를 다시 움켜쥐고 마트의 출구 쪽으로 향한다.
* 그녀의 발걸음은 지쳐 보이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한 발짝 한 발짝, 오늘을 살아내기 위한 고통스러운 발걸음이다.
* **[화면 전환: 와이드 샷]**
* 지아가 폐허가 된 도시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녀의 작고 외로운 실루엣이 회색빛 도시 풍경에 점 하나처럼 박혀 있다.
* 불타는 마트의 불빛이 멀리서 희미하게 빛나고, 도시 전체는 죽은 듯 침묵 속에 잠겨 있다.
* 붉은 노을은 완전히 사라지고,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검은 밤이 찾아온다. 이 도시는 마치 거대한 묘비처럼 느껴진다.
* **[사운드]**
* 잔잔하게 타오르는 불길 소리.
* 멀리서 점차 희미해지는 변이체들의 울음소리.
* 황량한 바람 소리.
* 점점 고조되는 배경 음악 (잔잔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는, 고독과 생존 의지가 뒤섞인 음률).

**씬 1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