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강철심장, 그리고 백련화

우지끈! 쩌저적!

강철 투기장을 가득 메운 열기와 함성 속에서 증기압이 극한까지 치솟는 소리가 굉음을 토해냈다. 거대한 강철 기둥들이 촘촘히 박힌 원형 경기장은 이미 열기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계의 심장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오존과 뜨겁게 달궈진 금속 냄새가 관중들의 폐부를 찔렀다. 천공대전의 준결승, 모두가 숨죽이며 기다리던 바로 그 대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경기장 한가운데, 두 인영이 마주보고 서 있었다.

한 명은 백련. 흰색 도포 자락이 증기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의 등 뒤로 펼쳐진 거대한 톱니바퀴 장식들이 그의 고고한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며 묘한 조화를 이뤘다. 어떤 거대한 기계 장치도 그의 차분한 눈빛을 흔들지 못했다. 수많은 강철 주먹과 증기 화염 속에서도 한 점 백련처럼 피어나는, 무림의 전설이 될 재목이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거대한 강철 갑주를 두른 자, 강철아귀가 버티고 있었다. 팔다리 곳곳에 박힌 증기 피스톤과 압력 게이지, 그리고 으르렁거리는 강철 턱이 그의 별명을 웅변하고 있었다. 강철아귀의 강철 주먹은 백련의 가냘픈 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압감을 뿜어냈다. 지면에 단단히 박힌 그의 발아래에서 콘크리트 바닥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자, 천공대전 준결승! 지금부터 시작한다!”

사해문주의 우렁찬 외침이 증기 엔진의 굉음을 뚫고 울려 퍼졌다. 묵직한 강철 종이 세 번 울리자, 기다렸다는 듯 경기장은 광기로 폭발했다.

콰앙!

강철아귀가 먼저 움직였다. 그의 육중한 몸이 증기 피스톤의 힘을 빌려 마치 거대한 투석기처럼 튀어 나갔다. 지면에 박힌 발자국마다 깊은 홈이 파였고, 그의 강철 주먹은 마치 증기를 압축한 포탄처럼 백련을 향해 쇄도했다. “증기격쇄권!” 그의 외침과 함께 주먹에서 뜨거운 증기가 피어 올랐다.

백련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는 순간, 그의 몸이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강철아귀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그 충격파에 경기장 바닥이 한 뼘가량 솟아올랐다.

“무영보!”

백련은 강철아귀의 등 뒤에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의 발놀림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관중들은 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투명해진 것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백련의 손바닥이 강철아귀의 갑주에 닿았다. 강렬한 내공이 갑주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강철아귀의 갑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의 증기압이 상승하며 백련의 손을 밀어냈다.

“하하하! 헛수고다, 백련! 내 갑주는 천공의 강철로 벼려졌다! 네까짓 내공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강철아귀가 비웃듯이 외치며 거대한 팔을 뒤로 휘둘렀다. 마치 회전하는 톱니바퀴처럼 휘몰아치는 팔은 엄청난 풍압을 일으켰다.

백련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지만, 강철아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다리에서 ‘칙!’ 하는 소리와 함께 증기 스프링이 최대치로 압축되었다. “강철 분쇄각!”

강철아귀의 발이 마치 거대한 망치처럼 허공을 가르고 내려왔다. 경기장 바닥에 닿는 순간, 거대한 충격과 함께 땅이 파열하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백련은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피했지만, 폭발적인 기세에 휘말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다.

‘강하다. 일반적인 무림의 고수라면 저 한 방에 전신이 으스러졌을 터.’

백련은 흔들리는 몸을 바로잡으며 강철아귀를 응시했다. 그는 단순한 힘이 아니었다. 증기 기관의 원리를 무술에 접목시킨, 완벽하게 기계화된 무인이었다. 그의 갑주 내부에 흐르는 증기압은 무한한 힘을 공급했고, 그의 모든 동작은 정교하게 계산된 기계의 움직임과 같았다.

“백련! 너의 고루한 무술로는 이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증기야말로 진정한 힘! 천공의 지배자다!” 강철아귀가 다시 한번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양팔에서 동시에 증기가 분출되며 거대한 강철 주먹이 비오듯 쏟아졌다. “쌍룡 파쇄권!”

투왕! 콰르릉!

강철아귀의 주먹이 만들어내는 충격파가 경기장을 강타했다. 백련은 아슬아슬하게 주먹들을 피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거친 파도 위를 유영하는 한 조각 낙엽 같았다. 피할 때마다 그의 도포 자락이 푸른색 섬광처럼 번뜩였다.

“심안결.” 백련의 입술에서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동자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 맹렬하게 쏟아지는 강철 주먹들 사이에서, 그는 강철아귀의 갑주 내부의 증기 흐름과 피스톤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기계의 강함은 곧 규칙성이었고, 백련은 그 규칙성의 틈을 노렸다.

“풍뢰각!”

강철아귀의 주먹이 잠시 엇갈리는 찰나, 백련의 발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그의 발차기는 단순한 물리적 공격이 아니었다. 발끝에 응축된 내공이 강철아귀의 갑주, 그중에서도 증기압 조절 밸브가 위치한 미세한 이음새를 정확히 노렸다.

쨍강!

둔탁한 강철 소리와 함께 강철아귀의 어깨 갑주 일부가 찌그러들었다. “크윽!” 강철아귀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어깨 부분에서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증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증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그의 팔 동작이 눈에 띄게 둔화되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백련의 공격이 드디어 강철아귀에게 유효타를 입힌 것이다!
그러나 강철아귀는 쉬이 무릎 꿇을 자가 아니었다.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며, 마치 광폭한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느냐, 백련! 나는… 천공의 의지를 대변하는 자! 너 따위가 막을 수 없다!”

강철아귀의 전신에서 ‘치이익- 콰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증기가 폭발적으로 분출되었다. 그의 팔다리에 박힌 압력 게이지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고, 전신 갑주가 뜨겁게 달아올라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마치 핵융합로처럼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그의 몸은 압도적인 파괴력을 뿜어냈다.

“격벽 돌진!”

그는 더 이상 섬세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증기 기관차처럼 돌진하는 그의 몸은 모든 것을 부숴버릴 기세였다. 투기장의 강철 기둥들이 굉음을 내며 진동했고, 강철아귀의 돌진 경로에 있던 바닥은 산산조각이 났다.

백련의 눈동자에 일순 경악이 스쳤다. 저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스스로를 파괴할 수도 있는 궁극의 광기였다. 피할 공간조차 없이, 거대한 강철 기관이 맹렬하게 백련을 향해 쇄도했다. 그 순간, 경기장의 모든 소리가 멎은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백련은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그의 온몸에서 백색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내공이 극한까지 끌어올려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백련은 이 압도적인 강철의 폭풍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천하의 운명을 건 대결은 이제 막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