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낡은 철문이 삐걱이는 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다. 이준은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폐공장의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왼쪽 어깨를 가로지르는 깊은 상처는 이미 곪기 시작했지만, 진통제 따위는 사치였다. 가진 것이라곤 녹슨 칼 한 자루와, 심장을 들쑤시는 복수심뿐.

“강재민….”

이름을 읊조리는 목소리는 갈라지고 쉬어 있었다. 친구라고 불렀던 사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었던 사람. 그 모든 신뢰는 불타는 배신으로 돌아왔다. 이준은 이를 악물었다. 두 달 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비수를 박았다.

식량 창고를 찾았다며 환하게 웃던 재민의 얼굴.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 도착한 폐허가 된 마트. 잠시 방심한 틈을 타, 재민은 이준의 등 뒤에서 곤봉을 휘둘렀다.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을 때, 그는 비웃듯이 말했다.

“미안하다, 이준아. 하지만… 너까지 데려갈 순 없어. 짐이 될 뿐이잖아.”

그리고 이준이 정신을 차렸을 땐, 창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좀비 떼와 마주하고 있었다. 재민은 이미 모든 물자를 챙겨 도망친 후였다. 홀로 남겨진 이준은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피와 살이 튀는 아비규환 속에서, 이준은 죽지 않았다. 죽을 수 없었다. 재민에게 복수하기 전까지는.

그때부터 이준의 삶은 하나의 목표로 수렴했다. 강재민을 찾아, 그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통의 몇 배를 되갚아 주는 것.

밤은 길었고, 이준은 잠들지 못했다. 폐공장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어깨의 상처를 다시 한번 소독했다. 찢어진 천을 대충 덧대고는, 핏발 선 눈으로 지도를 응시했다. 재민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여기서 이틀 거리의 폐기된 발전소였다. 그곳에 소규모 생존자 집단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재민이 그 속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드디어….”

이준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낡은 배낭 속에는 녹슨 칼 외에, 깨진 거울 조각, 불을 피울 수 있는 라이터, 그리고 며칠 버틸 비상 식량 몇 개가 전부였다.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그의 의지는 그 어떤 것보다 단단했다.

동이 트기 전, 이준은 조용히 공장을 나섰다. 싸늘한 새벽 공기가 폐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그의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아드레날린 때문이 아니었다. 증오심 때문이었다.

첫날은 순조로웠다. 길가의 버려진 차량들을 피해 숲길을 따라 이동했다. 숲은 언제나 위험했지만, 탁 트인 도심보다는 안전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이준은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칼자루를 꽉 쥐었다.

“흐읍… 흐읍…”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숲을 헤치고 나아가던 중, 멀리서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이준은 즉시 몸을 낮췄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쓰러진 나무 밑에 좀비 한 마리가 갇혀 있었다. 아니, 갇혀 있었던 게 아니라 마치 먹잇감을 지키듯이 움직임을 멈춘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 좀비의 발밑에는… 어린아이의 신발 한 짝이 보였다.

이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의 발걸음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와서 정의로운 영웅이 될 수는 없었다. 그는 복수를 위해 존재하는 망령일 뿐이었다. 감정은 사치였다.

“가자.”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하며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쓰러진 나무 밑에서 작은 손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이어진 희미한 울음소리.

아직 살아 있었다.

이준은 이를 악물었다. 복수는 재민에게만 한정되어야 했다. 무고한 이를 살리기 위해 위험을 자초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하지만… 그 손과 울음소리가 며칠 전 꿈속에서 봤던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과 겹쳐졌다. 절망에 빠져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나약했던 자신.

“젠장.”

이준은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상황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칼을 고쳐 쥐고, 그는 좀비를 향해 은밀히 접근했다. 나무에 깔린 좀비는 여전히 움직임이 둔했지만, 그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고개를 이준 쪽으로 돌렸다. 썩어 문드러진 얼굴에서 끔찍한 악취가 풍겼다.

이준은 기다렸다. 좀비의 시선이 잠시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칼날이 좀비의 목을 정확히 꿰뚫었다.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피가 터져 나왔고, 좀비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괜찮아?”

이준은 쓰러진 나무를 겨우 들어 올리며 아이에게 물었다.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이준을 올려다봤다. 아이의 다리는 이미 좀비에게 물린 듯 피로 흥건했다.

“아빠… 아빠는…?”

아이의 목소리는 희미했다. 이준은 아이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이미 손쓰기 늦은 상처였다. 자신은 복수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려 했던 괴물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더 이상 살릴 수 없는 아이를 마주해야 하다니.

“아빠는… 내가 같이 찾아줄게.”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준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체온은 이미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이준은 아이를 안아 들고, 다시 숲을 헤쳐 나갔다. 아이의 몸에서 풍겨오는 썩은 냄새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괜찮을 거야.”

아이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준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이준은 오직 재민에게 복수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어느 폐허가 된 주유소 건물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이준은 아이를 차가운 바닥에 내려놓았다. 한참 동안이나, 그는 멍하니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맑고 깨끗한 얼굴이 썩어 문드러진 괴물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이 그의 심장을 찢는 듯했다.

“미안하다….”

무엇에 대한 사과였을까. 구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 아니면,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고 그저 복수만을 쫓는 괴물이 된 것에 대한 사과?

이준은 아이의 머리맡에 작은 꽃 한 송이를 놓아주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였다. 그것은 그의 복수심으로 가득 찬 마음에 잠시나마 드리워진 유일한 인간성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

“강재민. 네가 벌인 일이다. 이 모든 고통은… 네놈에게서 시작됐어.”

아이의 시신을 남겨두고, 이준은 주유소를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더욱더 빠르고 단호해졌다. 복수심은 이제 단순한 증오를 넘어, 그를 움직이는 거대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튿날 밤, 이준은 폐발전소 근처에 도달했다. 발전소는 삼엄한 경계를 갖춘 듯했다. 멀리서도 불빛이 새어 나왔고, 망루 위에는 감시병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재민이 이곳에 숨어있을 가능성은 90% 이상이었다.

“드디어….”

이준은 낡은 망원경을 꺼내 발전소 주변을 살폈다. 철조망에는 녹이 슬어 있었지만, 전기 충격기가 연결되어 있는 듯 희미한 스파크가 보였다. 정문은 물론, 후문까지도 단단히 잠겨 있었다. 침투는 쉽지 않을 터였다.

그때, 망원경 시야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발전소 내부에서 몇몇 생존자들이 모여 불을 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껄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재민이었다.

그는 이전보다 살이 붙어 있었고,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이준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는 동안, 재민은 안락한 곳에서 배부르게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분노가 온몸을 휘감아 혈관이 터질 듯했다.

이준은 망원경을 내리고 칼을 뽑아 들었다. 이제 망설임은 없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저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재민의 그 역겨운 미소를, 영원히 지워버려야 했다.

“강재민… 네놈이 나에게 저지른 모든 죄를… 내가 직접 갚아줄게. 죽는 순간까지, 나를 원망하게 해줄 테니.”

이준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보다도 차갑고, 죽음을 갈망하는 늑대처럼 번뜩였다. 그는 폐발전소의 어둠 속으로, 복수의 화신처럼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