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습기와 곰팡이가 뒤섞인 진득한 공기 속에서 재민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지쳐버린 폐는 더 이상 산소를 걸러낼 힘조차 없는 듯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리나의 흐느낌에 가까운 마른기침 소리가 그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괜찮아?”

재민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대답 대신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폐허가 된 도시의 지하를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이제는 날짜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했다. 바깥세상은 붉은 안개에 잠식된 지 오래. 숨 쉬는 것조차 독이 되는 지상보다, 차라리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지하가 더 안전하다고 모두들 믿었다. 하지만 믿음은 곧 절망으로 변했다. 이 지옥 같은 던전은 언제나 한 겹 더 깊은 지옥을 숨기고 있었다.

낡은 전술등이 어둠을 간신히 가르며 비추는 곳은 더 이상 문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짐승의 굴이었다. 녹슨 파이프와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고, 축축한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고여 있었다. 그 위로 발자국을 남기자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렸다.

“젠장… 여기도 막혔잖아.”

재민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며칠 전 겨우 찾아낸 줄 알았던 희망은 또다시 거대한 철문 앞에서 부서졌다. 폭파장비를 챙겨 오지 않은 것이 뼈아팠다. 철문에는 알 수 없는 문양들이 기괴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사이에서 희미한 녹색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여긴… 원래 지도에도 없던 곳이야.” 리나가 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작은 손전등을 들어 철문 옆 벽에 그려진 흐릿한 표식을 비췄다. “미발견 구역인가… 아니면…”

그녀의 시선은 철문 위쪽에 매달려 있는, 마치 거대한 새의 뼈대처럼 보이는 구조물에 닿았다. 뼈대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아니면, 여기까지 오지 못하도록 막아뒀던 곳이겠지.” 재민은 자신의 등에 메고 있던 낡은 배낭을 내려놓았다. 며칠 치 식량은 이미 바닥났고, 남은 것은 딱딱한 건빵 몇 조각과 한 모금 남짓한 물이 전부였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 것 같아?”

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저기 하나밖에 없어.”

그녀가 가리킨 곳은 철문 바로 옆에 위치한, 폭이 한 사람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구멍이었다. 구멍 안쪽은 완벽한 어둠에 잠겨 있었고, 아무리 전술등을 비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심연이 입을 벌린 듯한 모습이었다.

“거기로 가자는 거야?” 재민의 목소리에 날카로움이 섞였다. “그 안에서 뭐가 나올 줄 알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본 것만 해도 충분했어.”

이곳으로 내려오기 전, 그들은 거대한 지네 괴물에게 쫓겨 동료 하나를 잃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심장을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리나의 표정은 완강했다.

“다른 길은 없어. 위로 돌아가면… 다시 이틀을 걸어야 해. 그 사이에 식량은 완전히 바닥날 거야. 그리고 그 지네들도 분명 다시 나타날 거고.”

재민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굶어 죽는 것, 괴물에게 찢기는 것, 혹은… 폐허가 되기 전의 세상에서 겪었던 그 모든 고통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안 돼.” 재민이 중얼거렸다. “더 이상은… 누구도 잃을 수 없어.”

“나도 알아.” 리나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오빠.”

그 순간, 철문에서 새어 나오던 녹색 빛이 갑자기 강렬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구멍 안쪽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축축하고 끈적이는 소리. 마치 거대한 민달팽이가 벽을 타고 오르는 듯한 소리였다.

재민은 급히 등을 기대고 있던 벽에서 몸을 떼어냈다. 그의 손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찬 녹슨 단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이런… 대체 뭐야?”

구멍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뼈대가 아니었다. 훨씬 더 유기적이고, 끈적이며, 심지어는… 발광하는 듯한 존재였다. 녹색 빛이 그 형체의 표면을 따라 흐르면서, 마치 살아있는 점액질처럼 꿈틀거렸다.

리나는 비명을 삼키며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손전등 불빛이 공포에 떨리는 손에 흔들리자, 그림자가 기괴하게 춤을 추며 더욱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형체는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구멍을 빠져나온 존재의 전체 모습이 드러났을 때, 재민은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거대한 해파리였다. 하지만 바다에서 보던 아름다운 해파리가 아니었다. 불투명한 몸체 속에는 검붉은 촉수들이 마치 혈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 촉수들의 끝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돋아 있었다.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해파리의 투명한 몸체 안쪽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무언가’였다.

그것은 마치… 사람의 형상처럼 보였다.

“말도 안 돼….” 재민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심장은 북처럼 격렬하게 울렸다. 이런 괴물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지하에서 수없이 많은 기형적인 괴물들을 마주했지만, 이토록 기괴하고 불길한 생명체는 처음이었다.

해파리는 끈적이는 몸체를 끌며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녹색 빛은 더욱 강렬해졌고, 그 빛 속에서 기분 나쁜 향기가 피어났다. 마치 썩어가는 시체와 독버섯을 섞어 놓은 듯한 끔찍한 냄새였다.

“도망쳐…!” 재민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해파리의 촉수 중 하나가 마치 채찍처럼 뻗어 나와 재민이 겨우 피해낸 벽을 강타했다. 콘크리트 조각들이 파편처럼 튀어 올랐다. 그는 리나의 손을 잡아끌며 철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철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 신세였다. 뒤에서는 거대한 해파리가 끈적이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앞은 뚫리지 않는 철문으로 막혀 있었다.

리나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절망이 가득 차올랐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 오빠…?”

재민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시선은 철문과 해파리, 그리고 다시 철문으로 향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눈이 다시 철문 위쪽에 매달린, 새의 뼈대처럼 보이는 구조물에 닿았다. 그리고 불현듯, 섬광처럼 하나의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진동… 그리고 녹색 빛.

해파리의 몸체 안에서 비치는 사람의 형상…

“리나… 저거 보여?” 재민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해파리의 몸체 안쪽을 가리켰다. “저 안에… 뭔가 있어.”

리나의 시선이 해파리의 몸체 안쪽으로 향했다. 그 안에는 마치… 심장처럼 뛰고 있는 듯한, 하지만 훨씬 더 기괴한 형태의 무언가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은 인간의 심장과는 전혀 달랐지만, 분명하게 생명력을 품고 있는 듯한 박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박동이 강해질수록, 철문 위에 매달린 뼈대 구조물의 진동도 더욱 격렬해졌다. 녹색 빛도 더욱 밝게 깜빡거렸다. 마치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재민은 단검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승산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저 뼈대… 뭔가 하는 것 같아.” 재민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저 놈의 약점일 수도 있어.”

해파리가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끈적이는 촉수 중 하나가 재민의 발끝을 스치듯 지나갔다. 독기가 서린 듯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이대로 당하면 끝이었다.

“리나, 내 신호에 맞춰서 저 구멍에 조명탄 던져.” 재민이 속삭였다. “난… 저 뼈대로 갈 거야.”

리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재민을 돌아봤다. “오빠! 말도 안 돼! 저건 너무 위험해!”

“다른 방법이 없어!” 재민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살아남으려면, 도박을 해야 해!”

그는 해파리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틈을 타, 재빨리 철문의 가장자리, 간신히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한 틈새를 향해 몸을 날렸다. 녹슨 철제 구조물에 손이 닿자마자 날카로운 파편이 손바닥을 긁었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이 그를 지배했다.

해파리의 촉수가 마치 뱀처럼 맹렬하게 뻗어 나왔다. 재민은 간발의 차이로 촉수를 피하며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의 등 뒤에서는 리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철문 위의 뼈대 구조물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매달린 채 위를 올려다본 재민의 눈에, 뼈대의 가장 굵은 부분에 박혀 있는, 마치 거대한 수정처럼 빛나는 녹색 덩어리가 들어왔다.

그것은 마치… 해파리의 심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저거야…!”

재민은 이가 부러질 듯 이를 악물었다. 손에 든 단검을 치켜들었다. 온몸의 힘을 쥐어짜 단검을 녹색 수정에 내리찍으려는 순간, 아래에서 해파리의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리나의 조명탄이 구멍 속으로 쏘아 올려졌다.

구멍 안에서 섬광이 터지자, 해파리는 몸부림치며 괴성을 질렀다. 그 순간, 재민은 망설임 없이 단검을 수정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카아아아아아앙!

기계음과 비명, 그리고 돌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뒤섞여 지하 공간을 뒤흔들었다. 철문은 거대한 굉음을 내며 활짝 열렸고, 그 뒤편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길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뼈대 구조물이 거대한 균열과 함께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재민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래에서 리나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재민의 눈에, 열린 철문 너머로 보이는 새로운 길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붉은 안개로 뒤덮인 황폐한 지상과는 전혀 다른, 거대한 지하 도시의 실루엣이 펼쳐져 있었다. 빛바랜 금속 건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그 사이로 녹색 빛을 내뿜는 거대한 크리스탈 기둥들이 무수히 박혀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잠시였다. 그 도시 위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거대한 눈들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것은… 수백 마리의 해파리들이었다.

이곳이… 그들의 서식지였던가.

재민은 눈을 감았다. 추락의 공포와 함께, 새로운 절망이 그의 심장을 짓눌렀다.

“젠장…!”

이 지옥은… 결코 끝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