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운학원: 지하 심연의 그림자
청운학원의 새벽은 언제나 고요했다. 명문 중의 명문, 대륙 최고의 영기(靈氣) 수련 도장이자 속성술법(屬性術法)의 정수를 가르치는 곳. 하지만 강휘에게 이 고요는 늘 기만적으로 느껴졌다. 차가운 대리석 복도를 따라 걷는 그의 발걸음은 조용했지만, 내면의 의심은 쉬지 않고 울렸다.
“젠장, 또 그 느낌이군.”
강휘는 무심코 왼손을 가슴팍에 가져다 댔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새벽 공기 탓이 아니었다. 학원 전체를 지배하는 청량한 영기 속에서도, 아주 미약하게, 그러나 끈질기게 파고드는 불길하고 음습한 기운. 그것은 마치 존재해서는 안 될 검은 잉크가 맑은 물에 한 방울 떨어진 것처럼, 청운학원의 모든 영기를 탁하게 만드는 이질적인 기운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느끼지 못했다. 혹은 애써 무시했다. 그들은 학원의 명성과 자신들의 미래에만 몰두할 뿐, 바닥 저 아래에서 스멀거리는 기분 나쁜 파동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강휘는 달랐다. 그의 영기 감지 능력은 또래 중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예민했다. 그래서 그는 학원 생활 내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오늘의 수업은 ‘영맥 탐사 실습’. 학원 내부에 흐르는 영기 흐름, 즉 영맥을 감지하고 그 흐름을 따라가는 훈련이었다. 대강당 지하에 설치된 모의 영맥을 따라가며 영기의 강도와 속성 변화를 파악하는 고난이도 실습.
“강휘 학생, 자네의 재능은 인정한다만, 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하군. 허황된 생각은 그만두고 실습에 임하도록.”
지도 교사의 날카로운 지적에도 강휘는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의식은 이미 대강당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모의 영맥의 복잡한 흐름을 따라 내려가던 그의 영혼은 어느 순간, 다른 곳에서 발원하는 강력한 영기 파동과 충돌했다.
강력했다. 그가 이제껏 느껴본 영기 중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다. 동시에 가장 *어둡고* *타락한* 기운이었다. 그것은 모의 영맥처럼 깔끔하게 제어된 것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깊은 잠 속에서 헐떡이는 듯한, 날것 그대로의 야만적인 힘이었다.
“선생님! 이 영맥은….”
강휘가 눈을 번쩍 떴다. 숨이 막혔다. 대강당 지하, 모의 영맥 코스 훨씬 더 아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운은 학원의 어떤 기록에도 없었다. 그것은 학원의 영맥 체계와는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는 지금, 강휘의 영혼을 집어삼킬 듯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휘 학생,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가? 집중해라. 모의 영맥은 그 이상 깊이 내려가지 않는다. 괜한 망상으로 영혼을 더럽히지 말고.”
교사는 강휘의 말을 일축했다. 주변 학생들도 수군거렸다. 또 강휘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며 비웃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그 기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확고했다.
하지만 강휘는 확신했다. 저것은 단순한 망상이 아니었다. 그의 심장이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본능이 경고했다. *도망쳐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충동이 그를 지배했다. *확인해라.*
그날 밤, 강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어두운 영기 파동만이 가득했다. 그의 내공은 진동했고, 온몸의 기혈이 들끓었다. 마치 그 기운이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결국 그는 일어섰다.
“젠장, 도저히 잠이 안 오는군.”
창밖은 달빛조차 들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강휘는 교복 위에 검은 도포를 걸치고 문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그는 밤의 학원 안뜰을 가로질러 대강당으로 향했다.
학원은 야간 순찰대가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강휘의 ‘은형술(隱形術)’은 이미 숙련의 경지에 있었다. 그림자 속으로 몸을 감추고, 숨소리조차 죽인 채, 그는 유령처럼 순찰대의 눈을 피해 대강당 깊숙한 곳으로 잠입했다.
고요한 대강당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거대한 기둥들이 밤의 장막 속에 잠겨 있었고,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희미한 달빛조차 거부하는 듯했다. 강휘는 망설이지 않고 무대 아래로 향했다. 그 기운이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의 손이 대강당 무대 중앙에 있는 거대한 문양을 스쳤다. 학원의 창립자들을 기리는 영웅적인 문양이라고 알려진 그것. 다른 이들은 평범한 장식으로 알았지만, 강휘는 그곳에서 미약한 영기 흐름의 왜곡을 감지했다.
“여기에 있었군.”
강휘는 자세를 낮추고 손가락 끝에 미약한 영기를 모았다. 그리고 문양의 특정 부분을 누르자, 희미하게 ‘철컥’하는 소리가 울렸다. 거대한 문양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더니, 이내 문양 전체가 스르륵 옆으로 미끄러져 열렸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것은 좁고 가파른 나선형 계단이었다. 계단 아래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낮에 그를 압도했던 그 기운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훨씬 더 강렬하게, 훨씬 더 선명하게. 마치 저 아래에 그 기운의 근원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강휘는 심호흡을 했다. 두려웠지만, 호기심이 더 강했다. 그는 손끝에 약한 ‘화염술(火焰術)’을 응집시켰다. 푸른 불꽃이 그의 손가락 끝에서 춤추듯 피어올랐다. 그 불빛에 의지해 강휘는 조심스럽게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흙먼지와 습한 공기가 코끝을 찔렀다. 벽에는 이끼가 자라 있었고, 계단 바닥은 미끄러웠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수십 층은 족히 내려왔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기온은 차가워졌고, 공기는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그리고 그 기분 나쁜 영기 파동은 이제 그의 내공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지경이었다.
마침내 계단이 끝났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공간이었다. 푸른 화염술의 불빛이 닿는 곳까지, 끝없이 펼쳐진 지하 동굴이었다. 동굴 전체는 기이한 암석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렸다.
그리고 동굴 한가운데, 강휘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대한 제단. 그 제단은 수많은 해골들로 쌓아 올려져 있었다. 단순한 해골이 아니었다. 인간의 것과는 다른, 기이하게 뒤틀린 형태의 뼈들이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탑을 이루고 있었다. 뼈탑의 표면에서는 미약하게 검붉은 빛이 일렁였다.
“이게… 대체….”
강휘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숨이 턱 막혔다. 뼈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는 낮에 그가 감지했던 바로 그 기운이었다. 끔찍할 정도로 타락하고, 동시에 압도적인 힘.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뼈탑의 한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검은 쇠사슬로 묶여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검은 덩어리였다. 간간이 섬뜩한 핏빛 섬광이 덩어리 안에서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강휘의 귓속에 수천 개의 영혼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환청이 울렸다.
그리고 덩어리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원형의 고대 문양.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문양들 사이로 미약하지만 끊임없이 푸른 빛이 깜빡였다. 마치 그 끔찍한 덩어리를 가두고 있는 봉인진(封印陣)처럼 보였다.
“봉인…?”
강휘의 눈에 봉인진의 중앙에 쓰인 단어가 들어왔다. 고대 문자로 쓰여 있었지만, 그의 영혼이 본능적으로 그 의미를 깨달았다.
*탐식자(貪食者).*
그 순간, 뼈탑 안의 검은 덩어리에서 섬뜩한 핏빛 섬광이 터져 나오며 강휘를 향해 거대한 영기 파동을 내뿜었다. 그것은 단순한 영기 파동이 아니었다. 수많은 원혼들의 절규와 증오가 뒤섞인, 살아있는 저주의 물결이었다.
강휘는 무방비 상태로 그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크윽!’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내공이 역류하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의 푸른 화염술은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동굴은 다시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어둠 속에서, 뼈탑에 갇힌 *그것*의 끔찍한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마치 강휘를 비웃는 듯한, 혹은 그에게 경고하는 듯한, 아니면 그에게 *손짓하는* 듯한, 소리였다.
그것은 청운학원 지하에 숨겨진, 대륙을 뒤흔들 끔찍한 금기의 서막이었다. 강휘는 그 서막의 첫 페이지를, 자신의 피로 물들인 채 읽어버리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