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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강철 심장의 마도학자 (제12화)

삑, 삑, 삑.

낡은 압력계의 바늘이 불안하게 춤을 췄다. 진호는 땀으로 축축한 이마를 거친 소매로 닦아내며, 톱니바퀴가 미친 듯이 돌아가는 증기 기관을 노려봤다. 빌어먹을. 대체 뭐가 문제지? 벌써 사흘째였다. ‘대기권 탐사용 정밀 기압 측정기’는 도무지 진동을 잡지 못했고, 그를 미치게 하는 건 이 완벽해야 할 기계가 시도 때도 없이 삐걱거린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망치가 잘못된 곳을 때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하는 사내였다.

“젠장, 대체 왜!”

쿵! 진호가 쇠 망치를 작업대 위에 내려쳤다. 낡은 공구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그의 짜증을 한층 돋우었다. 그의 작은 작업실은 스팀과 기름 냄새, 그리고 풀지 못한 문제의 미묘한 악취로 가득했다. 창밖으로는 거대한 비행선들이 굉음을 내며 하늘을 가르고, 아랫동네 공장에서는 쉼 없이 증기를 뿜어 올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 도시, 강철 도시 ‘벨라루스’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이 기계 덩어리 속에서, 그의 정밀 기압계만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작업대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낡은 상자로 향했다. 먼지가 잔뜩 쌓인 그 상자 안에는 몇 년 전, 폐쇄된 ‘검은 심장 광산’의 가장 깊은 곳에서 발견한 기묘한 물체가 들어 있었다. 당시엔 그저 특이한 광물 조각인 줄 알았다. 미세하게 빛나는 듯한 검은색 표면, 매끄럽게 깎인 듯한 육각형의 형태. 분명 이 세계의 어떤 광물과도 닮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그것을 ‘아크 나선석’이라고 마음대로 이름 붙이고,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하며 보관해왔다.

‘설마…… 이게 답일까?’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그 돌덩이가 대체 이 복잡한 기계 장치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진호는 상자를 열고 조심스럽게 아크 나선석을 꺼냈다. 묵직하고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검은 표면에는 아주 미세한, 마치 살아있는 듯한 나선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문득 기묘한 충동에 휩싸였다. 정밀 기압계의 핵심 동력원인 마력 증기 코어를 빼내고 그 자리에 아크 나선석을 넣어봤다. 물론 아무런 접합 장치도 없이 그저 툭, 하고 밀어 넣은 것이었지만. 크기가 신기할 정도로 딱 들어맞았다. 진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이거 보라고. 어쩌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는 다시 조심스럽게 전원 레버를 당겼다. 쏴아아- 하는 증기 분출음과 함께, 기압계의 모든 톱니바퀴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진호의 눈은 경악으로 커졌다. 압력계의 바늘이 순식간에 최대치를 뚫고 광기 어린 속도로 치솟고 있었다. 증기압이 상상 이상으로 폭주하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기계 내부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푸른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기이한 빛.

콰앙!

굉음과 함께 작업실의 모든 전등이 터져버렸다. 불꽃이 파지직 튀고, 주위를 감싸던 어둠 속에서 오직 기압계만이 기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기계 내부의 아크 나선석이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규칙적으로 푸른빛을 점멸하며 고동치고 있었다. 그 빛은 점차 강렬해져, 작업실을 온통 푸르게 물들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진호는 뒷걸음질 쳤다. 증기압은 이미 안전 수치를 아득히 넘어섰는데, 기계는 터지기는커녕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톱니바퀴들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려는 듯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회전했고, 미세한 진동음은 웅장한 저음의 울림으로 변해 작업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작업실 천장의 낡은 석고 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선반 위의 공구들이 공중으로 살짝 뜨는가 싶더니, 이내 강렬한 진동에 튕겨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모든 현상은 오직 아크 나선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의 영향권 안에서만 발생하고 있었다.

진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기압계의 액정 패널이었다. 원래라면 대기압 수치를 표시해야 할 그 패널에는, 본 적 없는 고대 문자들과 함께 희미한 지도가 떠오르고 있었다. 지도는 마치 거대한 미궁처럼 복잡했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문양이 박혀 있었다. 그 원형 문양은… 마치 아크 나선석의 나선형 문양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그 순간, 아크 나선석의 빛이 정점에 달했다. 작업실을 가득 채운 푸른 빛은 한순간 하얀 섬광으로 폭발했고, 진호는 눈을 감으며 몸을 웅크렸다.

쨍그랑!

섬광이 사라진 뒤, 작업실은 다시 암흑 속으로 가라앉았다. 깨진 유리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전등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진호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작업대는 엉망진창이었지만, 기압계는 놀랍게도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처음보다 더욱 완벽한 모습으로 정지해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기압계의 액정 패널을 다시 확인했다. 고대 문자와 지도는 사라지고, 대신 정밀한 대기압 수치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지만 아크 나선석은 달랐다. 여전히 기압계의 코어 자리에 박혀 있는 그것은, 이젠 어떠한 빛도 내뿜지 않았다. 그저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묵묵히 박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진호는 확실히 봤다. 그 검은 표면 위로, 처음보다 훨씬 선명해진 나선형 문양이 마치 맥박처럼 희미하게 깜빡이는 것을.

쿵, 쿵.

갑자기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노크가 아니었다. 묵직하고 규칙적인, 마치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

진호는 숨을 들이켰다. 이 늦은 시간에 그를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저 소리는… 평범한 방문객의 것이 아니었다.

쿵! 쿵! 쿵!

이번엔 아까보다 더 강하게 문이 울렸다. 낡은 나무 문이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진호는 벽에 걸린 몽키 스패너를 움켜쥐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바닥에 흩어진 공구들, 깨진 유리 파편들, 그리고 여전히 미세하게 빛나는 아크 나선석. 그리고 그의 뇌리에는 아까 액정 패널에 떠올랐던 복잡한 고대 지도가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쿵! 쾅!

문이 드디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틈새로 섬뜩한 철제 마스크가 비집고 들어왔다. 마스크 너머의 눈은 냉정하고 차가운 기계 같았다. 뒤이어 육중한 갑옷을 입은 거구의 인물이 그의 작업실 안으로 성큼 발을 디뎠다. 그의 갑옷에서 삐걱거리는 증기 배출음이 들려왔다.

“찾았다. ‘마도 코어’를 가진 자.”

낮게 울리는 금속성의 목소리가 작업실의 침묵을 갈랐다.
진호의 손아귀에 땀이 흥건했다. 그는 자신이 방금 발견한 것이 단순히 오래된 돌덩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이미 거대한 그림자 속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알 수 없는 고대의 마법이, 강철 심장의 도시에서 마침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