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지하의 속삭임

엘리시온 마법 학원의 새벽은 언제나 완벽했다. 서쪽 탑 꼭대기에 걸린 거대한 시계탑의 청아한 종소리가 새벽 안개를 가르고 울려 퍼지면, 수백 년 묵은 고목들 사이로 금빛 마법광이 아침 햇살처럼 쏟아져 내렸다. 명문가의 자제들이 다니는 이 학원은 고대 마법의 정수이자 현대 문명의 심장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안은, 그 완벽한 풍경 속에서 언제나 약간의 이방인이었다.

낡은 작업복 소매를 걷어붙이며 그는 자신의 퀘스트를 되뇌었다. ‘지하 에너지 도관 점검 및 윤활 작업’. 남들이 기피하는 허드렛일이자, 장학금에 묶인 저학년 특기생의 숙명이었다. 손에 든 구식 마력 측정기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간신히 작동하고 있었다.

“젠장, 이 녀석 또 말썽이네.”

투덜거리면서도 이안은 익숙하게 케이스를 열어 속이 보이는 구리선 몇 가닥을 만졌다. 천재적인 두뇌? 아니다. 이안에게는 오직 끈질긴 재주와 타고난 감각, 그리고 남이 버린 고물을 되살리는 비상한 능력이 있을 뿐이었다. 엘리시온이 자랑하는 최첨단 마도 공학 장비 대신, 그는 자신의 손으로 만든 조악한 복합 센서를 더 신뢰했다. 그것만이 미묘한 마력 흐름의 왜곡을 포착해냈으니까.

지하 3층, 더 아래로는 학원 소속 누구도 내려가지 않는다는 금기 구역 바로 위층이었다.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으며, 오래된 흙과 곰팡이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낡은 마력등이 깜빡이며 길을 밝히는 복도는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았다. 이안은 도면도 없이 복합 센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흐음… 이 도관은 마력 누출이 심한데.”

센서 화면에 일렁이는 붉은 경고등이 불안하게 번쩍였다. 마력 누출은 흔한 일이었지만, 이 정도 수치는 아니었다. 이안은 도관을 따라 한참을 걸어갔다. 복합 센서의 마력 흐름 감지 그래프가 이상하게 널뛰기 시작했다. 보통 마력 흐름은 일정한 주기를 보이는데, 이곳의 파형은 불규칙하고, 심지어는 기이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이상하네… 이런 패턴은 처음 보는데.”

도관은 낡은 석벽을 따라 이어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끊겼다. 정확히는, 석벽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안은 센서의 감도를 최대로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고 미세한 마력의 흐름을 자신의 감각으로 쫓았다. 일반적인 마력이 아니었다. 차갑고, 음산하며, 어딘가 끔찍한… 생체 에너지를 연상시키는 파동이었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느리게 뛰는 것처럼, 석벽 안쪽에서 규칙적인 쿵- 쿵- 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진동에 맞춰 센서의 바늘이 미친 듯이 오르내렸다.

“여긴… 도면에 없는데?”

이안은 손전등을 들어 석벽을 비췄다. 오래된 회색 돌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벽이었지만, 이안의 손끝에서 미세한 떨림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보였다. 희미하게 빛나는 룬 문자들이 석벽을 따라 뱀처럼 기어 다니는 것을. 봉인 마법이었다. 그것도 수백 년 전의 고대 룬 문자.

호기심이 공포를 집어삼켰다. 이안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고 투박한 스캐너를 꺼내 룬 문자 위에 가져다 댔다. 스캐너는 곧 삐빅거리는 소리를 내며 복잡한 암호와 경고문을 화면에 띄웠다.

`경고: 비인가 접근 감지. 봉인 개방 시도 시 치명적인 결과 초래.`
`경고: 대상은… [데이터 손상]`

데이터가 손상되었다고? 아니, 일부러 지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이안은 스캐너 화면의 파형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봉인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를 가두어 놓은 듯한, 생체 에너지를 억누르는 결계였다.

이안은 벽에 손을 댔다. 차가운 돌벽 너머에서,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 같은 것이 미세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느껴졌다. 쿵- 쿵- 쿵- 느리지만, 묵직하고, 압도적인 존재감. 그 심장의 박동은 이안의 심장까지 조여오는 듯한 불쾌한 감각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 봉인된 석벽 틈새로 아주 희미한, 붉은색 섬광이 터져 나왔다. 마치 깊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거대한 눈동자 같았다. 이안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섬뜩함. 그리고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속삭임. 마치 고대의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나열.

그것은 공포였다. 순수한, 원초적인 공포.

이안이 한 발자국 물러서는 순간, 갑자기 지하 복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낡은 마력등이 터질 듯이 깜빡이고, 천장에서 먼지 섞인 흙 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봉인된 석벽 쪽에서 삑- 하는 날카로운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학원 전체에 설치된 자동 경비 시스템의 경고음이었다.

“젠장!”

이안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르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달아나는 그의 등 뒤로, 봉인된 석벽 안에서 다시 한 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더욱 강렬한 붉은 섬광이 복도를 일렁였다.

겨우 지하 3층으로 다시 올라왔을 때, 이안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치솟아 있었다. 땀으로 젖은 손으로 낡은 작업복을 움켜쥐었다. 학원 위쪽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평화롭게 마법 수업을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학원의 가장 깊은 곳, 지하에 숨겨진 그 끔찍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그날 밤, 이안은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던 붉은 섬광과, 귓가에 울리던 그 알 수 없는 속삭임, 그리고 거대한 심장이 박동하던 소리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엘리시온 마법 학원 지하에 숨겨진 그 금기는, 이안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영원히 바꿔놓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