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깊어진 밤, 오래된 감시탑 아래 숨겨진 지하 동굴은 희미한 횃불 빛 아래 그림자만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 흙냄새와 사람의 땀 냄새, 그리고 희미한 피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반란군 지도부의 임시 지휘소. 아린은 낡고 거친 나무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지도의 붉은색 선, 즉 제국의 보급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굳게 다문 입술은 그녀의 깊은 고뇌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우린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겁니다.”

낮고 굵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울렸다. 카렌이었다. 그는 동굴 구석,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 기대어 앉아 망연히 횃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년간 제국의 억압 속에서 살아온 그의 얼굴에는 짙은 주름과 함께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눈빛만은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했다.

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지도 위 한 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북쪽 국경과 제국의 수도를 잇는 가장 중요한 길목, ‘흑룡의 목’. 지형이 험준하고 늘 짙은 안개에 덮여 있어 제국군조차 지나가길 꺼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곳은 제국의 보급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실패할 수는 없어.” 아린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잃을 것도 없어.”

그녀의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지난 몇 달간, 평민들의 궐기는 수없이 이어졌고, 제국의 잔혹한 진압 또한 끝없이 반복되었다. 마을들은 불타고, 사람들은 노예가 되거나 처형당했다. 이제 남은 건, 이 횃불 아래 모인 몇 안 되는 병사들과 그들의 마지막 희망뿐이었다.

그때였다. 동굴 입구 쪽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앳된 얼굴의 루크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그의 눈은 놀라움과 함께 절박함으로 번뜩였다.

“아린님, 카렌님! 급보입니다!”

루크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탁자에 손을 짚었다. 그의 옷은 진흙투성이였고, 얼굴에는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가 선명했다.

“무슨 일이냐.” 카렌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길한 예감을 감추려는 듯한 미미한 떨림이 있었다.

“제국군입니다! 동쪽 산맥을 넘어, 저희 본거지를 향해 대규모 병력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척후병들이 확인했습니다. 평소의 두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아린과 카렌의 얼굴에 동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제국은 그들의 존재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움직임을 유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본거지라니… 설마….” 아린의 손이 지도 위에 멈췄다. 그녀가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갔다. “제국은 우리가 흑룡의 목을 노릴 것을 예상하고, 미리 병력을 돌려 우리를 포위하려는 건가?”

“가능성이 높습니다. 놈들은 우리 정보망을 꿰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렌이 낮게 읊조렸다. 그의 주름진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스쳤다. “결국 쥐덫에 걸린 꼴이 되었군요.”

루크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아린을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린님? 지금이라도 병력을 돌려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대로 가면… 저희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린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아니. 돌리지 않아.”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아린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놈들이 우리를 포위하려 한다면, 우리가 먼저 놈들의 목을 노려야 해.” 아린은 탁자 위의 지도를 손으로 쓸어 다시 흑룡의 목을 가리켰다. “제국은 보급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다. 그들의 허리를 끊어버리면, 머리와 다리는 저절로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본거지에 남은 병력들이 위험합니다. 방어선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루크가 불안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그의 눈빛에는 동료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놈들이 우리를 포위하는 동안, 우리는 놈들의 심장에 칼을 꽂을 거야.” 아린은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이대로 주저앉아 방어만 하다가 죽을 바에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야지.”

카렌은 아린을 잠시 말없이 응시했다. 그의 눈 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젊은 지도자의 무모함에 대한 걱정,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흔들림 없는 의지에 대한 경외심. 오랜 침묵 끝에,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아린님의 뜻대로 하시죠.” 카렌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 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결의가 담겨 있었다. “저와 정예 척후대 놈들이 선두에 서서 길을 열겠습니다. 흑룡의 목, 가장 깊숙한 곳으로….”

아린은 카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잠시 희미한 빛이 스쳤다. “고맙습니다, 카렌님.”

“고마워할 것 없습니다. 저 또한 이 제국에 피눈물을 흘린 날이 어제 같으니.” 카렌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씁쓸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해 보였다. “그럼, 계획을 다시 짜야겠군요. 제국군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면… 우리도 그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다시 지도 위에 놓였다. 이번에는 흑룡의 목을 가로지르는 가장 좁고 험난한 협곡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루크.” 아린이 루크를 불렀다. “지금 당장 모든 병사들을 소집해. 밤이 새기 전에 우린 이곳을 떠난다.”

루크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서려 있었지만, 아린의 단호한 눈빛을 마주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린님!” 그는 다시 힘차게 동굴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의 발소리는 웅장한 전쟁의 서곡처럼 동굴을 울렸다.

아린은 다시 지도를 응시했다. 흑룡의 목, 죽음의 협곡. 그곳은 제국의 보급선을 끊는 동시에, 자신들의 무덤이 될 수도 있는 절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횃불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제국이여… 네가 쥐덫을 놓았다 생각하겠지만….” 아린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우리가 바로 그 덫에 걸린 쥐가 아닌, 덫을 부수는 칼날이 될 것이다.”

동굴 안에는 차가운 결의만이 감돌았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그림자들이 일어나 무기를 고쳐 쥐고, 결연한 표정으로 새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복수심과 희망, 그리고 죽음을 불사하는 용기가 번뜩였다. 흑룡의 목을 향한 죽음의 행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들의 운명은, 그리고 제국의 운명은, 이 밤을 지나 새로운 새벽과 함께 결정될 터였다.